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사회적 부동산,
공유를 통한 포용과 상생
2021 August vol.478
나누고 공유하고
상상하다
02 국토시론
다양한 삶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회적 부동산의 상상력
양동수_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특집 | 사회적 부동산, 공유를 통한 포용과 상생 06 사회적 부동산의 등장과 의미 최명식_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11 도시 커먼즈와 사회적 부동산 박인권_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19 유럽의 공동체 자산화와 지역 이익 선순환 이영범_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25 사회적 부동산의 성공 기반:
영국 아이비하우스 사례
박윤미_ 이화여자대학교 건축도시시스템공학전공 교수
31 사회적 부동산 형성을 위한 시민운동과 국공유지 지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사례 강빛나래_ 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건축건조환경학부 박사과정 연구원 39 사회적 부동산을 위한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 방안
김선영_ 재단법인 밴드 사무국장 49 주민이 지역공간을 공유하는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
문윤희_ 행정안전부 사무관
56 국내 사회적 부동산 사례와 향후 과제:
목포 건맥1897 협동조합
62 용어풀이 <276>
사회적 경제조직, 사회적 금융 손은영_ 국토연구원 연구원
64 KRIHS가 만난 사람 <47>
“함께 소유하고 함께 누리는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토론) 나상윤_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 이사장 박영민_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상무이사 이호성_ 농업회사법인 서당골(주) 사무장 (사회) 최명식_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70 장항선을 타다 <5>
홍주 천년의 역사를 품고 미래로 가는 길 위에 서다, 홍성
이혜란_ 광휘고등학교 지리교사
80 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39>
아이부키가 만들어갈 사회, 주택 이광서_ 아이부키 대표
88 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 <11> 제인 제이콥스:
작은 계획의 힘(제인 제이콥스 지음) 시민들의 힘으로 이룬 도시활성화가 답이다 반영운_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91 연구자의 서가 <39>
부모로 산다는 것(제니퍼 시니어 지음)
CONTENTS
64
70
94
제478호 2021년 8월호
94 문학과 공간 <8>
노스탤지어를 넘어 오감으로 정동(精動)하는 도시, 장아이링과 왕안이의 상하이
한지은_ 한국교원대학교 지리교육과 조교수
100 국토아카이브 시리즈 <1>
국토계획 형성기 연구를 위한 시론:
1960-1972년 국토계획 관련 문헌 해제(解題) 박세훈_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15 국토 옴부즈만
116 글로벌정보
각국의 사회적 부동산 동향
124 국토연구원 단신
국토연구원마루뜰어린이집,제로에너지및장애물
없는생활환경우수등급획득외
127 자료회원 가입 안내
128 KRIHS 보고서 서평
지역 자산화를 위한 사회적 부동산 활성화 방안 연구(최명식 외 지음)
박진석_ 경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사회통합을 위한 부동산자산의 불평등 완화방안 연구(이형찬 외 지음)
황규성_ 한신대학교 연구교수
132 연구보고서 구입 안내
134 기자칼럼
ESG, 가까운 곳에 있다
황준호_ 아시아경제 자본시장부 기자
135 지도로 보는 우리 국토 <32>
전국 읍면동별 건강시설 분포 및 거주인구 비율 (2020년)
손재선_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발행일 2021년 8월 10일 발행인 강현수 편집위원장 문정호 편집위원 김지혜, 남기찬, 박종순, 안종욱, 윤태관, 이강식, 이보경, 이후빈, 임상연, 임용호, 정윤희, 하수정(가나다 순) 책임에디터·간사 한여정 전화 044-960-0114(대표), 044-960-0426(구독문의)
「국토」는 국토 전반에 관한 국내외 최신 정보와 현안 문제를 다루는 월간지입니다. 「국토」에 수록된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국토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나누고 공유하고
상상하다
Cover story
2021년 「국토」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국토연구원에서 주최한 제8회 아름다운 우리 국토 사진공모전의 수상작을 표지로 게재합니다.
본 작품은 장려상으로 선정된 장창근 님의
‘동서를 잇는 길’(촬영지: 강원도 고성군 미시령터널)입니다.
고성군 미시령터널
국토시론
‘패닉바잉’ 이후 부동산의 미래
사회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열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 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노리는 이 같은 흐름을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많지만, 노동소득만으로는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사회 구조 자체가 오히려 비합리성에 기대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서울 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 원에 달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부동산과 주식 투자 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절망을 실감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하루라도 더 빨리 사는 것이 가장 싸게 사는 것이라는 학습이 반복되 면서, 그야말로 ‘패닉바잉’이 증가하고 있다. 패닉, 즉 공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 황에 대해 해석하는 힘을 키우고, 주변과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 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번 호 주제인 ‘사회적 부동산’에 대한 논의가 이런 사회적 패닉 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근의 과열 양상에 한몫하고 있는 언론기사들을 보면 부동산과 주식에 올인하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안정된 삶의 기반으로서 부동산을 조성하기 위해 고 군분투하는 이들(정책연구자와 행정가들, 현장의 활동가들 등) 또한 많다. 토지 공개 념의 회복, 건축물 수명 증대와 장기 공공주택의 확산, 시민 자산화 모델 실험, 주거 기반의 커뮤니티 조성 등 다양한 층위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 모두가 ‘사회적 부 동산’ 담론의 일원이다. 이들은 (하드웨어) 공급과 가격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는 양 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거를 둘러싼 삶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부동산’은 민간의 부동산 조성과 어떤 점에서 차별점을 가지며, 어떤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다양한 삶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회적 부동산의 상상력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email protected])
사회적 부동산은 어떻게 다른가
첫째, 개발과정에서의 차별점을 들 수 있다. 한국의 부동산 개발은 ‘시공’과 ‘시행’이 분리 되지 않고 대형 건설사가 동시에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건설비가 상승하게 되고 비용 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또한, 공급과정이 철저히 소비자 그룹과 분리되어 있 기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를 개발과정에 반영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는
‘사회적 부동산’ 방식은 개발과정에 소비자들을 참여시켜 이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면서 도 동시에 가격 거품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초기 개발단계에서부터 입주자들이 지분에 참여한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의 경 우,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과정을 통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커뮤니티 시설 설계에 반영하였다. 장애인, 노인, 영유아 등 다양한 신체조건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
을 단지 전체에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도 부동산 조성과정의 맨 첫 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 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둘째, 소유 구조에서의 차별점을 들 수 있다. 기존 부동산시장에서는 거주방식이 ‘사 거나 빌리거나’로 양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안정적 거주를 위해 개인들은 많 은 부담을 지며 ‘개별 구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부동산’ 방식의 개발 은 공동소유 모델을 통해 개인이 져야 하는 위험과 부담을 덜어준다. 민 · 관이 공동소유 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시민 자산화 모델은 소유 구조에서의 혁 신을 이뤄내고, 집값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운영에서의 차별점을 들 수 있다. 사실 그간 민간의 부동산 개발영역에서는 빠르 게 지어 빠르게 분양하는 전략이 우세할 뿐, ‘운영’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
을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부동산’ 관점에서는 ‘운영’에 대한 고민이 가장 우선시 된다. 공용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제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노력들이 바로 그 일환이다.
