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실험으로 구현되는 공주시 제민천
이승민 한국리노베링 대표 ([email protected])
공주시 도시재생사업과 민간 중심의 ‘에어리어 리노베이션’
공주시는 부여와 함께 백제문화권의 중심도시였으며, 사범대학을 대표로 교육도시로서 명 성이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 10만 명에 노령인구비율이 24%가 넘는 초고령도 시로 소멸 위기에 놓인 많은 지방 소도시 중 하나로 분류된다.
2014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2016년 공주시 원도심 지 역이 도시재생 선도지역(중심 시가지형)으로 선정되어 주민공모사업과 가로 정비, 거점시 설 조성 등의 사업이 진행되었다.
제도화된 도시재생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공주 하숙마을’을 꼽을 수 있다. 공주 하숙 마을은 1960~1970년대 공주의 중 · 고등학교로 유학 온 충청 지역 학생들이 머물면서 형 성된 곳이다. 원도심 하숙마을의 형태와 기능을 살려, 현재는 공주시 여행자들을 위한 게 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다. 2014년부터 공주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진행된 ‘제민천을 따 라 흐르는 문화골목 만들기’사업, 하숙촌 골목길 조성사업과 연계하여 조성되었다.
행정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과는 별도로, 2017년부터 제민천 동네에서는 민간 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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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호 2020 December
네트워크하면서 장소의 가치를 올리고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2020년 제민천 동네에 서 일어난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제민천 동네의 앵커 공간: 소도시 골목문화의 필수 요소
공주시 원도심의 에어리어 리노베이션은 2017년 11월 오픈한 반죽동 247 카페, 2018년에 오픈한 게스트하우스 봉황재, 2019년 오픈한 독립서점 가가책방 등 세 곳의 민간 상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죽동 247 카페’는 공주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와 제민천을 잇는 감영길 중앙의 작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반죽동 247 카페의 대표는 공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화를 공 부하러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하였다가, 자신의 장래를 고민하며 쉴 겸 고향으로 돌아왔던 30대 유턴 청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중심으로 단순히 소비만을 위한 카페가 아 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공간으로써 로스터리 카페를 계획했다. 갤러리 한편에서 하
<그림 3> 반죽동 247 카페 <그림 4> 자칭 마을 이장인 반죽동 247 카페 대표
루 5만 원, 한 달 150만 원 정도인 최소한의 생활비 수입이 목표였다고 한다. 3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이 카페는 하루 150잔 이상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 다. 공주 시내를 넘어 천안까지 커피 원두를 납품하 고 바리스타 직원을 둘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이 카페의 또 다른 기능은 공주 청년들, 또는 공주 시 내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교류 및 작업 거점의 역할이다. 스스로 참견쟁이이자 마을 이장 이라고 말하는 카페 대표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프로젝 트가 만들어지거나 고용연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두 번째 앵커 공간은 2018년 8월에 오픈한 게스트하우스 ‘봉황재’이다. 봉황재는 지역 내 작은 가게들과 역사, 관광 자원들을 엮어 도시 내 경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마을스테 이’ 개념을 구현한 도시재생 사례로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오픈을 준비하던 당시부터 도시의 자원이나 상업성을 분석하고 기획하여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다 고 한다. 다만 경기관광공사에서 오래 근무한 전문가의 시각에서 원도심이 가진 역사 · 문 화 자원들의 가치를 발견했고, 숙박 손님들에게 동네에서 찾아갈 만한 식당, 가게들을 소 개하거나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는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반죽동 247 카페를 찾게 되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갓 사업을 시작한 사람 들과 자연스레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점차 정기적인 주민교류 모 임으로 발전하였다. 이 모임은 결국 동네를 알리고 또 사람을 끌어오는 변화의 엔진 역할 을 하게 되었다.
소도시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찾아갈 곳, 더 오래 체류하고 머물면서 즐길 콘텐츠를 고민하게 된다. 봉황재 대표는 스스로의 필요이자, 관광 객들에게 필요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소도시의 필수 요소는 책방, 빵집, 술집이라고 말한 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의 생활수요로 지속되는 이러한 콘텐츠는 신시가지 상권에서 공급 될 뿐, 체류인구 2만 명에 관광객도 많지 않은 원도심에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것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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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봉황재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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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내에 독립서점이 하나둘 늘어나 이제는 5개의 독립서점을 연계한 책방 투어도 가능할 정도가 되었 다. 더불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동 시에 ‘공주 원도심 마을스테이’의 시작점으로 기능할 공간이 필요하게 되어 2020년 6월에 2호점 ‘가가서 서’를 오픈하게 되었다.
