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기 전까지 섭식장애 경험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운동선수가 운 동을 시작하고 섭식장애 경험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스포츠에서 섭 식장애가 어떻게 시작되고 지속화 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 다고 판단된다(Dale & Landers, 1999). 본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연구 참 여자들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섭식장애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섭식장애를 어떻게 경험하게 되었는지 분석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때 섭식장애를 처음 시작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이는 고등학교 때의 경기 실적이 대학진학 및 실업팀 진출에 매 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시합출전의 기회 획득 및 승리를 위해서 섭식장애 를 선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 보다 쉬운 체중감량 방법의 선택
김병선, 유승원, 최송렬(1998)은 체급종목 선수들이 체중감량을 실시 할 때 섭식절제와 약물복용을 하는 주된 이유가 단기간에 보다 쉽게 자신이 원하 는 만큼 체중감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본 연구에서도 연구 참여자들이 힘든 훈련과 적절한 식이요법을 병행해서 정상적 인 체중 감량을 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폭식 및 구토, 약물 복용 등 부적절하지만 보다 쉽게 체중감량을 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연구 참여자들은 위에서 언급된 보다 쉬운 체중감량 방법을 경험한 후 이 러한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효과에 중독되어 지속적으 로 비정상적인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목, 복싱).
잠깐 순간의 배부름을 느끼기 위해서..(중략) 더운 날에 땀복입고 1시간 을 달리라고 하면 하겠어요? 그 더운 날에? 뛰지 않겠죠? 근데, 그냥 약 만 먹고 자면 2kg 정도가 빠지는 거죠. 본인이라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어 요? 그게 말이 1-2시간이지.. 그것도 한 번만 하면 괜찮을 텐데, 가뜩이 나 몸에 수분이 없는 상태지, 게다가 물도 마시지 못하는 상태고,, 그렇 게 하면 죽죠. 이것보다 차라리 자고 일어났는데, 살이 빠져 있으면...솔 직히 일반적으로 두꺼운 옷 입고 운동하는 것은 힘들잖아요(#6. 노일래, 레슬링).
운동은 힘들게 고생해서 체중을 감량한 것이고, 약을 먹으면 가만히 있 으면서 편하게 체중을 뺀다는 느낌이 들어요(#7. 전원진, 태권도).
이상의 면담 내용을 통하여 연구 참여자 #4, #6, #7은 체중감량을 실시 하는데 있어 고된 훈련으로 인한 고통을 느끼는 동시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체 중감량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 #6은 폭식 및 구토 경험을 통해 체중감량을 실시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식욕을 참지 못하고 음식을 섭취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연구 참여자 #4, #7은 약물복용을 통해 체중감량을 했는데, 이는 자신의 음식섭취에 대한 보상보다는 힘든 훈련의 대체방법으로서 약물복용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2) 시합출전 자격 획득에 대한 부담감
남성 체급운동선수는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체급에 맞추어 성공적으로 체중감량을 했을 때에만 시합 출전이 가능하다. 이때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은 선수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는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통하여 체중 감 량을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선수의 건강상태를 위협하는 체중 감량 방법을 통하여 섭식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선수도 있다.
뭐..시합 때문에 하는 거잖아요. 메달 때문에 하는 거죠. 아빠 엄마 생각 도 많이 나죠. 나 여기서 포기하면 엄마 아빠 얼굴 어떻게 볼 것이며, 또 솔직히 못하는 애들한테 지면 안 되잖아요. 그 상대를 이기기 전부터 이겨야 하잖아요. 지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2. 장용석, 유도).
시합을 뛰어야 하니까요. 체중을 빼야 시합을 나갈 수 있으니까요. 시합 에 나가서 메달을 따야 무언가 할 수 있고 남는 게 있으니까요(#4. 김한 목, 복싱).
일단 시합을 뛰어야하는데 시합을 뛰기 위해선 개체를 통과해야하니까 요. 계체량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시합을 뛰지 못해요. 50~100g 오버라 도 시합을 못 뛰니까요(#3. 강교진, 복싱).
