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analysis and Literature: The Unconsciousness of the Creative Writers
Byung-Wook Lee
Department of Psychiatry, School of Medicine, Hallym University, Kangnam Sacred Heart Hospital, Seoul, Korea
정신분석과 문학: 창조적 작가들의 무의식
이 병 욱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Writers and psychoanalysts have something in common in that they deal with life stories and many conflicts. No great master- piece can be created without conflicts in the minds of great artists, evident by the fact that the writers often turn out to be pa- tients suffering from severe psychic pain and conflicts. In particular, many creative writers suffer due to inner conflicts and frus- trations caused by the profound gap between their wishes and reality, even though they eventually sublimate them into creative works. In that sense, one may argue that neurosis creates artists and art heals neurosis, and hence, the original source of great creativity is the unconsciousness. Although both literary works and psychoanalysis deal with conflicts, the latter is distinguished from the former in that it attempts to seek solutions by analyzing deeply seated unconscious fantasies and conflicts rather than
merely pose questions without answering them.
Psychoanalysis 2012;23:109-114KEY WORDS: Psychoanalysis · Literature · Creativity.
Received: June 29, 2012 Revised: July 17, 2012 Accepted: July 20, 2012 Address for correspondence: Byung-Wook Lee, MD
Department of Psychiatry, School of Medicine, Hallym University, Kangnam Sacred Heart Hospital, 1 Singil-ro, Yeongdeungpo-gu, Seoul 150-950, Korea Tel: +82-2-829-5371, Fax: +82-2-849-5187, E-mail: [email protected]
서
론
무의식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프로이트는 심리적 원인에 의한 심리적 질환을 심리적 방법으로 회복시킨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이론과 기법면에서 가장 최초로 확립시킨 정 신분석의 창시자다. 그는 거의 모든 신경증의 원인이 심리 발 달 과정 중에 부모와의 관계, 그중에서도 특히 오이디푸스 갈 등에 있음을 주목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을 전개시켜 나 갔다.
물론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이 완벽하지 못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계속해서 이론적 수정과 보완 작업을 이루어나갔 지만, 그 후에도 수많은 후계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오늘날 정 신분석 이론은 실로 방대한 체계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러 나 정신분석의 존재는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예술과 종교, 사 회학, 인류학, 언어학, 정치학, 역사학, 법학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문학에 끼친 영향은 놀라울 정도다. 수많은 작가들이 알게 모르게 프
로이트의 영향을 받았으며, 더욱이 정신분석을 빼놓고는 문 학비평을 통한 작품론이나 작가론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정신분석과 문학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월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분야 모두 인간의 심 리적 갈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창조 적 작가들의 무의식에 주목하는 것이다.
본
론
프로이트와 문학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통해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 도라고 말했다(Freud 1900). 반면에 프랑스의 작가 장 콕토 는 [꿈]이라는 시에서 꿈은 잠이 누는 똥이라고 노래했다. 여 기서 우리는 분석가와 시인의 꿈에 대한 태도가 분명히 다름 을 알 수 있는데, 시인은 단지 드러난 현상을 시적으로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지만, 프로이트는 꿈의 효용성과 역 동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이트는 [창조적인
작가와 백일몽]에서 작가들은 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같은 것을 하고 있다고 보면서 결국 문학적 창작활동이란 백일몽 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즐기던 놀이의 연장인 동시에 그 대 체물이라고 했다(Freud 1908). 더 나아가 행복한 사람은 결코 공상을 하지 않으며 현실에 만족할 수 없는 사람만이 공상한 다고도 말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몽상을 추구하는 거의 모 든 작가들은 결코 현실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위대한 작가들치고 심각한 고뇌와 갈등을 겪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며, 그 중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물들도 적지 않다.