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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한국의 경제자유화 개혁을 위한 정치제도화의 방향

이종찬*

Ⅴ. 결론: 한국의 경제자유화 개혁을 위한 정치제도화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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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대학교 교수

Ⅰ. 서론

정치민주화와 경제개방화라는 세계화현상은 각국의 국내정치 민주화와 국내경제 자유화를 위 한 제도화를 촉진시키는 동시에 정치-경제제도의 수렴화를 시켜왔다. 그러나 같은 민주주의와 자 본주의라도 각 국가마다 그 운영방식이 다르듯이, 각 국가의 정책과 제도는 민주주의의 공고화 와1) 경제자유화의 개혁이라는2) 정책목표의 범위 안에서 여전히 차별화 된다. 더욱이 한 국가의 정치와 경제상황에 따른 제도화의 유형은 민주주의 공고화와 경제자유화 개혁의 성공과 실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정치-사회제도와 경제자유화 개혁을 위한 경 제제도는 상호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경제제도가 민주주의 공고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정치제도도 경제자유화 개혁에 영향을 준다.3)

폴라니(Polanyi)가 주장하듯이, 산업자본주의 형성은 시장, 정치, 문화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즉 자유시장은 중앙집권화된 정부의 개입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었다. 동유럽국가 들의 자본주의로의 초기 전환과정은 시장매카니즘이 국가소유기업을 개편하고 경제발전의 원동력 을 불러일으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구사회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유지시킬 제도적 장치를 설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4)(Rhee 1997, 1). 한국도 민주화과

1) 민주주의 공고화는 민주주의 정권이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정책 입안과 수행을 하기 위해 정권의 안정성, 정당성, 효율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기서 정권의 안정 성은 정치권에서의 정치적 합의를, 정당성은 사회집단들간에 사회적 합의 혹은 국민적 합의를 달성 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민주주의 정권의 효율성은 정치제도로부터 직접 나오기 보다는 정책 결정과 집행을 위한 국가제도와 정책망으로 형성되는 국가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 치제도는 안정성과 정당성을 유지함으로써 정책능력에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 정권의 안정성은 정권의 위기를 정치체제의 위기로 파급시키지 않고 정치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으로 규정될 수 있다. 정당성은 정치적 합의를 국민적 합의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이종찬 1997, 38). 민주주의 공고화의 개념에 관해, (Morlino 1998, 5-49)를 참조.

2) 경제자유화 개혁은 과거 국가주도 경제발전모델로부터 시장주도 발전모델로 가기 위한 제도개혁을 의미한다. 이는 공기업의 민영화, 정부규제의 완화 및 철폐, 기업-금융구조조정, 재벌개혁, 공정한 시 장경쟁을 위한 정부의 재규제 등의 경제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사회집단과 정부의 관계 등을 연결하는 정책망과 경제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위한 국가제도의 변화를 포함한다. 경제제도의 변화 이외에 국가제도, 정책망, 규범, 정치-사회제도의 변화에 관해, (Hall 1999; Hollingsworth and Boyer 1997; Kischelt 1999; Kischelt et al. 1999)를 참조.

3)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에 관해, (박기덕 1999; 이선 외 1999; 이영조 1998; 임경훈 1999; 임 혁백 1998; Armijo 1999; Bagchi 1995; Berger 1995; Breton et al. 1997; Kingstone 1999; Leftwich 1996b; Leftwich 1996c; Maravall 1997; Oxhorn and Ducatenzeiler 1999; Siermann 1998; Sklar 1996;

Starr 1999; Waisman 1999)를 참조.

