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의 영양 상태가 개선된 요인을 파악하는 데에는 국제사회 가 실시한 조사의 원데이터(raw data)를 제공받아 계량분석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북한 조사 결과에 대 해서는 원데이터가 제공되지 않고 있어 이러한 접근 방법을 택하기 곤란하다. 게다가 북한 사회 특성상, 영양 상태 개선 요인 분석에 도움이 되는 통계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확보할 수 있어 엄밀한 분석 적 접근이 쉽지 않다. 여기서는 선행 연구를 통해 영양 상태 개선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주요 변수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북한 영 유아 영양 상태가 빠르게 개선된 요인을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제 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논한다.
가. 영유아 영양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북한 영유아 영양 상태 개선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영양부족이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림 Ⅲ-7>은 이를 설명하는 전형적인 도식을 제시해 놓은 것으로, 크게 세 가지 부류의 요소가 영유아 영양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 을 볼 수 있다.49)
첫째, 영유아 영양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요인(immediate
Ⅲ. 영유아 영양 상태로 본 북한 민생 실태 75 determinants)에는 영유아의 영양 섭취(단백질, 지방, 미량영양소 등)와 건강 상태가 해당되며, 이 둘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질병에 걸리기 쉬우며, 질병에 걸릴 경우 식욕이 떨어지고 영양 흡수력이 저하될 수 있다.
둘째, 가정 단위에서 직접적 요인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결과적으 로 영유아 영양 상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있다. 식량 확보, 모자 (母子) 관리, 보건 환경 및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영유아가 적당 량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충분한 식 량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이다. 또한 영유아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유아뿐만 아 니라, 이들의 육아를 주로 담당하는 산모에 대한 관리도 적절히 이 루어져야 하며, 영유아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 안전한 식수 등을 제 공받을 수 있고 위생 상태 또한 괜찮아야 한다.
셋째, 보다 기저에 있는 요인으로는 전 세계, 개별 국가 혹은 지역 단위에서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는 소 득 수준과 정부 역량, 기후·지리적 환경 등이 해당하며, 이러한 요인 들은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 구조, 사회·문화적 환경 등을 규정한다.
정리하면, 영유아 영양 상태는 식량 사정이 좋지 않거나, 모자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 또는 생활환경이 열악하거나 의 료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에 식량 섭취량이 부족해 지거나 질병에 걸림으로써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초래되는 데에는 보다 기저에 있는 소득 수준, 정부 역량, 기후·지리 적 환경을 비롯한 사회·문화·정치·경제적 환경을 규정하는 요인이
49) 이에 관한 내용은 주로 Lisa C. Smith and L. Haddad, “Reducing Child Undernutrition: Past Drivers and Priorities for the Post-MDG Era,” World Development, vol. 68 (2015), p. 182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76 북한 민생 실태 및 협력 방안
<그림 Ⅲ-7> 영양부족 발생 요인
자료: Lisa C. Smith, and L. Haddad, “Reducing Child Undernutrition: Past Drivers and Priorities for the Post-MDG Era,” World Development, vol. 68 (2015), p. 183.
영향을 미친다. 이는 북한 영유아 영양 상태가 빠르게 개선된 원인 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의 미한다. 여기서는 경제적 요인 및 사회적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 본다.
Ⅲ. 영유아 영양 상태로 본 북한 민생 실태 77
나. 경제적 요인
(1) 식량 사정 개선영유아 영양 상태 개선과 관련된 요인으로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식량 사정이다. 앞서 보았듯이, 영유아 영양 상태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아무래도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식량 사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영유아의 영양 상태가 빠르게 개선되어 온 지난 20년 동안 북한 식량 사정 역시 개선되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북한 식량 사정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인 곡물 공 급량 통계는 이러한 예상에 부합하지 않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Ⅲ-8>은 북한의 곡물 생산량, 지원량, 수입량 통계와 그 총합 을 북한 인구로 나누어 산출한 1인당 곡물 공급량의 추이를 제시해 놓은 것인데, 두 시기에 주목해 살펴본다.
먼저 영유아 영양 상태가 빠르게 개선된 2000년을 전후한 시기부 터 보면, 이 시기 곡물 공급량 통계는 영유아의 영양 상태가 빠르게 개선되는 양상과 정합적이다. 그림을 보면, 북한의 곡물 생산은 극 히 부진한 가운데 생산 부진에 따른 식량 부족분은 당시 빠르게 증가 하던 국제사회의 원조가 메워주고 있었다. 원조 규모는 당시 북한 곡물 총공급량의 20%~25%에 해당했으며, 곡물 수입량을 크게 상 회했다. 그 결과 1인당 곡물 공급량은 1996년을 저점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빠르게 상승하였다. 따라서 2000년을 전후한 시기 북한 영유아 영양 상태가 개선된 데에 식량 사정의 개선, 특히 국제사회 의 식량 지원이 중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78 북한 민생 실태 및 협력 방안
100 150 200 250 300 350 400
0 1000 2000 3000 4000 5000 6000
생산량 지원량 수입량 1인당 공급량(우축)
<그림 Ⅲ-8> 북한의 곡물 총공급량 및 1인당 공급량
(단위: 천 톤, kg)
자료: 곡물 공급량에 대한 통계는 최용호, “북한의 농림축산물 교역 동향과 시사점,” KDI 북한경 제리뷰, 2017년 4월호 (2017), p. 26.
