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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하라 하쿠슈 시에 나타난 근대 -식민지 주의의 양상

문서에서 2009-13권 2호 (페이지 164-169)

- 기타하라 하쿠슈 시를 중심으로

Ⅱ. 기타하라 하쿠슈 시에 나타난 근대 -식민지 주의의 양상

하쿠슈의 첫 번째 시집 󰡔사교의 문(邪宗門)󰡕(1909년)은 우에다 빈(上田 敏)의 서구 상징시의 이론 소개와 번역시집 󰡔해조음(海潮音)󰡕(1905년)의 영 향으로 탄생했다. 번역시는 주로 보들레르와 베르레느 등 프랑스 상징시로 서구 세기말 상징시에 집중되었다. 그 번역 시집 서장에는 “시인의 관상(觀 象)과 유사한 하나의 심정을 독자에게 전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시의 화자와 “유사한 심정을 환기하는” 언어를 시로 정착시킨 것이 바로 상징시라는 해석은, 하쿠슈 뿐만 아니라 그 후에 등장하는 시인들에게 상징시의 작시와 해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쿠슈는 󰡔사교의 문󰡕의 서장에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가운데 발견

3) 쓰보이 히데토(坪井秀人)는 「표상으로서의 식민지」(󰡔이와나이강좌5 근대일본의 문화사5(近代日本の文化史 編成されるナショナリズム 1920-30年代)󰡕,이 와나미소점, 2002)에서 하쿠슈의 텍스트에서 식민주의적 요소를 추출하는 치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본 발표는 이 논의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4) 양동국, 󰡔한일근대시 접촉의 일단면-기타하라 하쿠슈와 주요한을 중심으로」, 󰡔일본 언어문화󰡕, 2004.10, 사나다 히로코, 󰡔최초의 모더니스트 정지용󰡕,역락, 2002 등

되는, “후각”, “예리한 신경”, “한숨”, “애수”, “손에 닿는 감촉” 등의 감각과 정서를 시의 언어를 빌어 암시하는 것이 상징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썩어 문드러진 퇴폐한 붉은색을 그리워 한다” 라든가, “황랍(黃蠟)의 썩은 끊임없는 경련”에 대해 고집하는 기술에서, 1906년에 시작된 인간의 추악한 부분을 응시하는 일본 자연주의문학 경향과 서구 세기말 상징시의 데카당스 로 경도되어 갔음을 읽을 수 있다.

하쿠슈에게 있어 근대 의식은 내적으로는 개성의 심미화이며, 이를 작품으 로 승화시킨 것은 시적 의장(意匠)의 새로움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5) 여기 서 ‘시적 의장’이란 간바라 아리아케(蒲原有明)의 시에 보이는 영(霊)과 육 (肉), 지(知)와 정(情), 이념과 현실 등 이원론적인 갈등으로 나타난 근대적 자아의 고민과 같이, 이성적인 것은 배제되고 오로지 감각과 관능에 대한 공 명(共鳴)만으로 독자의 정서 세계로 파고들어 가는 것을 말한다.

󰡔사교의 문󰡕에는 일본의 규슈(九州) 지방 기독교 금제 시대(17-19세기 중 반)의 고적을 여행했을 때에 꿈꾸었던 남만(南蠻) 취미6)의 정경을 당시 사료 의 어휘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

나는 바란다. 말세의 이단교 크리스탄7) 제우스의 마법.

흑선의 카피탄을,8) 붉은 털의 불가사의한 나라를, 색 빨간 유리구슬을, 향기 짙은 안쟈베이루,9)

남만의 산토메10) 비단을, 또한, 아라키,11) 친타12)의 술 들을.

5) 이토 신키치(伊藤信吉), 「근대시의 본질과 반법(近代詩の本質と方法)」, 󰡔근대 시감상(近代詩鑑賞)󰡕, 가도가와소점, 1960, p.326.

6) 남만은 16세기 이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인도에 걸친 지방 및 그들 지역을 경유해 온 포르투갈 등을 지칭하며, 그들이 도입한 문물을 의미한다. 남만 취미는 주로 16-17세기에 서양의 기독교 교도(남만인)의 도래로 초래한 것에 대한 기호 (嗜好)이다. 그 외에 근세 쇄국기(17-19세기 중반)와 에도막부 말기 개국-문명화 기(19세기 후반)이라는 세 가지 시대의 층위의 서양에 대한 복합적인 욕망을 전제 로 해, 그 복합을 󰡔사교의 문󰡕이 발표된 당시의 지점에서 회고하는 복잡한 형태로 성립되었다.

