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민생협력 추진체계

문서에서 북한 민생 실태 및 협력 방안 (페이지 183-188)

과거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민생협력은 단순 물자 전달 중심이었 으며, 사업 내용이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진체계도 단순했으며, 사업주체 간 협력이나 북한 당국과의 파트너십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광범위하며 수준 높은 민생협력을 추진하려면, 과거보다 더 효과적이고 협력적인 추 진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가. 당국 간 협력

남북교류협력이 본격 재개될 경우 민생협력의 가장 중요한 주체 는 남북한 당국이 될 것이므로 당국 간 협력 체계를 잘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생협력을 포함하여 앞으로의 남북교류협력은 남북한 공동의 상설 추진기구가 담당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 다. 과거의 남북교류협력에서 당국 간 협력은 각종 위원회 회의나 실무접촉 등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와 같은 단편적이고 간헐적인 만남만으로는 충분한 협의와 상호 이해 및 신뢰 구축이 쉽지 않다.

또 비상설 조직인 위원회는 사업의 실무적 추진을 담보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력한 협력체계로 남북 공동 의 상설기구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의 정신을 살려 남북교류협력을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로 확대한다면 남북한 당국이 함께 처리해야 할 상시적 업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이미 개설된 개성의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겠지 만, 각종 교류협력 사업이 크게 증가하게 되면, 조직과 인력을 대폭 보강한 본격적인 사업 추진기구 설립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182 북한 민생 실태 및 협력 방안

남북교류협력에는 다양한 부문의 사업이 포함되므로 공동 추진기 구는 부문별 사업조직을 갖춰야 할 것이며 부문별로 산하 실무기관 을 부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생협력의 경우에는 농업, 보건의료, 환경 등 3대 부문별 조직이 필요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교육 및 기타 부문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부문별 조직이 구성되면, 당연히 남북 양측의 해당 부문 당국자들이 주요 구성원이 될 것이 며, 해당 부문과 관련되는 양측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함께 참여 시켜 실무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중요 협력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이 있을 경우에는 북측의 해당 지방 당국자들도 남북 공동 추진 기구에서 파견 근무할 수 있을 것이며, 남북 양측 지방정부가 자매결연을 하여 남측 지자체까지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국제협력

핵 문제가 해결되면 국제사회의 다양한 기관들(선진국 정부, 국제 금융기구, UN 산하기구, 국제 NGO 등)이 북한 개발협력에 적극 참 여하려 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경우 남북한 당국과 국제사회 간의 협력체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의 일반적 규범(‘파리 선언’)은 특정 수원국 개발협 력에 참여하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지원기관들이 각자의 사업을 긴 밀하게 조율할 것을 요청하는데, 이러한 조율은 수원국 정부 스스로 주도성과 리더십을 발휘할 때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제까지의 대북지원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은 북한 외무성 채널을 통해 이루어 졌으며, 남측의 지원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관리 아래에 있었 다.150) 또 남측의 지원 중에서 당국 간 협력은 북한 내각의 해당 부

150) 이종무, “국제사회와 북한의 개발협력 현황과 발전방안,” 이종무 외, 󰡔북한의 경제사회

Ⅴ. 북한 민생 조사 및 협력 과제 183 서가, 그리고 남측 민간단체의 지원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맡아 처리하였다. 즉 국제사회의 지원과 남측의 지원은 별도 채널을 통해 관리되었으며, 상호 간의 조율과 협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 개발협력이 본격화 될 경우, 북한 스스로 개발협력 행정제도를 개편하여 각종 지원 주 체 및 지원 사업 간 조율과 협력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기존 방식보다 더 바람직한 방향은 지원주체별 관리가 아니라 부 문별 관리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며, 사업 추진 시 북한 내각의 해당 부서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토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원주 체가 누구이든 농업협력 사업이라면 북한 농업성이 통합 관리하여 사업 계획부터 실행 및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여러 사업주체들 이 서로 협력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의 중요 한 규범 중 하나인 ‘부문 전체적 접근(sector-wide approach)’을 적 용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문 전체적 접근이란 특정 부문(농 업, 보건, 교육 등) 차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형 접근(program based approach)’, 즉 수원국 정부의 해당 부처와 주요 지원주체들 이 함께 ‘부문 개발 프로그램’(개발 정책과 지출 프로그램, 재원조달 및 분담, 모니터링과 평가, 이해관계 간 협의 등을 포함)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방법을 말한다.151) 현재 대북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UN 산 하기구와 국제 NGO들은 이미 어느 정도 부문 전체적 접근법을 적용 하고 있다. 이들은 UN 북한 지원 팀(UN DPRK Humanitarian Country Team)을 구성하여 영양공급, 식량보장(농업), 보건, 상하

