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祭祀文化의 飮福節次와 共同體的 性格

우리나라에서는 돌림술의 다른 뿌리로서 제사문화에서 신명(神命) 과 접하는 수단으로 제주(祭酒)를 돌려 공음(共飮)하는 음복(飮福)절차 가 있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고대사회의 제천행사에도 나타나는 현 상이었다. 삼국시대를 보면 각 나라마다 제천의식이 독특한 형태로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삼국은 하나같이 가무음주(歌舞飮 酒)하며 제사를 올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삼국시대에 접 어들면서 문화 전반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과 맥을 같이한 다. 특히 벼농사의 정착은 농경경제에 따른 어느 정도의 식생활 안정 을 가져다 줄 수 있었다. 이러한 벼농사의 발달은 또한 술의 발달을 동반시킬 수 있었다. 술을 주로 쌀로 빚는 것이 특색이었던 만큼 쌀 생산의 발달과 술의 발달은 상호 동반되어 나타나는 관계였던 것이 다.13) 이를 통해 술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의 전통사회가 농업중심 사회였고, 사회적 이동과 지리적 이동이 제한된 국지적 형태의 공동체가 삶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술의 기원뿐만 아니라 그것을 나누는 음주양태의 전통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12) 두레 조직원의 신입례로서 선배들에 대하여 술과 음식 등을 대접한 내역을 기록 한 문서인 진세책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신입례로 대접하는 것을 여기서는 ‘진세 턱’을 낸다고 하였으며, 이것은 새로 들어온 조직원의 명단과 신입금, 치부책이 함께 전해져 촌락의 노동조직을 밝히는 귀중한 자료이다.

13) 동월의 ‘조선부’에는 “조선에서는 술을 빚는 데 멥쌀로 하고 찹쌀을 쓰지 않는 다.”라고 씌여 있으며 ‘오학편’에도 “조선에서는 멥쌀로 술을 빚는다.”라고 문헌 에 나와 있다(주류문화, 1988).

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삼국시대 중앙집권화된 국가체제 정비 이후 유교를 중요한 사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조선시대 유교윤리의 지배적 역할, 다시말 해 현실 생활 속의 제반 규범이나 질서, 예절이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오늘날 현실시점에서 볼 때 유교가 독 립된 자기 모습의 종교현상을 확보하면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 상생활의 무의식적인 부분에서 또는 관습상의 상례(喪禮)나 제례(祭 禮) 등의 의례(儀禮)행사로서 잔존해 오는 현상으로만 겨우 찾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한 삶의 방식은 오늘의 가족윤리, 인간관계, 질 서와 도덕윤리 등에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생활 의 많은 부분이 그대로 유교의 가르침 속에 그 뿌리를 박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음주예절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향음주례(鄕飮酒禮)14)는 전통사회에서 음주에 대한 예절방식을 여 러 조건으로 범주화하여 제시한 의례 절차였다. 공동체사회에서 이러 한 의례절차는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전통적 권위질서를 유지하 는 윤리규범으로 적용되었다. 조선 세종시기에 신진사림이 각 서원사 찰에서 향음주례를 익히고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도 그 예법을 중시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주류문화, 1988참고). 비록 기녀(妓女)라고 하여 도 단정한 풍속을 따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례 이다. 어쨌든 당시 사회에서 공동체를 운영하는 행동양식이나 규범의 차원에서 유교윤리는 지배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의례의 관습을 보면 당시 공동체사회에서 음주가 어 떠한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

14) 향음주례는 주인이 손님을 초대하여 술을 대접하는 절차를 말한다. 크게 나누어 손님을 맞이함, 주인이 어른 손님에게 술을 권함, 어른 손님이 주인에게 술을 권 함, 주인이 큰 손님에게 술을 권함, 큰 손님이 주인에게 술을 권함, 연회를 함, 손님이 돌아감의 순서로 주례(酒禮)의 절차가 진행된다.