7) 여기에서는 카톨릭 신자.

8) 선장.

9) anjebier. 네덜란드어. 강한 향기를 내는 카네이션의 일종.

눈동자 파란 도미니카 사람13)은 기도문 외며 꿈에도 설파한다.

금지돼 있는 종문의 하느님을, 또한 더구나, 피에 젖은 크로스.14) 겨자씨를 사과처럼 크게 보이게 하는 기교 부리는 기구,15)

파라이스16)의 하늘도 보이게끔 늘려 줄이는 이상스런 안경을.17)

집은 더구나 돌 이어 만들고, 대리석 속의 하이얀 끓는 피18) 유리로 만든 항아리에 담겨져 밤이 되 오면 불 밝힌다 하니 그 아름다운 에레키19)의 꿈은 비로우드의 향기와 섞이어져 진기스러운 달세계에 엿보인 새와 짐승들 비춘다고 들었다.

또 듣기로는, 화장품의 재료는 독을 품은 풀 꽃잎에서 짜내고 썩어버린 돌 기름으로20) 그린다 하는 마리아의 동상이여, 또한, 라틴, 포르투갈 등등의 가로로 쓰는 파란 빛의 글자는 아름다운 듯, 그러나 슬픈 듯한 환력의 소리로 가득 찰지도.

그렇다 하면 우리에게 주어라, 현혹케 하는 파도레 존자,21) 한 백년을 한 찰나로 줄이고, 피의 십자가 등지어 죽을지라도 서럽지 않다. 바라는 것은 극비, 그런 기이한 연분홍색 꿈, 젠스마로,22) 오늘을 기도하니 몸도 영혼도 그을려 타오른다.

- 「사교의 문 비곡(邪宗門秘曲)」전문(1908.8)

10) 인도 동쪽 해안 산토메 지방에서 건너온 비단.

11) arak. 네덜란드에서 온 자극적인 증류과실주(원산지는 아랍).

12) 적포도주.

13) 도미니카Dominica 파의 신부.

14) 십자가.

15) 현미경을 뜻함.

16) 포르투갈어, 파라다이스(천국).

17) 망원경.

18) 석유, 혹은 파라핀 paraffin을 의미함.

19) 전기, 여기에서는 환등.

20) 유화를 의미함.

21) 포르투갈어, padre 신부.

22) Jesus, 예수.

쓰보이 히데토(坪井秀人)가 지적하는 것처럼 하쿠슈의 남만 취미에는 현 미경이나 망원경, 전기와 같은 새로운 시각적 기술이 풍속으로서 도입되고 있는데, 이들은 진화한 문명의 표상으로 비춰지고 있지 않다. 합리주의와 과 학주의의 소산이 아닌, 불길한 힘을 기대하게 하는 ‘마법(魔法)’ -여기에는 오히려 오리엔탈리즘 시선으로 투사된 ‘야만스러운 자’라는 시선을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기독교 금제 시대의 ‘사교(邪宗)’의 한 풍경을 서 구 세기말 데카당스 기법으로 변질시켜, ‘말세의 사종’의 세계=‘여기・지금’

의 풍경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즉, ‘우리’의 욕망이란 바로 근대 세기말의 동 시대 모드로서의 퇴폐에 투신하는 것이다.23)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전근대의 타자(기독교 교도)와의 만남의 풍경을 ‘야만 한 자’로 파악하는 시각이다. 이는 서양문화로의 동기화를 실현했다고 자부하 는 근대의 입장에서 ‘야만한 자’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즉, 하쿠슈에게 있어 근대란 동시대 서구 세기말 사조의 시선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근대 안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타자를 ‘야만한 자’로 지배 하에 편입시키려는 식민지 주의적 시선을 내재하고 있다.

