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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오염과 제조물책임 판례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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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법행위 관련 분쟁에 관한 법경제학적 분석

- 환경오염과 제조물책임 판례를 중심으로 -

장 재 호 (Jaeho Jang)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석사과정 4학기

- 목 차 -

Ⅰ. 서론

Ⅱ. 불법행위법의 경제적 분석 1. 불법행위법 일반

2. 불법행위의 구분 3. 불법행위법의 목적

Ⅲ. 두가지 유형의 불법행위사건 판례분석 1. 불법방해유형 판례분석

2. 사고유형 판례분석

Ⅳ. 결론

* 본고를 세심히 읽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 김일중 교수님과 유익한 지적을 해주 신 익명의 두 심사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

Ⅰ. 서론

현재 우리사회는 일정정도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각 사회구성원간 다양한 이익 추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많은 법적 분쟁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환경 오염과 제조물사고 유형의 불법행위들은 경제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 유형의 불법행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결방 안을 모색하고 분쟁빈도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도하는 일이 시급하게 되었다.

불법행위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당사자간 협상에 의한 해결방식, 사법적인 해결방식,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규제방식, 위험분산 수단인 보험 및 기타 정보제공체계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본고에서는 불법행위 소송과 관련 된 사법적인 구제방식에 관해 주로 논의코자 한다.

분석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해 야기된 분쟁에 대한 사법적인 적용이 해당 법의 목적에 얼마나 부합되는가를 논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본고는 세가지의 불법 행위 유형 중 불법방해와 사고 유형에 해당하는 사건 판례를 기초로 하여 논의를 이끌 것이다. 분석에서의 초점은 불법행위법의 제일목적이라 할 수 있는 ‘경제효 율성의 제고’란 점에 둘 것이다.

먼저 다음 절에서는 불법행위법의 경제적 이론을 다룬다. 여기서는 불법행위의 유형을 먼저 구분하고, 법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불법행위는 일반적으로 침해․불법방해․사고의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구분에서는 ‘사전협 상 가능성’과 ‘책임원리 의존도’란 기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본고의 주된 목적은 불법행위로 인한 분쟁과 관련된 판례에 대한 경제적 분석 이다. 이는 주로 제Ⅲ절에서 다루어진다. 분석에서는 불법행위 세 유형 중 재산원 리에 의해 주로 적용되는 침해유형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유형 즉, 불법방해와 사고에 관계된 판례가 이용된다. 특히 본고에서 다루어지는 환경오염과 제조물책 임 판례는 사회적 여건의 변화와 더불어 최근 관심이 고조되는 분야라 할 수 있 다.

(3)

Ⅱ. 불법행위법의 경제적 분석

1. 불법행위 일반

1)

우리나라에서 불법행위는 민법 제750조 이하 몇 조의 법규정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 제750조 규정에 의하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 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에 따른 다면 불법행위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위법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2) 하지만 이는 매우 포괄적인 정의에 불과하다. Posner와 Landes 의 정의를 따르자면 불법행위는 계약의 파기를 제외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3)

이와 같은 광범위한 정의를 따른다면 문제는 그 책임의 배분에 있어서 단일원 칙을 제시하기가 힘들어 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경제학에서는 책임배분방식을 크게 두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재산(권)원리(property rule)와 책임원리(liability rule)가 바로 그것이다.4) 전자는 한쪽 당사자에게 부여된 권리가 재산권5)으로 인 정되기 때문에 그 당사자의 승낙이 없다면 당해 자원을 이용하려는 어떤 제3자도 합법적으로 배제시킬 수 있게 된다.6) 제3자에게 권리가 양도될 때 보다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반하여 후자는 특정 자원

1) 이 부분의 서술은 상당부분 김일중(1996)에 의존하였다. 김일중, “‘법과 경제’에 관한 미국의 지 적흐름”, 미국사회의 지적흐름 세미나 발표논문집,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1996, 참조.

2) 김주수의 경우 ‘불법행위란 어떤 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주는 위법한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김주수, 『채권각론(下)』, 삼영사, 1989 참조.

3) 불법행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김일중(1996)을 참조할 수 있다.

4) 학자에 따라서는 재산권원리는 재산권적 규칙 또는 물권적 보호원칙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며, 책임원리는 배상책임의 규칙 또는 손해배상원리 등의 용어를 쓰기도 한다.

5) 여기서 재산권(property rights)이란 특정 경제자원에 대한 이용·통제·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6) 예컨대 공용수용(eminent domain)과 같은 경우는 이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끼리의 관계에 있어서 재산법에 의한 원칙을 전제하는 경우 그 예외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4)

의 사용에 있어 타인의 참여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자원의 사용으 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주어진다.

이 두가지 방식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재산원리인 경우 제3자가 특정 자원 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권리소유자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된다는 점에서 거래는 양당사자간 교섭을 통해서 시장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반면 책임원리는 특정 자 원의 사용에 있어 권리소유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당해행위로 인한 권리소유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은 법원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 되어진다.7) 다시말해 재산원리는 시장을 통해 특정 자원에 대한 권리의 거래가 유도되고, 책임원리는 시장보다는 법원에 의해 거래가 유도되어진다.

원칙적으로 어떠한 재산권의 가치는 법을 통한 거래보다 당사자들 사이의 교 섭에 의한 시장거래인 경우가 해당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되어진다. 이 점 에서 본다면 재산원리가 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산원리의 경우 당사자간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Calabresi는 이러 한 차이점에 의거하여 거래비용이 크지 않아서 사전교섭이 가능한 경우에는 재산 원리를 적용하고, 그 반대로 거래비용이 상당해서 사전교섭이 어려운 경우라면 책임원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8) 따라서 거래비용이 높은 상황이라면 책임 원리를 적용하는 경우 해당 자원의 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하는 당사자로 하여금 자원을 이용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2. 불법행위의 구분

9)

7) 한 심사자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법원에 의한 결정 뿐만 아니라 공법상 보상규정이 많기 때문에 다수의 경우 공무원들도 보상액의 결정자라 할 수 있다.

