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나노기술(nanotechnology)의 급격한 발전에 따 라 다양한 소재들이 나노 스케일(<100 nm) 에서 벌크 상태와 비교하여 어떠한 다른 물리화학적 성질을 갖는지 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분자 소재 의 경우 기체 분리를 위한 멤브레인, 마이크로 소자 제작 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하드디스크의 윤 활제(lubricant), 나노혼합물(nanocomposite) 등 나노기 술에서의 응용범위가 다양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 나노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나노 스케일에서 고분자 소재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나노 스 케일에서 최근 10여 년간 많이 연구된 고분자 소재의 특성 중 하나가 유리전이온도(glass transition temperature)이 다. 유리전이는 무정형(amorphous) 고분자에 대해 고분 자가 유리상태(glassy state)에서 고무상태(rubbery state)로 변화되는 가역적 현상이다. 유리전이는 수 천년 전부터 관찰되었던 현상으로 반세기가 넘는 기간동안 연 구되었지만 아직도 그 근원이 밝혀지지 않은 학문적으로 도 매우 중요한 주제일 뿐 아니라, 여러 산업적인 응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고분자의 특성 중 하나이다. 1995년 최 초로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고분자 박막의 유리전이온도 가 벌크 상태의 그것에 비해 10도 이상 차이가 나고, 박 막의 두께가 얇아질수록 그 차이가 더 커진다는 실험 결 과가 발표된 이후, 다양한 실험 방법들을 통해 비슷한 결 과가 관찰되었다. 하지만 나노 스케일 고분자 박막의 유 리전이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 실험 방법들이 거의 대 부 분 X-ray reflectivity, ellipsometry, Brillouin scattering과 같은 분광학적 방법이었기 때문에 측정된 유리전이온도는 특정 두께의 고분자 박막에 대한‘평균 치’에 해당되어, 고분자 박막 표면 또는 계면에서의 성질 을 측정할 수는 없었다. 고분자 박막내에서 특정 부분에 서의 국부적인 유리전이온도, 특히 박막 표면에서의 유 리전이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실험 방법이 필 요하다. 본 칼럼에서는 유기박막트랜지스터를 이용하여 고분자 박막 표면유리전이온도를 측정하는 원리를 소개 하고자 한다.
유기박막트랜지스터를
이용한 고분자 박막 표면유리전이온도 측정
2003 서울대학교 화학과 학사
2009 Northwestern University 화학과 박사 2010 Harvard University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 현 재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조교수
김 충 익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email protected]
김충익
유기박막트랜지스터를 이용한 고분자 박막 표면유리전이온도 측정
1) 유기박막트랜지스터의 특성
유기박막트랜지스터(organic thin-film transistor) 는 최근 10여년간 다양한 응용분야에 활발하게 연구 되고 있다. 유기박막트랜지스터의 특성 중 하나는 소자 내에서 전하가 유기반도체 내에서 절연체와 접 하는 계면 부근의 얇은 층에서 흐른다는 것이다[그 림 1]. 이로 인해 반도체-절연체 계면의 특성, 다시 말해 절연체‘표면’의 물리화학적 성질(절연체 표면 의 roughness, 화학구조, 표면에너지 등)이 전체 박 막트랜지스터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유기박막트랜지스터의 구조는 [그 림 1]과 같다. 유기반도체로는 펜타센(pentacene) 을 여러 온도에서 진공 증착하였고, 절연체로는 다 양한 종류의 고분자 박막을 300 나노미터 두께의 SiO2층 위에 이층 구조로 사용하여 서로 다른 고분 자 박막 표면의 특성(화학구조, 두께, 분자량)이 펜 타센 박막트랜지스터의 성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 보고자 하였다.
