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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의 논리적 서술방식

문서에서 장자 글쓰기와 그 활용 연구 (페이지 60-116)

서양의 고대의 수사학은 바로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임을 앞서 Ⅱ장 3 절에서 살펴보았다. 『장자』의 논리적 서술방식과 이를 토대로 한 활용 방법을 제안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설득 수단인 논리적 증거가 『장자』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 았는데, 바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이다.136) 에토스는 화 자 즉, 말하는 사람의 품성과 권위를 말하고, 파토스는 청중의 심적 상태 다시 말해 정서적 반응을 일컫는다. 마지막으로 로고스는 말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논리 또는 논거를 의미한다. 이 세 요소 중 에토스와 파토스는 사람의 감정과 관 계된 증거이고, 로고스는 이성적인 부분에 관여하는 증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수사학』의 상당 부분을 로고스의 설명에 할애하였다.

1절의 ‘정감적 논거와 논리적 논거’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설득의 3 요소 곧,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가 『장자』에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 려 한다. 그런데 『장자』에서도 「소요유」편은 환상과 허구를 넘나드는 표현으 로 “중국 고대 문화 가운데 낭만주의의 중요한 원천이 된”137) 작품으로 꼽힌다.

이처럼 『장자』, 적어도 「소요유」편은 문학적 요소가 다분한 만큼 설득에서 말하는 ‘증거’라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논리적 서술을 위한 증거가 있음을 밝힌다면 『장자』의 다른 편들도 이와 같은 증거를 토대로 쓰여진 것임을 증명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따라서 『장자』에 사용된 ‘정감적 논거와 논리적 논거’에 대한 분석은 「소요유」편을 중심으로 하 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편의 내용을 추가하도록 하겠다.

그런 다음 설득의 증거를 운용하는 논증 방식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살

136)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p.31 참고.

137) 劉笑敢, 앞의 책, p.28.

펴보아야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략삼단논법을 수사학적 삼단 논법이라 부르고, 예증을 수사학적 귀납이라 부르는데, 증거를 통해 설득하려는 사람은 모 두 예증이나 생략삼단논법을 제시할 뿐이고 그 밖의 다른 방법은 없다”138)고 말 하였다.

이에 우선 2절에서는 귀납의 논증 방식인 예증에 대해서 분석해 보려 한다.

예증은 다양한 예를 드는 것이 핵심이기에 우언을 중심으로 하면서 그것이 논설 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1절에서 분석한 정감적 논거와 논리적 논거들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논지의 전개를 흐트러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에 1절과 마찬가지로 「소요유」편을 기본 텍스트로 삼으려 한 다.

귀납의 논증 방식과 함께 설득의 증거를 운용하는 또 다른 논증 방식인 연역 의 논증 방식은 3절에서 다루어 보려 한다. 연역의 논증 방식에는 삼단 논법과 삼단 논법의 여러 변형들이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략삼단논법이 삼단 논 법이다”139)라고 말하면서 삼단 논법의 변형 중에서도 생략삼단논법을 강조하였 다. 이에 본 절에서도 생략 삼단 논법을 중점적으로 다루려 한다. 그러나 삼단 논법에 대한 기초가 있어야 생략삼단논법을 이해할 수 있기에 삼단 논법에 대해 서도 간단히 짚고 넘어가려 한다.

삼단 논법은 편폭이 긴 우언보다는 문장이 짧은 논설을 위주로 예거하는 것 이 삼단 논법의 각 단계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에 이는 『장자』에 보이는 짧은 논설을 위주로 하려 한다. 아울러 삼단 논법은 최대한 『장자』 내7편에서 두루 그 예를 찾는 방법을 취하도록 하겠다. 이에 반해 생략 삼단 논법의 경우에 는 전체 흐름에서 생략된 부분을 찾으며 글을 전개해 나가야 하기에 그 범위를 한정시킬 필요가 있겠다. 이에 『장자』에서 편폭이 가장 짧음에도 불구하고 여 러 우언과 논설들이 서로 연결점 없이 무질서하게 나열되어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양생주」편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분석하도록 하겠다.

138)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책, p.33.

139) 아리스토텔레스, 위의 책, p.33.

1. 정감적 논거와 논리적 논거

“아리스토텔레스는 화자가 쓸 수 있는 논증이나 설득 수단은 두 종류가 있다 고 지적한 바 있다.”140) 바로 ‘記述的 증거’와 ‘非記述的 증거’인데, 전자는 수사학 적 원칙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모든 증거이며, 후자는 증언, 고문에 의한 자백, 계약서 따위처럼 사전에 존재하는 증거들을 말한다.141)

기술적 증거는 앞서 설명한 정감적 논거와 논리적 논거를 포함한 개념으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포괄하여 지칭한 것을 말한다.