입주민들을 운영에 적극 참여시킨다는 점도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운영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가져온다. 단지 내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처우개선
민·관이 공동소유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시민 자산화 모델은 소유 구조에서의 혁신을 이뤄내고, 집값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제478호 2021 August
효과도 기대되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갑질’ 문제는 시설관리 등 영역을 외주 화하고 비용절감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리 상상해 보는 사회적 부동산의 미래
이 지면에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부동산이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은 실로 방 대하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는 우리 삶 전반의 문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회적 부동산 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 것인가?
우선, 부동산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소비자들의 주도권을 되찾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 른 시장영역과는 달리, 유독 부동산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협상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대 형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주도권을 독점했던 까닭이다. 부동산 개발, 소유, 운영에서의 주도권을 ‘조직화된’ 소비자들이 되찾아 오는 여러 시도들은 부동산 업계의 근본적 패러 다임 변화를 추동할 것이라 기대된다. 무엇보다 제도적 복지의 다양한 사각지대를 커뮤 니티의 방식으로 보완하며,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이 되어 줄 것이다. 1~2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개인이 처리할 수 없는 각종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느슨 한 커뮤니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크고 작은 삶의 필요들이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 모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공동체의 역량은 더 커질 것이다.
최근에는 주거, 돌봄, 문화, 교육 등 삶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회적 부동산’이 곳곳에 확산된다면 수도권 중심의 과밀 양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보고 있 다. 또한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복지정책과 제도적 지원을 ‘주거 커뮤니티 지원’으로 통합 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물음을 던져 보기도 한다. 이 처럼 사회적 부동산의 상상력은 기존의 정책적 틀과 사고방식으로는 닿을 수 없는 다양 한 지점에 우리를 데려가 주기도 한다. 이번 호 월간 「국토」에서 소개될 사회적 부동산의 다양한 사례와 시사점들이 현재의 제도적 · 정책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 판’을 짤 수 있도 록 상상력을 촉발하고, 현장 곳곳에 구체적으로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란다.
국토시론
1~2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개인이 처리할 수 없는 각종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느슨한 커뮤니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크고 작은 삶의 필요들이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 모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공동체의 역량은 더 커질 것이다.
특집
사회적 부동산,
공유를 통한 포용과 상생
최근 여러 지역에서 지역공동체가 함께 소유하고 운영해 나가는 사회적 부동산이 확산 되고 있다. 사회적 부동산은 그동안 누적되어온 불평등과 사회적 배제 문제에 대한 새 로운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의 변화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주민이 주인 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사회적 부동산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실제 나타나고 있는 현황과 향후 과제를 집중 조명 하고자 한다.
특집기획: 최명식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email protected])
사회적 부동산의 등장과 의미
최명식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email protected])
우리는 오랫동안 부동산 소유권은 대부분 국 · 공유(public ownership) 아니면 사유 (private ownership)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최근 여기저기 서 논의되고 있는 공유자산(commons)은 매우 생소하며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유(共有) 형태를 기반으로 하는 공유자산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2009년 노벨 경 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공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라는 책을 통해 공유자산의 존재와 성공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후, 공유자산 과 관련된 연구가 국제적으로 확산되었고 세계 각국에서는 관련 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한 다 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공유자산의 대표 사례 중 하나인 공동체 토지신탁 (Community Land Trust: CLT)1)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최근의 이러한 흐름과 함 께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CLT 외에도 실제로 공유자산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적 용되고 있는지는 개별 국가나 지역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공유자산이 다시 주목받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공동체가 소유하는 부동 산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2) 공동체 소유권(community ownership)은 국 · 공유와 사유를 뛰어넘는 제3의 소유권으로, 그 개념은 <그림 1>과 같다.
그동안 국 · 공유 부동산은 활용의 경직성으로, 사유 부동산은 지나친 수익성 추구로 각 각의 한계가 있었다. 기존 공유자산은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그 영역이 협소했으나 앞으 로는 국 · 공유와 사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유자산 (commons)의 등장과 공동체 소유권(community ownership)
1) 토지는 지역공동체(community)가 소유하고 건물은 분양하는 주택. 입주자들은 토지가격을 지불하는 대신 임대료만 내면 되므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음. 그 대신 이 주택을 팔려고 할 경우 시세보다 저렴 한 가격에 팔도록 하여 지가상승의 이익을 일부만 가져갈 수 있고, 새로운 입주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 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현재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300곳 이상에 CLT가 존재하고 있음.
2)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공동체나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이러한 부동산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음.
제478호 2021 August
사회적 부동산이란?
이것은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당연해져 부동산이 상품화되어버린 일반적인 부동산시장 (market)으로부터 분리된, 다른 형태의 부동산을 공급함으로써 부동산에 대한 시각을 바 꾸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새로운 부동산은 현재 세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만 활용되 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선물로 물려줄 수 있는 지역적 공간이라는 의미도 갖는 다. 그렇다면 지역공동체가 소유하는 부동산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하고, 그 소유권은 어 떤 방식으로 실현되는가?
