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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형 안전보장 및 협력적 위협감소 방안

가. 더 중요해진 군사 문제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군사 문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사 정전협정에서부터 한미상호방위조약, 그리고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 군사 문제에 대한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이들 군사 문제 는 날로 격화되고 있고, 이는 거꾸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군사 문제 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주제인 “대북적대정책 철회” 문제 역시 마찬가지 맥락을 품고 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주장해온 한국이나 미국의 대북적대정 책 목록에는 대북 경제제재, 북미 적대관계 존속, 북한인권문제 거론, 북한의 자위권 행사에 대한 ‘이중기준’,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의 군비 증강 등이 있다. 그런데 북한은 2021년 이래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비난이나 요구 수준은 크게 낮추면서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의 군비증 강에 대한 반발 수위는 크게 높이고 있다.

북한의 한미, 혹은 한‧미‧일의 군사 활동에 대한 반발이 군사 문제 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는 군사 문제의 또 다른 한축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양측이 군사적 갈등을 자제와 대화를 통해 풀려고 하지 않고 상대방의 군비증강과 군사 연습 및 훈련을 자신의 군사 활동 증강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이 악순환을 형성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 및 확전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형 안전보장 체제를 마련하려면 군사적 긴장을 완 화할 수 있는 신뢰구축과 군비경쟁을 제어할 수 있는 군비통제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비군사적인 분야의 교류‧협력을 통해 군 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북

경제제재가 촘촘하게 짜여있어 경제협력 자체가 어려워졌고 2021년 이래 김정은 정권이 군사 문제를 “근본 문제”101)라고 일컬으면서 군사 문제 해결부터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경분리와 경제협 력을 통해 정치군사 문제의 해결을 도모한다는 ‘선경후정(先經後政)’

이나 쉬운 것부터 풀면서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도모한다는 ‘선이후난 (先易後難)’의 접근은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효적인 대북정책 추진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진단도 이 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5대 전략무기를 중심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있고 조건부 핵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세적인 핵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이미 압도적인 대북 우위에 있는 한‧미‧일로 하여금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 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한‧미‧일의 군비증강과 군사 훈련 강화는 북한 으로 하여금 핵무력을 더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결의를 낳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군사적 갈등 완화와 해결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데, 군사 문제의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다. 한반도형 안전 보장의 모색은 이러한 현실과 도전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해 야 한다. 특히 북한은 한국의 대북정책 상대이고 미국과 일본 등은 한국의 대북정책 공조 대상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보다 실용적 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과 전략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101)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을 새 승리에로 인도하는 위대한 투쟁강령-조선로동당 제8 차대회에서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보고에 대하여,” 󰡔노동신문󰡕, 2021.1.9.

나. 담대한 계획의 업그레이드

윤석열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대북정책 명칭은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이고, 대개 ‘담대한 구상’ 혹은 ‘담대한 계획’으로 불린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2022년 11월에 책자 발간을 통해 이를 집대성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그림 Ⅴ-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

Ⅴ-1>

윤석열 정부 통일‧대북정책 추진체계

출처: 통일부,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윤석열 정부 통일대북 정책,” p. 11.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발맞추어 경제‧정치‧군사 분야 포괄적 조치를 동시적‧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 다.102)경제적 조치와 관련해선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 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 램 등을 명시했다.103)

이에 반해 “정치‧군사적 차원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 하고 실질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며, 외교적 조 치로 미북관계 정상화 지원, 평화체제 분야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 화 달성 시 평화협정 체결” 추진, 군비통제 분야에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추진” 등 추상적인 입장 표명에 그치고 있다.104)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정치‧군사분야 조치들은 남북한 외에 미국 등 당사국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 상호 입장차를 조율 해 나가며 추진할 것”이라며, “협상이 시작되면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보다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105)

이러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대북정책 공조 대상인 미국과 일본은 지지 입장106)을 밝혔지만, 대북정책의 상대인 북한은 비난과 거부107)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이 2019년을 거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대한 미련을 접고 핵무력을 ‘국체’로 삼기로 한 반면에, 담대한

102) 통일부,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윤석열 정부 통일

대북 정책,” 2022.11.21., p. 19, <https://unikorea.go.kr/viewer/skin/doc.html?fn=20221121130 41976923.pdf&rs=/viewer/doc/202304/> (검색일: 2022.12.25.).

103) 위의 글.

104) 위의 글, pp. 19∼20.

105) 위의 글, p. 33.

106) “[전문]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

󰡔연합뉴스󰡕, 2022.11.13.

107)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

󰡔조선중앙통신󰡕, 2022.8.19.

구상은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불일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가 확대‧강화되고 이에 맞서 북한도 핵무력 고도화에 박차 를 가하면서 더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풀지 못하면 담대한 구상은 첫 발도 내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담대한 구상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비핵화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비 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쓰는 것이다. 이는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비핵화를 강조할수록 그 목표로부터 멀어 지는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군사 문제의 비중이 매우 커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북한 의 비핵화 선택시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기 존의 접근에서 탈피해 군사안보 문제의 우선적인 해결을 도모해야 한 다는 것이다. 이는 비핵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과제에 해당되기도 한다. 셋째는 대화 재개를 위한 전향적인 노력이 요구된 다. 2018년 12월 이래 남북한의 공식적인 대화는 2022년 12월 현재 까지 중단된 상태인데, 이는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최장기 에 해당된다. 담대한 구상이 첫발을 내딛으려면 이러한 현실부터 타개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담대한 계획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세 가지 접근 방향이라 고 한다면, 이것들을 아우르면서 담대한 계획의 출발을 가능케 하는 실천 조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전구급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 한 조처는 비핵화 여건 마련에 기여할 수 있고,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 고조를 완화할 수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담대한 계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미연합훈련

의 일시적 유예를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 정권이 중도‧진보 정권보다 이러한 전향적인 결단 을 내리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결단을 내린다고 해서 색깔론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108)

일각에선 한미연합훈련 유예 결정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이 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2018~2019 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좌초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연합훈련의 일시적인 유예는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한미가 연합훈련을 유예한다고 해서 북한이 호응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 유예는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정책 철회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에서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노태우 정부–조지 H.W 부시 행정부의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두 정상은 1992년 1월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팀 스피릿’ 훈련 중단을 발표했는데, 이에 앞서 북한에 통보한 바 있 다. 윤석열-바이든 정부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유예할 의사를 북한에 전달하고 북 한이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이 이를 거부할 경우 수세에 몰리는 쪽은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북한의 우방국들인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위기관리 와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

108) “대북정책 ‘담대한 계획’엔 담대함도 계획도 없었다,” 『한겨레21』, 2022.12.08.,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873.html>

(검색일: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