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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Joy and No Fun

문서에서 상상하다 (페이지 93-96)

제니퍼 시니어 지음

어느 날, 아내가 노란색 표지의 책 한 권을 내밀며 이 책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했다. 「부모로 산다는 것」. 조금은 딱딱한 부모입문 개론서 같아 보이는 이 책의 영문 제 목을 보고 나는 큰 소리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All Joy and No Fun’.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는 허를 찌르는 제목이란.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나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의 자조 섞인 한탄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이를 어 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주제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의 특징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쓴 육아서가 아니라 논문 모음집이라 불려도 좋을 정도의 방대한 육아 정보집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철학개론 서에 가깝다.

2004년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을 포함한 다섯 학자들이 텍사스에 거주하는 직장여성 909명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이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다. 육아는 전체 19개 항목 가운데서 16위 를 차지했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낮잠보다는 당연히 뒤였고, 음식 준비와 집안일보다도 아래였다.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가사노동보다 더 힘든 일이며 즐겁지도 않은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지 있을까?

사회과학자인 윌리엄 도허티(William Doherty)는 육아가 ‘고비용-고수익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고비용’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구자의 서가 • 39

그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의 부모 노릇이 예전의 부모 노릇과 매우 다르게 세부적이고 집 약적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고수익’ 부분은 육아로 인한 만족감과 행복함은 매우 높지만 이를 측정하기 매우 어려운 데다,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직접적 으로 느껴지는 물질적 · 심리적 비용에 대비했을 때 당장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 한다. 설문조사나 통계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들 덕분이었을까? 부모로서 당연히 감내해 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고생과 헌신 등에 수익과 비용의 상관관계를 들이댄 것이 조금은 의아하면서도 그들의 이론에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07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부모의 85%가 자기 아이들이 어릴 때 그들과 씨름하면서 맺었 던 인간적인 관계를 자기 개인의 행복과 충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 즉, 배 우자나 부모 혹은 친구나 직업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 것이다. 무엇이 자기를 행 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 아이’라고 대답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우리 아이’라는 존재가 ‘사랑’과 함께 엄청 난 ‘상실감’을 안겨주는 사실 역시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 C.S.루이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아이들을 먹이고 거두는 것은, 이 아이들이 머지않아서 스스로 그런 문제를 해 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이 아이들이 머지않아서 우리의 가르침이 필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사랑에는 무거운 과제, 스스 로를 파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478호 2021 August

연구자의 서가 40회 예고

홍춘욱 EAR Research 대표가 다음 호 필자로 나섭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상실감’은 부모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당연한 감정이다. 아이가 어느 날 자기를 훌쩍 떠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 강하게 키우는 것이 부모가 수행해야 하는

‘역설의 역할’인 것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자기 몸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할 때조차도 우리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고 말 것을 예감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 면서 이제 곧 이 아이가 벗어나게 될 모습을 아쉬워한다. ‘기쁨’과 함께 ‘상실’을 받아들이 는 것이 부모로서 어쩌면 더 중요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책의 영어 제목처럼 ‘No fun’일 수도 있는 일이 ‘All joy’인 이유는 당장 하고 있는 일 이 그 테두리 안에서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고, 오히려 피곤하고 힘들기만 하지만 테두 리 밖으로 조금만 걸어 나와 바라보면 모든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를 키울 때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예쁜 줄도 몰랐는 데, 나이가 들어 손주들을 바라보면 떼쓰는 것조차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본인들이 자식 을 키울 때는 테두리 안에 있었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테두리 밖에서 아이들을 사랑스러 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연구자로서 감내해야 하는 일들 이 많고 과정상에 힘든 일도 많지만, 마치고 나면 보람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요 즘도 민감한 연구주제들과 진척이 더딘 연구 성과에 지치기도 하지만 그 테두리를 조금 만 넘어서서 생각하면 누군가는 느끼고 싶어 하는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비록 몸은 테두리 안에 있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생각은 테두리 바깥에서 있을 때 지금 그리 고 여기에서(here and now) 내가 맡은 소임을 당당하게 ‘All joy’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서에서 상상하다 (페이지 9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