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sion 2: Session 2: 국토개발 및 대북정책
4. 선진화방안
세종시 대책의 향로는 지난 6월, 수정안 부결-원안 집행으로 매듭지어졌다. 따라 서 구체적 대책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2년 세종시 원안대로 행정부처가 이전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 문제로 인해 세종시에 대한 국가적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언제, 어느 정부 하에서 이 문제가 정책 일정 에 오르게 될 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단 원칙을 재천명하고 합당한 대안 을 모색하는 작업은 여전히 유효한 과제이다.
(1) 세종시 해법
원칙적으로 세종시에 대한 해법은 이를 폐기하고 지역발전을 경쟁과 분권의 원리 하에 재정립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전체 22조 5천억 가운데 4분의 1 가량의 사 업비가 이미 집행되었다고는 하지만 행정비효율과 이로 인한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고려하고 통일 후 행정기능 재조정에 따른 비용 등을 따져본다면 지금이라는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풀고 문제의 원천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종시 원안 폐기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즉 행정부처의 유치가 포기될 수 없는 절대적 조건이라면 차라리 청와대와 국회를 포함한 입법 및 행정기관 전체가 이전하는 것이 부처 일부가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보다 나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방안은 정부내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의 품질저하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는 원안에 비해 선호된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04년에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이 므로 이 방안의 실행을 위해서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어야 한다. 국민투표에 의해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졸속의 행정기구 이전은 포기되어야 할 것이다.
(2) 지역정책의 원칙: 지방분권과 경쟁
세종시는 참여정부가 지역불균형, 수도권 과밀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론인 국토균형발전전략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정책이다. 세종시에 대한 대안전략을 전체 국토정책의 맥락에서 보다 일관성있게 추진하고 여론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 는 균형발전론에 대한 비판에 머무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포지티브한 지역발전전략 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전략의 원칙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기초한 지역간 경쟁이 되어야 하며 그러한 원칙 하에서라야지 부실화가 우려되는 기업도시와 혁신 도시에 대한 합리적 해법도 마련될 수 있다.
참여정부의 경우 결과가 아닌 기회의 균등,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의 주도권 이 양 등 주요한 원칙에 있어서는 올바른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국토업무편람 200
7』). 그러나 핵심정책인 균형발전론은 기회가 아닌 결과의 평등원칙에 따라 지방
정부에 시혜성 정책을 배분하는데 집중하였다. 참여정부의 지역정책에서 실권을 행 사한 기구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며 각종 지역정책은 지방분권을 배제한 채 균형 발전을 중심으로 집행되었다. 균발위의 국가균형발전전략은 중앙집권적 권한 체계 하에서 행사되는 나눠주기 행정으로 재정자립과 권한이양을 키워드로 하는 지방분 권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기업도시나 혁시도시 등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모 든 정책도시의 도시계획권은 지방의 발전이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 장 관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지역정책은 창조적 5+2 광역경제권과 지방분권 전략으로 구 성된다(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2008). 현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 등은 고 유한 지역정책의 철학에서 나온 포지티브 전략이 아닌 지난 정부의 폐해를 수습하 는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이 지역정책에 있어 현 정부가 제시한 가장 중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으로 지역정책 자체를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않 다. 지방자치분야에 대한 전문가 50인 설문결과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 2년간의 국 정수행에서 지방정책 분야는 100점 만점에 48.4점에 그쳤다(최영출, 2010). 이러한 결과는 전문가 그룹의 세종시 입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 정부가 지방자치나 지방 분권에 대한 뚜렷한 상을 그리지 못한 때문으로도 보인다.
인수위가 내세운 광역경제권 구상은 지역정책이 경계 구획에 기초한 지역 이기주 의로 왜곡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광역 지자체는 중앙 집권 시스템 하에서 관료를 파견하던 근대적 행정구역에 기초를 둔다. 교통·통신망
이 급속도로 발전한 현대에 들어서는 과거로부터 내려온 행정구역의 경계와 경제적 활동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게 되었다. 정책의 단위(행정구역)와 행위의 단위(경제권 역)가 일치하지 않음에 따라 현재의 광역 지자체 단위로는 경제활동을 효율화하고 지역간 경쟁정책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광역경제권의 범위는
5+2가 될 수도, 아니면 지방의 핵심적 성장거점을 중심으로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
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지역정책의 단위가 경제정책의 범위와 가능한 합치되는 선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정부의 단위를 경제적 활동 범위에 맞춰 조율한다는 광역경제권 발상은 지방 재정이나 지역개발정책 등 중앙정부의 주요한 경제적 권한의 이전을 전제로 한다.
중앙정부 권한의 이양이 없다면 인수위가 내세운 광역경제권 구상은 사실상 유명무 실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단계에서 광역경제권과 지방분권 을 지역정책의 축으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추진의 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2009년
에만 697건의 지방이양 사무를 발굴, 확정하였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이양건수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양사무들의 대부분이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단순한 사무행위에 속한다는 것이다(이상 최영출, 2010). 지자체가 대형사업 에 대한 인허가권이나 도시계획 승인권 등이 없이 단순행정사무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분권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림 3>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추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추이(<그림 3>)는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방자치의 정신은 분명 지방이 재정이나 권한의 측면에서 중 앙으로부터 독립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민선 5기에 이르는 동안 지방정부, 특 히 비수도권의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추세적 하락이라는 측면에서 참여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크게 차별화된 정책을 실시하지 못한 것이다.
지방분권의 원칙은, 현안인 세종시·기업도시·혁신도시의 정책적 오류를 이해하고 그 문제점을 시정하는 데 있어서, 또한 수도권 과밀과 지역불균형 발전이라는 수 십 년 간 되풀이되어 온 문제제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 정부가 지역정책에 관한 한 참여정부의 전략에 여전히 휘둘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의 부재로 인해 포지티브 정책을 제시하 지 못한 것도 중요한 요인을 차지한다. 중앙집중적 시스템 하에서 지자체 간의 경쟁 이란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경쟁이다. 재정수입의 80%(비수도권 의 경우)를 중앙정부에 기대야 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의 입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권한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계획권과 기업유치 인센티브 등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적 권한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창의성·자발 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권한과 책임이 없는 지역간 경 쟁의 개념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지방분권에 대한 반론으로 지자체의 역량 부족이나 무책임한 예산집행 등 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를 뒤집어 놓은 설명이다. 지방정부의 문 제는 태생이 아닌 왜곡된 유인구조의 결과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잘 설명된다. 개 인이든 정부조직이든 특정사업을 스스로의 노력과 책임 하에서 관리·추진하는 과정 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다. 또한 타 지자체와 기업이든 인재 이든 우수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그 역량은 더욱 함양될 것이다. 지역사 회의 자구노력과 지역간 경쟁의 원칙에 따라 기업이 유치되고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경험이 누적됨에 따라 현재와 같이 중앙 대 지방정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등 제로 섬 게임을 전제한 대결구도도 함께 불식되어 가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의 나눠주기 정책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일구기보 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행위에 몰두하게끔 유도하였다. 세종시·기업도시·혁신도 시 등 중앙정부 의존형 정책도시는 모두 정치적 안배의 원칙에 의해 양산된 것이다.
지방분권은 이처럼 왜곡된 지역정책을 기회의 공정성과 경쟁을 기초로 바로잡기 위 한 선행조건 또는 동반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