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문화의 개념
(1) 문화의 전통적인 개념
문화는 학습되고, 사회적으로 전승된 행위의 총체라고 정의되어 왔다. 이는 특히 인류학 적 관점에서 내리는 정의이다. 문화란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고, 학습을 통하여 얻으며, 사회 적인 유전의 여러 메커니즘을 통하여 한 개인, 집단 혹은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승된다는 것이다.1) 여기서 학습과 전승의 총체라는 말이 핵심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문화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의사소통, 해설, 평가를 돕는 일련 의 가치, 아이디어, 유물과 여타의 다른 의미 있는 상징들인데, 이를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 하고 있으며,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일련의 신념(beliefs), 가치(values), 태도(attitudes), 관 습(habits), 행동형태(forms of behavior)라고도 한다.
이 같은 문화는 구체적으로 박물관, 민속공연, 역사적인 유물과 같은 과거의 유산을 의미 하기도 하지만, 영화, 드라마, 축제와 같은 지금 시대의 산물도 포함된다. 또 책이나 석탑, 고택과 같은 유형적인 문화와 언어나 도덕, 생활풍습과 같은 무형적인 문화로 나뉜다.
문화는 한 사회가 공유하는 의미와 전통을 반영하며, 그 속에 포함된 가치나 규범 등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2) 문화와 인간 행위간의 관계
최근의 논의에서 문화는 그 자체가 행위가 아니라, 행위로부터 끌어낸 추상이라는 주장이 대두되었다.2)
여기서는 ‘추상’이라는 말이 다소 모호하다. 추상이라면 무형적이고 지각할 수 없다는 말 일까? 문화의 구체성이 사라지므로, 자칫 개념 정의가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 나 전통적인 논의에서 말한 상징을 빌려오면 달라진다. 상징행위에 의거한 사물과 사건이 신체 밖의 맥락에서, 곧 인간 유기체와의 관련에서보다는 그것 상호간의 관계에서 고려되고 해석될 때,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3)
신체 밖의 맥락을 문화와 연결 짓자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필요하다.
어떤 동물류의 성인남성을 남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남자는 남자이지 종이 아니다.
한 남자가 어떤 맥락 속에 들어갔을 때에만이 종이 된다. 상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옥 수수와 목화는 이용 가치가 있는 품목이다. 그러나 그것은 원주민 호피 인디안 족의 문 화에서는 상품이 아니었다.4)
1) 레스리 화이트, 이문웅 역,『문화의 개념』, 일지사, 1977, p.134.
2) 위의 책, p.134.
3) 위의 책, p.141.
4) 위의 책, p.149.
자연으로서 남자는 남자일 뿐이었는데 어떤 맥락에서 종이 되고, 자연으로서 면화는 면화 일 뿐인데 어떤 맥락에서 상품이 된다. 이 맥락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3) 문화의 특성
문화의 개념으로부터 그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5) 먼저 문화는 사회 규범적 기능을 가지 고 있어 사람들의 행위를 이끈다. 인간관계 등의 문화가 이 규범에 바탕 한다. 또한 문화는 학습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문화화 혹은 문화적 적응 (enculturation)이라 한다. 그리고 문화는 지속성(permanence)과 동태성(dynamic)을 동시 에 가지고 있다. 쉽게 바뀌거나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동안 그 사회구성원에 의해 축적된다. 마지막으로 문화는 차별성을 가진다.
이 같은 문화는 고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화 역시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진화하고 변화한다.
문화는 인간 행위의 총화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특성이 곧 문화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일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사람이다. 다만 한계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숨을 쉬며 일해서 상대성이론을 발명해 냈다. 상대성이론은 문화의 극적인 예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이론의 역사를 따지고, 그 발전을 설명할 때, 아인슈타인의 숨쉬기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숨쉬기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행위이다. 이 행위 위에 그의 발명이 있다. 이 발명 부분만을 우리는 문 화의 범주에서 논한다.
(4) 문화자원의 분류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문화자원은 대체로 전통의 유산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변화된 부분 이 있고, 현대에 들어 더욱 급격한 변화양상을 보이지만, 유산으로서 전통적인 성격은 아직 강하게 남아 있다. 특히 무형과 유형으로 분류된 문화재 제도는 전통의 고수를 기본으로 하 고 있다. 그러므로 제도가 성립되었던 1960년대까지의 모습을 전해준다 할 것이다. 문화자 원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의 이해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우리의 문화자원을 크게 분류해 보면, 의․식․주․종교․놀이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전 반적인 우리 문화자원을 포괄하게 된다. 이를 표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5) 이 특성에 대해서는 『한국문화관광론』(한국방송대출판부)의 제1강 문화관광의 이해를 참조할 것.
대분류 소분류 내 용 비고
Ⅰ 의생활 한복 한복의 미와 시대별 특징
Ⅱ 식생활 음식 조리법과 맛의 특징
Ⅲ 주생활
한옥 문화자원이자 실생활공간
궁궐 왕실문화로서 궁궐
정원 주거공간의 꽃
Ⅳ 종교생활
무속신앙 한국 무속문화의 특징
유교 전통예절문화
불교 승려의 생화공간과 템플스테이
Ⅴ 놀이문화
세시풍속 절기에 따른 명절
명절은 종교생활과도 관련
공연 한국음악 정악
민간공연 탈춤
놀이 축제와 문화관광의 핵심
의식주는 생활의 기본이다. 기본생활이면서 거기에 우리 특유의 문화현상이 드러난다. 문 화관광에 제공하는 문화자원으로서도 가장 기본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이에 비해 종교생활 은 종교가 지닌 기본적인 속성에 바탕 하여 우리 문화의 표면적인 색깔을 보여준다. 그 뿌 리가 민족의 발생과 함께 할 민간의 무속신앙에서, 외래 종교로서 도입되어 문화의 일부로 정착된 불교와 유교가 있다. 특히 유교는 전통예절문화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종교 생활이 의례에 가깝다면 놀이는 좀 더 자유로운 여가와 유흥의 문화를 이룬다.
이제 이 같은 문화자원의 포괄적인 이해를 위해 마련한 이 강의의 주요 내용을 위 대분류 에 따라 소개하기로 한다. 마지막에 현대 사회·역사·문화자원의 특성과 문화자원의 가치를 확대·변형시키는 콘텐츠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