8) Calabresi and Melamed, "Property Rules, Liability Rules, and Inalienability: One View of the Cathedral," Harvard Law Review, 1972, vol. 85 참조.

9) 불법행위의 구분은 아직 일률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본절에서의 논의는 법경제학적 시각 에서 기존 연구문헌을 종합하여 재정립한 김일중(1996)의 구분방식에 상당부분 의존하였다. 그에 의한 불법행위의 구분은 ‘사전협상 가능성’과 ‘구제방식(책임배분방식)’이라는 기준에 의거하고 있 다. 이 점은 해당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고려하여 적합한 책임부과 방식을 모색하는 본고의 연구 에도 유용하리라고 판단된다.

(5)

앞서 지적한 바대로 불법행위의 범주는 매우 광범위하다. 좀더 체계적으로 구 분해 보면 불법행위는 크게 세가지 유형 즉, 침해(trespass)․불법방해(nuisance)

․사고(accident)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침해와 불법방해를 구분해보면 가장 핵심적인 구분기준은 당해 행위가 타인의 재산권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었는가이다.10)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경우 침해가 되며, 구제방식으로는 향후 확실한 억지력(deterrence)을 제공하기 위해서 재산원리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침해에 해당하는 영역에서는 당사자간에 사전 적으로 협상하려는 인센티브가 일어나게 된다. 또한 이런 유형의 사건은 그 속성 상 사전협상이 대체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침해는 많은 경우 재산 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불법방해와 사고를 구분해보자. 두 유형의 가장 근본적 차이는 위험 과 관련하여 얼만큼 사전협상이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 바꾸어 말하면 사전협상 에 소요되는 제반 거래비용의 차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전협 상의 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의 지속성이 다. 그 피해가 일시적이거나 일회성이라면 당사자간 사전협상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고로 취급된다. 반대로 지속적인 피해의 경우 사전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법방해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사전협상 가능성’ 및 ‘책임원리 의존도’라는 두가지 변수로 표 현하면 <그림>11)과 같이 표현된다. <그림>에서 보듯이 침해의 경우는 재산법의 영역으로 다루어지고, 법원은 그 재산권을 확실하게 지켜주고자 하기 때문에 당 사자간 사전협상으로 유도하는 특성을 지닌다. 반면 사고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10) Keeton et al.(1984)에 의하면 “침해는 원고가 배타적으로 소유한 토지에 대한 이권을 침범하 는 것이며, 불법방해는 그 토지를 사용하고 향유하는데 대한 방해를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Posner(1992)는 불법방해는 자원의 사용상 발생하는 갈등으로, 침해는 자원의 소유권에 대한 갈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이 양자의 근본적인 차이는 거래비용에 있는데, 거래비용이 낮아 협상이 가능한 경우 침해의 원리를 이용하고 거래비용이 높은 경우라면 불법방해의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중에 의하면 거래비용의 기준만으로 양자를 구분을 하는데는 문제 가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비용의 아무리 높더라도 침해인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하기 때문 이다. 보다 자세한 논의는 김일중(1996)을 참조.

11) <그림>은 김일중(1996)으로부터 옮긴 것이다.

(6)

상대방이 누가될지 어떠한 상태에서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후협상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구제방식은 주로 책임원리에 의하게 된 다.

<그림> 불법행위(torts)의 구분 (김일중(1996)에서 인용)

(가능성 높음 = 거래비용 낮음)

(재산법)

(불법행위법)

침해**

불법방해

사고**

(재산원리) (책임원리)

* 침해의 경우 법원에 의해 사전협상이 강제되며, 피해의 지속성이 필요조건임.

** 침해와 사고는 구제방식에 있어서 각각 재산권에 의한 원리와 책임원리를 전적으로 따름.

3. 불법행위법의 목적

사 전 협 상

능 성

*

구 제 방 식

(7)

불법행위에 관한 규정이 분쟁해결을 위한 실질적 규범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는 법원에서의 해석작업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법적 규정의 해석에서 중요한 지 침이 되는 것이 해당 법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행 위법의 목적에 관한 논의는 많지 않다.12)

한편 법경제학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불법행위법의 목적 은 Calabresi에 의해 정의되고 있는데, 그에 의하면 사고비용의 합을 극소화시켜 경제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있다.13) 이는 대다수의 법학자들이 불법행위의 목적으 로 보상과 책임을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여기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마땅히 책임있는 자에게 피해를 보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국 미래에 그러한 불법행위 을 억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법의 목적으로서 교정정의와 경제효율성 이 두 개념을 서로 상치되는 것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Posner 등 많은 법경제학자들 의 연구에 의하면 이 두가지 개념이 상호보완적임을 밝히고 있다. 즉 불법행위법 의 목적을 교정정의의 실현에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재산권의 개념에 근거한 교정 정의는 동태적 경제효율성의 제고라는 목적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14)

이하 불법행위 관련 판례분석에서는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경제효율성의 제고’

로 두고 실제 적용상의 타당성을 고찰할 것이다. 즉 법원판결에 의한 책임배분이 해당 경제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유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Ⅲ. 두가지 유형의 불법행위 사건 판례분석

12) 김건식(1993)에 의하면 전통적인 법학자들은 불법행위법의 목적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 는다고 한다. 기존의 논리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정의에 맞게 공평하고 타당하 게 분배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김건식, “불법행위법과 법경제학”, 「민사판례연구」, 제15권, 박영사, 1993 참조.

13) 불법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사고비용으로는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와,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비용 및 잘잘못을 따져 피해를 보상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 등이 있다. 김일중, 『규 제와 재산권』, Keri 자유주의 학술시리즈, 한국경제연구원, 1995, p. 320.

