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카메라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카메라"

Copied!
14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3]

『사냥꾼 연』

연출: 문정연 각본: 이준형 제작: 영화집단 경계

(2)

『사냥꾼 연』 2 시놉시스

준은 시나리오 『사냥꾼 연』을 쓰고 동료들에게 비판받는다. 연을 지우려는 동료들로부터 연을 지키 기 위해 준은 『사냥꾼 연』의 배경이 되는 스페이스빔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준은 오히려 연을 지우게 되는데….

S#1. 스페이스빔 1층/오전

카메라, 1층 입구의 구석에서 건물 안으로 향하는 길목을 촬영한다. 핸드헬즈로 롱테이크. 따라서 조 금씩 떨린다. 오프닝 크레딧 흘러간다.

준(NAR.): 연에 대해 썼다. 그리고 경계에서 비판을 받았다. 혁은 내게 쓰고 싶은 글을 쓰라고 했다.

다음날 코피를 흘렸다. 무엇 때문에 코피를 흘렸는지는 모르겠다.

카메라는 여전히 길목을 촬영한다. 오프닝 크레딧 그치고, 화면 우측 하단에 문구가 떠오른다. 문구 3 초간 지속.

모든 경계를 경계하며 오직 연을 위해

이후 화면 중앙에 제목이 떠오른다. 제목 3초간 지속. 카메라는 여전히 길목을 촬영한다.

연,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다. 연은 화면에 등장했다가 금세 사라진다.

준(NAR.): 퇴사한 K는 그곳에서 글을 써보라고 했다. 싫다. 왜? 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곳으로 갔다. 무너지기 위해.

준, 입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어두운 색감의 편안한 린넨 셔츠와 린넨 바지 차림. 양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셔츠 주머니에는 만년필이 꽂혀 있고, 한쪽 팔에는 가죽노트가 끼어 있다.

바지 뒷주머니에는 반으로 길게 접은 얇은 서류 하나가 반쯤 들어간 채 튀어나와 있다. 카메라는 본래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준은 입구 벽면에 붙은 건물 구조도를 본다. 잠시 구조도를 들여다보다 준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간다. 카메라는 준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준의 하반신은 보이지 않고, 상반신이 보인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준은 걸음을 멈추고 2층 벽면의 거대한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올려다본다.

카메라는 준의 뒷모습을 촬영한다. 준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준은 가만히 그곳에 서서, 햇빛이 쏟아 지는 창문을 올려다볼 뿐이다.

준(NAR.): 언젠가 연이 내게 물었던 적이 있다.

준은 여전히 거대한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다.

준(NAR.): 나는 질문을 듣기 전에, 도망쳤다.

준, 시선을 내리고 작은 정원으로 향하는 길목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준의 옆얼굴이 얼핏 보인다. 결 연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침울한 표정이다. 철제 구조물이 설치된 벽면에 흰 액자가 걸려 있다. 누군가 의 엉덩이를 촬영한 초점 나간 흑백사진. 준은 멀리서, 벽면에 걸린 액자를 바라본다.

준(NAR.): 곱씹기. 책 먹기. 영원 속에서 헤매기.

(3)

『사냥꾼 연』 3 준, 액자 앞으로 다가간다. 카메라는 준의 뒷모습을 쫓는다. 이내 액자 앞에 가까이 선다.

준(NAR.):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공허밖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제자리를 빙글빙글 맴돈다.

준(NAR.): 공회전.

카메라, 여전히 핸드헬즈로 서서히 움직여 준의 앞모습을 촬영한다. 준의 얼굴이 보인다. 무언가 생각 에 잠긴 듯하다.

준(NAR.): 나는 늘 공백을 중심으로 돈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준, 문득 고개를 들어 사진을 바라본다. 준은 유심히 사진을 들여다본다. 살짝 찡그리는 인상.

준(NAR.): 의문들. 사진을 빼 볼까?

카메라, 빠르게 움직여 액자가 걸린 벽면을 촬영한다. 액자는 사라져 있다. 카메라는 다시 빠르게 움 직여 준에게 향한다. 준의 인상은 방금 전보다 찡그려져 있다.

