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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식*

Ⅵ.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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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부교수

Ⅰ. 서론

한국경제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실시와 더불어 고성장의 궤도를 향해 이륙한 이후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에 의해 경기침체를 맞기 전까지 연평균 7%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하 여 왔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러한 고성장에 정부의 강력한 산업화 정책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전략적 산업에 자원을 집중시키기 위하여 오랜 기간 동 안 금융산업을 통제하여 왔으며, 태부족이던 인적 자본을 급속히 육성하기 위해 교육산업을 또한 장악하여 왔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의 규모가 정부의 통제로 유지되기에는 너무 커졌 으며, 이 때부터 시장자율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자율화 논의의 많은 부분이 가장 강력 하게 규제되어 온 금융시장과 교육부문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겠다. 시장의 자율화가 거론되고 일부 시행되어 온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금융 및 교육부문의 시장구조 가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특히 고등교육기관들의 교육과 연 구의 질적 개선이 경쟁을 통해 만족할 만큼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초중등학교의 자율화와 교원정년단축, 입시제도의 개혁, 대학교육에서의 소비자 주권주의의 도 입과 평가에 기초한 인센티브 도입 등 다양한 각도에서 교육개혁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상당 수 구성원들의 강력한 저항과 비협조 등으로 교육개혁과 관련한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커다란 어 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로 우선적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정 부가 시장을 대신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여러 이익 집단들의 뿌리 깊은 이해관계 를 개혁과정에서 충분히 분석하고 검토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다. 교육당사자들간의 뿌리깊은 이 해관계, 그리고 교육에 대한 국민적 편견과 열망 등을 충분하게 감안하여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경 로를 명시적으로 분석하고 면밀하게 대처하지 못한 상태에서 필요하다고 막연히 추측된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뚜렷한 성과분석 없이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교육과 관련한 제도가 전체적으로 열등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고도성장과 관련하 여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적 자원이며 이는 모두 한국적 교육시 스템을 통해 배출되어 왔다. 최근까지도 외국교육전문가들이 한국의 중등교육제도를 연구하러 방 문하는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설적으로 조금 과장하여 표현한다면 중고등학생을 새벽 1-2시까지 공부하도록 만드는 대단히 경쟁적인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비교육적인‘) 시장과 새벽 1-2시까지 대학생들을 유흥에 빠지도록 하는 지극히 비경쟁적인 시장의 공존이야말로 한국의 교육 제도의 성과와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중등교육이 강조되는 대량생산, 산업화의 시기에 한국교육의 문제는 가리워져 있었으며 상대적 으로 성과측면이 두드러지게 강조되었다1). 그러나 지식산업사회로 특징지워지는 현대사회로 넘어 오면서 한국교육의 성과보다는 문제점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는 인상이다. 정부가 경제발전 초 기단계에서 교육산업에 개입한 방식은 국대안 파동으로 상징되는 고등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 적 지대의 창출을 통한 교육투자의 극대화로 요약된다. 명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지대를 크게 하여 대학입학에 대한 강한 유인을 심어줌으로써 명문대학에 가기 위한 전단계의 중등교육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한 것이 중등교육의 광범위한 확산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성장단계에서 매우 필요 한 인적 자본을 축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대체적인 정부는 개발 초기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의 원인에 대해 여러 견해들이 존재하지만 교육이 커다란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성장의 초기단계, 즉 1) World Bank(1993), East Asian Miracle, 참조

산업화 단계에서는 대량생산과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고 중등교육이 커다란 역할을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본 축으로 하는 정보화사회에서는 지식자본의 축적이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 당하게 되며 이는 고등교육의 수월성을 통해 이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크게 보아 한국 경제의 원동력이었던 교육시스템의 위기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즉 중등교육은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매우 역동적이고 경쟁적인 반면 고등교육은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초기에 성공적이었던 교육시스템이 현재에는 경제성장의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견해를 따르면 크게 보아 한국의 경제위기는 대학교육 의 위기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원동력을 광범위한 인적자본의 축적 및 배분 메커니즘에서 찾는다면 초기의 한국 의 교육제도는 분명 일정한 정도의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 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교육제도가 현재와 같은 위기에 빠져 있는가?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우 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사교육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것이다. 사교육시장이 비대하 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공교육시장에 대한 지나친 정부개입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예컨대 각급학교 는 공사립을 막론하고 등록금책정, 신입생 선발, 정원조정, 행정조직 변경, 학칙 변경 등 거의 모 든 분야에 걸쳐 교육부의 광범위한 간섭을 받고 있었고 이에 따라 수요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교육시스템의 개발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었다. 이러한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일종의 암시장 형태로서 기형적인 사교육시장을 키우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자격을 취득하는데 과도한 사회 적 비용을 지불하는 반면 정작 필요한 고등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의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지극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자체기금을 갖고 있는 외국의 유수한 고등교육기관 들과 비교할 때 한국대학들의 위상은 실로 초라할 정도이다. 고등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는 반드시 고등교육에 사회적 자원이 많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본 연구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본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고등교육을 육성하 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투하되는 자원의 절대적인 크기를 키워야 한다. 둘째, 고등교육을 육성하 기 위해서는 투하된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고등교육개혁의 문제를 경제적으로 해석한다면 결국 고등교육에 투하되는 자원의 절대적 크기를 가장 적은 기회 비용으로 키울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과 투하된 자원이 가장 적은 기회비용으로 보다 효율적 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고등교육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고등교육의 긍정 적 외부효과를 양적으로 확산시키는데 그 초점이 있는 것이라면 교육산업 구조자체를 경쟁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안들은 투자재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여 고등교육의 긍정적 외부효 과를 질적으로 개선시키는데 그 초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 몇 가지 주요한 고 려사항 (개혁의 제약조건)들이 집중적으로 검토될 것이다. 제약조건들을 전제로 할 때 현재 시행 되는 일련의 개혁프로그램들이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것 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고등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대학산업에서의 가격정책이나 조세 제도 및 이들과 관련된 거시적 요인 등에 의존하고 있다면 투자재원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은 대학내부구조, 대학인력수급 및 이와 관련된 전체적인 노동시장의 변화 등과 관련되어 있다. 예컨 대 지식산업사회에서의 대학교육 투자의 효율성을 논한다면 지식산업사회로의 변화가 노동시장에 어떠한 충격을 줄 것인가를 미리 검토하고 이에 걸맞는 인력수급구조를 정립한다는 의미에서 고

등교육 투자의 효율성을 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먼저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을 둘러싸 고 있는 환경변화를 설명한다. 두 번째로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현재의 대학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대학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기존의 대안들이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물론 이 때 앞에서 언급한 객관적 제약조건들이 유용하게 검토될 것이다. 마 지막으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인 투자재원 확보의 문제를 간략하게 언급한다.

Ⅱ. 한국의 고등교육을 둘러 싼 환경적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