사회적 부동산이란 ‘지역공동체 주도로 확보하고 관리하며, 이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역량 강화, 지역성 회복, 지역 발전 등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부동산’
을 의미한다(최명식 2019). 지역공동체의 소유권을 제일 먼저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지역 공동체의 소유권이 확립되면 뒤에 언급된 사회적 가치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 다. 이는, 지역공동체가 공동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수많은 논의를 통해 구성원들 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합의가 되더라도 값비싼 자산인 부동산 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유를 위한 조직을 만들어 공동으로 출자하고 대출을 받는 등, 어 렵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들을 함께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부동산을 확보한 후에는 이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 디어를 내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실제로 공간을 장기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즉, 지 역공동체가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협력과 소 통, 연대와 희생 등 공동체적 가치가 창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회적 부동산’이라는 용어도 이런 점들을 포괄하여 ‘지역공동체 소유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부동산’
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지역공동체가 소유하는 형태이긴 하지만, 꼭 소유하지 않 더라도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위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건물주 등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부동산을 장기적으 로 무상 또는 저렴하게 임대하여 지역공동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지방정부가 공간
<그림 1> 공동체 소유권의 개념
자료: 최명식, 이형찬, 전은호 외 2016, 86.
공공재산 pubilc ownership
❶
제3의 소유권
사유재산 private ownership
❷
공유자산(commons) 시민 / 사회적 / 공동체 citizen / social / community
ownership
❸
을 마련하여 지역공동체에 제공하거나 지역공동체가 장기적으로 매입하도록 지원하는 경 우도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 부동산은 협의로는 지역공동체가 소유하는 부동산을 의미 하지만, 광의로는 지역공동체가 활용하는 부동산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지역공동체가 어떤 주체를 의미하는지도 중요한 이슈이다. 전통적으로는 마을 을 생각해 볼 수 있고, 현대적으로는 주민단체나 사회적 경제조직(협동조합, 사회적 협동 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 는 디벨로퍼(developer)가 부동산을 먼저 개발한 후에 입주민들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사회적 부동산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지역공동체로 표현되는 부동산의 소유 및 활용 주체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 므로,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떤 단계에서든 지역공동체가 포함된다면 넓은 의미 에서의 사회적 부동산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사회적 부동산은 최근 심화하고 있는 자산 불평등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공동체가 소유권을 갖는 부동산이 늘어나 면 지역사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간이 공급되며, 이는 궁 극적으로 포용적 지역공동체의 형성을 촉진하고 지역의 회복력(resilience)을 증진시킬 것 이다. 둘째, 지역 이익의 선순환 구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 활용으로 창출되 는 수익이 부동산의 주인인 다수의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므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익 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게 된다. 또한 공간운영을 위해 지역 내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며, 대다수 주민들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업종이 입주하여 공간적 포용성과 개방성이 확대될 것이다. 셋째, 주민들이 지역 발전의 주요 주체로 등장하는 효과가 있다. 많은 지 역 주민들이 직접 돈을 투자하여 형성하는 사회적 부동산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책임성 과 참여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며, 지역 내의 활동이나 사업들이 지역 주도로 이루어지는 등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다. 넷째, 공공예산의 효과적 활용에도 도움이 된다. 사회적 부동산이 확산된다는 것은 지역 수요를 반영한 부동산의 공급과 활용이 증가한다는 것 을 의미하며, 공공재원이 투입될 경우에도 그 효과가 지속되어 많은 주민이 장기적으로 편익을 누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투기의 장으로만 인식되어왔던 부동산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건전한 분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지 역 주민 주도의 부동산 활용과 관리를 통해 지역 역량에 따른 지역 활성화가 가능하며, 사회적 경제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내 갈등 조정과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낙후된 지역의 경우 지역공동체가 부동산 관리 주체 역할을 담당하여 유휴부동산의 적시적소, 지역적 활용이 가능해진다. 부동산산업적 측면에서는 대규모 개발에서 지역 중소규모 개발로 전환, 개발 및 공급에서 장기적 임대관리 운영으로 전환하는 추세에 적합한 모델 로 기능할 수 있다.
사회적 부동산의
필요성
제478호 2021 August
최근 행정안전부에서는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용되는 용어 인 ‘지역 자산화’란 무엇일까? 지역 자산화는 ‘사적(private) 혹은 공적(public) 재산권에 귀 속된 토지 및 건물을 지역공동체의 공유자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사용자의 토지이용 안정성 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자산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지역공동체가 함께 향유하는 과정’을 의 미한다.
즉, 사회적 부동산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 진 지역공동체에 더욱 초점을 둔 용어라 할 수 있다. 지역 자산화의 결과로 공유자산의 성 격을 갖는 사회적 부동산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시민 자산화’, ‘지역 자산화’, ‘공동체 공간 자산화’ 등 유사 한 용어들이 등장하여 혼용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본질적으로 지역공동체에 의한 자산의 공동소유라는 같은 원칙을 가지고 있으나, 강조하는 지점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시민 자산화’는 사회 · 경제적 영역을 국가 영역(제1 섹터), 시장 영역(제2 섹터), 시 민사회 영역(제3 섹터)으로 나누어 볼 때, 국가도 시장도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사 체를 형성하고 활동하는 공적 영역으로서의 제3 섹터에 초점을 둔 용어이다. 즉, 기존의 국가나 시장 중심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3 섹터의 주체들이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 · 운영 ·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이 강조되는 용어이다.
시민 자산화가 개념적, 학술적인 광의의 의미를 내포하는 용어라면, ‘지역 자산화’는 지 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지역공동체에 초점을 둔 용어이다. 즉, 시민 자산화에서 강조하는 제3 섹터 주체의 역할을 지역공동체가 맡아서 지역의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 · 운영 · 관리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또한 실제로 시민사회 주체들과 지역공동체는 서로 겹치는 경우
<그림 2> 지역 자산화와 사회적 부동산의 관계
자료: 최명식, 박소영, 홍사흠 외 2020, 35.
지역 자산화(process)
사유 / 국·공유 자산 공유자산(commons)
지역 자산화와 사회적 부동산
사회적 부동산 관련 용어 비교
사회적 부동산 일반 부동산
가 많기도 하다.
‘공동체 공간 자산화’는 지역 자산화와 마찬가 지로 지역 기반의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 며, ‘공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자산’의 의미 를 부동산으로 좁혀서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공 동체조직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 간위탁이나 임대를 통해 관리하는 것도 자산화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사회적 부동산’은 유 · 무형의 자산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 부동산이 라는 점에서 시민 자산화, 지역 자산화, 공동체 공 간 자산화의 대상이자 결과물이다.