준(NAR.): 글쎄, 지울 수 없다.

준, 사진을 바라본다. 불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인상을 찌푸린다.

준(NAR.): 정은 연의 방을 상상해보라고 했다. 나는 텅 빈 방만을 기억한다. 실제로 연의 방이 그랬기 때문이다.

준, 벽에 걸린 액자를 빼내 들여다본다.

준(NAR.): 방이 어두웠기에,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액자뿐이다.

준, 액자 위에 가죽 노트를 겹쳐 한쪽 팔에 낀다. 이내 사진에서 시선을 내리고 작은 정원으로 향하는 통로로 천천히 걸어간다. 카메라는 준의 뒷모습을 쫓는다. 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준(NAR.): 민경환. 위험한 버전의 하이데거가 있다. 슬리데린 하이데거. 늘 이상한 기분으로 쓴다.

준, 작은 정원으로 향하는 작은 입구에서 잠시 멈칫한다. 준의 옆얼굴이 얼핏 보인다. 준의 얼굴 위로 햇빛이 쏟아진다. 준은 인상을 조금 찌푸린다.

준(NAR.): 독창적인가? 불필요한 질문이다. 이해할 수 있을까? 이상한 질문이다.

준, 작은 정원으로 들어선다. 카메라, 준이 뒷모습을 쫓는다.

준(NAR.): 재밌는 것만 따라다니자.

준, 액자와 가죽노트를 끼고 있지 않은 손을 주머니에서 빼내 겹쳐진 액자와 가죽노트를 테이블에 내 려놓는다. 그리고 작은 정원의 벽면에 붙은 벤치를 살짝 쓸어낸다. 준은 벤치를 쓸어낸 손바닥을 바라본

(4)

『사냥꾼 연』 4 다.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른다. 다시 손바닥을 바라본다. 다시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른다. 다소 불만족 스러운 표정이다.

준(NAR.): 더러운….

준은 벤치에 앉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녹색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준(NAR.): 실은, 나는 어디에나 있다.

준, 담배를 태우며 작은 정원 주변을 둘러본다.

준(NAR.): 나는 쓰고 있으니까. 나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작은 정원의 철로 위로 전철이 지나간다. 소음이 작은 정원을 덮는다. 준은 인상을 찌푸린다.

준(NAR.): 그럼 나는 연인가?

준은 서둘러 테이블 위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일어나 바지를 턴다. 이내 서둘러 가죽노트를 팔에 끼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작은 정원을 나간다. 카메라, 준의 뒷모습을 쫓는다.

준, 액자가 걸린 벽면 쪽으로 향한다. 멀리서 연이 작은 정원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연은 어두운 색 감의 편안한 린넨 셔츠와 긴 린넨 치마를 입고 있다. 준은 그녀를 발견하고 멈추어 선다. 그 사이, 카메 라는 핸드헬즈로 다소 빠르게 움직여 준의 상반신을 촬영한다.

준(NAR.): 연이 왜 저기 있냐고?

카메라, 빠르게 움직여 연에게 향한다. 연은 액자가 걸려있던 벽 앞에 서서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철제 구조물을 바라보고 있다. 상은 액자 옆에 서서 연을 바라본다. 카메라, 가만히 서있는다. 다만 핸 드헬즈이기에, 조금씩 흔들린다.

준(NAR.): 알 수 없다. 연은 이미 쓰여졌으니까.

상, 서서히 그녀 주변에 다가가 어슬렁거린다. 그는 힐끔힐끔 그녀를 쳐다본다. 연은 그의 시선을 의 식한다. 카메라,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간다. 이내 적당한 거리에서 멈추어 선다.

상은 어눌한 말투로 연에게 말을 건다.

상: 안녕하세요.

연: 네… 안녕하세요. 아까, 인사하셨는데.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른다. 상은 사진이 담긴 액자를 가리킨다.

상: 그거, 그거 제가 찍은 거예요.

연: 아, 이거요? 그래요?

상: 네.

상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으며 웃는다. 연은 사진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 잠시 바라본다. 가만히 서 있는 카메라 옆으로 준이 지나간다. 준은 연과 상 주변으로 향한다.

연: 이게 뭐예요?

