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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의 문제

유정식*

3. 교육제도의 문제

위에서 언급했듯 교육과 경제발전의 상호관계는 지식기반사회가 다가올수록 더욱 긴밀해질 것 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표적인 주류이론인 인적자본론은 기본적으로 교육발전과 경제발전 사이의 선순환관계를 상정하고 있다. 즉 교육투자는 개인의 지식․기술․태도의 변화를 가져오며 경제의 기반인 기술을 촉진시키고 정보교류를 원활하게 하여 경제성장과 산업 발달을 가져오며 이를 통해 개인과 전체 사회의 소득이 증대되면 다시 교육투자 능력이 향상되어 교육발전을 촉진한다는 것이 다.

물론 교육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부정적 측면들을 지적하는 이론적 논의들도 다양하게 존재한 다. 예컨대 교육이 노동생산성을 차별화시켜 노동시장을 분할하고 계층을 분화시킨다는 견해도 있 으며 교육의 상표효과나 사회화 과정에 주목하는 견해도 존재한다11). 교육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으

화, 학사운영, 고등교육의 이념과 기능도 중요한 변화영역으로 전망하였다.

10) 미국의 예를 들면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고학력을 요구하는 전문직의 증가율이 평균 직업 증가율 인 14% 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컨대 학사학위를 요구하는 직업 증가율 25%, 준학사 요구 직업 증가율 22%, 박사학위 요구 직업 증가율 19%, 현장경험을 가진 학사학위 이상을 요구하 는 직업 증가율 18%, 석사학위 요구 직업 증가율 15% 등으로, 이는 평균 직업 증가율 14%보다 낮 은 경우인 단기 현장훈련만을 요구하는 직업 증가율 13%, 현장경험 12%, 중기 현장훈련 8%, 장기 현장훈련 9%, 그리고 중등 직업교육 7%와 대비되고 있다. 또한 정보관리 및 컴퓨터지원, 컴퓨터 엔 지니어 등과 같은 전문직은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전문직에서는 대학학위 이상의 학력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 교육이 사람들의 지능을 발달시키고 기술력을 체화하도록 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높은 임 금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일반적 견해에 대한 반론 중 재미있는 주장 하나를 소개한다.

Bowles 와 Gintis(1998) 는 각종 서베이 자료를 통해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사람을 고용하는데 산업에 특화된 기술적 자질이나 학교를 다닌 햇수 등보다 태도나 의사소통능력을 훨씬 중시한다는 설문결과를 정리하고 교육에 의한 기술력 향상이 시장에서 임금으로 평가받는다는 기존의 견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고등교육이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것은 지능이나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교육에 따라 고용주가 원하는 형태로 개인의 선호가 바꾸어지기 때문이다(이 를 이들은 ‘유인을 고양시키는 선호‘(incentive-enhancing preferences)로 명명하고 있다). 즉 교육에 따라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고용주가 좋아할 만한 개인적 특성, 예컨대 고용주의 목표와 자신의 목 표를 일치시킨다든지, 노동에 따른 비효용의 수준을 낮춘다든지, 미래를 중시하여 시간선호율을 낮 춘다든지 등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고용주는 고용주의 권위를 높이고 말을 잘 듣도록 유도하는

로 기여한다는 실증연구결과도 많으나 부정적인 결과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구소련 및 동구권 국 가들의 경우 교육수준은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경제성장은 초창기에만 빠르게 이루어졌을 뿐 1970-80 연대에 점차 둔화되어 마침내 1990년대에 몰락하는 과정을 겪었으며 필리핀, 스리랑카, 코 스타리카 등도 GNP 수준이 낮은 시점에서 광범위한 교육수준의 상승(즉 높은 초기부존량)을 달 성했지만 높은 경제성장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사하라사막지역의 경우 낮은 초 기교육자본 부존량을 가지고 열심히 교육투자에 힘을 기울였지만 경제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한 대 표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사례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이들 나라에서도 교육 수준에는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으나 경제성장은 거의 전적으로 석유산업의 경기에 의존하였다 는 것이다.

위의 사례들은 경제성장과 교육투자의 관계가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한 경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교육투자가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자본 의 급격한 축적이 반드시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단순한 교육투자의 총량 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자동적으로 유도할 수 없으며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방경제의 경우 교육투자의 생산성은 세계시장에서의 수요조건과 밀접한 관 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교육투자의 개인적 성과가 사회적 파이를 크게 함으로써만 얻어지 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교육투자는 사회적 계층의 형성과 사회적 지위획득의 과정에 아주 중 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위추구(status-seeking) 경쟁이 가져오는 사회 적 폐해의 정도는 각 사회가 처한 역사적, 구조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결국 그 사회의 제도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투자와 경제발전간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각 사회가 처한 교육을 둘러 싼 제도적 여건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Ⅲ장에서는 한국의 고등교 육을 둘러 싼 제도적 여건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자료들을 점검해 본다. Ⅳ장에서는 이러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제도적인 여건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요약할 것이다.

