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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상 우월적 지위남용 규제

Ⅱ . 대 ・중 소 기 업 간 수 직 적 거 래 관 계 규 제 정 책

호(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서 거래 상(계약상) 지위 남용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며 대기업의 우 월적 지위남용을 일반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2) 하도급과 대규모유통업법상 공정‘거래’보호

공정거래법상의 우월적 지위남용 규제조항에 근거해 행정부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지던「하도급거래상의 불공정거래행위 지정고시」의 지위를 독립된 법으로 격 상시켜 1984년「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하도급법에서는 일정한 유형의 행위를 법위반으로 간주하고 있고,3) 다른 규정에서도 ‘부당하게’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행위 자체만으로 위법한 것 으로 규정함으로써4)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증부담을 경감시키고 있다.5) 위법성의 입증을 필요로 하는‘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입증이 불필요한‘당연위법의 원칙(per se rules)’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하도급법마저도 중 소기업 보호에 미흡하다고 보며 더욱 강화된 규제조항들을 추가적으로 도입하고 자 하는 개정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하도급법 제정과 같은 논리에서 최근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간 사적 계약 관계에서 초래되는 전자의 계약상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로부터 후자를 보호하기 위한「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 제 정되었다. 하도급법과 마찬가지로 대형유통업체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 로 납품·입점업체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거래 관행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대형유통업자의 우월적 협상력 (bargaining power)을 손쉽게 규제하고자 한 것이다.

3) 공정‘거래’보호를 위한 공법(公法)적 규제강화

시장에서의‘경쟁’과 무관한 계약 당사자간 발생하는 우월적 지위남용행위 통제

3)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부당한 하도급대금결정으로 간주되는 행위), 제11 조 제2항(부당감액으로 간주되는 행위)

4)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등

5) 공정거래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 공정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연구 , 2007. 197면

는 공법(公法)인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형유통업법 등이 아닌 사법(私法)인 민 법(계약법)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법인 민법적 규율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을 경우 피해자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권리구제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권리구제가 약자보호를 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규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계약당사자간의 우월 적 지위남용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위반 여부를 조사하여 시정조치·과징금·벌금부과 등의 다 양한 행정적·형사적 제제를 통해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을 통제하며 중소기업 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금지(제3조 의2)와 달리 거래상 우월적 지위남용금지 규정(23조1항4호)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 아보기 힘들다.6) 사적 계약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私 法)의 개입을 넘어 행정당국이 개입할 경우 오히려 사적자치(私的自治) 영역에서 의 거래가 위축되고 계약기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하도급 관련행위를 공정거래법 상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위가 ‘거래상 우월적 지 위’에 기초한 것으로 ‘공정거래를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대기업 의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로 중소기업과의 계약관계가 훼손되었다고 보며 이를 치 유하기 위해 공정위가 개입할 경우, 오히려 공정위가 잘못 판단하거나 행정권을 남용하여 사적자치(私的自治)영역에서의 계약기능을 훼손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입증을 통해 신중하게 개입하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러한 입증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자‘규제의 실효성 강화’

라는 명목으로 규제를 보다 손쉽게 하기 위해 당시 공정거래법상의 우월적 지위 남용 규제조항에 근거해 행정부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지고 운용되던‘고시’들을 별

6)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처럼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지배적지위에 이르지 못한 타 방 거래당사자의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며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일 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는 규정이다. 그나마도 일본과 동일하지 않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공정거래법에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행위를 규제하는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거 래상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파악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홍대식, 홍대식, 우월적 지위의 남용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 , 경쟁법 연구, 제7권, (2000). 277면. 변동열변동열,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와 경쟁 저스티스 제34 권 제4호, 한국법학원, (2001) 168면 이하 참조.

도의‘법’으로 독립하여 제정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하도급법과 대형유통업법 등이다.

대・중소 기업간 거래에서 대기업의 거래상(계약상) 우월적 지위(bargaining power)남용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체계가「민법(계약법)」→「공정거래법」→

「하도급법 or 대규모유통업법 등」으로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2) 사법(私法)영역으로 공법(公法)의 지나친 확장

1) ‘거래’보호와 ‘경쟁’보호 구분의 필요성

대중소 기업간 거래는 법적으로 사적 계약관계이다. 계약이란 거래당사자들에 게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위험을 자신들의 책임 하에서 사전에 분담하는 법적 수단으로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룬다. 계약은 시장에서 거래 당사자들간의 이기적 인 의사를 상호검증하고 때로는 일치시켜가며 자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 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전시켜주는 사적자치 수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계약체결 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협력적 잉여가치가 창출되고 이를 계약당사자 들이 분배해 가짐으로써 모두의 후생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서 누구나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내용으로 거래 를 하려고 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시장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동인(動因)이 될 수 있다.