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테네시 윌리엄즈, 스테판 츠바이크, 발터 벤야민, 실비 아 플라스, 폴 셀랑, 로맹 가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리고 우리나라 의 김소월 등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프로이트에 있어서 개인이 지니는 환상이란 그 자체 가 지닌 속성상 이미 건강하지 못한 특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러나 무의식의 창조적 특성을 강조한 Sachs (1942)는 예술가들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무의식에 보다 근접 한 상태에 있다고 하면서 특히 그 중에서도 그들의 나르시시 즘적 특성이 창조적 작업으로 전치되기 쉬운데, 그런 과정을 통해 그들은 오로지 자신에게만 몰입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그것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이유 때 문에 일반 대중들도 각자의 나르시시즘적 만족을 위하여 예 술에 이끌린다는 주장을 폈다. 비록 프로이트가 보기에는 작 가들의 활동이 창작을 통한 일종의 무의식적 환상 놀이요 승 화적인 방어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독자들 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작가와 독자들 간에 그들만 의 고유한 상호 교감의 장을 이룬다는 점에서 단순히 신경 증적 증상의 교환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Jauregui 2002). 쓰고 읽는 행위 자체가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한 접근 인 동시에 이웃과의 소통을 위한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고 해서 프로이트가 문학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고 오해하 면 곤란하다. 오히려 대문호인 톨스토이가 말년에 이르러 문 학적 가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우리의 삶을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치 월드컵 축구에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빗댄 말이기 쉽다. 그러나 작가들은 분명히 나름대로의 스토리와 각본을 통해 의식 수준의 갈등을 드러내 보여주는 사람들이 다. 반면에 분석가는 보이지 않는 무의식적 갈등을 다루고 각 자의 내면에 숨어있는 은밀한 각본의 실체를 드러내어 해석 을 가하는 사람이다. 분석가의 해석은 물론 통찰을 이끌어냄 으로써 삶에 탄력성을 부여하지만, 프로이트는 보다 겸손한
말투로 정신분석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비극적인 현실을 좀 더 견딜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 에서 정신분석은 의학과 문학의 합작품이라 할 수도 있다. 물 론 그것은 과학지향적 이론과 문학적 태도에 가까운 기법이 라는 측면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Lee 2006). 비록 미국의 저 명한 문예비평가 Sontag(1966)은 그녀의 저서 [해석을 거부 한다]를 통해 모든 해석은 작품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따가운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녀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 는 것만도 아니다. 모든 작가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창작물에 대해 무조건 정신분석적인 해석이나 비평을 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당히 믿을만한 근거 자료가 충분할 경우에 는 나름대로 분석적인 비평이 가능할 수는 있겠다. 그리고 그럴 경우 보다 명확한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는 수도 많기 때문에 덮어놓고 분석적인 비평에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 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은 러시아 출신 의 작가 나보코프로부터 나왔다. 그는 프로이트를 인간의 소 망과 꿈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보고, 더 나아가 일종의 코믹 작 가로 폄하하기도 했다. 결국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한마디 로 중세적인 미신과 관련된 것으로 탁상공론에 불과한 어리석 은 지식이요 농담 같은 이론이라는 것이다(Nabokov 1973).
물론 이처럼 과민하고도 격한 반응은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 만,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분석을 가하는 일에 나르시시즘적 상처를 받는 일은 나보코 프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는 프로이트가 생생한 모습으로 전하는 증례들에 대해서도 날조된 소설 같은 이야 기라 매도하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적인 예로 Ciof- fi(1999)는 프로이트의 증례보고를 일종의 과학적 동화라고 까지 혹평하면서 프로이트 이론은 거짓에 기초한 망상적 체 계라고 평가절하하고, 그것은 프로이트에서 끝난 것이 아니 라 그의 뒤를 이은 수많은 분석가들에 의해 공유된 망상적 체 계라고까지 폄하했다. 그러나 자유연상을 통하여 드러내는 환자들의 정신세계야말로 매 순간이 극적이라는 점에서 어 떻게 보면 문학 그 자체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분석시간의 어느 한 장면을 그대로 무대 위로 옮기면 그대로 한편의 훌륭 한 단막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 환자의 전 분 석과정을 문학적 기록으로 옮긴다면 한 편의 대하소설이 되 고도 남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환자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는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분석 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치료에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 다. 그런 목적으로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자유연상임에 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기법 자체에 대해서마저 무 자비한 고백을 강요하는 비인도적 치료행위라고 비난을 퍼
붓기도 한다. 그러나 기독교 서구사회로부터 가해진 숱한 비 난과 오해의 대부분은 프로이트의 유아성욕설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유대인 신분이라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 스스로 무신론자임을 공언한 점 때문이기 쉽다(Gay 1987).
