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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eographical Study on Healing Spaces in Daily Life Centering on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é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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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에 관한 지리학적 고찰:

심리상담카페를 중심으로

박수경*

A Geographical Study on Healing Spaces in Daily Life Centering on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és

Sookyung Park*

요약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국내 지리학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었던 치유(healing)에 관한 지리적 접근 을 검토하고, 심리상담카페의 운영자의 시선을 통해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눈에 드러난 정신과, 심리상담센터 등과 같은 곳은 일 종의 문화적 낙인(cultural stigma)의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심리상담카페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심리적 거부감 내지 거리감을 낮춤으로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통하고 있다. 둘째, 현대인들 에게 요구되는 치유란 짧은 시간이나마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 있어서 인 스턴트식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공간에서의 치유 활동은 심리상담카페의 이용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 오며,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반복적이며, 지속적인 치유 경험이 가능한 곳이 된다. 셋째, 심리상담카페는 누 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카페로 재탄생함으로서 우리의 일상적 삶에 더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요어 : 치유의 공간, 심리상담카페, 일상적 삶, 진정성

Abstract : This research attempts to investigate the geographical approaches on healing, which have been neglected in geography relatively, comprehensively and to examine the meaning of healing in daily life from the viewpoint of the managers of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és. According to the results of this research, exposed healing spaces such as mental clinics or counselling centers are regarded as cultural stigmatic spaces; besides,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és decrease psychological distance or resistance and people calling for healing can access these healing spaces easily. Second, healing spaces from a perspective of modern people mean geographical boundaries as refuges for a brief time; accordingly, the users’ activities in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és as instant or unexpected healing spaces in daily life are interpreted as special experiences without any emotional burdens. And these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és are regarded as the spaces where can experience healing repeatedly and continuously.

Third,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és were changed into general cafés as open spaces; therefore, they can penetrate deeper into daily life rather than others.

Key Words : healing spaces, psychological counselling cafe, everyday life, authenticity

본 연구는 2014년 상명대학교 교내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하였음.

* 상명대학교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Sangmyung University), maria1570@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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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시대를 대변하는 단어는 빠르게 변화하고, 교체된 다. 에코(eco)가 대세일 때는 다수가 한참 자연주의를 논하더니, 웰빙(well-being)에 대해 주목할 때는 기본 적인, 그렇지만 윤택함을 추구하는 의·식·주에 무게 를 두어 많이 이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렇다면 2014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대표하는 단어 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바로 ‘치유(healing)’가 아닐까 한다. 오죽하면 치유 혹은 힐링이라는 단어를 앞세운 프로그램들이 브라운관에 앞다투어 등장하고, 우후 죽순으로 우리의 삶의 중심인 도시의 경관을 채울까.

사실 치유라는 단어는 이미 서구의 지리학에서 자 주 언급되었던 용어이다. 1992년에 미국의 지리학자 Gesler가 ‘치유의 경관(therapeutic landscapes)’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이후, 이와 관련된 연구는 의료지리학 을 연구하는 사람들 혹은 의료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 는 문화지리학자들에 의해 폭넓게 다뤄졌고, 그 결실 은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후에 다시 논의하겠지 만, 치유의 경관은 일반 병동이나, 공원 등과 같은 물 리적(physical)인 치유의 경관, 정신병원으로 대표되 는 정신적(mental)인 치유의 경관, 프랑스의 루르드 나 칠레의 산티아고 등의 순례지와 같은 영적(spiritu- al)인 치유의 경관(Gesler, 1996; Williams, 1998) 등 으로 그 분야가 세분되어 발달해 왔고, 실제로 이러한 치유의 경관에 관한 연구는 관련 공간을 설계하고, 건 립하고, 평가하는데 하나의 기준으로서 중심적인 역 할을 해왔다(Gesler et al., 2004; Curtis et al., 2007).

최근에는 치유에 관한 초기 지리학적 접근, 즉 치 유는 어떤 한정적인 장소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고, 특수한 과정을 거쳐야만 완전한 회복 혹은 자기실 현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상적 삶 (everyday life)에서의 치유에 관한 논의가 훨씬 더 활 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리학 혹은 유사 학문을 하 는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Willis, 2009; English et al., 2008). 또한 경관이라는 지리적 개념을 뛰어넘어 공간(space), 장소(place), 네트워크(networks) 등 다양 한 지리적 개념과 치유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것도 중

요한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더 좋고, 더 높 은 수준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도록 조성된 커뮤니티 중심의 공원의 설립 전·후의 비교라던가, 질병에 걸 린 전·후 일상생활의 변화(English et al., 2008), 심지 어 동일한 장소에 대한 은퇴 전·후의 감정 및 삶의 변 화에 주목한 연구(Milligan et al., 2004) 등도 선보이 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에 착안하여 본 연구에서 는 우리나라에서 2011~2012년에 서서히 등장 했고, 현재 확산되고 있는 일상적 삶에서의 대표적인 치유 의 공간인 심리상담카페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 하며, 정신적 치료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다. 이러 한 특성으로 인해 정신과나 상담치료 등에 대해 터부 (taboo)시하는 암묵적인 그 무엇이 있으며, 정신적 문 제는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주로 이루어진다고 여긴 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심리 상담카페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정신과, 심리 치료센터 등의 기관과 별개의 공간으로서 드러난 혹 은 드러나지 않은 환자의 가까이에서 심리 혹은 상담 치료를 돕고자 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에 서 자유롭게,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자신에 대 해 알아가고,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정신 적, 심리적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곳이다. 심리상담 카페가 등장하고,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은 우 리의 현재 삶이 녹록치 않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하 지만 반대로 시각적인 혹은 비시각적인 장벽으로 인 해 정신적 혹은 심리적 치유를 행하는 곳에 쉽게 접근 하지 못했던 대중에게 해소의 창구를 제공한다는 측 면에서는 긍정적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심리상담카페는 상당히 고무적인 지리적 현 상이요, 점차 그 수나 형태에 있어서도 증가하거나, 다양성을 보이고 있어, 이에 관한 지리학적인 고찰은 시의적절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치유에 대한 그간의 지리학적인 접근을 다각도로 고 찰해 보고, 특히 일상에서의 치유의 경관에 대해 생각 해 보며, 심리상담카페의 운영자의 시선에서 이러한 치유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피고자 한다. 따라 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바탕으로 심리상담 카페를 치유의 공간, 그리고 일상적 삶의 지리적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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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보고, 심리상담카페의 일상적 삶의 치유의 공간으 로서의 의미, 즉 궁극적인 치유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공헌하고 있는지, 우리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여주고 있는지 등에 대해 밝히는 것에 목표를 두고 접근하고 자 한다.