이러한 유사한 용어들의 관계를 각 용어가 포괄하는 범위를 기준으로 도식화해서 구분 해 보면 <그림 3>과 같다. 그러나 강조하는 지점이 조금씩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개 념을 의미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의 실정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부동산이 점차 늘 어나면서 정책적 관심과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에 등장한 사례들은 사회적 부 동산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기존의 제도적 틀 안에서 많은 현실적 어려움을 겪으며 사회적 부동산을 형성해왔다. 이제는 기존의 제약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법 ·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정부나 사회적 금융의 지원을 강화하여 사회적 부동 산이 성숙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림 3> 사회적 부동산 관련 개념들의 범위 비교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2019. 우리가 시도하는 공동체공간 자산화 이야기. 서울: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 센터.
최명식. 2019. 포용적 도시를 위한 사회적 부동산 활성화 방안. 국토정책Brief 제703호. 세종: 국토연구원.
최명식, 박소영, 홍사흠, 손은영, 전은호, 이상진. 2020. 지역 자산화를 위한 사회적 부동산 활성화 방안 연구. 세종: 국토 연구원.
최명식, 이형찬, 전은호, 이원동. 2016.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한 지역토지자산 공유 방안 연구. 안양: 국토연구원.
참고문헌 시민 자산화 지역 자산화
사회적 부동산 공동체 공간 자산화
사회적 부동산
제478호 2021 August
도시 커먼즈와 사회적 부동산
박인권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email protected])
도시에서 공유지를 되찾고, 그것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도시 커 먼즈(urban commons)’1)의 이름으로 전개되는 많은 활동들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에서는 2013년부터 7년여간 경의선 숲길의 남쪽 끝에 있는 공터에서 ‘경의선공유지’ 운동이 시민 사회 운동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시에서 배제된 존재들의 피난처를 확 보하고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으로서, 포용도시와도 연결된다.
이들 도시 커먼즈의 가장 큰 문제는 커먼즈의 안정적 기반인 공동자원, 특히 공유공간 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전통적 공유지가 공동목장 또는 공동어장과 같이 공동체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동자원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형성 · 유지되어 온 것과 달리, 도시 커먼즈는 그러한 공동자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경의선공유지 운동도 그 점 때문에 중단되었다고 볼 수 있다(박배균, 이승원, 김상철 외 2021). 이런 점에서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해 지역공동체에서 관리하도록 확보된 사회적 부동산은 도시 커먼즈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도시 커먼즈의 개념과 등장 배경, 대표적 사례와 특성을 살펴보고, 현 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그것이 갖는 존재론적 한계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 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부동산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사회적 부동산의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과 시민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커먼즈 또는 공유지(commons) 하면 떠오르는 것은 목초지, 숲, 공동어장 등과 같이 전통 적이고, 비도시적 배경 속에 등장하는 공동의 자원이다. 어떤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하 여 사용하지 않고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남용으로 고갈되어버릴 위험이 있는 자원을 가리킨다. 1968년에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 Hardin)의 논문인 “공유지의
머리말
왜 도시 커먼즈인가?
1) Commons는 단순히 공동자원(common-pool resources)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의 형성과 유지관리에 관련된 주 체인 공동체와 각종 규범 및 제도까지 포함하는 생활양식으로서 존재함. 이런 점에서 ‘공유지’라는 번역은 그 의미를 협 소하게 만들므로, 많은 관련 문헌들이 그러하듯 여기에서도 ‘커먼즈’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함.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으로 유명해진 이 개념은, 그 이후 생태학뿐만 아니 라 경제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는 개념이 되었다.
물론 공유지가 남용 때문에 고갈되어버리는 비극적 결말이 항상 예견된 것은 아니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1990년 그의 저서 「공 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에서 추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동체의 자 율적인 규제를 통해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한 사례도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가 다루고 있는 많은 사례들은 전통적인 공동체가 농촌에서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동자원 (common-pool resources)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우리는 농촌이 아닌 도시에서 공유지를 추구하는 활동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흔히
‘도시 커먼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예술가와 청년들이 도시의 빈 건물을 점유 하여 자유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작과 오락의 공간으로 공유하기도 하고, 지적 재산권 을 포기하고 디지털 커먼즈를 바탕으로 P2P(peer-to-peer) 생산활동을 하기도 하며, 저 렴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토지를 공동으로 확보하여 과도한 투자 이윤을 남기지 않는 신탁 방식으로 주택을 공유하는 공동체 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을 도입하기도 한다.
사실 도시는 사적인 소유의 질서가 가장 잘 확립된 공간이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치보 다는 국가 및 지방 권력의 힘이 가장 잘 미치는 영역이다. 이런 공간에서 사적 소유가 아닌 공유를 바탕으로 공유지를 만들어서 운용한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며 실험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도시 커먼즈가 나타나는 이유는 도시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커다란 문제인 사회적 배제를 안고 있고, 도시 커먼즈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한 새로운 접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는 노동시장, 민주적 정치과정, 복지국 가체제, 가족 및 지역사회에 의한 사회적 약자의 통합이 실패함에 따라 그들의 삶이 매우 위태해지는 공간이 되고 있다(Berghman 1995).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는 자본주의 시장 원리와 국가권력의 통치방식에서 벗어나는 행위들이 비규범적인 것으로 배제되기 일쑤다.
특히 198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신자유주의 질서는 도시를 더욱 배제적 공 간으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 커먼즈는 배제된 존재들(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과 삶의 양식)의 피난처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Park et al. 2020). 도시의 (재)개발과정에서 쫓겨난 세입자와 영세한 임차상인들, 대안적 창작활동의 공간을 잃은 예술가들, 실업과 주거 불안 정으로 인해 살 곳이 없어 떠도는 청년들과 노숙자들이 냉혹한 시장원리와 엄격한 국가권 력의 규범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기들의 공동체를 만 들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스스로를 통치하며, 밖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다양한 행위들을 실험한다.
