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를 믿지 않는 면담자들은 믿는 면담자들보다 소수자 우대정책 전
05 정당한 사회와 정책 / 93
반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지지하는 정책의 내용 역시 기회의 평등 제 공과 ‘정말 어려운 사람’에 대한 선별적 복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들이 바라는 정당한 사회의 모습도 합리적인 개인이 ‘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인 것이다. 다만 이들은 현실의 불평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여 타자에 대한 더 넓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에 기회 평등을 위한 지원 범위의 폭이 믿는 유형의 면담자들보다 넓었다. 하지만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불평등에 대한 지원 반대는 사회를 믿는 유형과 유사했다.
물론 모든 소수자 우대정책에 찬성하며 적극적이고 보편적인 복지를 주장한 소수의 면 담자도 존재하였다. 이들은 사회가 개인의 삶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하며, 이를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이 유형의 면담자들 이 인문사회계 전공으로 국가의 의무와 국민의 권리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불평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함으로써 자신의 생활세계를 넘어서는 전체사회의 구조를 바라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나 복지 사각지대 이용자에 대한 인 식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생활에 그러한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으 로 보인다.
많은 면담자가 자신이 삶에서 직접 겪은 불평등에 대한 정책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여기 고 있었음에도, 정책이 시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지 않았고 시정된 정책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도 여기지 않았다. 부조리한 현실이 존재한다 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사회가 돌보아주지 않는 자신의 경제적 안정을 우선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개인적인 삶 에 몰입한 나머지 사회나 정치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부당한 사회에 대한 이들의 대응은 불평을 멈추고 사회에 순응하거나, 개인적인 활로를 찾는 방향으로 나타 난다.
사회를 변화 가능한 것으로 보고 정책적 목소리를 내려는 소수의 면담자가 존재하였으 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되지 않고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 는 소극적 자세를 취했다. 또한 사회참여보다는 자기 자신의 기반 마련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덧붙였다.
94 / 서울 시민의 꿈과 삶 - ‘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를 꿈꾸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4_노력이 수반된 선별적 정책 지지
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관은 정책에 대한 시각에서도 드러났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은 입을 모아 기회의 평등 과 선별적 복지를 주장한다. 복지는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기회의 평등을 이루기 위한 것이며 노력으로 조건을 극복 가능한 경우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복지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수혜자들은 지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의 노력을 수반하여야 한다.
타인에게 들이대는 이러한 대우의 잣대는 청년들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많은 청년 은 사회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신자유주의적 믿음 하에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는 강박을 느낀다. 현재 자신이 처한 조건은 정당하며,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을 유지하고자 했다. 만일 내가 처한 조건이 정당하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 면,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며, 그들에게 내가 받지 않는 지원이 가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자 나에 대한 역차별이다. 이러한 믿음 체계에서 복지는 오직 자신보 다 명백히 어려워 보이는 타자만을 위한 것이다. 모든 응답자가 지원에 동의한 장애인이 그 예이다. 반면 수혜자의 조건이 자신의 조건과 다르지 않다고 인식할 때 청년들은 우 대정책에 가장 큰 반발심을 드러냈다. 소수자 우대정책에 대한 반대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대상자가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 다. 소수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 즉 나와 다른 처지에 대한 인식의 정도에 따라 면담자 가 지지하는 지원의 범위도 달라졌다. 사회적 약자의 조건에 대한 인식 부재는 정책적 지원에 대한 적극적 반대로 이어진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조건이 엄존하는 현실에 서 청년들의 이러한 입장이 소수자의 어려움을 지우고, 약자를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흐 름에 일조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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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청년들의 꿈, 좌절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
96 / 서울 시민의 꿈과 삶 - ‘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를 꿈꾸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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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결론 : 청년들의 꿈, 좌절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
우리 연구는 현재 서울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무엇을 꿈꾸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라는 담론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연구대상인 청년들은 초기 연 구(pilot survey)의 결과와 달리 다수의 청년이 ‘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믿음이 없는 청년들도 다수가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러한 믿음의 구체적인 모습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 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점 도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들 연구 대상 청년들을 세 범주로 유형화한 것은 한 만큼 대우 받는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세 범주에 속하는 청년들은 각기 다른 기 대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으로 불리는 청년층의 대표적 이미 지와 상당히 달랐다. 그렇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이들 청년들은 비슷했다. 우리가 연구한 청년 중에서 꿈다운 꿈을 꾸는 청년층은 없었다. 또한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청년도 없었다. 이들 청년층은 너무도 한계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 한계는 각 청년이 속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그 정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한만 큼 대우받는 사회’에 대한 꿈과 믿음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욕망과 기대를 제한하는 것을 내면화하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가 한계를 만들기도 하고 사회가 부과한 한계를 수용 하면서 자신들의 노력을 조정하고 있었다.
우리 연구 대상에서 사회에 대하여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지닌 청년층도 표면적으로 드러 나는 믿음의 밑바탕에 보이지 않는 불안감을 볼 수 있었다. 겉으로 보면 가장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믿음이 기반하고 있는 바탕은 제한되어 있었다. 이들 청년은 부모의 지원 아래 큰 어려움 없이 자란 층에 속하는데 공통적으로 이들은 현재 자신이 속한 생활세계의 영역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더 나 아지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를 유지하는 데 일차적 관심이 있었다. 현재의 위치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욕망을 성취 가능한 조건 속에 한계 짓고, 그 이상을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06 결론 : 청년들의 꿈, 좌절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 / 97
상대적으로 부모의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꾸려온 자수성가형 청년층은 자신의 노력과 보상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노력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지 않을 뿐, 사회의 보상에 대한 한계는 평균보다 약간 높은 경제력을 가진 삶으로 명확해 보였다. 끝으로 현실 타협적인 대상자들은 사회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 러한 전망이 자신의 이상을 포기함으로써 얻은 긍정적 태도였다. 즉, 낙관적 전망을 가진 청년층의 믿음은 한계 내에서의 최고의 성공을 노리는 노력과 맞닿아 있다. 즉 불안감과 믿음이 교차되는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 연구에서 사회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층에서도 꿈은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는 청년은 자신의 세계를 넘어서는 꿈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은 외국으로의 이주 또는 다른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볼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릴 때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청년 중 여러 시도가 실패하게 되면 가장 강한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청년층은 좌절을 강하게 느끼는 청년들이다. 특히 무한한 노력과 성취에 대한 전망을 가진 청년은 오히려 무기력감을 느끼고 좌절하는 것으로 드러 났다. 사회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가진 청년층이 한계를 설정하는 것과 달리, 노력과 성취 에 대한 한계를 믿지 않고, 넘어서려고 할 때 더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즉, 그 믿음과 달리 개인적으로 좌절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경우 사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불신을 야기하는 자기 경험에서 부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진 층은 정당한 사회에 대한 청사진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창의적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 따라서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가진 층은 무기력하거나 한계를 뛰어넘는 꿈을 가지거나 하는 방식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변화의 잠재 성은 사회에 대한 기대를 버린 측에서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낙관적 전망을 가진 층이 그어놓은 한계가 적기 때문에 적어도 불안감은 없어 보인다.
청년층에게 ‘자신의 생활범위를 벗어난 사회’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연구과정에서 제기 했다. 꿈을 조심스럽게 또는 자신의 범위를 지나치게 벗어난 단계에서 꾸는 청년들에게
‘사회’란 그저 주어진 것으로 보였다. 우리 연구 대상자들은 사회를 단지 배경으로만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