2) 고분자 절연체의 표면유리전이온도가 박막트랜 지스터에 미치는 영향
먼저 각 고분자 절연체에 대해 펜타센 증착온도 (TD)에 따라 박막트랜지스터의 성능이 어떻게 변화
하는지 살펴보았다. 각 증착온도에서 박막트랜지스 터의 이동도(mobility)를 살펴보면 [그림 2(A)]에 서와 같이 고분자 절연체(PS2)에 대해서는 특정한 온도에서 이동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PS2 절연체에서 이 온도는 대략 51℃로 동일 고분자의 벌크유리전이온도 [Tg(b)]인 94℃에 비해 무려 40도 이상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고분자 절연체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과(박막트랜지스터의 이동도가 특정 온도에서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 온 도가 각 고분자 절연체의 벌크 유리전이온도 보다 낮음)를 얻을 수 있었다[그림 2(B)]. 이 온도 차이 는 기존에 10 나노미터 두께 정도의 고분자 박막에 대해 다양한 분광학적 방법으로 측정된 유리전이온 도 수치와 거의 일치하거나 다소 높다. 박막트랜지 스터의 이동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온도를 정량화 하기 위해 이 온도를 각 고분자 박막의‘표면유리전 이온도[Tg(s)]’라고 정의하였고, 이는 이어지는 여러 실험결과들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 먼저 [그림 2(C)]에서와 같이 10에서 800 나노미터의 서로 다른 두께의 고분자 박막을 사용하여 제작된 박막트랜지 스터의 경우에 박막 두께와 무관하게 같은 온도에서 이동도가 감소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이 결과가 고분자 표면의 특성에 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분자 박막의 표면유리전이온도에서 박막트랜지 스터의 이동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이유는 유기반
그림 1. 본 연구에서 사용된 유기박막트랜지스터의 구조 (pentacene을 유기반도체로, 다양한 고분자를 절연체로 사용
하였다).
도체로 사용된 펜타센 분자가 증착 온도에 따라 어 떠한 박막 구조와 그레인 크기를 갖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그림 3]. [그림 3(A)]는 펜타 센 증착 온도에 따라 펜타센 박막의 X-ray diffraction(XRD) peak의 크기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고분자 절연체에 대해 낮 은 증착 온도에서 높은 증착 온도에 비해 펜타센 박 막이 훨씬 더 큰 peak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peak크기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온도가 [그림 2]에서 관찰했던 박막트랜지스터의 이동도가 급격 하게 떨어지는 온도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고분자 절연체와 비교하여 대조군으로 사용된 c-SiO2 절연 체에서는 펜타센 증착 온도와 무관하게 XRD peak 의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펜타신 박막 표면의 그레인 구조에서도 비슷한 경 향을 볼 수 있다. [그림 3(B)]는 여러 절연체 위에 서 증착된 50 나노미터 두께의 펜타센 박막을 AFM 으로 확인한 것이다. 대조군으로 사용된 c-SiO2 절 연체 위에서는 펜타센 증착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펜타센 그레인의 크기가 점차 커진다. 반면 고분자 절연체 위에서는 표면유리전이온도 미만의 증착온 도에서는 c-SiO2절연체의 경우와 비슷한 양상을 보 이지만, 이 온도 이상에서는 낮은 증착 온도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의 그레인 크기를 갖는다.
고분자 절연체 표면유리전이온도를 기준으로 하여 펜타센 증착 온도에 따라 펜타센 박막이 왜 서로 다 른 구조를 지니는 지를 [그림 4]와 같이 도식화 할 수 있다. 대조군으로 사용된 c-SiO2절연체는 증착온 도가 달라지더라도 그 표면에 아무런 물리적인 변화 가 없기 때문에(SiO2의 벌크유리전이온도는 약 1300
℃), 증착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절연체 표면에서 펜 타센 분자들이 더 쉽게 확산(diffusion)하여, 펜타센 그레인의 크기가 증가한다. 고분자 절연체의 경우 펜 타센의 증착온도가 표면유리전이온도 미만일 경우에 는 c-SiO2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펜타센 분자가 성장 한다. 하지만, 펜타센 증착온도가 표면유리전이온도 이상일 경우 고분자 박막 표면에서 고분자 사슬들의 움직임(cooperative motion)으로 인해 펜타센 분자
그림 2. 다양한 종류의 고분자 절연체를 사용한 박막트랜지스터에서 펜타센 증착 온도에 따른 이동도(mobility)
(A) PS2, c-SiO
2절연체에 대한 결과, (B) (DSC 측정으로부터 얻어진) 벌크 유리전이온도와의 비교, (C) 서로 다
른 고분자 박막 두께에서의 결과.