(5)

『사냥꾼 연』 5 상: (눈썹을 찌푸리며) 응?

연: 뭘 찍은 거냐구요.

상: 아, 아… 안개요.

연: 네?

상: 안개… 뿌연 거요.

상은 연을 향해 실실 웃는다. 연은 실실 웃는 상을 보며 실소를 흘린다. 어느새 준은 그들 주변에 다 가와 연을 바라본다. 어딘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카메라, 조금씩 그들 가까이로 다가온다.

준(NAR.): 보다 고요하게.

카메라, 다소 빠르게 움직여 연의 상반신을 촬영한다. 연의 얼굴이 굳는다. 화면 순간적으로 암전.

준(NAR.): 잠깐, 잠깐…. 지우라고?

S#2. 2층 실내 테라스/오전

카메라, 2층 실내 테라스의 난간 부근에서 1층을 내려다본다. 액자가 있는 방향 줌 인. 한쪽 어깨에 백팩을 멘 혁이 들어온다. 혁은 계단으로 향한다. 연은 발소리를 듣고 입구 쪽을 돌아본다. 하지만 카메 라는 연과 상을 향해 있기에 혁은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 서서히 줌 아웃.

연: 저기요!

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혁은 묵묵히 계단을 오른다. 여전히 혁은 보이지 않는다. 연은 다소 빠 른 걸음으로 혁을 쫓는다. 카메라는 상만이 서있는 액자 방향을 촬영한다. 이제 연도 보이지 않는다.

혁은 2층에 거의 다 올라간다. 카메라, 서서히 혁을 향해 방향을 돌린다. 방향을 돌릴 때, 카메라 옆 에 서있던 준이 보인다. 준도 카메라와 함께 혁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연: (다소 숨가쁘게) 저기요!

혁은 뒤를 돌아본다. 계단 쪽에서 연이 빠른 걸음으로 올라와 2층에 이른다.

연: (짜증스럽게) 불렀잖아요.

혁: (의아한듯) 네?

연은 숨을 가다듬는다.

연: 불렀다고요.

혁: (멋쩍게 미소 지으며) 아, 네. 미안합니다.

준, 연과 혁이 만나는 사이 그들 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들을 지켜본다. 입술 이 미묘하게 꿈틀거린다.

준, 연, 혁 함께 보이는데 연은 짜증이 풀리지 않는 듯하다. 카메라, 연에게로 다가간다. 곧 연의 얼 굴 클로즈업.

연: 여기 직원이세요?

혁: (어색하게) 네….

(6)

『사냥꾼 연』 6 연,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혁을 바라본다.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른다. 연, 조금씩 미간을 찌푸리며 혁을 노려본다. 카메라, 연에게서 서서히 멀어져 연에게 다가가기 이전의 위치보다 조금 앞쪽에서 멈춘 다. 준은 보이지 않는다.

연: (다소 날카롭게) 저희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혁: (당황하며) 네?

연: 아니… 저희 아는 사이 아닌가요?

혁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혁: (고개를 저으며 변명하듯) 아니요.

혁은 연을 피해 사무실로 들어간다. 연은 혼란스러워하며 움직이지 않은 채로 시선으로만 혁을 쫓는 다. 혁은 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연, 홀로 남아 혼란스러워한다. 준, 연에게 다가간다.

준(NAR.): 지워? 정말?

연, 여전히 혼란스러워한다.

준(NAR.): 연!

카메라, 빠르게 방향을 틀어 준을 클로즈업. 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준(NAR.): 지우자.

카메라, 빠르게 움직여 연이 서있던 자리 클로즈업. 아무도 없다. 카메라, 아래를 향한다. 연은 그곳 에 쓰러져 있다. 카메라는 롱테이크로 쓰러진 연을 촬영.

준(NAR.): 연, 연은 사라진다. 그리고 솟아난다.

카메라, 서서히 움직여 준에게 향한다. 준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윽고 문이 닫힌다.

준(NAR.): 위에서? 불필요한 질문이다. 아래에서? 이상한 질문이다.

카메라는 여전히 닫힌 문을 촬영.

준(NAR.): 연은 심연이다.