14) 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김일중(“‘법과 경제’에 관한 미국의 지적흐름”, 미국사회의 지적흐름 세미나 발표논문집, 서울대 미국학연구소, 1996)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8)

1. 불법방해유형 판례분석

공해관련 손해배상청구사건 (대법원 제3부, 1974. 12. 10 판결, 72 다 1774)

1) 사건개요 및 판결 요약

<당사자> 원고, 피항소인, 피상고인: 박이준 피고, 항고인, 상고인: 한국전력주식회사

<원판결> 1심: 서울민사지방법원, 71. 6. 28 선고, 70 가 9974 2심: 서울고등법원 72. 3. 6 선고, 71 나 1620

이 사건은 경남 울산시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던 원고가 인근 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입게 된 피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원고의 과수원은 한전 소유의 울산화력발전소로부 터 약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원고는 과수수확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피해의 원인이 발전소 굴뚝으로부터 배출되는 아황산가스 때문이라고 보고 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먼저 원심판결을 보면 판결이유로 중요한 부분은 수인한도에 대한 판시이다. 판결에서는 “위 법성의 기준으로 ⓐ 침해행위의 사회적 유용성, ⓑ 해당지역의 현실적 토지이용 상황, ⓒ 토지이 용의 선후관계, ⓓ 가해자의 방지조치 태만, ⓔ 피해자의 특수사정, ⓕ 가해행위의 계속성 등이 있으며 이에 비추어 피해자의 수인한도를 한계지워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가지 “피고 회사의 발전업무에 공익성이 있다”는 사실과 “공장이 울산공업지대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 등도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매우 중요한 판단근거로서 “이 사건의 토지이용을 원고가 먼저 행하여 왔 다는 점, 이에 반해 피고가 피해방지를 위한 조치를 태만히 했다는 점과 가해행위의 계속성 및 피해정도의 심각성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수인정도를 훨씬 넘는 위법이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원심 판결내용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해로 인한 불법행위의 인과관계 입증에 관해서는 “당해행위가 없었더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리라는 정 도의 개연성만으로 족하다”라고 하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피고가 상소이유로 제시하는 내용 즉,

“원고가 과수원을 폐지하거나 공해에 강한 다른 농작물 등으로 대체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한 점은 아예 무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이 사 건에서 피해의 원인이 피고발전소에서 분출확산되는 아황산가스에 있음을 인정하고 피해를 막는

(9)

길은 오로지 그러한 “유해가스가 분출되지 않도록 피고측에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라고 판시하 고 있다. 따라서 원고에 의한 피해방지의 가능성은 전혀 도외시되고 있다. 덧붙여 주목할 점은

“피고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매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점이다.

2) 판결의 의의

위 판결에 대한 법학계의 입장은 공해사건에서의 인과관계의 입증에 대해 개 연성이론을 채택한 것으로서 타당하고 현실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15) 사실 이와 같은 개연성논리는 통상의 공해사건에 있어 일반화되어 있다. 이는 피해자 의 위치가 대부분 약자라고 보는데서 연유하는데, 만일 인과관계의 증명을 요할 경우 과다한 측정비용으로 인해 아예 소송을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16) 이 사건의 경우 원천적인 권리가 피해자 측에 주어져 있다면, 측정비용 을 줄인다는 면에서 개연성논리의 적용은 정당화된다. 다만 한가지 우려로는 과 다소송을 유발하여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위 판결과 관련하여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들이다. 먼저 토지에 대한 先利用이 권익권 설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또 하나는 이 사건에 서와 같이 과수원에 피해가 발생될 시 매년 손해를 배상토록 한 구제방식의 타당 성 여부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절에서 분석토록 한다.

3) 경제적 분석

(1) 권익권17) 설정의 타당성

15) 이상규,『환경(공해)판례의 연구』, 삼영사, 1993 참조.

16) 개연성논리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는 원심 판결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일반적으 로 피해자는 기술적으로 쉬운 조사라 할지라도 거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염출할 수 없다는 점. 둘째, 피해자는 가해자의 영역인 공장에 조사를 위해 출입할 권리가 없고, 가해자는 기업기술 의 비공개를 이유로 조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이미 발생한 공해에 대해서는 소급적인 조사가 어렵고, 공해관측기관 또한 세밀한 자료를 모아두지 않는다는 점. 넷째, 공해원인 탐지시 설은 공장기술의 개발보다 늦다는 점.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어떤 오염물질을 일반사회에 발산하 고 있는 이상, 무해성의 입증은 공장에서 져야 할 사회적 의무라는 것이다.

17) 박세일에 의하면 권익권(entitlement)이란 권리와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자격 혹은 법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권리와 이익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에 의하면 재산권을 여러 권리 의 묶음으로 볼 때 그 권리들의 하나 하나를 권익권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세일, 『법경제

(10)

이 사건은 전형적인 불법방해(nuisance)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분쟁사건의 해 결책은 두단계로 검토해 볼 수 있다. 첫째, 누구에게 권익권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다시말해 피해자인 과수원주인에게 환경권을 부여할 것인가 아니 면 가해자인 한전측에 오염배출권을 부여할 것인가가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 둘 째, 부여된 권익권을 지켜주는 방법, 즉 구제방식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 서는 그 구제방식으로서 유일하게 당해 과수원에 피해 발생시 매년 손해를 배상 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Coase(1960)에 의하면 거래비용이 존재하지 않거나 대단히 작은 경우 누구에 게 권익권을 부여하여도 자원배분의 결과, 즉 효율성 결과는 동일하다고 지적하 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래비용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경우 권리를 누구에 게 부여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ceteris paribus),18) 이런 경우에도 누가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지를 알 수 있거나 혹은 누가 최소비용으 로 피해를 회피할 수 있는가를 알 수만 있다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즉 가치를 높 게 평가하는 측에 권익권을 부여하거나 혹은 최소비용회피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 반대편에 권익권을 부여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 조차 알 수 없다면 각각 의 거래비용을 고려하여 거래비용이 적게 드는 쪽에 책임을 묻고 거래비용이 많 이 드는 쪽에 권리를 부여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효율적으로 권리설정이 이루어진 경우 거래비용이라는 장애를 줄임으로써 향후 수정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결의 경우 권익권배분상의 효율성논리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민법상 일반 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先利用이란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그 기준에 근거하여 과 수원주인에게 권익권을 부여하고 있다. 만일 이 방식이 적절하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피해자인 원고의 과수원경영을 절대적이고 무조건 적인 권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Coase의 예(기차의 스파크와 농부 와의 관계)19)를 들면 스파크 방출권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농민의 경작권을

학』, 박영사, 1994 참조.