2. 치유에 대한 지리학적인 고찰과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

치유(healing, therapy 혹은 treatment, 治癒)라는 단어는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 애매모 호한 표현을 정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 적인 의미로 치유는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표준국어 대사전, n.d.)’을 의미하는데,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아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자연치유, 내적치 유, 사진치유와 같이 접근 방식, 설정 대상 등에 따라 다양하게 치유라는 단어가 활용되고 있는 현상은 치 유의 이러한 속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종종 치 유는 완화(palliation), 즉 ‘병의 증상이 줄어들거나 누 그러짐(표준국어대사전, n.d.)’을 의미하는 단어와 혼 돈되어 쓰이기도 하는데, 치유는 물리적으로, 정신적 으로, 영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 해 접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이지만, 후 자는 일시적인 가벼운 대처를 의미해, 일종의 심리적 회피 현상과 연관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리학적 인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치유는 개인의 심리적·생 물학적 차원을 뛰어넘어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고립 되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즉, 누군가와 관계 혹 은 상호작용을 기초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며, 그렇 기 때문에 일정한 지리적 범위를 가지는 특징이 있다.

이에 치유는 완화와는 확연한 차이를 가지며, 지리적 인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Willis, 2009).

이러한 개념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치유에 관한 지리적 고찰의 첫 시도는 Gesler가 1992년에 발표 한 ‘Therapeutic landscapes: Medical issues in light of the new cultural geography’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

기에서 Gesler(1992)는 치유의 경관을 치유 혹은 치 료와 관련된 물리적이며, 심리적인 요소를 아우르는 장소(places), 배경(settings), 상황(situations), 현장 (locales), 환경(milieus)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Gesler, 1992; Williams, 1998; Symth, 2005). 그리고 이러한 곳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애착과 그에 따른 연관성 에 대해 고찰하고, 이러한 애착이 전통, 사회, 심지어 국가 혹은 공동이익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 며, 더 나아가 지속적이고, 건강한 신체, 정신 등을 유 지하기 위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심층적으로- 간호, 경관과 도시 계획, 운동요법 등의 다양한 방 식으로- 알아보는 것에 바로 치유와 관련된 지리학 적 탐구의 의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English et al., 2008).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치유에 관한 접근은 치 유와 관련된 지리적 범위의 설계, 건립, 평가하는 부 분에서도 중요성을 드러내지만, 이는 결국 개인의 정 체성의 형성 및 표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더 나 아가 사회적인 지위나 가치를 나타내주는 하나의 표 시로 활용될 수 있고, 또한 보이지 않는 상징성까지 포함하고 있어, 치유의 지리적 접근의 이면에는 상당 한 깊이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리학적 접 근이 치유와 관련해 이루어져 왔고, 그 맥이 오늘날에 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치유와 치유가 일어나는 지리적 단위는 물리적 구 조물과 인간 점유의 흔적을 포함하는데, 다시 말해, 인간의 활동과 물리적 환경 사이에서의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 금까지 의료적 차원의 지리적 접근은 주로 전염병(역 학)의 경관(landscape of epidemiology), 혹은 아픔의 장소(sick places) 등과 같이 한정적으로 표현되었던 경우가 많았으나,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 지 발달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기틀을 정립했다 고 할 수 있다.

첫째, 약초, 맑은 공기, 순수한 물 등과 같은 자연 환경과 수려한 경관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자 했던 내 용에서 치유에 관한 초기 지리학적 접근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전통적이면서도, 원시적인 사회 와 (당시의) 전문적인 의료 시스템의 관계를 말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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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데, 주로 나뭇잎, 허브, 뿌리, 나무껍질 등의 이용법, 채취법 등과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룬다. 한편, 이러한 원시적 접근은 성서에서 다루는 환경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포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이 죄 인을 처단하는 방법으로 질병을 주었다던가, 혹은 신 의 계시로 인해 얻은 약초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는 것 과 같은 이야기들이 바로 그러한 근거이다. 이에 더 해, 신은 지구를 창조한 존재이기 때문에, 식물, 돌, 산, 강 등과 같은 자연의 모든 형태와 치유는 연결되 어 있다고 판단하고 믿었던 고대인들의 인식에서도 치유에 관한 지리학적 접근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요소로서 경작과 원 기를 회복시키는 힘의 근간이라고 판단하였고, 온천, 강, 기타 물과 관련된 지리적 현상은 오늘날에까지 상 당히 주요한 주제로 자리 잡았으며, 통상 물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 절대성이라는 의미가 이러한 자리매김 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둘째, 조금 더 발달된 개념으로 도시와 농촌 지역의 비교에서 치유에 관한 지리학적 접근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대에 들면서 수많은 도 시가 도시화를 거쳤고, 그러면서 도시 지역은 농촌 지 역에 비해 훨씬 덜 건강하지 못한 곳으로 묘사된 결과 와 관련성을 가진다. 농촌의 삶의 질이 도시의 그것 에 비해 훨씬 떨어지고, 의료 기관과의 접근성이 상당 히 좋지 않으며, 낮은 수입과 노인 인구의 증가 등 생 활환경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러한 인식은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도시 지역=비건강한 지역’이라는 공식은 보통 사람들 생각 속에 그대로 자리잡고 있다.

셋째, 또 다른 측면에서 치유에 관한 지리학적인 접 근은 섭생과 관련된 연구의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옮겨온 사람들의 대다수가 미시시피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들이 살았던 이전의 지역 환경과 미시시피 주변의 환 경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밝힌 연구를 그 대표적인 예라 들 수 있다. 이외에 심리적 으로, 행동학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공적인 공 간 혹은 장소의 건축에 관한 연구 등도 섭생을 중심으 로 접근한 결과라 할 수 있다(Gesler, 1992).