주 1: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내부 자료에 근거하여 작성된 자료임.
주 2: 2013년~2014년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아 반영하지 못함.50) 주 3: 생산량, 지원량, 수입량은 좌축 기준(단위: 천 톤).
주 4: 총공급량은 생산량+지원량+수입량으로 산출함.
문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상황이다. 이 시기 곡물 공급량 통계 는 영유아 영양 상태의 개선 추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2000년대 중 반 곡물 생산량은 대체로 정체되어 있다가 2010년대 들어와 증가세 를 보이고 있는데, 국제사회의 원조가 감소하고, 곡물 수입량도 감 소세를 보이면서, 총공급량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시기에는 1인당 곡물 공급량
50) 이는 이 통계의 기초 정보를 WFP가 운영하던 International Food Aid Information System에서 제공 받을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이 2012년 정보까지만 제공하고 2013년 이후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정보를 제공하지 않 는 이유는 최근 국제 식량원조가 단순 곡물 지원에서 영양식 지원 형태로 바뀌어 기존 과 같은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어려워졌다는 데에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WFP는 영양식을 지원하고 있는데, 2013년 이후 연간 10만 톤 상당의 지원을 계획해 왔으나, 기금 모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지원 물량은 그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보인다.
Ⅲ. 영유아 영양 상태로 본 북한 민생 실태 79 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1인당 공급량은 2005년을 정점으 로 하락세를 보여, 2008년~2011년에는 식량난에 시달리던 1990년 대 중후반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리하면, 북한 곡물 공급량의 변화 추이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영유아 영양 상태의 개선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도 영유아의 영양 상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온 것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특히 2000년대 말 1인당 곡물 공급량이 북한 식량 사정이 가장 악화되었던 1990년대 중후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까지 낮아졌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 영유아 영양 상태 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러나 Ⅱ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 추세는 비교적 믿을 만하다 고 볼 수 있으므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곡물 생산량 증가 정도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제시한 북한 곡물 생산량 통계는 FAO 자료를 기초로 산출한 것이다.51) FAO의 통계는 북한 당국이 제공한 자료를 자체적으로 정 리한 것으로,52) 북한 당국은 협동/국영농장 생산량 데이터를 제공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의 시장화가 진전되고 부패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생산량 중 국가에 수매되는 대신 시장으로 빼돌려지는 부분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북한 당국의 통계가 실제 생산량 증가 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개인농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농업 통계 산출 과정에서 충실히 반영되지 않은 것도 곡물 생산량 증가 정도가 과소평가되는 원인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주지하듯이, 북한에서는 집단농업 외에 개인농
51) 이에 대해서는 저자로부터 직접 확인하였다.
52) 권태진, “농업 및 식량,” 북한경제의 분야별 현안 분석과 대북정책에의 시사점(세 종: 한국개발연구원, 2014), p. 159.
80 북한 민생 실태 및 협력 방안
업이 발전해 있으며, 주민들은 이를 통해 주식용 곡물과 부식용 농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개인농업 생산량도 증가 추세일 가능성이 높은데, 통계에는 체계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AO 통계의 개인농업 경작 면적을 보면, 경사지의 경우, 2008년 부터 2011년까지 30만 ha로 고정되어 있다가 2012년 갑자기 55만 ha로 급증한 뒤 고정되어 있으며, 텃밭은 2.5만 ha로 면적이 계속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경지면적 당 생산량도 텃밭의 경우, 3톤/ha 로 계속 고정되어 있고, 경사지는 면적이 증가하던 2012년 0.5톤 /ha에서 0.4톤/ha로 갑자기 20% 감소한 뒤, 2015년 다시 0.37톤 /ha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산출 방식이 과연 개인농업의 확대·발 전하는 양상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와 함께 주식용 곡물 이외의 식량 사정이 개선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농업을 통한 부식용 농축산물 생산이 증대한 것으로 보이며, 김정은 시대 식품가공·유통업 발전에 힘입어 주식용 곡물 이외에 접근 가능한 식품이 다양해졌다.
시장화가 진전되어 과거에 비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에서는 식량 생산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배급 시스템도 사실상 붕괴했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식량위기와 배급 시스템의 붕괴는 영유아를 포함한 주민들의 영양 상태 악화와 수십만 명의 아 사자 발생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식량이 부족한 지 역은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나타난 시장화의 진전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식량 공급량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영양부족에 시달릴 확률은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