Ⅲ. 한국 고등교육시스템의 현황과 문제점

우리의 교육열은 고등학교와 대학 진학률을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중학교 졸업생은 거의 100% 고교에 진학하며 대학 진학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컨대 1997년 일반계 고교의 경우 졸 업생의 81%가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에 진학했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필연적으로 취업연령을 높 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까지 마치게 되면 빨라야 만 26세 이후에나 사회진 출이 가능하다. 과도한 진학열에 따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젊은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경제위기 이후 사실상 50대이상까지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늦은 사회진출은 인생 설계 전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졸자의 취업률이 매우 나쁘고 50% 이상이 하향취업하고 있는 상황도 이러한 현실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학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고등교육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적절하

이러한 특성에 대해 임금프리미엄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노동계약이 근본적으로 불완 전하여 주-대리인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계약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비 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특성을 근로자가 가지고 있다면 계약 집행비용(enforcement cost)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Bowles and Gintis(1998), Does Schooling Raise Earnings by Making People Smarter?, Dept. of Economics, Univ. of Massachusetts, working paper 참조.

기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자가진단에서 기인한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가지고 있 는 문제를 주어진 사실을 가지고 재구성해 보자.

<확인된 사실 1> 한국의 사교육비12 ) 비중이 매우 높다.

한국의 사교육비에 대한 추계는 조사기관에 따라 조사항목의 차이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 만13) 공교육비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조사한 1997년 사교육비 총액은 11.9조로 GDP의 약 2.8%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14). 사교육비는 1980년대 중반이래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입목적의 과외는 고등학생을 넘어 초중등학생으로 급격 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사교육이 공교육기관의 정규교습기능을 상당부분 대체하여 학교교육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육비 대비 사교육비의 비율은 미국과 OECD 국 가평균 3% 정도인 반면, 한국은 사교육비 조사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00%가 넘는 실정이다.

한편 공교육비의 공부담비율은 1993년 기준으로 미국 76.5%, OECD 국가평균 91.5%에 비해 한국 은 66.6% 수준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15). 즉 한국의 공교육비 대비 사교육비는 지나치게 높은 반 면 공교육비의 공부담비율16)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추가사실) 공교육비에 대한 국가지원이 계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가계의 공교육비 비율은 현저 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가계의 사교육비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최영순(1999)의 연구17)에 의하면 학부모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점하는 비율은 계속적

12) 교육비는 크게 사교육비와 공교육비로 구분되는데 OECD 에서는 교육비 부담 주체가 누구냐에 따 라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구분하고 있다. 즉 공교육비는 교육행정비 이외의 정부에서 지출하는 교 육비로 정의되며 사교육비는 민간재원에서 부담하는 교육비를 말하는데 국내학계에서는 관행상 학 생이 부담하는 납입금과 육성회비는 사부담-공교육비로 구분하여 왔다. 총교육비는 부담주체에 따 라 사부담교육비와 공부담교육비로 나뉘어 지며, 교육집행주체에 따라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로 나뉘 어진다. 공교육비는 공부담 공교육비와 사부담 공교육비로 나뉘어진다. 본고에서 사교육비라 함은 사교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으로 사부담 공교육비를 포함하지 않는다. 사교육비는 그 성격에 따라 크게 1) 교재비, 학용품비, 급식비, 교통비, 하숙비 등 학생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지출하는 경비, 2) 수업준비물, 단체활동비 등 공교육비가 부족하여 관행상 학생이 지출하는 경비, 3) 입시학원비, 개인과외비, 특기재능학원비 등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지불되나 공교육비와 중복투자의 성격을 갖는 경비, 4) 학급비, 졸업비, 성금, 찬조금, 촌지 등 기타 잡비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중 특히 문 제가 되는 것은 3)이다.

13) 사교육비에 대한 연구 중 대표적인 것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의 1977년, 1982년, 1985년, 1990년, 1994 년, 1997년 연구보고, 대우경제연구소의 1993년, 1994년, 1995년, 1996년 연구보고를 들 수 있다. 사 교육비중 과외비만을 조사한 것으로 코리아리서치(1994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1997), 한국소비자 보호원(1997)의 연구결과를 들 수 있다. 이들 연구는 모두 설문지 조사를 이용하였고 연구목적과 기 관에 따라 사교육비에 대한 세부 항목별 정의가 다르다.

14) 소비자보호원의 조사항목은 입시학원비, 특기재능학원비, 과외비, 학습지 구독비, 방과후 보충수업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은 유치원비를 포함하는 경우 사교육비 총액은 13.5조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결과는 1994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결과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사교육비의 문 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15) OECD, Education at a Glance, 1996

16) 공부담 공교육비는 지방정부에서 집행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 재원은 대부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17) 최영순(1999), 한국 가계의 사교육비: 1982-1997년, 교육재정경제연구 제8권 제1호 p. 393∼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