제478호 2021 August
최근 한국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실험이 벌어졌다. 서울시 마포구의 ‘경의선공유지’2)라는 이름의 도시 커먼즈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공유지는 경의선숲길 남쪽 끝자락, 공덕역 근처에 있었다. 2014년 12월, 경의선 철도 지하화 사업 완공 후 유휴부지로 남게 된 기존 철로부지는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과 서울시의 협약을 통해 개발되었다. 약 60%의 부지에는 경의선숲길이 조성되었고, 공덕역, 서강대역, 홍대입구역 주변 부지는 상 업적 용도로 개발되었거나 개발될 예정이다. 공덕역에서도 역사부지는 바로 개발되었으 나, 역사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었던 부지는 사업성 부족과 계획 변경에 따른 인허가 문제로 인해 바로 개발되지 않고 공터로 남아 있었다. 경의선공유지는 바로 이 부지를 커 먼즈 운동을 벌이는 여러 시민주체들이 무단점유(squatting)하면서 만들어졌다.
경의선공유지의 역사는 201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약 3300㎡의 공터 (<그림 1> 참조)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마포구청의 계약에 따라 시민협동조합 ‘늘장’
이라는 시민시장이 열렸다. 많은 청년과 예술가, 시민들이 몰려들어 소규모 축제와 시장을 운영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2015년 말에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늘장은 이 공간 을 시민들이 자주적으로 계속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의선공유지 시민행동(이하 시 민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도시 커먼즈 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도시 재개발과정에서 쫓 겨난 청계천과 아현동 상인, 행당동 세입자, 청년, 예술가 등이 모여들어 영업활동뿐만 아 니라 벼룩시장, 영화 상영, 공연, 전시회, 공유텃밭, 대안에너지 실험, 공유공간 운영, 시민
미완의 실험,
‘경의선공유지’
2) 경의선공유지의 탄생부터 폐쇄까지의 전 과정, 다양한 커먼즈 운동의 전개 등에 대해서는 박배균, 이승원, 김상철, 정기 황 편(2021)을 참조 바람.
<그림 1> 경의선공유지 광장과 점유공간 모습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기존의 시장에서 자신의 활동공간을 찾지 못하여 ‘배제 된’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다양한 실험적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들은 철도 폐선부지라는 공동자원을 매개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자주적 규범과 규칙을 마련하였다. 또한, 주류사회의 지배적 질서에 맞서는 대안적 질서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도시 커먼즈 운동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 운동은 도시개발과정에서 쫓겨난 사람들, 비싼 임대료 때문에 활동공간을 찾지 못한 청년과 예술가, 문화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였고, 그곳에서 외부 주류세계에서는 허 용되지 않는 다양한 실험들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경의선공유지라는 공간 이용 으로 구체화되었다. 재개발과정에서 쫓겨난 상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및 잡화점 5곳, 철 거민 거처 2곳, 청년 예술가가 운영하는 공유 스튜디오 및 공방 5곳, 장애인 인식개선 홍 보관 1곳, 전시 · 공연 · 세미나 공간 2곳, 공유 마켓과 텃밭, 사무국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 2> 참조).
물론 공유지의 이용과 운영과정에서 갈등과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유지를 이용 하려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나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공간을 점 유하여 사용하는 ‘공간지기’들과 나중에 들어오려는 또 다른 ‘배제된 사람들’ 사이에 사용 권리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공간지기들 간의 공간 이용과 관리에 관한 세부적 다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스스로 ‘공유 · 공존 · 공생’이라는 대원칙을 정하고 이 공간을 관리하였다. 전체 공간의 관리 및 공동체 운영을 맡았던 ‘활동 가’들은 이 대원칙 아래 갈등을 조정하고, 청소와 전기 및 수도요금 부담 등 세부적 운영에
<그림 2> 경의선공유지 지도
자료: https://www.facebook.com/publicspaceforcitizen/photos/910697329279670 (2021년 7월 9일 검색).
경의선 숲길 공덕역 1번 출구
미어캣 팰리스
가온마루
뜨거운 청춘
공유도서관
집잃은 두꺼비
강타이모네
기린캐슬
공유텃밭
그라운드폴
꽃들의 놀이터 경의선공유지 지지마켓
사슴살롱
화장실 거인이모네
닭장
봉기×MORA
노란공방 도깨비집
레드네 다락방
제478호 2021 August
대해서는 자발성을 기초로 묵시적 규칙을 적용하였다. 갈등이 심화되자 좀 더 명시적 형태 의 자치규약인 ‘향약’의 제정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서울의 ‘26 번째 자치구’라고 명명하여 자치적 질서를 정립하고, 자치구민을 모집하는 등 자주적 실체 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그러나 경의선공유지의 존재기반을 흔드는 가장 큰 문제는 철도부지라는 공동자원의 무 단점유 자체로부터 발생했다. 이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국가는 이를 개발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시민행동 측의 소수 시민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경의선공유지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동안 마포구청을 통해 해당 부지를 비워줄 것을 계고했다. 공단과 이 부지의 사용계약을 맺었던 마포구청은 부지의 명도를 위해 수차례 철거를 시도하였고 2019년 말부터는 법적 소송도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포구청은 경의선공유지 활동가, 공간지기, 이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러한 충돌들은 경의선공유지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였 지만, 동시에 공동체 내부의 결속과 주인의식을 키우고, 시민사회에 커먼즈 운동의 중요성 과 필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철거와 법적 소송의 위협이 지속되자 시민행동 측은 더 이상 커먼즈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2020년 2월 말 자치구민 총회를 열고 자진철거 를 결정한 후 약 두 달에 걸친 자진철거과정을 거쳐, 4월 27일 경의선공유지를 스스로 폐 쇄하였다. 이처럼 짧게는 4년, 길게는 7년여 시간 동안 전개된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비록 그 자체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커먼즈 운동 역사에 중요한 성과를 남기고 우리 사회에 중 요한 화두를 던졌다.
