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詵은 桐裏山門 慧徹의 門徒였으며, 그로부터 心印을 받아 玉龍寺를 중심으로 독자 적인 禪門을 개창하였다. 그의 활동이 대체로 동리산문과의 관련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때, 그의 사상 역시 동리산문의 사상경향과 무관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동리산문을 개창한 혜철의 사상과 관련하여 그에게서 풍수지리적인 인식이 나타남 을 주목할 수 있다. 다음의 기록이 참고된다.
<K> 谷城郡 동남쪽에 山이 있어 桐裏라 하였고, 그 속에 암자(舍)가 있어 大安이라 하 였다. 그 절은 수많은 봉우리가 막아 가리고 한줄기 江이 맑게 흘렀다. 길이 멀리 끊 기어 世俗의 무리들이 오는 이가 드물고, 경계가 그윽이 깊어 僧徒들이 머물러 고요 하였다. 龍과 神이 祥瑞와 神異를 나타내고 해충과 뱀은 그 毒과 形을 숨기며, 소나무 숲이 빽빽하고 구름은 깊어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여, 바로 이곳이 三韓 의 勝地였다.54)
慧徹이 住錫한 桐裏山의 大安寺는 수많은 봉우리들에 의해 둘러싸인 사이로 江이 흐르는 이른바 山河襟帶 , 山水回抱 의 形局을 갖추었다. 그리하여 대안사의 지세는
<三韓의 勝地>로 관념되었다. 혜철은 入唐하여 풍수지리설이 성행하였던 江西地方에 머문 일이 있었으므로, 이때에 풍수지리설을 접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강서지방에 유행 한 풍수지리설은 山形과 水勢를 살펴 都城이나 宮室의 基地를 선정하려는 陽基的인 것으로, 혜철의 풍수지리에 대한 인식에서 山水를 중시하는 경향은 이와 관련될 수 있 다.55) 또한 그의 門下에는 풍수지리설로 유명한 道詵이 있었다. 곧 혜철은 풍수지리설 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혜철은 是心과 是慧를 강조하였는데, 이것은 洪州宗의 사상적 특성과 연관하여 이해 할 수 있다. 그는 중국에서 西堂 智藏의 心印을 받아 귀국하였는데, 지장은 <卽心卽佛>,
<非心非佛>을 주장하였다. 지장의 스승인 馬祖 道一은 自心이 바로 佛心이며, 一切法이
54) 崔賀 撰,〈大安寺寂忍禪師照輪淸淨塔碑〉(앞의 책, 118쪽)에 谷城郡東南有山 曰此桐裏 中有舍名 曰 大安其寺也 千峯掩映 一水澄流 路逈絶而塵侶到稀 境幽邃而僧徒住靜 龍神呈瑞異 蟲蛇遁其毒形 松暗雲深 夏 冬 斯三韓勝地也 라고 하였다.
55) 金杜珍,〈羅末麗初 桐裏山門의 成立과 思想〉(31쪽).
모두 마음에 따라 생긴다고 하여, 三界唯心의 사상에 기인한 禪思想을 주장하였다. 이 러한 唯心論的인 사상경향은 혜철에게 전해져 桐裏山門의 사상적 특징으로 정립되었 다.56) 혜철은 禪과 戒律을 함께 닦았고, 一識 에 대한 깨우침을 강조하였다. 말하자면 그의 선사상은 唯識, 즉 法相宗思想을 중시하였다.
이러한 동리산문의 唯心論的인 사상경향은 道詵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 이다. 만약 도선의 사상에서 유식사상을 아우르는 모습을 지적할 수 있다면, 그의 사 상도 유심론적인 사상경향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 여 먼저〈道詵碑〉의 碑銘에 기록된 다음의 내용을 유념해 볼 수 있다. 碑文에 드러난 그의 사상이 단편적으로 남아 있음과 비교해서, 碑銘에는 비록 축약된 형태이지만 撰 者가 해석한 그의 사상적인 면모가 총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도선의 사상을 이해하 는데 도움을 준다.
<L> 過去 諸佛의 微妙한 法은 文字로 詮하지도 않고 思修로 攝하지도 않는다. (一切의 外緣에) 超然하여 直指(人心)하니, 一念이 千劫이다. 오직 우리 國師만이 넉넉하게 그 경지에 들어갔다. 잘 배움은 배움이 없는 것이니, 眞空이면서 空이 아니다. 正法眼을 갖추었으니, 四方으로 열리고 六通을 얻었다.57)
過去 諸佛의 微妙한 法은 一切의 因緣을 끊고 衆生들에게 각자 가지고 있는 佛性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文字로 詮하는 것이 아니고 思修로 攝하지도 않으며, 깨 닫게 되면 一念이 千劫이 된다. 도선은 過去의 諸佛에 비견될 만큼 그 경지가 殊勝하게 표현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無學하는 禪의 宗旨를 잘 익혀 眞空이면서 空이 아님을 깨 달았고, 正法眼을 갖추어 四闢 六通하였다. 여기에서 <一念千劫>이 도선이 깨달은 禪 의 경지를 나타낸 것이라면, <眞空不空>은 그의 사상경향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眞空不空>의 사상경향은 非有非無의 中道 를 표방하는 禪的인 唯識思想으로 이어 질 수 있다. 正法眼과 연결된 <眞空不空>은 文字나 사유를 떠났기 때문에 禪觀으로 이해된다. 또한 그것은 眞空이면서 空이 아닌 , 非有非無의 中道實相을 드러낸다. 實相 을 갖추었다는 면에서 <眞空不空>은 유식사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直指人心하여
56) 金杜珍, 위의 논문(26~29쪽).