말로 제시하는 증거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것은 말하는 사람의 성격에 달 려 있고, 두 번째 것은 청중이 어떤 심적 상태에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세 번 째 것은 말이 증명하거나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말 그 자체에 달려 있 다.142)

한편 비기술적 증거는 주어진 증거로써 사용되는 것들이기에 본고에서 논의 하고자 하는 수사학적 기술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계약서와 같은 아주 명백한 비기술적 증거가 있다면 논쟁의 상황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위의 기술적 증거와 같은 설득의 수단 역시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 다.

그런데 서양이건 동양이건 간에 당시 즉, 소피스트(BC 5세기∼BC 4세기)와 제자백가(BC 8세기∼BC 3세기)가 주로 활동하였던 시기에는 문서를 다룰 수 있 는 계층이 제한적이었고, 전쟁이 잦았던 탓에 문서를 보관하거나 작성하는 것조 차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계약서와 같은 비기술적 증거가 있다 하 더라고 전쟁으로 패권이 바뀐 상황에서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쉽 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설득의 상황에서 기술적 증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

140) 에드워드 P.J 코벳, 로버트 J. 코너스, 홍병룡 옮김, 『한 권으로 배우는 수사학』, 디씨티와이 북스, 2020, p.39.

141)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옮김, 앞의 책, p.31 참고. 아리스토텔레스, 이종오 옮김, 앞의 책, pp.21-22 참고.

142)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옮김, 위의 책, p.31.

게 되었으며, 이것이 수사학의 기본이 된 것이다.

본 절에서는 수사학적 기술에 속하는 기술적 증거를 위의 세 가지 분류에 따 라 분석해 보고자 하는데,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위의 개념들 을 정리하면 아래 <표 1>과 같다.

記述的 증거 정감적 논거 화자의 품성과 권위 (에토스) 청자의 심적 상태 (파토스) 논리적 논거 내용 자체의 논리 (로고스) 非記述的 증거 고문에 의한 자백, 계약서, 법률, 맹세 등

<표 1>143)

본 절에서는 『장자』 중에서도 「소요유」편을 중심으로 기술적 증거가 어 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런데 위의 표에서 괄호로 처리하 기는 하였지만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와 같은 서양의 수사학 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우라면 가령, ‘화자의 품성과 권위, 청자의 심적 상태, 내용 자체의 논리’

처럼 의미 전달에 더 쉬운 표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할 것이다. 그러 나 이에 적당한 표현이 없을 때는 부득이 서양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144)

143) <표 1>은 아리스토텔레스(pp.31-33), 박성창(pp.44-52), 에드워드 P.J 코벳 외(pp.39-41)의 내 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144) 서양의 고대의 수사학 개론서라 일컬어지는 아리스토텔레스나 키케로의 『수사학』 등은 최 근 번역서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표현에 있어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가령 ‘에토 스, 파토스, 로고스’만 보더라도 원어 그대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말하는 사람의 성 격, 청중의 심적 상태, 말 그 자체’ 등으로 바꾸어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학계에서 이러한 용어 에 대한 논의와 정리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보인다.

1) 화자의 품성과 권위

말로 제시하는 증거 중 첫 번째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사람 즉, 웅변가 의 성격 혹은 품성이 말을 더 믿음직스럽게 만드는 증거로 작용한다고 보았는데, 이는 윤리적 호소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의 말이 믿음직스럽게 들릴 때 그는 성격을 통해서 설득한다. 우리는 대체로 매사에 정직한 사람을 더 기꺼이 더 빨리 신뢰하며, 정확성을 기할 수 없고 의견이 엇갈릴 때는 특히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도 말하는 사람의 말을 통해 생겨나야지, 말하는 사람에게 갖는 선입관을 통해 생겨나서는 안 된다.

몇몇 수사학 전문가가 주장하듯, 말하는 사람이 드러나는 개인적 정직성은 그의 설득력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성격은 말하는 사 람이 지닌 가장 효과적인 설득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145)

이는 『장자』의 우언에 장주 본인이 주인공으로 직접 등장하는 이유로도 볼 수 있고, 또 장주 대신에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이유로도 볼 수 있다. 먼저 장주 본인이 등장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소요유」편에서만 장주는 두 번 등장한다.

앞서 인용된 우언에서 크기만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처럼 장주의 말도 허황되기만 하다고 지적하는 혜시의 말에 쓸모없음의 쓸모가 있다고 말하면서

앞서 인용된 우언에서 크기만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처럼 장주의 말도 허황되기만 하다고 지적하는 혜시의 말에 쓸모없음의 쓸모가 있다고 말하면서

문서에서 장자 글쓰기와 그 활용 연구 (페이지 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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