이처럼 사람들은 정신분석 자체에 대해 심한 편견과 오해 를 지니고 작가 및 문학작품에 대한 분석적 해석이나 비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수가 많다. 다시 말해서 매 우 주관적인 현상에 대해 객관적인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는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Wright(1984)는 그런 생각들이 일 종의 실증주의적 오류에 해당되는 것이라 하면서 과학 자체 가 고도로 해석적인 활동에 속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양자 물리학이나 정신분석학도 해석의 학문이라고 하였다. 창조 적 작업의 결과물을 통하여 그러한 창조의 주체가 지녔던 무 의식적 환상과 갈등을 탐색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도 모른다. 동시에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헤쳐 나갔으며 어떤 방식으로 개인적인 갈등 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 역시 실로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탐색과정은 우 리 자신들의 보편적인 인간적 고뇌와 갈등의 핵심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작 업이기도 하다.
물론 프로이트는 단편적으로나마 문학작품에 관심을 보이 고 비평을 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 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단적인 예로 프로 이트의 [햄릿] 해석은 전형적인 강박적 성격의 특성을 이해하 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오셀로]에 대한 해석에서 질투 망상으로부터 비롯된 비극을 다루는 가운데 잠재된 동성애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오히려 많은 거부감을 낳기도 했지만, 질투심과 편집증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해석한 부분만큼은 상당한 통찰을 던져준 대목이 아닐 수 없다(Freud 1922). 프 로이트는 또 괴테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 부분을 인용하면 서 성인기 기억에 영향을 주는 미해결의 갈등 요인을 언급하 기도 했다. 물론 그의 핵심이론 가운데 하나인 오이디푸스 콤 플렉스도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인용한 것 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도스토예프스키 의 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중심으로 부친살해욕을 분석한 사실은 매우 특기할 만하다(Freud 1928). 이처럼 프로 이트는 문학적 소재를 통해서도 자신의 이론적 근거를 찾고 자 애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영향으로 그에게서 분석을 받 은 마리 보나파르트는 미국의 추리소설가 에드가 알란 포우 의 작품을 분석하기도 했으며, 프랑스의 분석가 자크 라캉 역 시 포우의 소설 [도둑맞은 편지]에 지대한 관심을 표했던 것 이다. 그러나 오늘날 라캉파 분석가들은 문학보다는 영화비
평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 다만 Fine (1979)도 지 적한 바 있듯이 프로이트는 예술 및 작가들에 대해 통찰적인 안목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그 역시 개인적인 선입견에서 자 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예술론으로 나아가지 못 했으며, 따라서 매우 건조하기 그지없는 예술론에 머물고 말 았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문학과 정신분석의 핵심적인 화두는 갈등이다
천재적이고도 위대한 작가들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저 서들과 논문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현실이지만, 정신분석적 인 작품비평이나 작가에 대한 평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격적인 정신 분석적 비평의 움직임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부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초반부터 강한 반 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것은 모든 작품 해석을 성적인 측면 으로만 다루려든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전적으 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의 정신분석적 문학비평은 결 코 리비도 관점에서만 작품해석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갈 등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는 게 대세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정신분석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로 인해 강한 반감이나 거부 감을 표시하는 것은 문학계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의학이나 심리학, 종교, 철 학 등의 분야에서 프로이트를 강하게 배척했던 점에 비하면 그래도 정신분석을 환영하고 받아들인 집단은 그나마 예술 가들뿐이었다고 하겠다.