18) 여기서의 다른 조건이란 원천적으로 부여된 재산권을 의미한다.

19)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박세일(『법경제학』, 박영사, 1994) 제2장을 참조.

(11)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거래비용이 0이라면 누구에게 권리를 부여하든 상관없 이 효율적인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란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 지로 거래비용이 0이라면 어떻게든 효율적인 방향으로 결정되어질 것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거래비용이 존재한다는 점인데, 단순히 가해자라고 판단되 는 측에 책임을 부과하게 되면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Posner(1992)의 논리를 빌리면 먼저 사용하는 쪽에 무조건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 은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것이다. 왜냐하면 후에 사용하는 방법이 보다 높 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비용이 높아 이러한 사용이 사 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Epstein(1993)의 논리에 의한다면 선점주의는 경제효율성에 입각하고 있 다. 왜냐하면 그 대안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미래 해당 자원에 대한 사용가 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인데, 이 경우 그 협상비용이 매우 커지게 된다. 따라서 보통법에서 선점주의를 채택하고 소유의 의미를 세가 지20)로 구분한 점은 선점자가 적격사용자가 아닐시 적격사용자에게로 자산이 옮 겨 갈 수 있도록 효율적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단일주인 (single owner)의 경우 거래비용 문제까지 극복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21)

위 사건의 경우도 원고인 과수원 주인이 미래에 공해배출의 가능성이 있는 한 전의 동의를 미리 얻어야 했다면 엄청난 협상비용을 초래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선이용이 권익권 설정의 기준이 된 점은 일면 타당성을 지닌다. 문제는 경제효율 성에 의한 권리의 배분을 고려해야 한다. 효율적인 권리의 배분은 파레토최적이 달성되는 것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 거래비용이 없을 시 Coase의 논리를 따르면 파레토최적이 될 때까지 연속적으로 거래가 일어나게 된다. 이 사건 판결에 의하

20) 소유의 세가지 의미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해당재화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배타적으로 취할 수 있는 권리 및 양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1) Epstein의 단일주인테스트에 의하자면 원고와 피고가 동일인이라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따 져보면 된다. 그는 이와 같은 경우 선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해당사자들간에 협상비용이 막대하 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단일주인이라면 이를 인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보통법체계에서 선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점은 경제효율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2)

면 문제가 되는 한전의 발전소는 공업지대에 위치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 한 지역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공장측이 이 자원을 사용토록 하 는 것이 동태적 경제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만 일 그 가정대로라면 선이용의 기준을 이용하되 권리의 이전이 보다 용이하도록 판결됨이 바람직할 것이다.22)

(2) 구제방식

앞서 논의했듯이 불법방해에 대한 책임부과방식으로는 크게 재산원리와 책임 원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하에서 논의할 권익권을 가진 당사자에게 유지명령 권(injunction)23)을 인정해주는 구제방식은 전자에 해당하며, 손해배상(damages) 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후자에 해당한다.24) 그리고 권익권이 피해자에게 있는 경우와 가해자에게 있는 경우를 고려하면 네가지 구제방식이 존재하는 셈이다.

① 피해자인 과수원주인에게 유지명령권을 인정

② 가해자인 한전측에 유지명령권을 인정

③ 피해자인 과수원주인의 손해를 전보해 줌

④ 가해자인 한전측의 손해를 전보해 줌

22) 하지만 다른 조건이 불명확하여 한전의 권익권을 인정하는 것이 동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 을 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23) 유지명령은 달리 중지명령, 금지명령 혹은 부작위명령권 등의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24) 우리나라에는 환경오염에 대한 구제방식을 명문화한 규정이 존재한다. 먼저 현행 헌법 제35조 에서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서 환경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에 의하 면 환경오염의 원인을 야기한 자는 그 오염의 방지와 오염된 환경의 회복 및 피해구제에 소요되 는 비용을 부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오염제거에 필요한 비용을 공장이 부담하게 하고 있다. 이 규정은 거래비용이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거래비용을 포함한 오염제거비용이 가장 적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당사자로 (즉 오염제거비용의 부담자로) 공장을 지정하고 있는 셈이 다. 이에 대해 이상윤은 오염제거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을 주민보다는 공장이 최소화시킬 수 있다 는 현실적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윤, “환경법과 경제①②”, 「법제」, 347호, 348 호, 법제처, 1991 참조.

(13)

만일 피해자인 과수원측에 권익권이 주어지고 한전측과 과수원측간에 거래비 용이 낮다면 당연히 ①의 구제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한전측 이 오염을 배출하는 발전소를 계속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과수원측으로부터 권익 권을 사들여야만 가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해자인 한전측에 권익권이 주어지 고 양 당사자간 거래비용이 작다면 ②의 구제방식을 적용하여야 한다. 즉 피해자 인 과수원측이 자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전측의 권익권을 사들이도록 하 는 것이 효율적이다.

위와 달리 거래비용이 큰 경우를 고려해 보자. 만일 피해자인 과수원측의 권익 권을 인정해주는 경우 오염배출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가해자인 한전측이 부담 하도록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가해자인 한전측의 권익권을 인정해주는 경우 과수 원측의 손해에 대해서 한전측은 배상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선점자의 권리를 인정하여 과수원측에 권익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경우 구제방식으로서 ①, ③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판결에서는 ③의 방식 이 쓰이고 있다. 문제는 거래비용의 크기에 따라 법원판결의 적합성에 대한 평가 가 이루어 진다는 점이다.

주목할 점은 판결에서 보듯 피고가 상소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 원고가 과 수원을 폐지하거나 공해에 강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등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방지 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점이다. 한전측이 오염을 방지하는데 드는 비용과 과수원주인인 피해자가 받는 피해액, 또는 스스로 오염을 방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고려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거래비용이 높은 경우를 고려해보자. 한전측이 오염을 방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과수원주인이 입은 피해액이나 스스로 방지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높다면 유지명령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시말해 피해액과 피해자 스스로 방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여 피해액이 낮다면 한전측으로 하여금 손해배상토록 하면 되 고, 그 반대로 스스로 방지하는 비용이 피해액보다 작다면 과수원주인에게 공해 방지를 하도록 하고 그 비용은 한전측이 부담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판결에서는 구제방식으로서 다른 선택가능성을 배제하고 피해방지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한 전측이 유해가스를 방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14)

반면 거래비용이 낮다고 가정한다면 위 사건의 판결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즉 유지명령을 내림으로써 시장에 의한 자발적 거래가 일어나도록 유도되어야 한다.

