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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노동시장에서 중년 근로자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지만(이유우 외, 2020) 근로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퇴직 이후 노동시장에서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고용과 경력 (sustainable employment and career)의 관점에서 중년 근로자의 외부고용가능성(external employability)이 주목받고 있다(Dello Russo et al., 2020; Johnston, 2018; Van Dam et al., 2017; Wiernik & Kostal, 2019). 외부고용가능성이란 노동시장에서 지속적 고용을 위하 여 현재 소속된 조직을 떠나 다른 조직에서 고용이 보장될 기회를 느끼는 신념을 의미한다 (De Cuyper et al., 2015; Lu et al., 2015; Nelissen et al., 2017). 중년 근로자의 경우, 외부고용가능성은 직업의 탐색, 통합, 유지 및 경력 전환 단계 중에서 노동시장에서 고용유지 와 경력 전환 단계에서 강조되고 있다(Vanhercke et al., 2014).

중년 근로자의 경력개발과 고용이라는 주제는 조직행동과 직업심리(Abessolo et al., 2017; Guan et al., 2019), 발달심리(Cavanaugh & Blanchard-Fields, 2018; Cohen, 2016), 노동경제(Borjas, 2017; Higo & Klassen, 2013; Mahlberg et al., 2013) 및 사회 학(방하남, 신일철, 2011; 이호연, 양재진, 2017)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 행되고 있다. 다수의 경력개발 관련 선행연구들은 심리적 자원인 외부고용가능성이 낮은 중년 근로자들은 자기주도적 경력개발 역량이 부족하거나(Birkett et al., 2017) 경력 정체감에 빠 질 수 있으며(Godshalk & Fender, 2015), 동기부여가 어렵고 경력 포부 및 사기가 낮다고 (Brown et al., 2012; Zacher & Griffin, 2015) 보고하였다. 반면, 외부고용가능성과 삶의 질의 관계를 밝힌 선행연구들은 외부고용가능성을 높게 인식한 중년 근로자는 고용불안이 가중되는 환 경에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적응력이 높고, 삶의 만족도가 높으며 심리적 웰빙을 경험하 게 된다고 설명하였다(Peters et al., 2019; Philippaers et al., 2016; Spurk et al., 2016;

Yousaf & Sanders, 2012).

중년 근로자의 경력개발과 고용에 대한 학문적 관심과 실무적 중요성에 비하여, 중년 근로자 의 외부고용가능성의 선행요인을 밝히고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초기 단 계에 머물러 있다(Kirves et al., 2014). 선행연구들은 외부고용가능성과 조직성과와의 영향관 계를 분석하거나 일 관련 태도 변수들과 삶의 질 관련 변수 사이에서 외부고용가능성의 역할을 밝히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국내 중년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에 관한 연구들은 재직자의

조직 인적자원관리의 측면 혹은 퇴직 이후의 경력 전환 측면에서 생애과정으로서의 통합적 관 점이 결여된 채 산발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김현철 외, 2014; 한혜경, 이정화, 2012).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자의 고용가능성과 관련하여 국내 대부분의 선행연구들은 조직 유효 성과 관련하여 구성원 역량으로서의 고용가능성에 주목하였다(이준혁, 전정호, 2016; 서형도 외 2009; 최석봉, 문재승, 2012; 이지영, 2018). 또한 재취업과 관련하여 퇴직자와 경력단절 개인의 고용가능성에 주목하였고(이규만, 구관모, 2007; 정선정, 2014), 중년 퇴직자의 고용 관련 변수를 분석한 연구들 중에는 단순히 취업 여부를 측정한 사례도 존재하였다(강순희, 2016; 안미영, 2015; 지은정, 2012). 후기경력개발 측면에서 다양한 생애경력경로의 차이가 존재하고 중년 근로자의 고용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선행연구들은 중 년 남성 근로자의 외부고용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부족하다.

급변하는 고용 환경 속에서 중년 남성 근로자의 외부고용가능성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경 력(sustainable career)을 위한 통합적 관점의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고용가 능성에 대한 연구들은 조직 차원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역량·입력기반 관점에서 내부노동시 장에서의 경력개발과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량·

입력기반 관점에서 내·외부고용가능성과 조직유효성(예, 조직몰입, 직무몰입, 이직의도)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들에서 내부고용가능성은 외부고용가능성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이준현, 전정호, 2016). 또한 특정 직무에서 기업간 이동이 얼마나 제약적인가 에 따라 내부고용가능성과 외부고용가능성이 갖는 의미가 상이하기에 고용가능성의 개념화 및 측정에서 이를 고려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서형도 외, 2009). 따라서 중 년 남성 근로자의 외부고용가능성 연구는 인식·산출기반 관점과 개인 수준의 경력개발 측면 을 통합하여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De Cuyper et al., 2012; McQuaid & Lindsay, 2005; Rodrigues et al., 2019; Ybema et al., 2020).