이처럼 치유에 관한 지리적인 접근은 확고하고 명 확한 정의 속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시대에 따 라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논의 속에서 주요한 단계 를 거치면서 성립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지리적 토의는 크게 내적 혹은 의미적인 요소와 외적 혹은 사 회·환경적인 요소로 구분되어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내적 혹은 의미적인 요소로서는 자연적 환 경, 조성된 환경, 장소감, 상징적 경관, 일상에서의 활동 등을 들 수 있고, 후자인 외적 혹은 사회·환경적 인 요소로서는 신념, 철학, 사회적 관계, 불평등 혹은 소유 등을 들 수 있다(Gesler, 1993).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작된 지리학에서의 치유에 대한 접근은 Gesler의 연구를 필두로 본격화되었다.

1990년대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학문적 체계를 갖 추며 발달해 온 치유에 관한 연구는 크게 두 방향으로 그 틀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신문화지리학 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지리학적 사조와 연결된 결과 와 지리적 범위와 관련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우 선, 전자인 신문화지리학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지리 학적 사조와 관련된 결과를 살펴보면, 주로 Gesler의 연구에 전적인 영향을 받아 경관 연구를 기반으로 하 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건강관리의 경관(traditional healthcare landscapes), 인본주의적 경관(humanistic landscapes), 구조주의적 경관(structuralist land- scapes), 문화 유물론(cultural materialism) 등으로 구 분 지을 수 있으며(Gesler, 1992; Williams, 1998), 자 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건강관리의 경관 은 병원, 자연환경, 농촌 등과 같은 만들어진 공간에 서의 치유의 중요성에 대해 해석하는 방식이고, 인 문적 경관은 치유의 장소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의 미-예를 들어, 스파=희망을 주는 장소라는 장소감- 를 해석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구조 주의적적 경관에서는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의료서비스의 지원과 수혜의 관계에 있어서의 관련성이라든지, 의료의 개인화 혹은 재구 조화를 정치·경제적으로 해석한 내용 등을 주로 다 룬다. 마지막으로 문화 유물론은 개인과 사회적인 구 조의 상호작용에 관해 고찰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북미와 영국을 중심으로 정신병원이 확산된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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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개인 등의 다방면의 구조로 해석하는 접근을 포 함한다(Gesler, 1992).

어떤 의미에서 전자의 연구 결과는 이미 결정된 지 리학적 사조 혹은 관점에 바탕을 둔 개념적 접근이라 고 할 수 있으며, 그 독창성이나 창의성은 상대적으 로 높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후자인 치유에 관 한 지리적 범위에 관한 연구는 관련 연구 분야의 직접 적인 개념을 형성해 가는데 있어 공헌한 결과로 해석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이며, 많이 인용된 연구의 결 과는 역시 Gesler의 아이디어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 또한 경관 연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일반 병동 이나, 공원 등과 같은 물리적(physical)인 치유의 경 관, 정신병원으로 대표되는 정신적(mental)인 치유 의 경관, 프랑스의 루르드나 칠레의 산티아고 등의 순 례지와 같은 영적(spiritual)인 치유의 경관(Williams, 1998) 등으로 치유의 경관을 제시한 결과는 관련 연 구에 가장 보편적으로 인용되는 지리적 개념이다 (Gesler, 1996).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물리 적 혹은 정신적 치유의 경관에 관한 연구는 실질적인 치유와 관련된 지리적 단위의 설계와 깊은 관련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Gesler et al.(2004)는 영국의 병원

을 사례로 치유의 경관이 조성되기 위한 기능성, 영향 력, 건축기준 등을 물리적, 사회적, 상징적 환경으로 나눠 적용시켰고, 임상적 효과, 공동체의 통합, 공공 의 접근성 및 소비주의, 웰빙의 증진 등을 그것의 기 준으로 제시하면서 최근 영국 내의 사회적 수요가 꾸 준히 증가하고 있는 치유에 관한 지리학적 기준을 정 립하였다. 또한 Curtis et al.(2007)는 정신병원의 공 간 디자인에 관한 지리학적인 고찰을 했는데, 정신병 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 환자 권한에 관 한 지각 정도, 개인적이면서도 은둔처와 같은 형태, 환자와 병원 관계자 사이에 사회적인 상호작용, 집과 같은 편안한 환경이면서도 자연과의 접촉의 원활함, 자신의 표현, 자율성, 선택 등의 기회 부여, 지속적인 커뮤니티로의 통합 등을 주요 골자로 하여 관련 기관 의 공간 디자인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그 영역을 좀 달리하기는 하지만, 영적인 치유와 관련된 지리적 단위는 일종의 신화(myth)적인 장소와 연결 되며, 거기에 믿음내지, 신앙을 더 깊이 할 수 있는 경 관들이 첨가된다고 선행연구는 밝히고 있다. 대표적 인 Gesler(1996)의 연구에서는 프랑스의 루르드가 영 적인 치유의 경관으로 성립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그림 1. 치유에 관한 지리적 연구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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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했으며, 성지로서의 경관의 특징, 오늘날 최첨단 의료 시설의 설립을 통해 치유의 의미를 더하는 행위, 종교적 양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러한 영적인 치유의 경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믿는 사람들의 신념(faith)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거기에 변화, 역사적 환경, 장소적 의미, 대중이 이에 대해 납득하고,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특정적 사실(reality)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 장하고 있다(Gesler, 1996). 결과적으로 치유에 관한 지리학적 접근의 효시인 Gesler의 연구에 바탕을 둔 지리학적 사조 중심의 연구 및 지리학적 단위 중심의 연구는 특정한, 한정적인 지리적 범위를 중심으로 시 도되었으며, 병원, 성지, 종교적 색채가 강한 강 등에 대한 탐구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치유에 관한 지리적 접근은 최근에 들어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 다(그림 1 참조). 즉, 기존의 연구에서는 치유의 지리 적 환경 조성, 혹은 이미 조성된 환경을 바탕(주로, 경 관 중심)으로 치유의 과정이나, 건강 증진에 대한 주 목했다면(Conradson, 2005), 최근의 연구 동향은 경 관 중심이던 이전의 접근 방식을 벗어나, 치유의 공 간, 치유의 장소, 치유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지리적 개념을 다루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장소 성 내지 지리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 범위를 뛰어넘어 일상에서의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치유에 대해 상대 적으로 훨씬 더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English et al., 2008).