경의선공유지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안적 질서의 공간인 도시 커먼즈는 종종 존재 의 어려움에 봉착한다. 도시 커먼즈는 ‘도시’라는 요소와 ‘커먼즈’라는 요소가 긴장관계 속 에서 다소 모순적으로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늘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박인 권, 김진언, 심지연 2019). 도시는 자본주의적 시장질서가 가장 촘촘하게 드리워진 공간이 며 국가의 지배력도 강력하게 작동하는 곳이다(Huron 2015). 따라서 배제를 경험하고 피 난처를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피난처를 확보하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자본 은 끊임없이 이윤을 확대 · 재생산하기 위해 도시공간을 개발하려고 하며, 국가 역시 공공 질서라는 이름으로 주류적 가치와 규칙을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공간에서 커먼즈를 추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커먼즈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유지와 같은 공동자원, 이것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주체 로서 공동체, 그리고 공동자원을 관리하고 운영할 자치적 규범과 제도 등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그림 3> 참조). 특히 도시 커먼즈는 자기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근거로서 공동자원인 ‘공동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의선공유지 사례에서 확인한 바
도시 커먼즈와
사회적 부동산
와 같이, 대부분의 물리적 공간이 ‘부동산’의 형태로 존재하고 개발압력이 거센 도시에서는 사유지도 아니고 국 · 공유지도 아닌 공유의 공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도시 커먼즈는 기존 질서에 대항하여 투쟁하거나 무단으로 점유함으로써 공동의 공간을 확보하 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획득된 공동자원은 일시적이거나 예외적으로만 사용이 허락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사회적 부동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사회적 부동산은 ‘지역공동체의 역량 강화와 지역성 회복’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지역공동체가 주도하여 확보하고 관 리’하는 부동산이다(최명식, 박윤미 2019). 기왕 도시공간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의 형태로 존재한다면, 여기에 사회적 가치를 결합해보자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다. 사회적 가치란 이 윤 추구와 같은 시장적 가치 이외에, 형평성, 이익 공유, 포용, 환경보호와 같은 보편적 가 치를 가리킨다. 공유와 포용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부동산과 도시 커먼즈는 공통집합을 찾을 수 있으므로, 사회적 부동산은 도시 커먼즈의 공동자원으로서 역할을 수 행할 수 있다.
사회적 부동산은 원칙적으로 지역공동체 조직이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최명식, 박윤미 2019).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사유재산은 주로 경제적 가치를 축적하거나 이윤을 창출 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일반 부동산으로서, 이 형태의 부동산으로부터는 이익 공유, 지 불 가능한 수준의 임대료 유지와 같은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공원, 학교, 도서관과 같이 공공(pubic)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가나 지방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소유하는 공공재산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국가 또는 도시 구성원 전체 의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공공재산 역시, 그 자체로서는 특정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자산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적 부동산 또는 커먼즈의 공동자원으 로서 적합하지 않다. 공공재산의 지역 자산화는 자칫 특정 지역 또는 집단에 대한 특혜로
<그림 3> 커먼즈의 세 가지 요소
제도
•공통의 가치
•규칙
공동자원
•공간
•유무형 자원 공동체
•관리자 / 이용자
•공동체 의식
커먼즈
제478호 2021 August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지역공동체가 스스로 역량을 결집하여 부동 산을 획득하고, 공동으로 이를 소유 및 이용하는 것이 될 것이다.
문제는 지역공동체가 스스로 사회적 부동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도 시에서는 부동산의 높은 가격 때문에 지역공동체가 자력으로 공동체 소유의 부동산을 확 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경우 사회적 부동산의 형성에는 국가나 지방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공이 사회적 부동산 형성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 커먼즈를 형성하려면, 국민의 다수가 동의하는 민주적 정당 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도시 커먼즈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부동산 형성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결국 도시 커먼즈와 사회적 부동산의 존재 이유, 특히 사회적 가 치의 보편성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 커먼즈와 달리 도시 커먼즈는 공동자원 관리를 통 한 공동체 내부의 이익 추구만으로는 그 존재를 정당화할 수 없다. 도시에서는 공동자원 자체가 자연적으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커먼즈가 공동자원인 사회적 부동산을 공공으로부터 지원 받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수가 인정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 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도시 커먼즈의 본원적 기능인 기존 질서로부터 ‘배제된 존재들’의 피난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도시 커먼즈 존재의 근거가 된다.
배제된 존재를 보호하는 것은 공공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우선 시장질서로부 터 배제되기 쉬운 사람들은 빈민, 장애인, 저학력자, 청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인 경우 가 많은데, 사회적 약자의 보호는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 공공이 수행해야 하는 필수적 기 능이다. 따라서 도시 커먼즈가 그러한 기능을 대신 수행할 수 있다면, 사회적 형평성을 위 해 재분배 기능을 수행해야 할 국가와 지방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다음으로 시장질서와 공공질서에서 수용되지 못하는 대안적 생활양식을 포용하 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시장과 국가의 접근 은 근시안적인 경우가 많다. 먼 미래의 가치는 높은 할인율에 의해 할인되어 하찮은 현재 가치로 환산되기 십상이고, 미래 세대의 요구를 반영한 가치는 현재 세대의 민주적 의사결 정과정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근시안적 의사결정으로는 장기적으 로 최적의 상황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현 체제에서는 ‘미친 짓’처럼 보이는 실험들을 과감히 실행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도시 커먼즈가 이러한 대안 적 실험의 공간이 된다면, 이에 대한 공공의 지원도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러한 포용적 가치 추구 이외에도 도시 커먼즈는 효율성의 관점에서도 그 정당성을 인 정받을 수 있다. 공공이 자금을 지원하여 사회적 부동산을 획득하고, 그것의 운영과 관리 를 시민공동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도시 커먼즈가 운영된다면, 공공과 시민공동체는 모두
포용도시를 향한
도시 커먼즈
실현을 위해
이익을 볼 수 있다. 공공은 직접적인 자산 관리와 서비스 운영에서 발생하는 경직성과 비 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창의성과 활력을 이용할 수 있고, 시민공동체는 공동 자원을 지원 받고 이를 바탕으로 자주적인 규칙과 제도를 적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의 많은 사례들은 공공의 자산을 민간과 시민사회가 관리함 으로써 효율성이 증진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물질적 필요와 서비스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충족시킬 수 있으므로 자기효능감(self-efficacy) 도 커지고 역량의 강화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도시 커먼즈가 사회적 부동산을 바탕으로 포용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도시의 포용성을 증진시켜 포용도시의 실현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 포용도시의 실현은 도시 커먼즈의 목표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공공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기도 하기 때문에, 공공 은 사회적 부동산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부동 산은 다시 도시 커먼즈의 중요한 토대가 되어 지역의 시민공동체는 이를 바탕으로 포용의 가치 추구를 위한 혁신적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도시 커먼즈의 포용적 가치실현을 위한 노력은 사회적 부동산의 형성을 매개로 공공의 투자와 맞물려 포용도시라는 사회 전체의 공동목표를 향한 사회적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다.