개발전략: 쟁점과 제언󰡕(서울: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2011), pp. 61~65.

151) 김석진, “국제협력에 있어서 ‘프로그램형 접근’의 개념과 사례,” 임강택 외, 󰡔한반도 개발협력 핵심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한 남북협력 및 국제협력 과제󰡕 (안양:

국토연구원, 2013), p. 177.

184 북한 민생 실태 및 협력 방안

수 시설 및 위생 등 4개 부문별로 지원전략을 공동 수립하고 지원조 직 간 역할 분담을 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과의 협의 채널로도 활용하 고 있다.152)

앞으로 대북 민생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 당국 스스로 개발협 력 행정역량을 강화해 부문별 사업의 실질적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 다. 또 정부와 민간단체도 국제사회의 여러 기관과 협력하여 부문 전체적 접근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체 협력 사업의 총괄 관리와 협력을 위해 대북 개발협력을 위한 국제협력 조직을 구성하 는 방안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남북 공동의 상 설 추진기구에 국제사회의 중요 지원조직과 국내 민간단체들까지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다. 민관협력

대북 민생협력에서는 국내 민간단체도 중요한 사업주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대북지원에서 정부의 지원은 줄곧 구호사업(식량 및 비료 지원) 성격이 강했다면, 민간단체의 지원은 구호사업에 머 무르지 않고 개발협력(농업과 보건의료)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2010년 5·24 조치 이후에는 사업 규모가 크게 축소되었 지만 여러 민간단체는 대북 개발협력을 계속 시도해 왔으며 향후 여 건이 조성되는 대로 사업을 본격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민생협력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정 부와 민간단체 양측 모두 상호협력 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 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는 민간단체의 자율적 대북지원 활동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근거를 보강해야 한

152) 김석진, “남북교류협력 추진방향,” 조한범 외, 󰡔전환기 남북관계 발전 추진방안󰡕

(서울: 통일연구원, 2017), p. 72.

Ⅴ. 북한 민생 조사 및 협력 과제 185 다.153) 또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활동과 관련한 행정 서비스를 과거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 부 시기에는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있어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에 대 한 정부의 행정업무는 통제와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교류협력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통제와 관리 가 아닌 지지와 지원 쪽에 초점을 맞춰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기업,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민간단체의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일부 지원했던 전례들이 있는데, 앞으로 사 업 내용이 좋고 규모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 으로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민관협력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민간단체들 스스로 단 체 간 협력 체계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대북지원 참여 민간단체들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앞 으로는 협의회 체계를 더 발전시켜 부문별 실무그룹을 구성하거나 여러 단체가 컨소시엄 방식으로 대형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 안도 시도해 볼 만하다. 대북협력에 관심을 가진 민간단체는 많고 개별 단체의 재원 및 인력은 제한적이므로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 할 경우 북한 당국의 관심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단체 간 협력 및 민관협력을 효과적으로 조직해야만 국내 민간단체도 정 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민생협력의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53) 최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와 국회 이인영 의원이 공동 작성해 발의한 ‘남북 인 도지원 및 개발협력에 관한 법률안’이 이런 시도 중의 하나이다. 강영식, “민간의 대북협력사업 정상화를 위한 과제와 해법 모색,” p. 46.

문서에서 북한 민생 실태 및 협력 방안 (페이지 183-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