치유에 관한 지리적 개념에 관한 고찰 중 눈에 띄는 연구는 Smyth(2005)의 결과를 들 수 있는데, 그의 연 구에서는 치유와 관련된 지리적 단위를 크게 장소, 공 간, 네트워크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치 유에서 장소가 가지는 의미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 는 자연환경(예를 들어, 온천), 성지, 특정한 강 등과 같이 종교적인 의미와 연결된 곳 등을 의미하는데, 결 국 질병 혹은 건강이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실체가 아니며, 특정 역사,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위치를 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장소들이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치유에 있어 공간은 병원, 분만실 등과 같

은 의료 기관과 이에 더해 생활에 있어 건강한 환경이 필요한 감옥, 학교, 운동 시설 등과 같은 공공적 성격 을 지닌 창조된 환경을 의미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러한 공간은 단순히 의료 혹은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 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특정 질 병과 건강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투영되는지 검증해 주는 하나의 창구가 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며, 우리 사 회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치유에 있어 네트워크는 건강과 치 유의 장소 혹은 공간과의 연관성이 복잡하게 나타나 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건강의 증진을 위해 관련 기관이 얼마만큼 조직적으로 조성되어있는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복잡한 연계 구조(심지어 친환경 식품, 채식주의 카페 등의 연관성 등과 같은) 등에 대한 분석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늘날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치유에 관한 지리적 접근은 일상적 삶을 바탕으 로 한다. 구체적으로 집, 커뮤니티, 그리고 치유의 주 체들이 살고 있는 도시 등이 그 지리적인 범위에 해당 되며,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도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 한 나타나는 지리적 범위의 인식 변화이다. 따라서 전 통적으로 병원, 자연, 스파, 성지 등과 같은 특정적이 며, 한정적인 공간들에 대한 논의는 일상의 생활의 지 리적 범위로 대체되고 있거나, 전환되고 있으며, 그 주제도 문화적이고, 주관적이며, 관계적인 측면에 무 게를 두며 발전하고 있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Eng- lish et al.(2008)의 연구에서는 유방암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있는 환자들의 일상생활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유방암 환자들의 치유의 공간을 자신의 신체, 집, 커뮤니티,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자연 등으 로 나눠 살펴보았으며, 이러한 치유의 공간에서의 활 동은 결국에는 치유에 있어 가장 핵심에 해당하는 심 리적이며, 감정적인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고, 이러한 일상이 녹아 있는 공간에서 다층적인, 효과적 인 지원책과 전형적인 치유의 활동(예를 들어, 병원 혹은 특수한 시설)이 하나가 되었을 때만이 더 높은 수준의 질병의 치유(궁극적으로 완치)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Milligan et al.(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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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연구에서는 일상에서의 정원 가꾸기와 노인의 삶 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데, 정원 가꾸기 는 노인들에게 성취감, 만족감, 진정한 기쁨 등을 주 며, 자칫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노인들이 함께하 고,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밝히 고 있다. 이처럼 일상에서의 치유는 어떤 면에서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치유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지속적인 안락과 평안의 유지를 효 율적으로 달성해 삶의 수준을 본질적으로 상향하는 데 큰 공헌을 한다고 볼 수 있다.

3. 연구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중심적인 대상인 심리상담카페는 운영 자의 개인적 의지에 의해 시작되었을 뿐더러, 일정한 체계를 갖추거나, 조직적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 아니 기 때문에 사실 정확하게 그 시작을 밝히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구자의 조사에 의하면 심리상담카페는 주 로 2011년, 2012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비교적 최근에 생긴 지 리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심리상담카페는 외관으로 봤을 때 일반 카페와 다를 것이 없지만, 그 공간 안에 서 차도 마시면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 고 있다. 통상 내부를 일반 카페와 같이 잘 꾸며진 공 간으로 조성하고, 심리상담을 위한 개별 공간을 마련 하고 있으며, 애니어그램, 가족관계회복프로그램, 미 술치료 등의 심리상담을 한다. 이외에 관련 서적을 비 치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세미나실 운 영하기도 하고, 빔프로젝트의 제공을 통해 회의가 가 능하도록 운영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한꺼번에 담 고 있다(그림 2 참조). 대개 차를 마시는 카페로서의 기능은 상시로 운영되고 있지만, 심리치료를 받기 위 해서는 미리 연락을 해 상담시간을 잡아야만 한다. 물 론, 일부 심리상담카페의 경우에는 이러한 과정이 생 략되기도 한다.

인터넷 검색과 전화 인터뷰를 기초로 한 조사 결 과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심리상담카페는 전국 적으로 14개가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서울(홍대, 대 학로, 공릉, 압구정 등) 7개(46.7%), 경남 창원 2개 (13.3%), 부산, 대구, 인천, 광주, 경기(용인), 강원 그림 2. 심리상담카페의 주요 경관

주: 외형상 일반적인 카페와 다를 것이 없는 내부이지만, 심리상담카페의 결과를 전시(미술심리치료)하거나 이미 내방했 던 이용자들의 경험담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심리상담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붙이고,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좌). 또한 어떤 심리상담카페는 관련 서적 등을 비치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 공하고 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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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각 1개(6.7%)가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 상담카페는 크게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와 조합의 형 태로 나눠볼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이 두 형태의 운 영진은 심리상담과 관련된 전문적인 학위 과정을 이 수한 바 있거나, 심리상담에 상당히 관심이 있어 미술 치료, 심리치료 등과 같은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심리상담카페의 운영진은 정신과 혹 은 심리상담센터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고, 다양한 프 로그램을 제공함으로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심리상 담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문턱 낮은 힐링의 공간 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심리상담카페를 운 영하고 있다. 연구자가 조사한 결과, 전국의 심리상 담카페 13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고, 대구의 1곳만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 구의 심리상담카페도 처음에는 개인의 소유로 출발 했지만, 전문상담사, 바리스타 등 심리상담카페를 운 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분을 가지고, 스스로 운영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2012 년을 시작으로 협동조합의 형태로 전환한 것이 오늘 에 이르고 있다. 특이한 경우는 한시적으로 심리상담 카페를 운영하는 형태인데, 정신과의사가 심리상담 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1기, 2기 등의 시간차를 두 고 부정기적으로 심리상담카페(압구정동에 위치)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2기까지 상담을 마친 상태이고, 3기의 모집은 불투명하다. 이곳에서 제공 하는 심리상담서비스는 애니어그램, 자기방어기제 검사, 그림심리검사, 미술치료, 멘토링 등으로 다양

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격도 보통 1~2만 원 정도 이다. 우리나라의 정신상담경험의 비율이 2000년대 초반 8.9%에서 2010년대에 들어서는 15.3%로 늘어난 것과 같이 나날이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 려(그림 3 참조)할 때, 이러한 심리상담카페의 증가는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상담이라는 것이 정신병원 혹은 심리상담센터 등과 같은 특정한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익명성을 요구하기 때문 에 다수의 대중에게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으 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적인 공간이 필 요하고, 이러한 현실들이 심리상담카페의 등장을 촉 발시켰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주요 연구대상은 홍대 주변, 대학로, 대 구, 인천 등에 위치한 심리상담카페 5곳이다(표 1 참 조). 운영자, 종업원을 주요한 인터뷰 대상으로 하였 다. 방문자 혹은 심리상담카페 이용자와 직접 인터뷰 그림 3. 우리나라의 정신상담경험 비율 추이(2001~2011)

출처: 조맹제 등, 2011.