이상의 면담 내용을 통하여 연구 참여자 #2, #3, #4는 1차적으로 시합출 전을 하기 위해 섭식장애를 경험 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 참여 자들은 체급 종목인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에 참여하고 있으며, 해당 체급 종목에 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계체량을 통과를 해야 한다. 1회의 계체량 통과시점은 종목마다 차이가 나는데 보통 시합을 하기 하루 전 혹은 시합당일 오전에 이루어진다. 이때 선수가 선택한 체급의 기준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 갈 경우 시합출전권을 박탈당한다. 따라서 계체량을 통과한 선수는 시합 출전 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시합 출전을 통하여 승리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한다.
즉, 연구 참여자들은 계체량을 시합 출전과 승리를 위한 중요한 관문으로 여기며, 이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수의 의무감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비록 극심한 체중감량이 자신의 건강에 위협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남성 체급운동선수의 섭식장애 원인이 다른 종목 의 섭식장애 원인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체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여성중심의 종목(체조,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다이빙, 피겨스케팅)에 서는 경기수행과정에서 아름다운 동작의 표현과 좋은 성적결과를 위해 이상적 인 신체이미지를 추구함으로써 신체이미지의 갈등을 경험한다. 이에 선수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폭식, 결식, 이뇨제 복용 경험을 하게 된다(권기남, 송은 주, 임수원, 2003). 그 반면 남성 체급운동 종목에서는 시합 출전 그 자체를 위하여 체중감량을 한 결과 섭식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체급 운동선수들의 섭식장애 는 개인이 목표로 하는 체급의 체중을 만들지 못하면 시합출전의 기회조차 가 질 수 없기 때문에‘시합출전’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미적 가치 를 추구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체중 때문에 시합출전에 제한을 받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3) 동료 및 선·후배의 영향
Leonard(1980)는 스포츠 참가와 스포츠 역할 학습 과정에서 각 개인에게 큰 영향을 주는 객체를 중요타자 혹시 준거집단이라고 하였으며, 이들의 사고, 태도 및 행동은 피사회화자의 태도, 가치관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 였다. 이와 같이 본 연구에서도 연구 참여자들이 스포츠 역할을 수행하는 과 정에서 동료 및 선·후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배들 보면 약을 먹는 선배가 있는데 그걸 보고 10명 중 1명 정도가 따라 해서“ 나도 한 번 해볼까”하고(중략) “아 살빼기 싫은데” 저 선배도 보니까 쉽게 체중감량을 하더라.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걸 따라하니까 계속 이어지죠(#6. 노일래, 레슬링).
친구들, 우리가 같이 지내는 시간이 가족들보다 많으니까 동료들 하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같은 방을 사용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6. 노일래, 레슬링).
애들한테 듣고, 소문으로도 들었어요. 먹으면 살이 잘 빠진대서요(#7. 전 원진, 태권도).
이상의 면담 내용을 통하여 힘든 훈련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
#6, #7은 자신의 동료 및 선·후배가 약물을 복용하거나 폭식·구토를 하는 장면을 보고 듣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되면, 앞서 보고 들었던 부적절한 체중 감량 방법을 택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즉, 연구 참여자들은 힘든 훈련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료 및 선·
후배가 약물을 복용하거나 폭식 및 구토를 하는 경험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스스로가 부적절한 체중 감량 방법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동료, 선배, 후배들과 같이 훈 련 혹은 식사를 하거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주변 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며, 섭식장애 경험 또한 가까운 선·후배 및 동료들을 통하여 쉽게 접하게 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앞에서 언급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일반인들의 섭식장애에 기여하는 원인 이 유전적, 사회 문화적 이상, 가족, 개인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 것 (Striegel-Moore & Cachelin, 2001)과는 달리, 체급 운동선수는 이러한 요 인과 더불어 시합출전 및 경쟁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인해 섭식장애가 발생하 는 것으로 간주해 볼 때 선수의 섭식장애 경험은 스포츠의 특수한 환경 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