이 경우 한전측은 자발적으로 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거나 과수원주인으로부터 권 익권을 사들이는 등의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법원이 손해배상의 방식으로서 매년 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식(temporary damages)을 명시한 점이다. 매년 배상을 하도록 판시한 점 은 피해자 즉 과수원주인으로 하여금 손실방지를 위한 노력투자의 인센티브를 약 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매년 배상을 해야 할 때는 새로운 피해와 그 금액을 결 정해야 하는 등 소송비용의 과다를 야기할 수 있다.25) 따라서 특정 형태의 영구 배상(permanent damages)이 불필요한 비용발생을 줄이는데 더욱 우월하리라 사 료된다.

종합적으로 위 사건에 대한 판결을 볼 때 선이용자의 권리를 인정하여 과수원 주인에게 권익권을 부여한 점은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 보여진다. 문제는 권익권 이 원고에게 주어졌을 때 구제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이 경우 선택가능한 여러 가지 구제방식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판결은 피해를 방지하는 유 일한 방식으로서 피고 한전측의 방지의무와 손해배상의무만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

2. 사고유형 판례분석

- 제조물 책임 판례 (① 대법원 제2부, 1977. 1. 25. 판결, 75 다 209;

② 대법원 제1부, 1992. 12. 24. 판결, 92 다 18139)

1) 사건개요 및 판결 요약 (1) 경상사료사건

<당사자> 원고, 피항소인, 피상고인: 김 상

피고, 항소인, 상고인: 최정호 (경상사료공장)

25) 이러한 구제방식은 추가적으로 토지의 경제적인 최적 용도가 농사가 아닐 경우에도 피해자로 하여금 농사를 계속 짓게하는 인센티브를 유발시킨다.

(15)

<원판결> 1심: 대구지방법원 (73 가합 290)

2심: 대구고등법원 (1975. 9. 24 선고, 74 나 212)

양계장을 경영하는 원고는 피고의 사료공장으로부터 사료를 매입하여 닭들에게 급식하였 다. 그 후 3-4일이 지나자 닭들이 탈모현상과 난소위축 등의 심한 중독현상을 일으켰고, 산란 율마저 급격히 저하하여 양계로서의 경제성을 완전히 상실하였다. 결국 원고는 이 닭들을 모 두 폐계처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원고는 손해의 발생이 피고가 제조판매한 사료에 기인한다 고 보고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먼저 원심판결의 이유를 살피면 다음 사실에 주목하여 닭사료의 결함을 입증하고 있다.

“첫째, 원고가 보관중이던 위 사료를 수거하여 성분을 검사한 결과 유독물질이 없다는 감정결 과가 나왔다는 사실, 둘째, 반면 원고에 있어서 계사관리나 사료의 보관에 잘못이 없고, 종래 실시해 온 방식에 따라 급식한 사실, 셋째, 원고가 보관해 둔 문제가 된 사료로 닭을 기르는 시험을 한 결과 앞서와 동일한 중독현상의 결과를 가져왔고, 다른 양계업자도 이와 동일한 결 과를 경험하였다는 사실, 넷째, 전염병주사의 경우 수일내 회복된다는 사실 등에 근거하여 사 건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는 “사료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는지, 또 그것이 닭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했지만 정황으로 판 단하여 사료에 불순물이 함유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판결에서도 동일한 논리로 “이 사건 사료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고 또 그것이 어떤 화학적․영양학적 내지는 생리적 작용을 하여 닭들의 난소협착증을 일으키게 하고 산란 율을 급격히 저하케 하였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사료에 어떤 불순물 이 함유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하여 몇가지 정황으로 제조과정에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 하고 있다.

(2) 변압변류기폭발사건

<당사자> 원고, 항소인, 상고인: 영풍산업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피상고인: 공호영

<원판결> 제1심 서울민사지방법원 (1990. 11. 18. 선고, 90 가합 6441) 제2심 서울고등법원 (1992. 4. 8. 선고, 90 나 52212)

원고(영풍산업주식회사)는 변압변류기를 피고(영화산업전기제작소 공호영)로부터 공급받아 2년 2개월 정도 사용하여 왔다. 그러던 중 변압변류기에 화재가 발생하여 소화기로 진화하려 던 원고회사의 직원들이 변압변류기의 폭발과 함께 거기서 쏟아져 나온 절연유에 의해 중화상

(16)

을 입고, 그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피해자인 직원들에게 손 해배상을 한 후, 이 사고가 변압변류기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 대로 구상금을 청구하였다.

먼저 원심에서는 위 변압변류기가 “한국전기통신연구소의 검수시험을 합격한 후 설치․사 용을 해왔다”는 점과, 그리고 “폭발의 원인가능성으로는 외부이상전압의 침입, 부분방전에 의 한 절연열화, 내부발생열에 의한 절연열화, 외부사고의 파급 등이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였 다. 그런데 위 변압변류기는 “형식승인 및 검사시험시 온도상승시험에 합격한 점에 미루어 보 아 내부발생열이 방산되지 않아 온도가 상승하여 절연열화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 하다”고 보았다. 한편 “외부조건에 견디는 고전압전기기기의 제작은 불가능하므로 통계적으로 사고를 최적화한 설계를 해야 한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위 변압변류기의 구조 또는 제작과 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반면 대법원 판결에서는 “물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제조자는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 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내지 하자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는 별도로 불법행위 로 인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변압변류기의 점진적인 절연열화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러한 방법으로 절연열화를 최소화한 경우에 내구연한이 이미 사용 한 기간보다 크다면, 내구연한 전에 발생한 절연파괴는 위와 같은 절연열화를 최소화하는 방 법을 취하지 않은 구조 내지 제조상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두 사고유형 판결의 의의

두 판결은 불법행위유형 중 사고유형에 해당한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물책임 사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입증과 관련해서 일반 불법행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경상사료사건의 경우는 과실 및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시킨 점에서, 변압변류기폭발사건의 경우는 결함요건을 구체화하 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26) 이 점은 최근 제조물책임법 제정 논의와 관련해서도

26) 이영애 부장판사에 의하면 특히 변압변류기폭발사건의 판결은 안전성과 내구성의 기준으로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내”라는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과, 아울러 내구연한이 지니기 전에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은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매우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영애, “제조물 책임법리의 동향”, 「민사재판의 제문제」, 8권(박우동선생 회갑 논문집), 민사실무연구회, 1994.