표 1. 본 연구의 연구 대상 심리상담카페

ㄷ카페 ㅁ카페 ㅎ카페 ㅋ카페 ㅌ카페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울특별시 마포구 경기도 용인시(죽전)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

설립주체

개인소유 (심리상담 관련 종사자)

개인소유 (심리상담 관련 종사자)

개인소유 (심리상담 관련 종사자)

개인소유 (심리상담 관련 종사자)

조합형태

심리상담내용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애니어그램 (성격유형), 가족관 계개선 프로그램 등

애니어그램, 미술치료 등

자아분석, 사랑의 언 어 검사, 심층상담 (우울증 치료, 가족관

계개선 프로그램 등)

애니어그램 등의 일 반적인 심리상담, 청소년멘토리 등 비용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나, 1~2만원 내외, 그러나 전문적인 심리상담의 경우에는 10만원 내외인 경우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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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시도하려했으나, 심리상담이라는 특수성으로 인 해 직접 대면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관 련된 사항은 운영자 및 종업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질 의응답을 실시해 정보를 수집하였고, 본 연구에서 참 고사항으로 이용하였다. 당초 심리상담카페 전수 14 곳을 조사하려 하였으나, 대개의 운영자가 심리상담 카페만을 운영하지 않고, 외부 강의, 집필 등으로 바 쁜 관계로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인터뷰가 가능했던 5 곳의 결과만을 정리하였다. 인터뷰는 2014년 2월 1일 부터 4월 30일까지 실시하였다. 주요 질문은 심리상 담카페의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의의를 찾아보기 위 한 반구조화된 질문으로, 1) 심리상담카페의 설립 배 경과 과정, 2) 심리상담카페의 이용자 및 그들이 하는 심리상담의 내용(비밀보장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사 례 중심의 내용을 청취), 3) 심리상담카페가 정신병 원, 심리상담센터, 혹은 다른 치유의 경관과 차별적 으로 앞으로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 지 등이다. 이에 더해, 심리상담카페와 유사하게 치 유를 테마로 운영하고 있는 티테라피(tea therapy)카 페, 플라워 카페, 반신욕·족욕 카페 등도 방문하였 고, 심리상담카페와 동일하게 유사 카페 운영자 및 관 계자들과의 인터뷰도 실시하였다. 이러한 방식을 통 해 치유를 주제로 하는 카페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해 이해하고, 점점 치유의 범위가 확대되고, 다양해지는 가운데서 심리상담카페가 지향할 방향은 무엇인지 심도 있게 고찰하였다.

4.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으로서 심리상담카페의 의의

1) 숨김의 정서와 반동의 공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양의 환경과 다르게 우 리나라에서는 정신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를 이용하 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까지 곱지 않다. 물 론 최근에는 언론이나 공공기관에서 정신질환의 관 리 및 예방에 대해 목소리 높여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

고, 그렇기 때문에 관련 기관들이 핵심 도시의 주요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만 아직도 정신병원 및 심리상담센터는 심리적인 장 벽에 막혀있는 곳이며,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 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체면이 중요하고, 타인 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정서를 우리나라 사람 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관으 로의 출입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일정한 지리 적 단위는 개인의 정체성의 표현과 형성에 영향을 주 며,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주는 하나의 표시라 할 수 있는데(Curtis et al., 2007), 이러한 점에서 있어서 정 신병원 및 심리상담센터를 이용한다고 하는 문화적 낙인(cultural stigma)은 아무리 정신병원 및 심리상담 센터 등과 같은 기관에서 물리적 환경을 좋게 조성한 다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부담스러운, 때로는 두려운 곳으로 인식된다고 볼 수 있다(Curtis et al., 2007). 그러나 심리상담카페는 숨기고 싶어 하 는 이러한 보편적 정서에 대해 반동을 가한다. 카페라 는 드러난 공간을 활용해 정신병원 및 심리상담카페 에서 하던 기능을 전부 혹은 일부를 가져와 마치 편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든 다. 이러한 활용을 통해 정신병원 혹은 심리상담센터 등의 기관이 외부적으로 풍기는 딱딱한 분위기, 때로 는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곳을 이용한다는 두려움을 중화시켜준다고 볼 수 있다.

“… 저희 심리상담카페가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에 있으니 우연치 않게 들어와서 심리상담을 하면서 차를 한잔 마시거나, 주로 연 인들이 서로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 상담 하러 많이 와요. 그렇지만 종종 정말 심각한 경우, 예를 들어, 가족 관계, 특히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 어서 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부부지만 상대의 성격을 잘 몰라 매일 갈등하고 있는 경우 죠. 그래서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절 박함에서 오시지요. 부부관계크리닉과 같은 곳에 가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 고 싶은데 딱히 길은 없고. 결국 찾게 된 방편 혹은 대안이 저희 심리상담카페와 같은 공간이죠.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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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온다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대부분 그런 분들은 정기적으로 오시 는 경우가 있어요. 상담 이후에 관계가 회복된 사 례를 종종 봅니다…” (2014년 4월 11일, ㄷ카페 대 표)

이러한 경향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지방에서 더 뚜렷하다. 본 연구의 사례인 대구의 경우에는 체면 혹 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더 강 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 혹은 심리상담센터 등 기관의 출입을 상당히 꺼려하 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한다. 구체적인 수치에 의한 결과는 아니지만, 비행청소년의 숫자는 매년 늘어나 는 추세고, 정신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고통을 호소 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심리상담과 관련한 몇몇의 뜻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지역적 문제 를 인지하고, 심리상담카페를 조직적으로 운영하게 된 사례를 통해 숨김의 정서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심리상담카페의 특징에 대해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 다.

