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Ⅶ라. 단출한 형제와 외로운 세대의 내면

4. 소결

북한의 새로운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빈곤과 빈부의 계층화를 태 어나면서부터 일상적으로 경험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빈곤과 계층화는 다양한 육체적 경험 형태로 그들의 세대 특징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는 모두 고난의 행군과 관련 된 직간접적인 육체적 고통, 경제적 어려움, 시장화 등을 경험한 세대 이다. 이런 기근, 질병, 죽음, 시장의 경험이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세계관, 정서,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빈곤과 계층적 빈부 차이에 대한 육체적 경험이다. 새로운 세 대는 학교와 또래집단에서 일상적으로 빈부의 차이를 경험한 세대이 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물질적인 빈부의 계층차를 뚜렷하게 느끼고 자란 세대이다. 또한 출석률과 빈부 계층화 사이에 매우 밀접한 상관 관계가 성립하고 있었다. 한편 학교에 나가지 않거나 배제된 청소년들 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사회로부터 배제 또는 소외를 당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청년되기의 통과의례에 대한 육체적 경험이다. 북한은 중학교 시기에 다양한 육체적 활동을 통한 청년으로서의 통과의례를 거치도

록 해 놓았다. 국가의 통과의례는 어른이 되었다는 자아정체성을 형성 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이다. 그러나 이런 통과의례의 참여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부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통과의례로 변화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세대들 은 이런 육체적 활동을 활용하여 또래관계와 정체성을 확인하는 그들 만의 비공식적인 통과의례를 형성하기도 한다.

셋째, 유행과 반문화적 저항의 장소로서 새 세대의 육체이다. 새로운 세대는 쌍꺼풀 수술, 치아교정, 문신, 코수술 등과 같은 외모를 교정하 는 데 관심이 많은 세대이다. 외부세계와의 접촉은 외모에 대한 관심 을 가져온 가장 큰 배경이다. 또한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생존에 있 어 여성의 외모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원화된 측면이 있다. 한편 외모 가꾸기는 또래관계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자아의 정체감을 재확인하는 장소로서의 ‘육체’가 북한에서 새롭게 재 발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계급적 표상으로서 세대의 육체이다. 새로운 세대들은 육체나 외모, 의복을 통해 상대의 계급을 간파하는 데 민감하다. 그만큼 육체 나 외모, 의복, 사물 등을 통해 자신의 계층적·계급적 위치를 표현하는 것이 많아졌다. 또한 육체를 통해 전시되는 계층적·계급적 기호에 민 감하다. 그런 측면에서 외모를 가꾸는 육체에 대한 관심, 육체를 통해 계급적 위치를 간파하거나 그것을 과시하거나 소비하는 것을 자아의 형성 차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상징과 재현의 몸으로서 세대의 육체이다. 비공식적 매 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스크린 속 육체를 모방 하고 자신의 육체를 통해 재현하려는 욕구이다. 북한의 새로운 세대들 은 다양한 육체들의 이미지와 동작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데 많은 관심

을 갖는다. 단순한 특정 사물의 모방 행동 이상의 스타일을 간파하는 시선이 형성돼 있다. 이런 스타일의 모방은 로맨틱한 사랑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아가 드라마 속 공간에 배치돼 있는 한국적 생활양식 전반을 하나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새 세대의 특징은 언어 세계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첫째, 실제 일상에서 쓰는 언어, 내면의 생각을 기록하는 사적인 기록의 언 어, 그리고 공적인 국가 언어 사이의 괴리가 이들 세대에서는 클 뿐만 아니라 이들 세대는 이런 이중성을 매우 잘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국 가의 공식 언어와 일상의 언어적 수행 사이의 괴리는 특히 고난의 행 군 이후 세대의 언어 속에서 뚜렷하게 발견된다.

둘째, 새 세대의 언어생활이 갖는 이중성과 언어 수행의 단면을 적 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생활총화에서이다. 생활총화는 김일성·김정일 의 ‘말씀’과 연출된 형식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검열해야만 하는 언어 수행의 공간이다. 생활총화는 이런 형식적인 공적 언어를 통해 연출되 는 하나의 연극무대라고 할 수 있다. 생활총화는 요즘 세대에게는 학 교로부터의 각종 요구사항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결석 등이 추 궁당하는 시간이자 끊임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화된 ‘말씀’을 반복 재생하는 지루한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새로운 세대만의 언어이다. 공식적인 언어들, 말씀, 생활총화 등의 규범화된 공적 언어들과 달리 그들의 사적 세계는 다른 언어적 형식과 내용을 갖는다. 체제에 대한 것도 미래에 대한 것도 아닌 유행 하는 드라마, 사물들, 노래, 외부세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그들만의 언 어세계를 공유한다. 한편 이들은 자기 내면을 기록하기도 한다. 일기장 은 공식 언어 세계와는 무관한 일상적이면서 자기고백적인 내면의 기 록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사물과 장소의 경험

문서에서 북한 청소년의 세대경험과 특성 (페이지 11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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