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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본질과 경쟁

문서에서 규제 연구 (페이지 90-94)

(1) 블랙박스(Black Box) 기업이론과 완전경쟁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미시경제학적 문제를 분석하는 데 있어 획일적인 접근방식인 신고전학파 가격이론(Neoclassical Price Theory)을 사용해 왔고 이러한 가격이론이 산업조 직의 주제인 기업이 어떻게 조직되고 행동하는가에 관한 연구를 지배해 왔다.1) 이러한 가격이론에서는 마찰이 없는 세상을 가정하는 물리학자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거래비 용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 모델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모델에서 는 어떠한 개인이나 기업도 일방적으로 가격, 생산량, 또는 그 밖의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원자론적(Atomistic) 세상을 가정하고 이러한 가상적 세상에서 개인들과 기 업들의 독립되고 분산화된(Decentralize) 선택(Choice)이 인간사회의 제한된 자원을 가장 높

1) Alan J. Meese, “Intrabrand Restraints And The Theory of The Firm,” 83 North Carolina Law Review 5, December 2004, p.39.

게 평가하고 이를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후생 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가정한다.2) 그리고 완전경쟁 상황에서의 이러한 자원배분 상태가 현실적인 시장구조의 경제적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완전경쟁모델에서는 기업과 개인들이 경제적 행위를 수행함에 있어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시장에 의존할 수 있다고 가정하므로 매수자들은 자신이 구입하고자 하 는 품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기업들이 그러한 정보를 충 분히 전달해 주고 매수자들은 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거래 당사자들 사이의 협상비용과 이러한 협상의 결과를 집행하는 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므로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 든 문제들을 포섭할 수 있는 완전 계약(Complete Contracts)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완전경쟁모델에서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적 행위에는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다고 가정하며 이러한 시장은 기업들의 집합소이고 이러한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완벽 한 계약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완전경쟁모델에서 분석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기업이고 이러한 기업에서 인식의 출발이 이루어지므로 과연 기업 자체는 어떻게 조직화되어 있고 기업 내부에서 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3) 그러

2) 전통적인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선택의 과학(Science of Choice)으로 간주되어 왔다. 즉 경제학은 목적과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한되어 있는 수단들 사이에서의 선택적 관계에 직면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다. 여기서의 선택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소비자행동이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기업의 행동이론이다. 따라서 신고전학 파 가격이론에서는 기업을 소비자에 대응되는 하나의 독자적인 실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선택의 관점에서 경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Contract)의 렌즈를 통해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발생 하고 있는 복잡한 계약적 관계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 후술하는 신제도학파 경제학이고 여기서는 전통 적인 경제학이 일반적으로 독점으로 해석해 왔던 비전형적(Non-Standard)이고 익숙하지 않은(unfamiliar) 계약적 관행․조직적 구조를 거래의 경제화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Williamson Oliver E., “The Theory of the Firm as Governance Structure; From Choice to Contract,”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16, No.3, 2002, p.172. “Examing economic organization through the lens of contract,”

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 Vol.12, No.4, 2003, p.917.

3) 완전계약=완전시장을 전제로 하는 신고전학파 기업이론에서는 시장과 구별되는 자원배분 메커니즘으로 서 기업의 존재를 별도로 인식하지도 못했고 기업내부조직을 분석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왜 냐하면 기업의 본질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완전한 시장에서의 계약과 구별되는 ‘계약형태’ 또는 ‘계약구 조’로 정의될 수 있는데 전통적 신고전학파 가격이론에서는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이 제로라고 전제하며 분석하였고 따라서 이러한 시장에서의 계약행위에는 계약비용이 소요되지 않게 되므로 이러한 비용을