4) 암스덴(Amsden)을 비롯한 정치경제학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사회주의주의권 국가들의 경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가 잘못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유럽의 시장주도 경제운영이 경제발전을 지연시키 고 있으며, 경제운영체계가 과거 동아시아 국가들의 국가주도 경제운영체계로 대체되어서, 이 운영 체계 속에서 경제자유화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공정한 시장자율체제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운영이 시장에 너무 의존되어 있다는 것 이다. 다시 말해서 시장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은(overloading the market) 과도한 수입개방과 기업자금이 비생산적인 산업분야에 집중되는 현상을 낳았다. 해결책으로서 국가는 산업정책과 금융 정책을 통해 기업을 규율화시켜서 이익추구적 투자행위가 집단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제도와 정부주도 금융제도(개발은행을 설

정 속에서 새로운 정치제도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경제제도의 설계, 설립, 운영 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행되어 왔다. 경제위기의 극복과정에 있는 한국의 ‘민주화와 시장주도 경제발전’이라는 국가경영전략 하에서 국가경쟁력의 회복과 강화를 위한 성공적인 경제자유화 개 혁을 달성하는 데에 민주주의 공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논문은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 공고화의 정도가 왜 그리고 어떻게 경제자유화를 위한 제도 개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비교국가 시각에서 한국사례를 분석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기존 이론들은 정치과정이 경제 개혁에 어떤 인과관계의 매카니즘을 통해 구체적으로 연결되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기존 신제도 주의이론들도 정치과정이 제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명확하게 분석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의 분석시각은 정치경제분야에서 논의되는 신제도주의이론의 발전에 기반을 두면서 경제자 유화 개혁을 위한 국가제도, 정책망, 경제제도의 변화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5) 이 글은 한국의 경제자유화를 위한 제도개혁의 실패를 다룰 것이다. 기존 공식적, 비공식적 정치제도는 경제자유화 개혁에 관련된 정치경제주체들 중에서 누가 어떤 정책목표를 가 지고 어떤 정책연합을 형성하여 어떤 제도를 공급하느냐를 결정하는 정치과정의 틀을 만든다. 여 기서 정치과정이라 함은 정치경제주체들 사이에 이해관계의 형성, 이해갈등의 조정과 합의, 그리 고 권력관계의 형성과 재편 등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분석은 경제자유화개혁을 위한 국가제도, 정책망, 경제제도의 변화가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 공고화 정도, 즉 정치제도화의 미비로 인해 어 떤 경우에 왜 실패하였는가를 다룰 것이다. 또한 이 논문은 성공적인 경제자유화 개혁을 위한 민 주주의 공고화라는 정치적 조건을 달성하는 정치제도적 여건을 결론에서 제시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체적인 연구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자유화개혁을 위한 국가제도, 정책망, 경제제도의 설계, 설립,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과정은 어떤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둘째, 여기서 제도변화의 정치과정은 무엇이며 국가는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은 담당하여야 하는가? 셋째, 기존 정치제도에 의해 결정되는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 공고화 정도가 제도변화의 정치과정의 틀을 만들면서 한국 경제자유화 개혁의 실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 는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성공적인 경제자유화 개혁을 위한 정치제도화의 방향은 무엇인가?

Ⅱ. 제도변화의 정치경제적 분석: 이론적 논의

이 절은 기존 제도의 쇠퇴와 붕괴과정, 새로운 제도의 설계, 설립, 운영으로 구성되는 제도화

립하는 것을 포함)가 설립되어서, 국가능력이 제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 국가제도로부터 나오는 국가능력은 결집력(coherence)과 조정력(coordination)이라는 개념으로 측정될 수 있다. 결집력은 정책결정기구가 중앙집권적으로 조직화되어서 정책의 일관성을 가져다 줄 수 있 다. 조정력은 정부부처간의 정책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조정기구를 통해 정책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정책망은 정부와 기업간, 기업간, 노사간의 협력적 관계를 유발시킬 수 있도록 정책 입안과 집 행의 과정에서 정책목표의 설정, 정책의 시달과 건의가 정책관련 집단들에게 합의를 바탕으로 효율 적으로 전달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여건은 정책결정에 기업의 의견이 잘 수렴되고 전달 되고 기업이 정책수행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직화된 정책통로(policy channels)와 조직화된 자본부문(organized business), 그 밖에 노사협조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노동조합이 노동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구 등이다. 기본적으로 자본부문이 포괄적으로 상부자본가단체로 집권화되 고 세부적으로 기능별 자본가단체들로 잘 조직화되는 것이 전제가 된다(이종찬 1998, 126).