(17)

소비자보호(피해구제)의 시각에서 대다수 법학자들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27) 그러나 제조물책임을 포함한 사고유형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제학적 관심은 이 미 발생되어진 사고보다는 누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가와 어떻게 처벌하 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에 있다.28) 따라서 제조물책임을 보는 경제학적 관점도 제조물 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누구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사회적 총비용을 최소화 하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있다. 결국 동태적으로 그리고 사전적으로 경제주체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주는가가 최대의 초점이다. 다시 말해 제조물의 결함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고, 피해구제는 그 다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29)

3) 경제적 분석30)

(1) 경상사료사건의 과실 입증문제

① 법학적 시각

현재 제조물책임은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법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그리고 불법 행위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민법은 과실책임주의에 입각하고 있다.31) 그로 인해 소비자가 제품결함으로 신체․재산상의 피해를 입더라도 제조물결함의 존재, 결 함과 손해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제조자의 과실 등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피 해자인 원고에게 있게 된다. 따라서 제품을 사용하다가 손해를 입은 피해자는 불 법행위법을 적용하여 소송을 제기하고자 할 경우, 피해자가 제품의 결함을 입증

27) 제조물책임법 제정논의와 관련하여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제시한 제조물책임법안은 피해구제를 통한 소비자보호를 제일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병록, “제조물책임법 시안”, 한국소비자보호원, 1996 참조.

28) 정기화, “법의 경제학적 해석”, 『시카고학파의 경제학』, 민음사, 1994 참조.

29) 김일중, “한국의 안전규제”, 『한국법의 경제학』, 한국경제연구원, 1997 참조.

30) 지면관계상 이하 본고에서의 주된 분석은 결함의 입증문제로 제한할 것이다.

31) 우라나라 민법은 사유재산권 존중, 사적자치, 과실책임이라는 3대원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과실책임의 원칙은 개인이 타인에게 준 손해에 대하여서는, 그 행위가 위법할 뿐만 아니 라 동시에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경우에만 책임을 지고, 그러한 고의나 과실이 없는 행위에 대 하여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곽윤직,『민법총칙』, 박영사, 1994 참조.

(18)

해야만 한다. 이 경우 문제점은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제품에 대해 제한된 정보만 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힘들게 된다. 대다수 법학자들은 이 점을 강조하여 제조물사고에 대해서는 무과실책임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32)

기존 불법행위와 같이 과실책임원리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앞서 경상사료사건의 경우 원고는 사료에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 불순물 로 인하여 난소위축 등의 중독현상 및 산란율의 급격한 저하를 발생하였다는 사 실, 그리고 그 불순물이 제조자의 과실로 인해 발생하였다는 사실 등을 입증해야 만 한다. 원고가 입증을 하게 되면 반대로 피고가 반증을 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 상책임을 물게 된다.

그러나 실제 판결에서는 입증문제에 있어서 다른 일반 불법행위의 적용사례와 는 차이를 나타낸다. 판결에서는 과실판단의 전제가 되어야 할 내용이 구체적으 로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그 사료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된 것이 틀림없다는 추 측에 기초하여 제조과정에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 및 그로 인해 원고가 사육하던 닭들이 위와 같은 현상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점까지 연쇄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과실 및 인과관계의 입증을 개연성에 입각하여 상당히 완화한 사례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측면이다.

법학개념에서 과실은 전통적으로 어디까지나 행위자의 有責性, 즉 개별적인 비 난가능성을 핵심적인 개념요소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객관적인 결함의 존재만으로 과실책임을 긍정하는 것은 적어도 전통적인 설명방식과는 거 리가 멀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33)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손해에 대해 단지 결함 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과실증명의 용이성을 위해 객관적인 결함의 증명으 로 대체하고 있다. 혹자는 이에 대해 민법에서의 과실책임에 대한 변형을 시도하 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34)

32) 이들 시각에서는 기존 민법체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서 소비자의 피해구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제기되는 것이 제조물책임법이라 보고 있다. 김준호,『민사판례100선』, 법 문사, 1994 참조.

33) 양창수, “불법행위법의 변천과 가능성”,「민사판례연구」, 제15권, 박영사, 1993.

(19)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의 법학자들이 제조물책임과 관련 무과실책임을 주장하 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판단된다. 이들 시각은 무과실책임원리가 과실책임원 리에 비해서 피해자의 과실입증책임을 경감하므로써 피해배상을 용이하게 하고, 가해자의 주의의무도 높이게 되어 사고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 판결에서도 그와 같은 시각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② 경제학적 시각35)

Calabresi에 의하면 불법행위법 중 사고법의 목적은 사고비용의 최소화에 있다 고 보고 있다.36) 즉 제조물책임에 관한 경제학적 시각은 제조물 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누구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사회적 총비용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있다.

이 점에서 과실을 판단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객관화시킨 핸드판사공식의 공 헌은 크다. 그 공식에 의하면 주의의무를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 즉 사고방지비용 (B)과 사고기대비용(P(사고발생확률) ×L(사고비용))을 비교하여 B < PL이면 가 해자의 과실을 인정하고, B > PL이면 가해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책임원리와의 관계를 고려해 보자. 만일 사고원인이 가해자에게만 있는 경우라 면 과실책임의 경우나 무과실책임의 경우 별반 차이가 없다. B > PL인 경우 과 실책임을 이용하면 과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전혀 사고방지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무과실책임을 이용하면 사고방지에 드는 비용보다 기대피해액이 작기 때문에 이 역시 사고방지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반면 B < PL인 경우는 과실책 임하에서나 무과실책임하에서나 동일하게 사고방지노력을 할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다.