중년 남성 근로자의 지속가능한 경력을 위한 외부고용가능성을 예측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인적자본으로서 일능력(work ability), 사회적 자원인 비공식 네트워크(informal network),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역량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경력 메타 역량인 경력적 응력(career adaptability)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근로자에게 일능력은 자신의 직업생애에 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며 또한 은퇴 이후의 활동적인 사회생활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외부고용가능성을 높이게 된다(Ilmarinen & Tuomi, 2004). 둘째, 사회적 자원인 비 공식 네트워크는 자기주도적-경력관리행동(career self-management behavior)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활동적인 개인들은 네트워크의 확장과 다양성을 추구하여 네트워크에 적극 적으로 참여하며 외부고용가능성을 높이게 된다(Wiernik & Kostal, 2019). 셋째, 기업가정

신의 혁신성, 진취성, 위험감수성은 내재적 동기를 고양시키며 외부고용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GEM, 2019; Drucker, 2004; Testa & Frascheri, 2015; Woo, 2018). 넷째, 경력적응력 은 적응력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새로운 경력 패러다임에서 중요한 메타 역량 (meta-competency)으로 외부고용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또한 경력적응력은 매개변수로서 일능력, 비공식 네트워크, 기업가정신과 외부고용가능성을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중요한 요 인이 된다(Brown, et al., 2012; Johnston, 2018; Savikas, 2005).

중년 남성 근로자의 경력개발과 외부고용가능성, 산업발전에 따른 인력수급 전망 등을 종 합적으로 고려할 때, 은행권 중년 남성 근로자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사료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 리를 그만둔 연령'은 2006년 평균 50.3세에서 2017년 49.1세로 계속 낮아졌으며 정년이 60 세까지 연장되었지만, 실질적 퇴직연령은 더 낮아졌다(김준, 2018). 비록 법적 정년연령을 60세로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내의 고연령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분위기로 인해 중년 남성 근로자 스스로 이직 혹은 퇴직을 함으로써(임상훈 외, 2015), 은행의 규정된 정년과 실 제 퇴직연령 간에 간격인 정년디커플링(decoupling)이 발생하고 있다(박창동, 2012; 방하남 외, 2012; 조선미, 강정한, 2011). 정년디커플링이 존재하는 대표적 직종인 은행권은 총노동 비용이 가장 높은 조직으로, 여성 근로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전에 퇴사하며 대부분의 은행에 서 만 55세를 전후로 해서 임금피크제가 실시되고 있다(박창동, 2012). 또한 금융인력 기초 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 2019년 보고서는 은행권의 인력수요가 2019년 38만7128명에서 2023년에는 34만4718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산업 중에서 은 행권 근로자의 인력 수요 감소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였는데, 특히 은행권에서 비 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지점이나 인원 감축이 예상된다. 따라서 은행권에서 상대적으로 임금 이 높은 중년 남성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가속화될 것이며 이들의 외부고용가능성에 대한 중 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외 선행연구들 역시 중년 남성 근로자들이 조직에서 업무와 관련하거나 업무 외 상 황에서 연령으로 인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고 인식한다고 보고하였다(한태영, 정의영, 2017; Fisher et al., 2017; Kulik et al., 2016; Voss et al., 2017; Vuori et al., 2019;

Zaniboni et al., 2019). 선행연구들은 조직 안에서 연령차별로 교육기회, 업무할당 등에서 소외되거나 성과평가에서 과소평가 받는다고 중년 남성 근로자들이 인식할 경우, 조직에 대한 신뢰 감소와 자신감 저하로 인한 업무장애와 직무열의, 직무만족 및 조직몰입의 감소가 발생 한다는 부정적 측면에 주목하였다(Bayl‐Smith & Griffin, 2014; Jones et al., 2014; Kulik et al., 2016). 또한 연령차별인식(age discrimination)은 중년 남성 근로자들이 조직 내에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퇴직 후까지 자기 주도적 경력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Kulik et al., 2016; Vuori et al., 2019; Wanberg et al., 2016).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볼 때, 이 연구는 연령차별로 인한 정년디커플링이 발생하고 고용 불안이 가중되는 은행권 중년 남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구조모형을 설정하여 비공식 네트워크, 일능력, 기업가정신과 경력적응력이 외부고용가능성에 미치는 영향관계를 규명할 것이다. 또 한 일능력, 비공식 네트워크, 기업가정신과 외부고용가능성 사이의 관계에서 블랙박스였던 심 리적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하여 경력적응력을 매개변수로 상정하며 연령차별인식의 부적 조 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실증분석을 통해, 중년 남성 근로자의 외부고용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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