경의선공유지 지도. https://www.facebook.com/publicspaceforcitizen/photos/910697329279670 (2021년 7월 9일 검색).
박배균, 이승원, 김상철, 정기황 편. 2021. 커먼즈의 도전. 빨간소금.
박인권, 김진언, 신지연. 2019. 도시 커먼즈 관리의 내재적 모순과 도전들: ‘경의선공유지’ 사례를 중심으로. 공간과사회 제29권 제3호: 62-113.
최명식, 박윤미. 2019. 사회적 부동산의 개념과 성공요인: 영국 사례를 중심으로. 도시행정학보 제32권 제1호: 1–30.
Berghman, J. 1995. Social exclusion in Europe: Policy context and analytical framework. In Beyond the Threshold, ed. Room, G. Bristol: Polic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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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In Kwon., Shin, Jiyon., and Jin Eon Kim. 2020. Urban Commons as a Haven for the Excluded: An Experience of Creating a Commons in Seoul, South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Commons 14, no.1:
508-524.
참고문헌
제478호 2021 August
유럽의 공동체 자산화와 지역 이익 선순환
이영범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우리가 공동체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도시에서 공유와 공존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가치이며 실천력이기 때문이다. 도시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공동체성이라는 이슈에 집착하 여 그 근본 가치를 찾아 나서는 것도 공동체성이 결국은 내가 중심이 된 세상, 사유(私有) 가 지배하는 도시에서 인간이 과연 인간다움으로 존중되고 있는가를 묻는 화두이기 때문 일 것이다. 도시에서 혼자의 삶이 함께 사는 삶으로 전환되거나, 궁극적으로는 함께 사는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이 의미를 가지려면 공(公)과 사(私)의 이분법적 대립 구조나 사유 (私有)의 지배 가치가 만드는 갈등과 모순을 보완할 수 있는 제3의 가치가 필요하다. 이의 대안적 가치로 등장한 것이 공동체성이다. 사유(私有)와 공유(共有), 사익(私益)과 공익(公益) 의 극단적인 분할에서 생기는 삶의 공백 지대를 메우고 양분화된 가치를 통합할 수 있는 대안적 가치를 찾기 위해 우리는 공동체 자산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동체 자산화에서 자산은 물리적 자산, 사회적 자산, 그리고 경제적 자산으로 나누어 지며, 대체로 공동체 자산화는 물리적 자산화에서 출발한다. 공동체 자산화는 물리적 시설 (건물이나 땅)을 시민사회가 소유하거나 사용하여 사회적 가치와 이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이익은 다시 시민사회의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순환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공동체 자산화여야 하는가? 지금까지 진행된 마을공동체나 지역재생사업에서 주민공동체나 시민 주체가 지역 기반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가치실현과 운영의 재정적 독립을 가능하게 하는 자산(asset)의 부재였다.
지역 기반 공동체 활동의 지속성과 가치의 확장적 실천은 재정과 운영의 독립성에 좌우 된다. 아무리 좋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더 큰 가치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원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해야만 한다.
이때, 사회적 가치와 수익이 동시에 가능한 공동체 활동의 수익모델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자산이다. 즉, 공동체 자산화의 가능성은 자산의 취득 여부에 달려 있다. 공동 체가 활동거점으로 자산을 확보하여 지속적인 활동으로 지역사회와의 가치를 공유하며 꾸 준히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 공동체는 지속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가 자기주
공동체성과
공동체 자산화
도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을 갖지 못하여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나거나 활동을 접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했다.
특히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지역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이슈 화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주체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은 불가능해졌다. 도시재생 행 정의 하향식 사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체로서의 공동체 성장과 자기 주도성에 기반한 운영의 지속성 확보가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울시나 행정안전부에서 점차 자 산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기 시작했다.
최근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지역 기반의 자산을 취득하면서 마을 펍이나 공동체 주택 등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초기 자금 지원과 행 정안전부의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에서 공동체 가치 실현을 위한 자산취 득 비용을 지원 받게 되면서 초기 자기자본금의 규모가 최소화되었기 때문이다. 민간임대 에 기반한 자립재정을 통해 지역의 소규모 자산화의 가능성을 보인 서울 해방촌의 공유주 방 ‘후암주방’이나,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과 달리, 목포 의 ‘건맥1897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을 펍과 현재 조성 중인 마포의 ‘해빗투게더(have it together)’는 공공으로부터 자산취득 초기 비용을 지원 받게 되어 가능하게 된 사례이다.
이처럼 공동체가 자산을 기반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사례가 계 속 늘어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공동체 자산화는 공간을 공유하여 사회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공동체 자산화가 마을 단위나 특정한 공동체 단위를 기반으로 시민사회의 자율적 성 장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자산을 단순히 시설이나 공간의 공유 차원에서 인식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동체 자산을 거점으로서의 시설이 아니라 공간, 주체, 프로그램이 통합
커뮤니티
지역 유휴공간
공유경제
공간
주체
프로그램 자산화
asset
사회화
참여
소통
협력
일상화 가치의 공존거주 가치 삶의 공존 생활공동체
관계의 확장 지역 재생
<그림 1> 공동체 자산화를 통한 가치 실현의 프로세스
제478호 2021 August
된 플랫폼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의 공유를 통한 자산화는 먼저 참여, 소통, 협력의 사회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지속적으로 사회화 과정을 유지해야만 한다. 국내에서 공동체 자산화가 행정제도에 의존하여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면, 유럽에 서는 주민과 공동체 활동을 지향하는 시민단체들에 의해 공간점유(squatting)에서 출발해 시민 자산화를 일궈낸 사례들이 많다.
공동체 자산화는 사적 소유나 공적 소유를 사용권과 소유권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소유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마을이나 공동체, 혹은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어 사회적 가치와 이익 을 만들어내는 자산으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의 공동체 자산화도 초기부터 제도화되어 다양한 지역공동체가 공공이 소유한 자산을 양도 받거나 취득하여 이를 기반으 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개발하고 운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산화의 출발이 공유지의 불법점거와 대안적 삶의 실험에서 출발하였음을 유럽의 다양한 도시에서 목격할 수 있다.
여기서 간략하게 소개할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 사례나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Ufa Fabrik)’의 사례 등이 모두 공유지의 불법점거인 스쾃(squat)에서 출발하였다.