사고의 발생원인이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있는 경우를 가정하면 그

34) 홍춘의, “제조물책임에 있어서의 결함개념”, 재산법연구, 제10권 1호, 1993 참조.

35) 박세일,『법경제학』, 박영사, 1994; 김은자, “제조물책임제도와 책임원리”,「규제연구」, 1995 년 봄호, 한국경제연구원, 1995 를 참조.

36) 박세일(1994) 참조.

(20)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무과실책임하에서는 제조물의 결함사고가 발생하면 무조 건 제조자에게 배상책임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설사 사고를 막을 수 있어도 그 렇게 할 인센티브가 없게 된다. 반면 과실책임의 경우는 제조자의 과실이 인정될 때에만 피해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도 사고방지노력을 하게 된 다.

경상사료사건의 경우 인과관계 입증의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무과실책임원리를 적용할 때와 다를 바 없게 되었다. 만일 과실이 가해자인 사료공장주인에게 있다 고 한다면 과실책임을 이용하든, 무과실책임주의를 이용하든 별반 차이는 없게 된다. 이 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사고를 예방하는데 어느 당사 자가 더 우위에 있는가이다. 닭사료의 경우 제조물의 성격상 단순소비재라는 점 을 염두에 둔다면 양계장 주인의 주의수준은 매우 낮으리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닭사료 공장주인의 경우는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사료에 결함이 발생시 사고비용이 매우 크리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좀 더 주의를 요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사료를 판매하기 전 급식시험 을 해보는 등의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경우가 최저비용으로 사 고를 방지할 수 있는 최저비용회피자라고 할 수 있고, 이 점에서 판결은 결과적 으로 정당성을 지닌다고 판단된다.

측정비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역시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법학 적 시각에서도 이 점이 매우 강조된다.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제조물 에 과해 가해자보다 제한된 정보만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제조물에 대 한 과실 및 과실과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 다. 사회적인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 성분 검사 결과로도 어떤 불순물이 포함되었는지 검정할 수 없었다.

종합적으로 보건대 이 판결의 경우 나름대로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판결 문 내에서 경제주체들의 사전적인 인센티브문제를 좀더 직접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피해의 구제라는 측면 보다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21)

(2) 결함요건에 의한 변압변류기 폭발사건 분석

① 과실책임원리와 무과실책임원리의 효율성 비교37)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의 경우 경상사료사건과는 또다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제조물의 성격이 내구재라는 점과 결함요건에 관해 명확히 제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먼저 제조물의 성격에 따라 책임원리에 대한 효율성이 차이를 고려해보자. 변 압변류기의 경우 피해자의 주의수준뿐만 아니라 사용강도에 의해서도 사고발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로 이 제품을 하루 1시간씩 사용하는 경우와 10시 간씩 사용하는 경우에 사고기대치가 달라진다.

먼저 과실책임하에서라면 제조자는 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 울일 것이고, 소비자는 사고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강도를 적절히 유지하려는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다. 반면 무과실책임주의하라면 제조자가 결 과적으로 사고손해를 부담하게 되므로 소비자의 주의정도가 낮아지게 되어, 비효 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과실유무의 판정은 통상적 주의정도에 의존하고 사용강도에는 의존하지 않으므로 소비자의 경우 무과실판정을 받을 만 큼의 통상적인 주의수준만 준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과실책임이 무과실책임보다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38)

대법원판결에서는 “최소한의 내구연한이 이미 사용한 기간보다 크다면, 내구연 한 전에 발생한 절연파괴는 구조 내지 제조물상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민법상의 과실책임의 원리가 적용되 었다고는 하지만 결함의 존재만으로 과실의 유무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무과실책 임원리에 가깝고, 소비자에게 사용강도를 적절히 유지하게 할 유인이 주어질지가 불명확하다.

② 결함판정기준

37) 이 점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김은자(1995)를 참조할 수 있다. 김은자, “제조물책임제도와 책임 원리”, 「규제연구」, 1995년 봄호, 한국경제연구원, 1995.

38) 김은자(1995) 참조.

(22)

다음은 결함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에 관한 사항이다. 2심에서는 “통계적으로 보 아 사고를 최적화할 시 결함책임은 없다”고 본 반면, 대법원에서는 “현대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 조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분석을 위하여 제조물책임에 있어서 결함판정의 세가지 기준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39)

가. 표준일탈기준

결함의 의미에 대해서 종래에 메이커가 설정한 품질기준이나 또는 정부나 업 계단체 등이 정한 제품기준에서 벗어난 불량품에 대해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 는 것이다. 즉 표준에서 일탈하는 경우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 소비자기대기준

미국 불법행위법 리스테이트먼트 402조에 명기된 결함이란 ‘통상 사용자나 소 비자 또는 그들의 재산에 불합리하게 위험을 주는 결함있는 상태’이며, 소비자의 기대수준에서 벗어난 것을 결함이라고 하고 있다. 즉 문제된 제조물의 안전성에 대해 통상의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기대에 의거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의 결함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 산자의 입장에서 제조하는 과정에 어떠한 부주의만 없으면 책임을 면한다는 과실 책임주의와는 그 입장을 달리한다.

다. 위험효용기준

제조물사고는 제품의 효용을 향유하는 피해자의 행위에 의해서 생기므로 당해 활동의 효용과 비용의 비교, 즉 당해 제품의 효용과 위험을 비교하여 문제된 제 조물의 위험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판단한다.

이와 관련하여 웨이드(John W. Wade)교수는 이 기준을 적용함에 있어서 다음 과 같은 7개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40)

a. 소비자 또는 사회에 있어서 제품의 유익성과 필요성

39) 3가지 결함판정기준에 대한 정의는 주로 이상정을 참조하였다. 이상정, “제조물책임법 제정시 포함되어야 할 주요 내용”,「재산법연구」, 한국재산법학회, 1994.