므로 기업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기술적이고 배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불가분의 하나의 실체(Entity)인 블랙박스(Black Box)로 다룬다.4) 결국 기업은 완전한 시장 에서 생산요소를 구입하여 이를 최종생산물로 전환한 후 완전한 시장에 다시 판매하는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업이 얼마의 비용을 들여 얼마를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 는 것은 다양한 생산요소의 비용과 산출물 사이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생산함수(Production Function)”이다. 이러한 관계는 주어진 생산물의 수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요소의 수량과 이러한 생산요소들을 서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를 결정하 는 생산기술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러한 기술적 관계는 기업 내부에서 결정되는 것이며 시장이나 관련 제도와는 외생적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이론하에서의 기업 의 본질은 이러한 생산과정을 계산하는 기계의 한 종류에 불과하고 이 기계는 생산물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관찰하고, 생산요소 ‘시장’에서 결정된 요소가격을 관찰한 다 음 이에 따라 기업 자신의 생산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이론에서는 기업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 역시 기술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최종 산출물의 생산을 위해 필요한 품목이나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할 것인지 또는 기 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조달(예를 들어 수직적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기업의 선택은 내 부적으로 생산하는 경우의 비용과 동일한 품목을 시장에서 외부적으로 조달하는 경우 지불해야 되는 가격을 비교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비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생산기술이고 따라서 기술적 효율성에 근거를 두지 않는 수직적 통합은 시장지배 력을 취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게 된다.5)

극복하기 위해 일반적인 완전경쟁시장에서의 계약과 구별되는 계약형태 또는 계약구조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로의 거래비용(Zero-Transaction Costs)이 소요되는 세상에서는 기업(Firms) 의 존재도, 이를 규율하는 조직법(Business Organization Law)도 존재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Dooley, Michael P., “Two Models of Corporate Governance,” 47 Business Lawyer 461, February 1992, p.465 참조.

4) Coase, “Institutional Structure of Production,” 82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713, Vol.82, Iss. 4, 1992, p.714. Reza Dibadj, “Reconceiving the Firm,” 26 Cardozo Law Review 1459, March 2005, pp.1464-1465.

5) Alan J. Meese, “Monopolization, Exclusion, And The Theory of The Firm,” 89 Minnesota Law Review 743, February 2005, p.778.

(2) 유효경쟁

가격이론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이 현실의 세상이 항상 완전경쟁을 흉내 내야 한다 거나 완전경쟁이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시장에 서 최적의 자원배분을 창출하는 데 실패하는 외부효과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더 나아가 현실적인 소비자들은 특정한 시장에서 다양한 선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아 마도 서로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이러한 다양한 선호들을 만족시키려고 할 것 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질을 향상시 키기 위해 생산함수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 의 노력은 결국 기술적인 규모의 경제의 추구나 합병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확장해 나 가도록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제품의 차별화를 인정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를 충족시키는 기업들은 일정 부분의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특정 시장에서 소수의 기업들이 가격의 결정에서 지배력을 발 휘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차별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발생하는 이러한 시장지배력은 그러한 지배력 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최적인 수준 이하로 생산을 함으로써 최적의 자원 배분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완전경쟁의 결 과에서 이탈하는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지배력은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에는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상 품의 차별화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선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이것은 시장지배력의 행 사로 야기될 수 있는 일정 부분의 손실을 보충하고도 남는 후생의 증진을 가져다줄 것 이라고 한다. 또한 규모의 경제의 달성으로 인한 이득과 이로 인한 생산비용의 절감은 특정한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원배분의 손실을 능가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완전경쟁으로부터의 이러한 이탈은 순효율성(Net Efficiencies)을 실현하고 사회후생을 극 대화하는 데 오히려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완전경쟁개념을 현실화시킨 유효경쟁(Workable Competition)개념을 전 제로 할 경우, 규제를 통해 현실의 시장을 완전경쟁의 상태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생 산의 효율성과 제품의 차별화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빼앗아가 오히려 사회전체적인 후 생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격이론을 지지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완전경쟁”

이 아니라 “유효경쟁”개념을 경쟁정책의 규범적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효경쟁이 완전경쟁으로부터의 이탈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는 하지만 여전 히 산업조직의 문제들을 다룰 때에는 완전경쟁모델의 기본적 가정들을 그대로 유지하 고 있다.6) 유효경쟁모델에서도 기업이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며 기 업의 본질을 기술적 측면에서 설명하려는 완전경쟁모델의 기업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더구나, 유효경쟁개념을 따르는 경제학자들은 완전경쟁모델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고 협상비용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기업은 거 래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급자나 소비자와 거래를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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