갈등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의 이야 기를 다루는 문학은 어차피 인간의 욕망과 환상, 갈등의 범주 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도 없다. 어차피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완벽한 상상만으로 창작 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 기 때문이다(Lee 2004). 그래서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천재성이란 의지에 의해 회복된 아동기일 뿐이라고 했으며, 독일의 시인 하이네는 “창조해가면서 나는 치유되고, 건강해 진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모로아는 “신경증은 예술가를 만들고, 예술은 신경증을 낫게 한다.”고까지 했다.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프 로이트의 방대한 예술론을 단 한 줄로 요약한 말이 아니겠 는가.
그런 점에서 일찍 요절한 미국의 작가 토마스 울프는 모든 소설은 결국 반자전적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그리 고 한때 프로이트의 문하생이었던 그 유명한 루 살로메도 말 하기를, 문학은 꿈과 해석 사이에 있는 그 무엇이라고 했는 데, 이는 곧 정신분석과 문학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맞는 말이다. 실제로 정신분석 과 문학은 결코 서로 등질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 두 분야는 말과 언어를 통한 탐색과정이며 동시에 꿈과 환상에 기초한 상상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Milner(1980)도 정신분 석과 문학은 서로 피해 갈 도리가 없다고 하면서 그것은 거의 운명적인 만남이라고까지 했다.
그런 움직임은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비롯된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 간을 찾아서]를 비롯해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윌리 엄 포크너 등의 작품들에서도 그런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사건의 전개에 치중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이러한 새로운 문학 풍조는 마치 정신분석에서 행하는 자유연상을 닮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식 수준에 머문 것이었을 뿐이다. 작가들은 아 무리 천재라 해도 무의식을 다룰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적 이해를 통한 작가들의 내면세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다루는 작품론이나 작가론은 서로 상반된 반응을 일으켜왔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정신분석을 빼고 문학을 논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인간의 삶 을 다루는 게 문학의 본령이라면 인간 심리의 발달과정과 신 경증적 갈등의 본질을 파헤친 정신분석이론이야말로 문학비 평의 도구로서 가장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겠다. 예를 들어, 주지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의 장 시 [황무지]와 반지성을 대표하는 작가 D.H. 로렌스의 소설 [채털레이 부인]을 비교해볼 때, 이들의 문학적 태도는 결국 지성과 반지성으로 귀결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한마디 로 작가 자신들의 성에 대한 혐오와 성에 대한 찬미로 요약 될 수 있다. 실제로 T.S. 엘리어트는 매우 까다롭고 신경질적 이며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지닌 강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쓸데없는 정력 소모로 인한 삶의 낭비를 가장 두려워했던 인 물이다. 시간의 낭비, 정력의 낭비 등 모든 낭비를 무질서로 간주한 그였기에 그의 대표작 [황무지]도 결국은 새로운 질 서 확립을 갈망하는 내용으로 압축될 수 있으며, [황무지]라 는 제목 자체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낭비된 땅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Lee 2001). 반면에 위선적인 지성적 태도에 대한 강한 반감을 지닌 D.H. 로렌스는 성에 대한 찬미로 일관하는 극단적 태도로 치달아 대중들의 지탄 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소설 [아들과 연인]에서 볼 수 있듯이 로렌스는 실제로 오이디푸스 갈등에서 결코 자유롭 지 못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입장은 엘리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들의 극단적인 지성과 반지성의 뿌리는 모두 오이디푸스 갈등 해결에 실패한데서 연유했음
을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다(Lee 2003b). 그 중에서도 유대 인 출신의 카프카는 특히 권위적인 부친상에 대한 두려움 때 문에 평생 동안 갈등을 겪은 인물에 속한다. 그가 남긴 [아버 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보면, 결코 저항할 수 없는 두려운 아 버지의 존재에 대한 원망과 탄식으로 넘쳐나 있다. 그러나 그 편지는 영원히 아버지에게 전달되지 못했다(Lee 2002). 아버 지가 그만큼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버지니아 울프의 삶은 더욱 비극적이다. 어려 서부터 이복 오빠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상처에서 결코 자 유로울 수 없었던 그녀는 비록 헌신적인 레너드 울프를 만나 결혼까지 하지만 아이를 낳지는 않았다. 게다가 조울병까지 겹치는 불행의 연속으로 인해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지 속시켜나갈 힘을 잃고 말았다.