한층 더 흥미로운 것은, 작품은 기독교 교도 탄압 시대를 재제로 삼으면서, 그들이 도입한 서양 문물(풍속)로 채색하는 한편, 탄압의 역사를 되묻는 시점 을 결여한 채 ‘피의 십자가’=순교로 바꿔 말함으로써 시의 화자는 선구자로서 순교의 명예로움에 동화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서양적 풍물의 묘사는 다른 시에서도 카페라든가 가스등, 공원 등을 새로운 소재로 도입하여 새로운 도쿄의 정경으로 그려내는 것과 상통하는데, 어쨌든 기독교도 탄압을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은 제국 일본의 침략 행위를 무마하고, 조선 근대의 모던을 풍속 적인 측면만 부각시켜 무의식 속에서 식민지 근대의 폭력적 현실을 은폐하려 는 것과도 상통한다. 그것은 또, 1930년대 일본에서 사회주의 탄압을 거쳐

‘근대의 초극’이라는 논의가 일었던 것을 상기하게 한다.24) 여기서 말하는

23) 注3) p.282.

24)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은 프레드릭 제임슨과의 포스트모던에 관한 대담 안에 서 이 시기의 ‘근대의 초극’에 대해 “마르크 스주의가 탄압 받은 이후의 현상”이라 고 전제한 후에, “제대로 된 ‘근대’가 없던 시점에서 항상 일본 지식인들에게 논의 되어 왔던 점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탐구(探求)󰡕, 제삼문명사,

‘초극’이란 타자의 강제적인 배제의 논리 하에 행해진 민족주의적이고 국구주 의적인 성격이 현저한 것이었다. 그것이 식민주의를 내재하고 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아시아를 향해 식민화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하고, ‘대동아공영 권(大東亜共栄圏)’이라는 슬로건에 도취되면서 서구를 대신한 제국주의자 로 변모해 갔던 것이다.

󰡔사교의 문󰡕의 시 「꽃 그림자(華のかげ)」에는 남만(서양)이 아닌 서양의 식민지로 화한 남만(인도)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앞서의 남만 취미 문제가 더욱 농밀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 거리로 가는 자,

바라문(婆羅門)의 고행의 승려, 혹은 또

살아있는 가축의 껍질을 벗기지 않는 다라(陀羅, 인도 최하층 종족)의 무딘 칼의 색, 마침 보이는 것은 (제물로 바쳐질) 불 띠를 두른 노예들

석유통을 집어 던지고 날카롭게 울부짖지만, 이 가뭄은 언제쯤 끝이 날까. 이거야 말로, 굶주림에 타락한 천축(天竺) 말기의 고뇌.

- 「꽃 그림자(華のかげ)」일부

위의 시 안에는 인도의 귀족과 승려, 최하위 계층의 종족, 노예들이 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가혹한 풍토와 병의 이미지, 그리고 ‘토인’과 ‘노예’의 표상을 통해, 후발성(야만)으 로 인한 피지배 / 피 식민지화는 필연적이라는 논리를 암묵적으로 전제로 하 고 있다. 화자는 인도의 지옥도를 내려다보는데, 그 시선은 연민과 동정을 수 반하고 있지만 풍자와 반항의 계기로 삼고 있지는 않다. 즉, 서양에서 온 이방 인을 응시하는 「사교의 문 비곡」이라든가, 인도의 지옥도를 응시하는 「꽃 그 림자」에서도 역시 타자에 대한 시선이 ‘남만’=야만이라는 틀 안에서 균질화 되고 있다.25) 「사교의 문 비곡」의 경우, 마지막 문구인 “백년을 찰나로 응축 해”라는 표현에서 압축된 시공(時空)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시간 개념으로

1991, p.469)

25) 注3) pp.283-284 참조.

생각해 보면, 일본의 자연주의 문학에 나타나는 ‘미래 지향’의 진보적인 시간 을 순간이지만 단절하고26) ‘직접적 시간’(근대)에 대한 ‘시공의 압축’(탈근 대)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의 각주 5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의 풍경은, “금제의 종문신(宗門神)”이라든가 “피로 물들인 성책(聖磔)”으로

생각해 보면, 일본의 자연주의 문학에 나타나는 ‘미래 지향’의 진보적인 시간 을 순간이지만 단절하고26) ‘직접적 시간’(근대)에 대한 ‘시공의 압축’(탈근 대)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의 각주 5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의 풍경은, “금제의 종문신(宗門神)”이라든가 “피로 물들인 성책(聖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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