40) 이상정(1994) 참조.

(23)

b. 제조물의 안전성(손해발생의 개연성과 손해의 정도)

c. 결함제조물의 대체가능성(동일 목적의 보다 안전한 제조물의 구입가능성) d. 제조자의 위험회피능력

e. 소비자의 위험회피능력

f. 자명한 위험 및 적당한 지시경고의 효과를 포함한 원천적 위험성에 대한 사 용자 인식정도

g. 제조물의 가격결정이나 제조물의 책임보험을 통한 제조자에 의한 위험분산 의 가능성

위 기준들을 판례에 적용해 보면 제2심판결의 경우 ‘한국전기통신연수소의 검 수시험을 합격한 후 설치, 사용해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표준일탈 기준과 합치된다. 문제는 이 기준이 과실 측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은 있 으나, 품질기준의 높낮이에 따라 제조자의 책임이 달라지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의 판결은 소비자기대기준과 위험효용기준과 관려이 있어 보인다.

다만 소비자기대기준은 판단자의 주관이 다분하게 포함될 우려가 있다. 한편 위 험효용기준으로 Wade의 기준을 따를 때에는 원고측에서 이 중 한가지를 집중적 으로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은 자의적이 되기 쉽고, 행정비용 또한 엄청나게 증폭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또 한 법원이 과연 그러한 테스트를 실시할 능력이 있는가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변압변류기 폭발사건 판결의 경우 실제 지적사항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정확하고 일관된 테스트에 의한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2심판결 과 대법원판결 및 파기환송심41)은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어, 결과적으로 직 접적인 사법비용만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결함판정과 관련하여 제조시의 기술수준과 내구연한의 문제를 고 려해보자. 과실책임원리에 의하면 제조자의 행위평가를 동반한 이상, 제조시의 기

41) 파기환송심의 경우 제2심에서와 같이 결함추정에 있어 절연파괴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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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수준에 의해 예상할 수 없었던 위험에 대해서는 제조자의 설계 또는 경고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제조물의 위험성 평가만을 문제로 하는 무과실책임원리를 채용하면 제조시의 기술수준으로 예상할 수 없었던 위험만을 고려해야 할 논리적 필연성은 없다. 즉 제조시 예상할 수 없었던 설계 또는 경고 상의 결함이 나중에 명확히 밝혀지게 된 경우에 과실책임과 무과실책임은 그 결 론을 달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결함판단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제품이 유 통에 들어간 시기’, ‘제조당시의 기술수준’을 고려한다거나 또는 기술수준의 항변 을 인정하게 되면 실제 적용과는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그러나 판결을 내리는데 있어 기술수준 요건보다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대법원판결의 명시와 같이 최소한의 내구연한기준인 것 같다. 왜냐하면 현대의 기술수준을 다루는데 있어 법원은 우위에 있지 못하며, 그 비용 또한 엄 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해 내구연한내에 사고가 발생하였다 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 대법원의 판결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내구연한과 관련해서는 다음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변압변류기의 사용에 있어 원고의 사용강도를 피고가 인지하고 있다는 가정이다. 즉 일년내내 켜둔 상태로 작업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이 때 판단의 기준은 대법원의 판결에 서와 같이 당연히 최소한의 내구연한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상사용조건에 의 해 통상 예견되는 방법으로 원고가 변압변류기를 사용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실 제로 이러한 가정은 정당성을 지닐 수 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통상 사용되는 냉장고와 같은 전기제품들의 경우 대부분 일년내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피고는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이미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대법 원판결은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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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결론

현재 우리사회는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는 경제환경 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법․제도적 환경이 더 이상 지금의 수많은 갈등들을 해결 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법에 대한 연구는 대다수 법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선진외국의 경우 경제학 적 측면에서 법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특히 불법행위법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척되었다.

우리들의 실생활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분쟁 또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분쟁해결을 위한 올바른 이해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강 구하는 일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불법행위로 인한 분쟁에 대해 일 관되고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정립하는데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본고는 불법행위법의 목적을 ‘경제효율성의 제고’로 두고 세가지 불법행위 유 형 중 두 유형의 판례를 이용하여 경제적 분석을 하였다. 판례분석에 앞서 불법 행위법에 대한 이론적 측면을 다루었는데 기존 연구를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불법행위는 계약의 파기를 제외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잘못된 행위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이 정의에 따라 불법행위를 침해․불법방해․사고 로 구분하였다. 여기서 핵심적인 구분기준은 ‘사전협상 가능성’과 ‘책임원리의 의 존도’이다.

판례분석에서는 두 유형의 불법행위 분쟁사례들을 분석하였다. 현행 우리나라 불법행위법에 의하면 분쟁 발생시 결국에는 손해배상방식에 의해 구제가 이루어 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분석에 이용된 환경오염분쟁 판례의 경우는 역시 권 익권을 과수원측에 부여하고 구제방식으로서 손해배상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그 러나 이와 같은 불법방해유형 사건의 구제방식은 크게 유지명령과 손해배상방식 이 존재한다. 또한 각각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

제조물책임 사고 판례의 경우 핵심은 경제주체의 사전적인 인센티브를 유도함으 로써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를 꾀하는 것이다. 본고의 분석은 주로 입증문제에 치 중하였다. 우리나라 판결들은 다분히 소비자보호 시각에서 다루어진다. 실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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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면 과실책임원리를 적용하는 것처럼 보이나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실상 무과 실책임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석에 이용된 판례들은 결과적으로 는 비용 최소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정되어 진다.

본고는 앞서와 같이 불법행위 사건 판례분석을 통해 각각 유형의 불법행위 분 쟁에 대한 해답들을 구하려는 시도를 해 보았으나 매우 부분적인 면에 치우쳤다.

불법행위 세가지 유형 전체와 각각의 유형을 더욱 세분화하여 다루지 못한 점 및 분석이 매우 일면적이라는 점 등 부족함이 적지 않다. 불법행위와 관련한 심도깊 은 이론적인 연구와 구체적인 경험분석 등은 향후 연구과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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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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