(institutionalization)라는 제도변화의 단계들에, 정치집단들의 이해관계와 권력관계로 이루어지는 정치과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론적으로 분석한다<그림 1 참조>. 성공적인 경제자유화 정 책을 실현하는 데에 정책결정과 집행을 위한 국가제도, 국가, 사회집단, 기업 등을 연결하는 정책 망, 관련 경제제도의 개혁이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기존 공식적, 비공식적 정치제도에 의해 결정 되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정도는 국가제도, 정책망, 경제제도의 변화를 가져오는 개혁의 성공과 실 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민주화과정 속에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 국가들과 구사회주의권 국가들에서 중요한 연구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정치경제분야의 신제도주의이론은 크게 역사적 제도주의,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 사회학적 제 도주의라는 세 가지 분파로 나누어진다. 역사적 제도주의는 제도가 행위자의 권력을 형성하거나 증진 혹은 감소시킨다는 데에 분석의 초점을 둔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제도가 행위자의 합리 적 선택에 영향을 미쳐서 행태를 촉진시키거나 억제시킨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관례, 규범, 문화를 포함하는 비공식적 제도에 초점을 두고, 이러한 제도가 행위자의 이해관계를 형성시키거나 제한한다는 것에 연구초점을 둔다(See Goodin 1996b; Koelble 1995; Remmer 1997;

Rhee 1994).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이론은 신제도주의 경제학의 영향을 받아서 거래비용 개념을 확대해석하 여 사용한다.6) 신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제도를 형성, 유지, 변화시키는 데에 국가의 역할을 소홀히 취급해 왔다. 시장제도가 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소유권의 구조에 영향 을 미치는 국가제도와 정책망은 경제정책에 관련된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경제 운영에 드는 거래비용은 자본가들이 협력을 통해 집단투자행위를 하는 데에 드는 경제적 비용뿐 만 아니라 국가, 자본, 노동의 3자 사이에 힘의 관계 속에서 상호교섭하는 데에 드는 정치적, 사회 적 비용들도 포함한다. 정치경제분야에서의 신제도주의 이론들은 시장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제 1 차 ‘제도적 환경(institutional environment)’인 정치적 제도는 국가제도와 정책망으로 구성되며, 이는 재산권의 구조를 구체화시키고, 교섭, 감시, 집행하는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분석한다7) (See North 1981, Chap. 1; Fi디ds 1995, Chap. 1).

역사적 제도주의이론은 경제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제도와 정책망에 분석의 초점을 두면서 주로 다음과 같은 기본 논리를 갖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된 정치경제주체들간의 이해관 계와 권력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제도가 정치적 변수로 등장한다. 정치적 제도는 정책선택 의 범위를 한정시켜 주고 국가능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국가능력은 국가가 어느 정도로

6) 신제도주의 경제학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가정하고 있는 경제외적 조건(economic externalities)인 시장제도를 분석모델에 포함시킨다. 이 이론들이 갖고 있는 핵심개념들은 재산권(property rights)과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이다. 거래비용은 경제주체들이 경제적 자산에 대한 소유권(재산권)들을 교환하고 집행할 때에 드는 비용이다. 거래비용의 유형들은 정보비용(information cost), 감시비용 (monitoring cost), 집행비용(enforcing cost)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재산권은 재산이득권, 재산사용 권, 재산이전권 등을 의미한다. 경제자유화정책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과거 국가개입을 위한 정책수단을 완화내지는 철폐시키는 방향으로, 경제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산 권의 구조, 즉 금융제도, 조세제도, 정부규제제도, 공정거래제도, 산업조정제도 등의 경제(시장)제도들 을 확립하는 것이다(이종찬 1998a, 123).

7) 이 논문에서는 경제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제도와 정책망을 포함하는 제 1차 제도적 환경 을 ‘정치적 제도’라고 부른다. 또한 이 글에서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정도에 따른 정치과정이 경제제 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가제도와 정책망으로 구성되는 정치적 제도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 를 제 2차 제도적 환경이라고 명명한다. 이 제도적 환경은 권력구조, 정당제도, 선거제도, 지배연합 의 구조 등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제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