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는 오로 지 창작에 몰두하는 일이었지만, 결국 정신력의 고갈로 인해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Lee 2003a). 이처럼 비 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또 다른 작가로는 미국의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를 들 수 있겠다. 부엌의 가스 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자살한 그녀는 끔찍스런 자기혐오에 빠져 가장 극단 적인 선택을 한 셈이지만, 결혼에 대한 실패뿐 아니라 그녀 자신의 해결되지 못한 오이디푸스 갈등으로 인해 더욱 큰 고 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시 [아빠]를 보면 자신을 버 린 아버지와 남편에 대한 엄청난 적개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 는데, 그런 공격성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진 것처럼 보 인다. 비슷한 동기에서 우리나라의 현대 여류시인 김언희의 시들도 역시 오이디푸스 갈등에서 비롯된 강한 적개심을 드 러내 보인다(Lee 2000). 그러나 이들 여성작가들에 대한 관 심은 주로 페미니즘적 시각에 치우친 나머지 그녀들의 내면 적 고통에 직접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천재적 작가들은 갈등의 화신들이다
거의 모든 천재적인 작가들은 자신들이 마주친 현실세계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의 내면세계와도 적절히 타협을 이루지 못해 갈등을 겪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들의 그런 모습은 수 많은 작가론과 작품론 등을 통해 자세히 묘사되어 왔지만, 그 러나 그들 내면으로 직접 들어가 분석적 안목으로 기술된 작 업들은 그리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오늘날에 와서는 정신분석적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문학비평이 다소 활기를 띠고 있기는 하나 그렇게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평가들이 시도하는 분석적 평론은 일반 독 자들에게 새로운 안목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 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일반 대중들은 정신분석을 대할 기회가 없다. 그런 점에서 대 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분석적 비
평은 작가와 작품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가 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본 저자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영 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비롯해서 아동문학가 루이스 캐 롤,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 버지니아 울프, 덴마크의 아 동문학가 안데르센, 독일 작가 카프카와 헤르만 헤세,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 러시아 작가 고골리와 체호프, 이탈리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피란델로, 미국 작가 에드가 알란 포우 와 헨리 제임스, 샐린저, 그리고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외에도 유태인 작가들 및 아일랜드 작가들에 관한 분석적 비평을 논한 바 있지만, 아무래도 그 런 시도는 나름대로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 엇보다 중요한 어린 시절의 갈등적 상황에 관한 정보 부족 때 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적 탐색이 가능할 정도의 최 소한의 단서들만이라도 주어진 인물이라면 전혀 불가능한 작업도 아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경우에는 많은 전기 작가 들이 그나마 매우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기 때문이 다. 그런 점에서 조두영의 손창섭 문학에 대한 분석적 비평 작업은 한 작가만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탐색을 시도한 우리 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분석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다(Cho 2001).
작가들과 분석가는 모두 삶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리고 그런 작업의 공통점은 바로 갈등을 다룬다 는 사실에 있다. 갈등을 다루지 않는 위대한 작품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갈등에 시달려보지 않은 작가는 창작에 대한 의욕조차 보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 물론 모든 작가들이 위대 한 작가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분야의 예술가 들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교수로 본인 자신이 조 울병을 직접 앓았던 적이 있는 Jamison(1996)은 창조적 예술 가들의 정신병리 문제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 고 있다. 그것은 창조적 업적이야말로 정신병리의 결과인지, 아니라면 창조적 업적은 오로지 개인적 자질과 타고난 재능 의 산물인지 하는 의문이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정신병리를 보였다고 해서 그들의 업적 자체가 평가절하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며, 더욱이 신경증 적 갈등은 누구나 지닌 문제라는 점에서, 그리고 특히 그런 갈등과 심리적 고통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모든 위대한 예술가는 위대한 환자이기도 한 셈이다.