S#3. 2층 바깥쪽 사무실/오전

카메라, 삼각대 위에 고정된 채로 사무실 입구 방향을 촬영한다. 닫힌 문 앞에 준이 서있다.

준(NAR.): 이곳은 경계다.

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바깥쪽 사무실의 긴 테이블로 향한다. 카메라, 준을 쫓아 조금씩 테이블 쪽으 로 방향을 돌린다. 혁이 보인다. 혁은 테이블 한쪽에 앉아있다. 그는 테이블에 노트북을 놓고 옆에 서류 를 쌓은 채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다.

(7)

『사냥꾼 연』 7 준(NAR.): 내가 연의 심연을 마주한 최초의 경계. 내가 홀로 있기를 포기한 최후의 경계.

준, 안쪽 사무실로 걸어간다. 안쪽 사무실로 향하는 문은 열려 있다.

준(NAR.): 경계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연, 이건 잘못 쓰여진 걸까?

준, 안쪽 사무실 문 앞에 다가가 열려 있는 문을 노크한다. 누군가 안쪽에서 일을 멈추고 의자에서 일 어나는 소리가 난다. 그 누군가가 안쪽 사무실 문 쪽으로 나와 모습이 드러나려는 순간, 화면 전환된다.

S#4. 2층 실외 테라스/오전

2층 테라스 구석의 벤치에 앉아있는 연. 숨을 고르고 있다. 연의 오른편에는 준이 앉아 그녀를 지켜보 고 있다. 혁이 차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넨다. 카메라, 삼각대에 고정된 채 멀리서 그들을 촬영한다.

혁: 따뜻한 거야. 덥진 않지?

연: 응…

연은 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허공 어딘가를 응시한다. 혁은 어색하게 컵을 들고 있다가 연에게 컵을 들려준다. 연은 천천히 차를 홀짝인다. 차를 마시는 연을 지켜보던 혁은 조심스럽게 그녀 왼편에 앉는 다.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른다.

혁: 뭐 잘못했어?

연은 고개를 들어 혁을 노려본다.

연: (날카롭게) 잘못? 몰라.

혁: 아, 응. 미안.

연은 다시 차를 홀짝인다. 작은 정원 한쪽으로 고양이가 들어온다. 고양이가 연과 혁 주변을 어슬렁거 린다. 연은 잠시 고양이를 바라보다 실소를 터뜨린다. 그녀의 눈은 붉다.

연: 씨발, 진짜….

연의 눈에 보일 듯 말 듯 눈물이 차오른다. 연은 울음을 참는다. 다시 작은 실소가 그녀의 입술 밖으 로 흘러나온다.

연: 진짜… 어떻게 나한테 이러지? 왜?

혁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연은 혁의 눈길을 피한다.

혁: 연아, 괜찮아? 정말 무슨 일 있어?

연: (단호하고 건조하게) 없다고.

둘 사이에 긴 침묵이 흐른다. 연,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태운다. 혁은 잠시 연의 눈치를 보다 바지 주 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태운다. 준,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의 반대편 구석으로 향한다. 카메라, 천천히 준을 쫓아 패닝. 준은 반대편 구석에 이르러 난간에 한쪽 팔을 기댄 채 연과 혁을 지켜본다. 연과 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연과 혁의 대화는 들릴 듯 들리지 않을 듯하다. 들려도, 그들의 대화 소리는 내

(8)

『사냥꾼 연』 8 용을 알아들을 수 않을 정도로 모호하다.

준(NAR.): 나는 결코 연을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연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카메라, 천천히 연과 혁이 있는 쪽으로 패닝. 대화 소리는 여전히 모호하게 들린다. 하지만 연은 무언 가를 격렬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 뱉는 말의 내용은 모호하게 들려온다.

연: 그래,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연은 벌떡 일어나 화를 낸다.

연: (언성을 높이며) 응, 너랑 헤어지고 얼마 안돼서 준이 만나고… 그리고 애 생겼다. 그래서 뭐 어 쩌라고!

혁이 말을 꺼낼 때 즈음, 카메라 다시 준이 있는 구석으로 패닝. 준은 여전이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알 수 없는 표정이다.