김충익
는 쉽사리 확산할 수 없어 낮은 증착온도에 비해 상 대적으로 작은 그레인 크기를 갖고, 결정화된 박막 구조(crystalline texture)를 갖지 못한다. 이와 같은 펜타센 박막의 구조와 그레인 크기의 차이에 의해 박 막트랜지스터 내에서 전하의 이동도가 달라지기 때 문에 고분자 절연체의 표면유기전이온도에서 박막트 랜지스터의 성능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3) 고분자 박막 표면유리전이온도 변화를 통한 유기 박막트랜지스터 성능 개선
유기박막트랜지스터의 성능이 고분자 절연체의 표면유리전이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를 이 용하여 유기박막트랜지스터의 성능을 개선하는 간 단한 몇 가지 방법을 찾아볼 수 있었다.
① 산소플라즈마 처리(O2plasma treatment) Polystyrene(PS)과 같은 고분자 박막에 짧은 시 간동안 산소 플라즈마를 처리하면 박막 표면의 고분 자 사슬에 산소를 포함한 많은 작용기들, 특히 –OH 가 많이 생긴다는 게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산소플 라즈마 처리를 통해 PS 박막 표면의 구조를 Polyvinylphenol(PVP)과 비슷한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PVP [Tg(b)=167℃]는 PS [Tg(b)=90~100℃]에 비해 훨씬 높은 벌크 유리 전이온도를 지니고 있기에, 산소플라즈마 처리를 통 해 쉽게 PS 박막의 표면유리전이온도를 증가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림 5]를 보면 산 소플라즈마를 불과 5초동안 처리한 PS절연체 위에 펜타센을 70℃(PS의 표면유리전이온도인 50~60℃
보다 높은 온도)에서 증착한 경우 플라즈마 처리를 하지 않은 PS 절연체에 비해 박막트랜지스터가 300~400배 높은 이동도를 보여준다.
그림 3. 다양한 종류의 고분자 절연체에 대해 펜타센 증착 온도에 따른 (A) 펜타센 박막 XRD peak의 변화, (B) 펜타센 그레인 크기의 변화 (대조군으 로 사용한 c-SiO
2절연체와의 비교).
그림 4. 증착온도에 따른 펜타신 분자의 성장 구조 차이
(T
D: 펜타센 증착온도, T
g(s): 고분자 절연체 표면
유리전이온도).
② 자외선 경화(UV curing)
고분자의 유리전이온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간단 한 방법 중 하나는 고분자 사슬을 서로 엮어주는 (crosslinking) 것이다. 고분자 사슬의 crosslinking 정도가 높아질수록 고분자 사슬들의 움직임이 둔화 되기 때문에 유리전이온도가 증가한다. 이 실험에서 는 C=C 이중결합을 지닌 고분자 [그림 6(A)]를 이용하여 자외선을 쬐어주는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고분자 절연체의 표면유리전이온도를 변화시켰고, 이에 따라 박막트랜지스터의 성능을 쉽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그림 6(B)]에서 보여주듯이 자외선을 쬐어주는 시간을 증가시킴에 따라 고분자 박막의 표 면유리전이온도(박막트랜지스터의 이동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온도; 점선으로 표시)가 증가하는 것을 확 인할 수 있다. 자외선을 불과 1분 동안 쬐어주는 것 으로 박막트랜지스터의 이동도를 75배 정도 향상시 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6(C)].
결론
본 연구에서는 고분자 절연체의 표면유리전이온 도가 유기박막트랜지스터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 다는 것, 다시 말해 유기박막트랜지스터가 고분자 박막의 표면유리전이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아직도 그 근 원이 밝혀지지 않은 고분자 유리전이온도에 관한 기 초적인 연구로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나노스케일의 고분자 소재가 사용되는 다양한 응용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