물론 계약상의 모든 우월적 지위행사가 이러한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행위가 단순히 계약상 우월적 협상력의 행사차원을 넘어 사기나 강박(제110조)에 해당한다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제103 조), 상대방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계약인 경우(제104조), 계약상의 권리를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행사하지 아니하고 남용한 경우(제2조) 등에 해당한다면 민법에 위반되는 불공정행위로서 무효나 취소사유가 되고 납품업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배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계약관계에서 거래의 일방당사자의 타방 당사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남 용행위로 타방 당사자가 손해를 보는 것을 넘어 제3자에게까지 손해가 확산되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 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거래 당사자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사법(私法) 외에 공법(公法)이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시장지배 적 사업자가 자신의‘시장’지배력에 근거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넘어‘경쟁’이라는 공익을 훼손하여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피 해를 준 경우에는 당연히 공법인 공정거래법(경쟁법)이 개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3조의 2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남용금지)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2) ‘경쟁제한성’ 판단과 ‘불공정성’ 판단의 구별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해서는‘시장획정’이 필요하고 행위자가 이러한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경제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다. 반면 행위의‘불공정성’에 대해서는 이러한 객관적인 경제분석 보다는 규범 적 판단이 강조된다. 이때 불공정성 개념의 추상성, 모호성, 개방성 등으로 인해 그 사회의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영향을 받기 쉽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도 있다. 따라서 ‘불공정성’에 대한 판단이 오히려 정상적인 권한행사까지도 불공정 하다고 판단하여 자칫 시장에서의 정당한 거래행위를 위축시킬 위험도 있다.

이와 같이 대중소 기업간 거래가‘불공정 거래행위’가 되어 거래의 직접적 상대 방인 중소기업 이익을 훼손하는 경우와‘경쟁제한행위’가 되어 제3자인 소비자 이 익을 훼손하는 경우는 개념적으로 구분될 뿐 아니라 판단기준과 판단방법도 다르 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판단주체도 달리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행정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행위에 대한 경제분석을 필요로 하는 경쟁 제한성 판단에, 사법부인 법원은 행위에 대한 규범적 판단을 중요시 하는 불공정 성 판단에 각각 비교우위가 있다.

법집행자원의 희소성을 고려할 때 경제분석을 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쟁제 한 행위에 우선적으로 행정적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대중소 기업 간 계약 관계에서 일방 당사자의 계약상 우월적 지위남용으로 초래될 수 있는 문제의 해 결은 법원에 맡김으로서 행정규제와 법원에 의한 통제를 서로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피해를 입은 사업자가 손해배상을 받지 않는다면 행정적 규제만으로는 해당

행위의 실효성 있는 억제가 불가능하므로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할 수 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원을 제치고서 해당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권한을 거의 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이 다.7)8)

결국 우월적 지위남용행위가 ‘경쟁’이라는 공익과 연계성을 가질 수 없다면 사 인간의 분쟁일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사법인데 이러한 경우 에까지 공법이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번 거롭고 입증하기 어려운 시장분석을 전제로 한 경쟁제한성을 입증하여 규제하려 고 하기 보다는 단순히 계약상의 우월적 지위남용 금지조항들을 적용하여 손쉽게 규제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위험도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신의 전문분 야인 행위의‘경쟁제한성’이 아닌 행위의‘불공정성’까지 판단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사법적(민법)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 행위들까지도 규제할 위험이 있다.

자신의 전문적 판단분야도 아닌 행위의 불공정성 판단시 엄격하게 행위의 불공정 성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해도 제대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하도급법이 나 대형유통업법 등과 같은 특별법을 통해 이러한 입증의 노력마저 할 필요가 없 도록 하고 있다. 불완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더욱 쉽게 하도록 하고 있어 규제하지 말아도 될 행위를 규제할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대형유통업법상 행위위반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데 행위의 실질적 성격이 민법상 위반행위임을 고려할 때 과연 제재적 성격이 강한 과징금과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더

7) 이러한 의문에 대해 계약 상대방의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타방 당사자가 비 록 민법에 근거해 법원의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법원을 이용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경제적 약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여 도와줄 필요가 있으므로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남용행위 규제는 정당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수많은 경제적 약자들 중 왜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경제적 강자의 거래 상대방이 되는 경제적 약자들에 대해서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정거래위 원회가 개입하여 이들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변동열 (2001) 192면.

8) 전 공정거래위원장인 정호열 교수도 “기업과 기업 사이의 사적 거래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행 정적으로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이 지향하는 이념에 상치되며, 이를 사인 간의 사법적 분쟁해결절차에 맡기는 것이 정도(正道)이고 또 이것이 근본적인 효율성을 가진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정호열,「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공정거래법강의 Ⅱ』, 권오승 편, 2000, 법 문사, p.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