이 사례들에서 나타난 과정을 정리하면 ① 제도화된 정책의 비판과 대안적 가치의 제시,
② 공간점거를 통한 사회적 이슈화, ③ 대안적 실험과 지역공동체와의 공유, ④ 지역 가치 의 재발견과 사회적 연대, ⑤ 대안 개발의 가능성 모색과 행정과의 협의, ⑥ 실행력 확보 (자산 개발과 공간경영)를 통한 사회적 이익 창출, ⑦ 공동체적 가치의 사회화와 지역사회 의 재구성, ⑧ 공동체 단위에서의 지구적 의제 실험과 실천의 확장 등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동체 자산화는 궁극적으로 초기 참여 주체의 특정한 이해관계를 넘어, 비정치적 시민성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어 정치인과 시민 사회 양방향의 지지를 획득한다.
해외사례 1: 덴마크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중심부에 위치한 자유도시 크리스티아니아는 덴마크 내에 존재하 면서도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해방구로, 자치적 삶을 누리는 약 천 명의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이곳은 덴마크의 오래된 해군 기지였는데, 1970년대 초 기지가 폐쇄 되자 집 없는 사람들과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방치된 건물을 점유하 고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유도시가 형성되었다. 함께 모여 살면서 이들은 공동체적 삶 의 원칙을 디자인하였다.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에는 전원 합의제에 의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고, 화폐도 독자적으로 만들어 사용해왔다. 통행은 보도 및 자전거로 하며, 주민의 30%는 텃밭 농사나 목공예작업 등 공동체 내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올린다.
지난 40년 동안 비합법적인 해방구였던 이곳은 2012년 덴마크 법원이 크리스티아니아
유럽에서의 공동체
자산화 개념과 의미
의 주민점거가 불법이라는 최종판결을 내림으로써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이들 히피 공동체의 퇴거를 강요하는 대신, 시세보다 훨씬 싼 값으로 땅을 매입할 것을 제안했고 주민들은 받아들였다. 크리스티아니아 사람들은 공동체 안팎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한다. 외부에 일자리를 얻어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 이 공동체 내부의 대장간이나 목공소, 공연장 같은 공동 작업장에서 일한다. 이곳의 대표 적인 경제활동으로는 크리스티아니아 자전거(Christiania Bike)가 있다. 수레가 달린 이 자전거는 고가에 판매되는 명품자전거로 인정받고 있다. 이곳 크리스티아니아 라디오 방 송국은 공동체의 이상과 다양한 음악을 코펜하겐시 일대에 송출하여 공동체 밖의 시민사 회와 다양하게 소통하기도 한다.
크리스티아니아에서는 공동체가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여 토지주권을 확립한 뒤 크리 스티아니아 고유의 시민자치와 분권을 이룩할 수 있도록 토지소유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 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체 자치의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자유도시(free town)를 지향 하는 이들 크리스티아니아의 공동체 자산화 사례는, 자본주의 도시가 갖는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저항하는 사회적 실험인 동시에 꿈과 이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운 공동체 를 구성하여 함께 살아가는 해방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외사례 2: 독일 베를린의 우파파브릭(Ufa Fabrik)
우파파브릭은 3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생태환경과 문화, 대안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180명 이상의 직원이 운영하는 대안 공동체 마을이자 문화생태마을이다. 원래 이곳은 독 일 영화사 우파(UFA, 유니버설 영화배우협회)에서 1920년부터 1961년까지 영화를 찍고 필름을 현상하던 곳이었다. 독일의 분단과 함께 이 영화사도 폐쇄되었다가, 이후 생태환경 적 삶을 추구하는 집단이 이곳을 점거하면서 우파파브릭의 자산화에 기반한 공동체 마을 에 이르게 되었다. 1978년 예술가들과 생태환경 기술자들이 서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일과 가족, 여가가 분리되는 자본주의의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삶의 틀을 깨고 이 모든 것을 통 합하는 대안적인 삶을 실험하는 축제를 6주간 진행한 것을 계기로, 이들은 이런 실험적 삶
<그림 2> 공동체 자산화를 넘어 시민자치구를 형성한 크리스티아니아 전경
제478호 2021 August
을 지속하기 위해 1979년 방치된 영화촬영소였던 우파를 점거하게 된다. 이곳에서 그들은 생태환경의 대안적 삶을 실험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성장했다.
<그림 3> 우파파브릭의 안내도와 친환경 건물
우파파브릭은 1만 8500㎡ 정도의 대지에 생태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빗물 저장과 에너지 자립을 위한 공동체 시설을 단계적으로 설계하였다. 빗물 정화 · 저장장치를 설치 하여 마을에 필요한 물을 충당하고, 옥상 지붕을 흙과 잔디로 덮어 냉방 에너지를 줄이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등 에너지 자립을 통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공 동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동체적 삶을 실천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와 생태환경, 문화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생태공동체 의 가치를 지역사회로 확산해 초기에 불법으로 점거했던 이곳을 시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장소의 위탁을 통해 공동체 자산화를 실현하고 있다.
우파파브릭 안에 학교를 세워 이웃 주민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 온 가족을 위한 교육, 건 강, 여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학교뿐 아니라 마을 내에는 카페와 베이커리, 친환경 식 료품점, 영화관, 공연장 등 일상에 필요한 생활문화 요소들이 갖춰져 있고, 이곳을 통해 사 회적 이익을 창출하여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지역사회에 열 려 있다. 이들 공동체의 가치와 활동은 지역사회와 공유되며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음으로 인해 공존과 공유가 작동하는 지역 이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생태적 가치, 대안교육, 문화예술, 지역사회 공헌의 네 가지 가치를 통합적으로 실험하 고 실천하는 도시공동체인 우파파브릭의 자기주도적 지속성으로 베를린시 정부는 이곳을 2066년까지 시민들의 생태공동체 삶터로 장기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이런 공동 체의 대안적 삶이 지속된다면 이 땅은 영구히 이들 공동체의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에서 살펴본 유럽의 시민주도형 공동체 자산화 사례를 통해 자기주도적 공동체 자산화 는 공동체성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가치공유를 통한 이익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함을 알 수 있다. 지역공동체의 자산화에 기반한 사회적 개발이 지역사회에 내재된 자원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가치를 연결시켜 자산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며, 자산화를 통해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