57) 崔惟淸 撰,〈光陽玉龍寺先覺國師證聖慧燈塔碑〉(앞의 책, 562쪽)에 過去諸佛 有微妙法 非文字詮 非思修攝 超然直指 一念千劫 惟我國師 優入其域 善學無學 眞空不空 具正法眼 四闢六通 이라고 하였다.
一念이 千劫이 되는 사유의 인식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直指人心 一 念千劫> 역시 禪的인 唯識思想을 알려주며 <眞空不空>과의 연결이 가능하다.
一切法의 本性이 空임을 주장하는 性宗과 달리 유식에서는 森羅萬象의 差別相을 일 으키는 識의 실재를 인정한다. 이 識의 활동으로 인해 現象界를 인식하려는 허망한 분 별이 일어나게 된다. 虛妄分別에 의해 인식된 대상은 허구(遍計所執)이지만, 허망분별 자체는 識에 의해서 나타나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識에서 떠나지 않는 法은 부정하지 않으며, 眞空도 역시 自性을 갖추어 空이 아니게 된다.58) 다시 말하면 허망 분별은 실재하지만 我와 法은 모두 非실재이다. 허망분별 중에는 오직 空이 있고, 空 性에 있어서도 역시 허망분별이 있다. 그러므로 我와 法은 실재가 아니고, 空과 識은 非실재가 아니다. 실재를 떠나고 非실재를 떠나기 때문에 그것은 中道에 契合한다.59) 中道사상을 통해 實際를 드러내려 함은 물론 華嚴思想에서 중시되었지만, 그것이 實相 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면에서 유식사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非有非無의 中道 사상은 도선에게 나타나는 <眞空不空>의 사상과 서로 통할 수 있는 것으로, 그의 사상 안에 서 유식사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眞空不空>으로 표현된 도선의 사 상경향은 그의 스승인 혜철로부터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혜철은 見性의 了가 是了이며, 喩法의 空은 非空 60)임을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혜철의 사상은 역시 유식사 상과 연결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사상은 도선에게 이어져 <眞空不空>의 사상으로 나타났다.
도선의 사상에서 유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음은 그의 禪修行 과정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기록이 참고된다.
<M> 師가 이미 了義를 깨닫고 나서 定한 곳 없이 遊歷하였다. 煙霞를 밟고 泉石에 臨하 였으며, 그윽한 곳을 찾고 빼어난 경치를 쫓아 일찍이 怠慢하지 않았다. 혹은 雲峯山 下에서 굴을 파고 安禪하였으며, 혹은 太伯岩 前에서 띠집을 짓고 夏安居를 보냈다.61)
58)《成唯識論》卷7(《大正新修大藏經》卷31, 39쪽, 가)에 是故一切唯有識 虛妄分別有極成故 唯旣不 遮不利識法 故眞空等亦是 有性 이라고 하였다.
59)《成唯識論》卷7(위의 책, 卷31, 39쪽, 나)에 故於唯識應深信修 我法非有空識非無 離有離無故契中 道 慈尊依此說二頌言 虛妄分別有 於此二都無 此中唯有空 於彼亦有此 故說一切法 非空非不空 有 無及有故 是則契中道 라고 하였다.
60) 崔賀 撰,〈谷城大安寺寂忍禪師照輪淸淨塔碑〉(앞의 책, 117쪽)에 見性之了是了 喩法之空非空 이 라고 하였다.
혜철의 문하에서 禪의 了義를 깨우친 도선은 이후 玉龍寺에 住錫하기까지 雲峯山과 太伯岩 등지를 遊歷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安禪을 통한 禪修行을 하면서도, 한편으 로 山川의 幽勝함을 찾아 그 形勢를 살피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坐禪을 통한 禪修行과 山川의 形勢를 살피려는 인식이 반드시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도선에게 그것이 함께 나타날 수 있음은 유식을 중시하는 그의 사상경향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유식에 대한 강조는 現象界의 모든 존재를 면밀히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자연 도선의 사상경향은 유식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선수행을 하면서도 山川의 形勢를 살피 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사상경향은 다음의 기록을 통해 좀 더 분명해질 수 있다.
<N > 根機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一雨로 널리 윤택하였으며, 눈으로 직접 대하고 神授 하여 올 때는 虛하였으나 갈 때는 가득히 채워서 돌아갔다.62)
도선은 門下의 弟子들을 지도하면서 그 지닌 根機가 서로 다른 이들을 직접 마주하 여 깨달을 수 있도록 하였다. 각자가 지닌 근기의 차별을 인정하고 그들의 근기에 어 울리는 가르침을 베푸는 도선의 사상은 유식, 즉 법상종사상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상종사상은 <三乘眞實 一乘方便>의 입장에서 현상계의 차이를 그대로 인
도선은 門下의 弟子들을 지도하면서 그 지닌 根機가 서로 다른 이들을 직접 마주하 여 깨달을 수 있도록 하였다. 각자가 지닌 근기의 차별을 인정하고 그들의 근기에 어 울리는 가르침을 베푸는 도선의 사상은 유식, 즉 법상종사상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상종사상은 <三乘眞實 一乘方便>의 입장에서 현상계의 차이를 그대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