“… 대구는 워낙 보수적인 곳이고, 또 서울처럼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 에 사람들 관계에서 체면이라는 것을 더 의식할 수 밖에 없고, 조밀한 인간관계에 더 조심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자신 혹은 가족에 있어 심리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드러내놓고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결과를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은 아니지만, (심리상담에 다년간 종사한) 제가 체 감할 때 비행청소년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여 지고,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호소는 사 람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심리상담카페를 열었습니다. 카페에서 심리상담을 하는 것은 기본 이고, 학교 등과 같은 외부기관에서 청소년 멘토 링 활동도 겸하고 있어요. 다수는 아니지만, 일부 우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심리상담카페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 다…” (2014년 3월 14일, ㅌ카페 대표)

2) 양면적인 성격의 내포와 반복·지속적 치유 체 험이 유지되는 공간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치유의 경관에 대한 접근은 상당히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치유에 관 한 또 다른 지리적 접근으로 자연적 치유냐, 인공적 치유냐, 의도적인 프로세스냐, 비의도적인 프로세스 냐에 따른 구분도 들 수 있다(Sampson and Gifford, 2010). 이러한 구분법에 의거해 심리상담카페의 특징 을 살펴보면, 심리상담카페는 인공적인 치유의 경관 이면서, 의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그림 4 참조).

대개 이러한 경우는 드러난 상징성을 지니며, 눈에 띄는 경향을 보이는데, 심리상담카페는 이러한 부분 에 있어 예외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반 대 중들은 심리상담카페라는 공간이 카페의 새로운 유 형으로 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그닥 특수 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 에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인공적이면서도, 의도적인 심리상담카페가 정신병원 및 심리상담센터보다는 부 담스럽지 않은, 한번 경험해봄직한 곳으로 판단하며, 트라우마라 부르는 깊은 상처에 대한 치유보다는 일 시적 탈출을 기대하고, 혹은 호기심에 방문하는 곳으 로 여기고 있다. 다시 말해, 카페라는 상업성으로 포 장된 공간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고, 외관상으로 도 재미 혹은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이 상당 히 집약된 곳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방

그림 4. 치유의 경관의 구분 및 심리상담카페 기능의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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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정서는 반은 기대 하고, 반은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렇지만 일단 이 공간에서 치유의 경험내지, 체험을 한 이용자들은 이름만 걸어놓은 곳이 아님을 알게 된다.

“… 저희 심리상담카페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반신반의신 것 같아요. 심리상담카페라는 컨셉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에 경험을 하고픈 심리가 한편에 있는 것 같고, 또 다른 한편에는 얼 마나 내 마음을 파악할 수 있을까 혹은 일종의 비 전문적인 곳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 은 가볍게 생각하고 오셨던 분들도 저희 심리상담 카페에서 기본적인 애니어그램과 같은 심리상담 을 하시면,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신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을 많이 파악할 수 있 었고, 상대를 많이 파악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치유를 많이 받았다, 혹은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해답을 얻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 어 어떤 분들은 최근에 힘들었던 경험, 인간관계 의 깊은 갈등까지 모두 다 말씀하시고, 한동안 울 고 가시기도 해요. 세상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정 작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점점 줄어들잖아 요. 그런 면에서 반신반의로 한번 발을 들인 저희 심리상담카페에서 만족스러운 상담을 하고, 치유 를 받고, 이후에 다른 분들에게 소개를 하시거나, 혹은 본인이 재방문하시는 경우가 있어 저희 카 페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4월 15일, ㅁ카페 실장)

치유에 대한 지리학적 접근의 효시를 만들고, 주요 한 개념을 정립한 Gesler에 의하면, 치유와 관련된 지 리적 범위가 궁극적으로 효율성을 가지는 대목은 어 떠한 방식으로 치유에 접근하든-앞서 언급한 자연적 이냐, 인공적이냐, 혹은 비의도적이냐, 의도적이냐 등의 구분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그 자리에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안에 치 유를 받을 수 있는 요소들, 특히 치유를 해줄 수 있는 사람 내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Gesler, 1996). 그러한 점

에 있어서 반신반의했던, 즉 기대함과 기대하지 않음 이 공존하는, 상반된 이미지가 혼재된 공간인 심리상 담카페는 얕은 수준이던, 깊은 내면을 모두 드러내야 하는 깊은 수준이던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치유라는 키워드를 제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이미 치 유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치유의 공간의 존재는 특정한 지리적 단위에서 강조했던 치유보다 훨씬 더 많은 사 람들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전하고 있는 곳으로 해 석할 수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반복적이 며, 지속적인 치유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3) 기능적 변용과 평등한 환경 속에서 동화된 진 정성의 공간

심리상담카페는 카페라는 일상적인 공간의 기능적 변용이라는 측면에서 마지막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카페라는 공간이 가벼운 식사나 차 정도를 즐 길 수 있는 기능을 했다면, 최근의 그것은 상당히 복 잡한 양상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카페하면 떠오르는

‘사랑방’ 내지 ‘도시 공간 내에서의 휴식처’로서의 역 할뿐만 아니라, 때로는 다양한 스펙트럼 안의 문화와 예술을 파는 공간-예를 들어, 관광과 접목한 캠핑카 페, 향장과 접목한 화장품카페, 예술과 접목한 음악 전문카페 혹은 미술전시카페 등-으로서 기능을 하기 도 한다. 최근에 커피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동반성장하고 있는 카페 시장은 다 양성을 부추긴다. 그러한 면에서 심리상담카페도 하 나의 대안이요, 치열한 카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도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심리상담카페를 운영하 는 이들은 동일하게 심리상담카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며, ‘심리상담’을 가까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 는 ‘장(場)’을 만드는 것이 선결과제라 언급했다. 치 유와 관련된 지리적 상징성은 보통 보안(security), 정 체성(identity), 내용(material), 심미성(aesthetic)으로 구성되는데(Gesler, 1998; Wakefield and McMullan, 2005), 결국 이러한 요인은 모여 진정한 치유를 향한 진정성(authenticity)으로 통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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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경 5km 안에 160개의 카페가 존재하고 있 어요. 우리 의도는 음료를 파는 카페로서의 기능 도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심리상담이거든 요. 카페만을 생각하면 사실 이 근방에 훨씬 더 경 쟁력 있는 곳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카페가 월등히 좋은 매출을 보이는 것은 심리상담 이라는 ‘진정성’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 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조금 더 행복해지고, 마음 의 짐을 덜어내길 바라며 접근했던 것이 오늘의 결 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는 특별한 홍보는 하지 않아요. 단, 먼저 이용해보신 분들께 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시고, 소개를 받아서 오 시는 경우가 많죠. 앞으로 이 근방에 카페는 더 많 아질 것이고, 우리 카페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면 좋을지 가끔 고민도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운영을 한다면 우리 심 리상담카페는 지속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4 년 3월 14일, ㅌ카페 대표)