카페, 서점, 게스트하우스의 뒤를 이은 4번째 앵 커 공간은 2019년 9월 오픈한 코워킹 스페이스(co- working space) ‘업스테어스’이다. 프랜차이즈 상점도 들어오기 어려운 상권 없는 동네의 건물들을 보면, 1층은 많이 채워져 있지만 2층 이상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업스테어스 는 게스트하우스 봉황재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퍼즐랩 회사를 새롭게 설립하고, 목적이 분명한 특정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으로서 기획하고 오픈하였다. 코워킹 스페이스 는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하고 의견을 나누는 협 업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을 해보니 모임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카페와 같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업스테어스는 1인 또는 2~3인의 소규모 사업체들 이 나누어서 공유하는 셰어 오피스의 형태로 기능하고 있다. 처음에는 퍼즐랩의 업무공간 으로 시작되었으나, 2020년 11월 현재 10개 사업자가 함께하게 되어 부족한 공간의 확장 을 고민하는 단계가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상상이 실험으로 구현되는 소도시 공주
이렇게 하나하나 보면 작은 점에 불과한 가게들이지만 이들이 공간과 공간으로, 또 사람 과 사람으로 연계되면 강력한 네트워크의 힘으로 면(面)의 이미지를 드러내게 된다. 공주 원도심의 앵커 공간들은 개인들이 각각의 재미와 취미,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상상한 것을 실제로 구현한 곳이다. 그 공간을 운영하며 실험한 결과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상 상으로 채워나가는 방식을 연속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 조건은 이를 가능하 게 한 기회 요소이지만, 유동인구 하나 없어 좀처럼 시작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개성 있는 플레이어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다.
사람에 집중하여 도시재생의 방법론을 논할 때면 주로 그 동네의 대표 주민들에게만 초 점을 맞추어 주민 주도를 외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공주 제민천의 앵커들은 외지인들, 또 는 외부와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현지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40대 이상 연령대
의 기존 주민들과 행정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들이 기본적인 재생의 토양이 되었다면, 그 위에 젊고 새로운 앵커들의 네트워크가 두 번째 층을 형성하여 비로소 재생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노베이션 스쿨 in 공주’는 이러한 토대 위에 세 번째 도시재생의 층을 얹었다. 도시재 생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던 원도심 내의 유지나 청년들, 원도심을 잘 모르는 타 지역의 사 람들이 모여 다른 색깔의 스몰 에어리어를 정의하고 채워나가기 위한 엔진으로서 ‘리노베 이션 스쿨 in 공주’가 2020년 11월 개최되었다.
리노베이션 스쿨 in 공주
‘리노베이션 스쿨’은 빈집 증가, 고용 상실, 인구 감소, 공동체 쇠퇴 등의 문제를 지닌 도시 나 지역에서 유휴(遊休)공간을 비롯한 지역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역 미 래상을 그리는 실천형 단기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 서는 제주시, 전주시, 부산시, 순천시를 이어 공주시에서 5번째 개최되었다.
공주시를 보면 금강을 중심으로 북쪽에 신시가지가 형성되어 있고, 남쪽에는 공산성을 입구로 흐르는 제민천을 중심으로 원도심이 형성되어 있다. 그 안을 살펴보면 원도심 주민 들에게는 제민천과 길을 중심으로 동네가 격자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구역마다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제민천을 둘러싼 언덕 위쪽으로는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아 래로 초 · 중 · 고 학교들이 환상형으로 위치하며, 그 아래에 행정기능과 상업기능이 분화되 어 있다. 4개의 앵커 공간은 각각 봉황동, 반죽동인데,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중동은 길 건너 먼 동네이다. 중동 147번지는 먹자골목으로 쇠퇴한 상점가가 되어 상권르네상스 사업이 도시재생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리노베이션 스쿨은 반죽동과 인접했지만, 아직 쇠퇴한 지역에서 변화의 단초를 만들기 위 해 각각 앵커 위치에 있는 건물 3개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공주시와 충청남북도 지역에서 참여한 18명의 참가자들이 제안한 세 가지 사업계획서는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와 주변의 잠재수요를 확인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기획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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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쇠퇴한 상점가 2층 공간을 대상으로 아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복합놀이문화공간과, 숙박객들이 맥주 한 잔 하러 갈 만한 제민천의 밤 문화를 만들어줄 살롱형 술집이 각각의 팀에서 제안되었다. 세 팀의 제안 모두, 교사를 그만 두고 청소년 대상 교육사업을 준비하 는 청년, 육아를 하며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을 찾는 여성들, 손님들이 밤에 마을에서 더 즐 길 거리를 모색하는 게스트하우스 주인 등 시민 한 명 한 명이 일상에서 발견한 필요와 불 편을 토대로 만들어진 사업 구상이면서, 공간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 지역의 변화에 대해 그림을 그리게 하는 제안이었다.
리노베이션 그 이후
스쿨 종료 후 서울에서 공주로 이주하여 외국인 원격 근무자를 중심으로 한 코워킹 스페이 스 운영을 계획하거나, 스쿨에서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했던 공간 서비스를 운 영하고자 하는 사람, 기존에 준비하던 사업을 지역 및 건물주와 한층 더 연계하여 발전시켜 준비하는 사람 등이 있었고, 건물주 중에서도 기획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기 공간의 활용 도나 지역의 변화상을 그리면서 또 다른 협업을 약속한 분들도 생겼다.
이러한 작은 점들의 움직임이 연결된 2021년 공주는 한층 더 다채롭고 매력적인 소도시 로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놀러 오고, 머물고, 일하는 도시로 거듭나는 모 습을 상상해본다.
공주 마을스테이 홈페이지. https://town-stay.com/
馬場 正尊, Open A, 嶋田 洋平, 倉石 智典, 明石 卓巳, 豊田 雅子, 小山 隆輝. 2017. エリアリノベーション 変化の構造とロー カライズ. 学芸出版社.
참고문헌 유닛 워크 동네로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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