우리는 그들을 흔히 천재라고 추켜세우지만, 오히려 천재적 인 예술가일수록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을 겪는 수가 더 많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 때문에 그들은 특히 더욱 큰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천재적인 작 가들은 자신의 병적 상태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창작을 통 해 스스로를 치료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역설적으
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는 창의력이 감퇴되는 문제에 부딪 쳐 또 다른 좌절과 실의에 빠지곤 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 때 문에 우울증에 빠져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정종진은 [한국작가의 생태학]에서 말하기를, “사실상 작가 일 경우 누구나 우울증의 혐의가 있다(Jeong 1991). 행복을 느낄 때 위대한 작품은 산출되지 않는 법이다. 문학은 현실에 대한 일종의 고급한 저항이다. 우울은 저항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그 속에 위대한 사상을 탄생시키는 힘이 도사리고 있 는 것이다.”라고 했던 것이다. 이처럼 예리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들의 삶은 남다른 갈등과 고통으로 점철된 것이기 쉽지 만, 그들은 그런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창작에 몰두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실제로 정신분석의 도움을 받은 작가들은 의외로 적다. 물론 그들로서는 그럴만한 마음의 여 유나 동기 자체가 부족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현대에 살았다하더라도 아마도 그들 중 대다수는 정신과적 치료나 정신분석의 도움을 거부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 들 자신의 나르시시즘과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을 것이고, 또 한 그런 치료를 통해 신경증적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신 들이 그토록 매달리는 창의력의 소실이 두렵기도 했을 것이 기 때문이다. 그들의 창조적 열정은 분명 신경증적 갈등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뿌리가 잘릴 경우 창작에 대한 동기가 줄어들 것은 누가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Bergler(1992)의 보고에 의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여러 작가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창의력 고갈로 무기력해진 작가들이 치료를 통해서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회복되었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위대한 작가들은 질풍노도와 같은 열정에 사로잡 혀 창작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단 작품이 완성되고 그 힘이 소진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에 빠지기도 한 다. 마치 무엇에 씌우기라도 한 듯이 그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창작에 몰두한다. 물론 그 힘의 원천은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 이다. 그렇게 그들은 숱한 갈등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가운 데 수많은 걸작들을 남기면서 자신들의 신경증적 갈등상태 를 역으로 이용한 셈이다.
그런데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문학과는 달리 정신 분석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비록 프로이트 자신은 정신분석이론이 과학지향적임을 강조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철학자 Kaufmann (1992)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시적 과학(poetic science)이 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물론 그 의미는 아무리 정신분석이 과 학지향적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문학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 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한 말이기 쉽다. 실제로 정신분석은 그
속성상 엄밀한 과학적 검증이 어려운 게 사실이며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문학이라고 할 수도 없다. 더욱이 자연과학적 방 법만으로는 무의식에 접근할 현실적 수단도 달리 없다. 따라 서 인간의 정신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신분석은 문학적 요소를 지닐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정신분석의 근본적인 목 적이 어디까지나 통찰을 통한 갈등의 해결에 있다고 본다면 문학과도 엄밀히 구분된다. 문학은 갈등을 드러내고 보여주 기는 하지만, 그 치유책까지 제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
론
문학은 그 자체가 문제의 해결을 도모한다기보다는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머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대한 문학 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지 그 어떤 사상을 전달 하는 데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심층적인 모순과 갈등을 드러내주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주 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문학의 강점은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모순에 가득 찬 인간의 실상과 삶의 적나라한 모습을 통해 나름대로의 감동을 안겨준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그러 나 진한 감동만으로 인격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정신분석 가를 찾는 게 아니겠는가. 인간은 살아가면서 항상 뭔가 부족 함을 느끼고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방도를 찾기 마련이다.
종교와 철학, 사상과 학문, 예술과 오락, 그리고 여행 등을 통 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는 그 뭔가가 있 을 때 사람들은 결국 자기 자신의 삶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느끼고 정신분석가를 찾기에 이르는 것이다. 물론 정신분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면 이 세상에 그보다 더 큰 행운은 없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This paper was presented in the Spring Conference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on 18th May, 2012 at the Samsung Medical Center, Seoul, Korea.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 has no financial conflicts of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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