혁: 연아, 내가 그런 말 하는게 아니잖아.

여전히 연과 혁의 말 모두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게 들린다.

준(NAR.): 나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준, 2층 테라스의 출구 쪽으로 향한다. 카메라, 준을 쫓아 패닝.

준(NAR.): 나는, 빠져나간다.

카메라, 테라스의 출구가 보이기 직전에 멈춘다. 준은 이미 테라스를 빠져나갔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다. 웅성거리는 소리처럼 들려오는 연과 혁의 대화 소리만 맴돈다.

준(NAR.) 이곳에 삶은 없다.

카메라, 롱테이크로 출구 앞쪽의 공간 촬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내 혁이 빠른 걸음으로 카메라 앞을 지나가 테라스를 빠져나간다.

준(NAR.): 모두가 알고 있듯, 이곳은 픽션이다.

잠시 후 카메라는 연이 앉아있는 쪽으로 패닝. 연은 의자에 홀로 앉아 2층 테라스의 출구 방향을 바라 보고 있다. 하지만 눈의 초점이 희미해 출구를 바라보는 것인지, 허공을 응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곧 준이 2층 테라스로 돌아와 카메라에 보인다. 준은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준은 혁이 앉아있던 연 의 왼편에 앉는다. 액자와 노트는 무릎 위에 놓는다. 그리고 연이 의자 앞의 작은 원형 테이블에 올려놓 은 붉은색 일회용 라이터를 집어 불을 붙인다.

준(NAR.): 마음껏 증오하고, 실망해라. 이 글은 그대들을 위해 쓴 것이 아니니까.

준은 한두모금 담배를 태우고, 연에게 담배를 건넨다. 연은 무표정하게 준의 담배를 받아 태운다. 준, 씁쓸한 표정이다.

(9)

『사냥꾼 연』 9 준(NAR.): 나는 오직 연을 위해 쓴다.

연은 천천히 음미하며 담배를 태운다. 그녀가 담배를 끝까지 태울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준 은 연이 담배를 모두 태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가 작은 원형 테이블 위의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 자 그 손짓을 시선으로 쫓다 연을 바라본다. 애잔한 눈빛이다.

준(NAR.): 연, 어디가 꿈일까?

준, 자리에서 일어나 2층 테라스 밖으로 향한다. 이내 준은 카메라에서 보이지 않는다. 연, 홀로 앉아 졸음에 겨운 듯 눈을 끔벅거린다. 그녀는 졸음을 참는다. 하지만 그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곧 고개 를 꾸벅이며 얕은 잠에 빠져든다.

S#5. 2층 책방/낮

연, 빠른 걸음으로 2층 책방에 들어선다. 카메라, 핸드헬즈로 연의 뒤를 쫓는다. 준, 입구 부근 장식 장 앞의 테이블에서 글을 쓰고 있다. 준을 본 연은 잠시 멈추어 선다. 이내 준에게 말을 건다. 연의 숨 은 다소 가쁘다.

연: 안녕하세요, 상씨 맞죠?

준, 잠시 망설인다.

준: 네…. 오랜만에 뵙네요.

연, 책방 중앙으로 걸어가 큰 테이블에 올려진 책들을 대강 훑어본다. 손끝으로 책 표지를 쓰다듬듯이 지나가며. 카메라, 연의 손끝을 따라간다.

연: (다소 날카롭게) 준이 못 봤죠?

준은 연의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숙인 채 글을 쓴다. 연의 손끝은 한 책에서 멈춘다. 붉은 표지의 책.

조르주 바타유의 『불가능』.

연: (날카롭게) 준이 봤냐고요!

카메라, 빠르게 움직여 준에게 향한다. 준, 고개를 들고 연을 향해 소리친다. 한 손에 뚜껑 없는 만년 필을 쥔 채로.

준: (떨리는 목소리로) 지운다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준이 손에 쥔 만년필이 조금씩 떨린다. 준은 만년필의 뚜껑을 닫고 소리를 내어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책방을 빠져나간다.