“… 사실 카페라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면, 이러 한 공간을 굳이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유명한 프렌차이즈 카페가 수익성도 높고, 운영하기가 좋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간 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와서 심리상 담도 하고, 무엇인가를 나누고,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저는 이 카 페가 아니더라도 온,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 로 심리상담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심리 상담카페는 그 중 하나일 뿐이고.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오기를 바라며 만든 일종의 열린 공간으로 해석해 주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 다…” (2014년 4월 11일, ㄷ카페 대표)

본 연구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5곳의 심리상담카 페의 주요 운영자들은 대부분 심리상담과 관련된 직 종에 종사하고 있거나 혹은 저술, 외부 강연 등을 하 면서 심리상담카페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 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열악한 심리상담환경

을 체험했고, 그래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자 하는 의지를 표출한 그들의 진정성이 묻어난 공간 이 바로 심리상담카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정신병원 혹은 심리상담센터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인 높은 진입장벽의 문제를 먼저 파악 하고, 이러한 부분에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운영자들은 최대한 이용자를 배려해 심 리상담한 내용을 따로 보관하거나,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개인심리상담이 가능한 공간을 별도 마 련하거나 하는 등의 보안, 정체성, 내용, 심미성이 복 합적으로 드러나는, 즉 진정성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심리상담카페를 조직하고 있다. 더구나 이미 일상생 활에서 친근하게 존재하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거 나, 약간의 변화를 가해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 가려 면 여러 가지 부담을 져야하는 정신병원 혹은 심리상 담센터 등과 같은 특정한 곳에서의 치유의 행위에 비 해 소득, 사회적 지위 등과 같은 요인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 다.

5. 결론 및 토론

1992년 Gesler가 발표한 바와 같이, 치유에 관한 지 리적 접근에 있어 최초의 개념으로 제시된 곳은 주로 병원, 성지순례지 등과 같은 특정한 지리적 단위였 다. 이러한 곳의 특징은 특수한 공간을 점유하는 성향 이 있다는 점이며, 드러난 상징성을 가지고 있고, 무 엇보다 소득,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제공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이러한 접 근은 점점 일상생활로 옮겨지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정신과, 심리치료센터 등과 같은 기관과 별개로 일상적 삶에서 가까이 심리 혹은 상담치료를 돕고자 운영되고 있는 심리상담카페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후에 나타난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 의 경관은 이전의 형태와 다른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 다. 우선, 친숙한 공간에 숨어서 나타난다는 특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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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며, 정신병원 및 심리상담센터가 가지고 있는 것 과 같은 문화적인 낙인 효과를 줄여주고, 따라서 접근 성이 높은 곳으로 인식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기 대하지 않았던 특별한 경험의 제공처로 역할에 지속 적이고, 반복·누적된 치유 경험이 가능한 곳의 기능 을 한다. 마지막으로 원래의 기능이 변용된 공간으로 서 심리적 장벽을 낮춰 훨씬 더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 투할 수 있는 역할 등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일상생 활에서 나타나는 지리적 단위를 그대로 이용하거나, 변용해 나타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접근 의 치유의 경관에서 중심적으로 다뤘던 병원, 성지순 례지 등과 같은 특정한 곳에서의 치유의 행위에 비해 경제, 사회, 문화적인 여건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상담카페를 통해서 본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의 치유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첫 째, 보통 특정적이고, 한정적인 치유의 지리적 범위 는 단기적인, 장기적이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반 해, 일상에서의 치유의 지리적 범위는 일시적인 치유 가 반복되는 곳이다. 이러한 일시적 치유가 계속 쌓 인 결과는 누적된 치유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 국 훨씬 더 높은 삶의 질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따라 서 지속적인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일상에서의 변화는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다 가온다고 할 수 있다(Gesler, 1992; Willis, 2009). 즉, 특정하고, 한정적인 치유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감

그림 5. 전통적 접근과 일상에서의 공간에 대한 접근을 바탕으로 한 치유의 경관 형성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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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변화로 인해 일렁이는, 일시적으로 맛볼 수 있 는 해방감, 스트레스 해소, 일시적인 나쁜 기분의 경 감 등은 엄밀한 의미에서 치유라기보다는 단기적인, 감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시적인 현상은 치유에서 본질적으로 다루는 그것과는 다른 성격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Rowles(1978)의 주장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어떤 지리적 범위가 가 지고 있는 감정적 애착을 즉시적(immediate), 일시적 (temporary), 영구적(permanent)으로 나누었다(Mili- gan et al., 2005), 그리고 조성된 치유의 공간에서 느 낄 수 있는 감정은 주로 즉시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인 데 비해, 일상적인 치유의 경관에서는 영구적인 감정 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며, 설령 즉시적이면서 도, 일시적인 감정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적 으로 쌓이거나, 일련의 것으로 정립된다면, 일상적인 치유의 경관이 훨씬 더 효과적인 치유를 자극할 수 있 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일상에 서 파편과 같은 치유의 공간에서의 경험들이 하나로 모일 때 치유의 효과는 증진되며, 그것이 바로 치유의 줄거리(storylines)로 승화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은 이러한 경험을 효율 적으로 지원하는 공급처인 것이다.