다. 먼저, 관례(冠禮)15)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관례절차에는 거기 에 참여한 손님이 맑은 술을 한 잔 주면서 성인이 됨을 축복하고, 술 을 마시게 하는 관습이 있었다. 결국 그것을 통해 술을 마실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의례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술은 성인만의 음 식임을 보여주고 성인은 모름지기 지각(知覺)을 통해 스스로 이치를 깨달아야 함을 가르쳐 주었다. 이처럼 술을 대접받았다는 사실은 곧 인격적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기도 하였다. 결국 이것은 공동 체에서 허락한 행위규범의 적용과 그 의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 는 것이었다.

둘째, 혼례(婚禮)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물론 세계 어느 혼례에도 음주행위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혼례때 모인 인간관계를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먹는 것을 중시하는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한 국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전자와 후자가 병행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맥락에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먹는 것과 인간관계를 중시한다는 뜻은 혼례식이 갖는 숭고한 인간 그 자체의 결합도 중요하지만, 그 식이 일종의 공동체적인 연회장으로서 의미를 다하기 위하여 매개체 로 사용되는 음주행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현대에 이르러서 는 그렇게 병행되던 2가지 요인들을 중용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그 어 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특히 자본주의가 강해 질수록 인간중심 보다는 먹고 마시는 것 중심으로 흐를 때가 더 많게 되어 가는 것 같다.

혼례는 성인의 남녀가 결합하여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의식의 예절 절차이다. 예절로 부부의 의리를 맺는 것은 특히 전통적인 공동체사

15) 관례는 일종의 성인의식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한 때인 남자 20세, 여자 15 세가 되면 관례를 거행하여 성인의 의관을 갖추어 입혀 주었다. 또한 자(字)를 지 어 어른으로 높이면서 성인의 책임과 의무를 지워주기도 하였다.

회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전통적인 공동체사회에서는 유교 적 규범체계가 모든 대인관계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규범과 마을의 공동체규범이 뚜렷하게 분화되지 않았다는 특성이 있었다. 그 래서 가정을 이루게 되는 혼례의 과정은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에도 일가친척은 물론 이웃에 혼례가 있으면 상호부조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공동체적 유 산이 남아있다. 여기서 음주는 그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강력한 매개 의 수단으로 일조한다. 전통혼례를 보면 예식의 과정 중에 집례(執禮) 가 신혼부부에게 술을 주면서 앞날의 행복을 빌고 격려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러한 예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상례(喪禮)를 들 수 있다. 전통 상례는 “가례(朱子家禮)”에 기초한 유교예속이다. 관‧혼‧제례가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의례인데 반해 상례는 여러 단계의 의식이 연결되어 진행되는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러한 예법은 조선 중기만 하더라도 일부 지배계층에 만 시행되었으나 조선 후기에 이르면 서민사회에도 뿌리를 내리게 된 다. 이것은 유교적 교화가 모든 신분계층에게까지 이루어짐을 의미하 는 것이었다. 따라서 공동체사회의 중요한 윤리규범은 의례를 통해 형성된 유교적 가치규범과 연관지워질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음주의 예도를 볼 수 있다. 상례(장례)에서는 영위(靈位)에 아침 저녁 으로 술을 올려 영혼이 메마르지 않게 한다. 또한 문상객도 술을 올 리며 명복을 비는데 다른 예와는 달리 상례에서는 술이 주음식으로 사용되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넷째, 제례(祭禮)를 들 수 있다. 특히 제례의 절차에서 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사의 본 과정에서 신을 모셔오는 청신(請神) 의 절차가 있는데, 여기서 강신주(降神酒)를 뿌려 신을 부름으로써 제 사의 첫머리를 시작한다. 신에게 술잔을 올리고(獻酌), 그 응답으로 복

을 받으면(降福), 사람들은 신이 강복해 주신 제물 가운데 술과 고기 를 제주(祭主)가 나가서 받아먹는 음복(飮福)의 절차가 있다. 제례는 반드시 석 잔의 술로 의식을 거행하여야 하며 술이 없으면 제사를 지 낼 수 없을만큼 술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향후 음주에 대한 정책의 하나를 이 맥락에서 미리 제시해 볼 필 요가 있을 것이다. 즉 이런 음주의 미풍양속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의 도적으로 조각하여 그것을 교육‧보급시키는 방법이다. 실제 어려서부 터 음주훈련과정을 거친 사람은 생을 통하여 술좌석을 함부로 할 수 없으며 그 술좌석을 하나의 훈련의 장으로 여기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