둘째, 접근성 차원에서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 간에 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접근성은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심리 적인 측면, 즉 얼마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드나 들 수 있는지 하는 문제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문화적으로 얼마나 친숙한지, 안정적으 로 삶에 고착되어 나타나는지 등의 생활에 기반한 문 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접 근성은 단순한 수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적, 경제적 이유 등과 관련해 치유의 기회에 얼마만 큼 노출되는가하는 문제와도 연관성을 가진다. 오늘 날 특정적이고, 한정적인 지리적 범위는 대규모의 관 광 산업으로 인해 상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 한 곳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Conradson, 2007; Willis, 2009). 예를 들어, 경치 좋 은 자연 환경에 대단위 레저타운을 조성하고 치유 혹 은 힐링이 가능한 곳으로 소개하는 마케팅 전략이나,

주요한 세계의 성지를 둘러보는 순례코스를 관광상 품으로 제공하는 것 등과 같은 사례가 바로 이러한 것 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간은 앞 에서는 치유를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느 정 도의 정신적·심리적 완화만을 제공하며, 마치 선한 탈을 쓴 것과 같은 특정한 여행 상품, 높은 가격의 스 파 이용권 등의 상품적 성격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태는 한층 더 품격 있는, 더 효과가 높은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내고, 더 많은 것을 누려야만 가능하다고 자극하고 있으며, 종 국에는 또 다른 차원의 소비주의만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라는 체제 하에서는 경제적 가 치를 자유롭게 누리는 집단만이 특정한 지역에서 겉 으로만 잘 포장된 치유를 향유할 수 있다고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람과 그 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이동의 차이가 나타나고, 향 유할 수 있는 기회에 있어 불균등이 나타나며, 최종적 으로는 의료의 불균형 유발 등 전혀 생각지 못했던 차 원의 문제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Willis, 2009).

물론, 이렇게 정형화된 치유의 공간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도움이 될 수 있 지만, 반대로 사회적으로 통제되고, 관리되는 또 다 른 틀 안에 치유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 가 있다고 할 수 있다(Wilton and Deverteuil, 2006).

이에 일상적 삶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상대적인 심리적 장벽을 제거한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 에 관한 논의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치유의 경관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할 목 표는 ‘진정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 가면 마음 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치유의 경관에 들어 서는 사람들에게 아픈 곳을 달래주고, 원래의 상태로 복귀시키겠다고 하는 믿음, 그러한 상호보완의 관계 가 결국에는 치유의 경관이 유지될 수 있는 요인인 것 으로 파악할 수 있다. 치유는 어찌 보면 자연의(혹은 자연스러운) 상태로 사람의 신체적, 심리적, 영적인 측면을 되돌린다는 뜻이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인 위성이 없는 순수한 회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 산 없는 진정성만이 인간의 혼란스러운 신체적, 심리 적, 영적인 상태를 자연의,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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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치유의 공간이 궁극적으 로 추구할 방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그림 5 참조).

이상의 점들을 통해서 살펴본 결과를 토대로 판단 하면, 일상에서의 치유의 공간에 대한 접근은 매우 중 요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실상 더 큰 의 미에서 바라봤을 때는 여느 치유의 공간이 가지고 있 는 것과 같은 문제점, 즉 관광화되고, 상품화되는 경 향과 유사한 치유의 공간의 등장을 앞으로의 개선점 으로 지적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생각 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심리상담카페를 이 용한다고 하지만, 결국 이 또한 이용하는 사람과 그 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또 다른 차원의 격차를 유발시 킬 수 있는 문제에 당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러한 치유의 공간, 특히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치 유의 공간이 만약 난잡하게 나타나거나, 이중적이면 서도 불평등한 환경의 조성으로 조성된다면, 특정하 게 조성된 치유의 공간보다 오히려 어떤 환경은 대중 들에게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파괴를 안 겨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DeVerteuil and Andrews, 2007). 즉, 대규모 자본으 로 인해서 이상적으로 조직되고, 조성된 치유의 공간 은 사람들에게 좋은 곳으로 인식이 되는 반면, 나머 지는 그러한 곳으로 선정되지 못한 도태된 공간이거 나, 이에 더해 이를 위해 희생된 공간으로 전락될 수 도 있는 것이다(Willis, 2009). 더구나 특정한 지리 적 단위는 이미 가지고 있는 속성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지, 치유의 공간으로 동화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Wakefield and McMullan, 2005), 예외적으로, 경제, 문화, 사회 등의 지역적 여건이 변화하는 경우는 제외 하고(Wakefield and McMullan, 2005) 이러한 경향을 시간이 지날수록 차별적 공간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 다.

또한 진정성은 또 다른 차원에서 검토되어야할 대 목이다. 최근에 힐링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면서- 상당 부분은 치유보다는 완화에 더 가까울 정도로-, 심리상담카페와 같이 전문화되고, 특수한 의미를 담 고 있는 카페 이외에도 힐링을 테마로 다양한 형태 의 카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족욕이 나, 간이 스파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힐링 카

페라고 선전하고 있거나, 한의학적인 지식을 적용한 차(tea)전문 카페에서는 자신의 몸에 맞는 음료를 제 안하거나, 선택토록 해 일종의 힐링 체험을 할 수 있 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치 그림 6. 힐링을 표방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치유 의 경관: 족욕과 간이 스파를 할 수 있는 카페(상), 차(tea)전

문 카페의 맞춤 음료 선택지(중), 꽃을 테마로 치유의 경관 을 조성한 플라워 카페의 전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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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혹은 힐링이라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서 온다고 했 을 때, 친구들과 혹은 동료들과 은밀한 장소에서 수다 를 떨 수 있도록 조성한 카페도 치유의 영역이 될 수 도 있고, 사주카페, 타로점카페 등 미신적이지만, 나 름의 예언을 통해 불안한 미래를 예지해주는 카페도 그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딱히 치유를 해주 는 것은 아니지만, 꽃꽂이, 베이킹 등 취미를 결합한 카페도 치유를 도와주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 제로도 이러한 공간들이 치유를 도와주는 곳으로 포 장되어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다루고 있다(그림 6 참 조). 따라서 이러한 공간이 늘어나는 오늘날 ‘치유 의 공간의 진정성’은 무엇인지, ‘치유’라는 것이 공간 과학으로서, 지리학으로서 함의를 갖기 위해서는 어 떠한 요소가 필요한지 조금 더 면밀하게 고민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공간이 늘어남 에 따라서 발생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의 난무, 식상 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의 조성 등(Kearns and Barnett, 1997)의 문제는 이후의 연구 과제로 남긴다.

사사

본 연구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준 심리상담카페의 관련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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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espondence: Sookyung Park, Department of Ge- ography, Sangmyung University, Hongjimoon 2 Gil 20, Jongro-Gu, Seoul, 110-743, Korea (e-mail: maria1570@

smu.ac.kr, phone: +82-2-781-7545, fax: +82-2-2287-0058)

최초투고일 2014. 7. 21 수정일 2014. 8. 14 최종접수일 201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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