책방에 홀로 남겨진 연, 분한 표정으로 준이 빠져나간 책방 입구를 바라본다. 그녀는 잠시 입구를 응 시하다 주위를 둘러보고서 붉은 표지의 『불가능』을 가방에 서둘러 집어넣는다. 그리고 준이 앉아있던 테이블로 향해 그가 무언가를 쓰고 있던 노트를 들여다본다. 액자 위에 노트가 펼쳐져 있다.

카메라, 펼쳐져 있는 노트 클로즈업. 노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화면, 순간적으로 암전.

준(NAR.): 연, 나는 지울 수 없다….

(10)

『사냥꾼 연』 10 암전에서 다시 화면 전환. 카메라, 창가 쪽에서 삼각대에 고정된 채 연을 촬영한다. 연, 잠시 고민하 다 노트를 챙겨 가방에 넣는다. 액자도 가방에 넣으려 하지만 가방의 크기에 맞지 않아 들어가지 않는 다. 연은 액자를 손에 들고 황급히 책방을 빠져나간다. 카메라, 연이 사라진 빈 책방을 촬영한다.

잠시 후 한 손에 CD를 든 준이 들어온다. 준, 책방을 두리번거린다. 이내 준은 오디오 쪽으로 걸어간 다. 카메라는 준을 쫓아 오디오 쪽으로 패닝.

준, 오디오에 CD를 넣어 재생한다. 그리고 준은 오디오의 볼륨을 최대로 높인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 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준은 주변의 의자를 끌어와 오디오 앞에 앉는다. 의자에 앉은 준의 뒷모 습만 보인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4분 33초」와 주변의 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음악을 들으며, 준은 손으로 눈가를 훔친다. 눈물을 닦아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S#6. 2층 바깥쪽 사무실/낮

카메라, 핸드헬즈로 바깥쪽 사무실에서 안쪽 사무실 입구를 촬영한다. 문은 열려 있다. S#3의 끝에서 이어진다. 사무실에서 묘희가 나온다. 묘희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묻는다.

묘희: 무슨 일이시죠?

짧은 침묵이 흐른다. 묘희는 무언가를 듣고 있다.

묘희: 아, 그래요? 그럼 일단 안쪽에서 얘기하시죠.

묘희는 카메라를 향해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가벼운 제스처를 취한 후 안쪽 사무실로 들어간다. 이내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는다.

준(NAR.): 그녀는, 쉽게 잡히고 마는 걸까?

곧 안쪽 사무실에서 연이 나온다. 연은 카메라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연: 안녕하세요.

짧은 침묵이 흐른다. 연은 무언가를 듣고 있다.

준(NAR.): 공백, 무지, 질식사….

짧은 침묵이 흐른다. 연은 무언가를 듣고 있다.

연: (경쾌하게) 그러면… 선생님? 아, 아니구나.

연은 가볍게 웃는다.

연: 준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그때 1층에서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카메라, 빠르게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그 곳에는 준이 있다. 준은 날카로운 소리를 듣고 바깥쪽 사무실의 입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혼란스 러운 눈빛.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준은 아주 조금씩, 희열 어린 미소를 짓 는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11)

『사냥꾼 연』 11 준(NAR.): 베케트. 다시 한번 시도하기.

준은 빠른 걸음으로 바깥쪽 사무실을 나간다. 카메라, 왼쪽으로 돌아 준을 쫓는다.

준(NAR.): 다시 한번 망쳐버리기.

S#7. 2층 계단/낮

준, 빠른 걸음으로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카메라도 준의 뒤에서 준을 쫓는다. 준의 발걸음 소리는 물론, 카메라맨의 발걸음 소리도 들린다.

준(NAR.): 다시 한번, 더 잘 망쳐버리기.

S#8. 스페이스빔 1층/낮

준, 1층 중앙으로 향한다. 액자가 걸려있던 철제 구조물 벽 앞에서 연이 바닥에 놓인 액자를 발로 밟 아 깨고 있다. 흥분한 연은 일그러진 얼굴로 발길질을 한다. 그녀의 시선은 액자를 향하고 있다.

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이거면 돼? 더? 더?

연 옆에 선 상은 두려움에 찬 얼굴로 준을 향해 자신이 아니라는 손짓을 한다. 어눌한 말투로 변명하 는 준.

상: 나, 나 아니야! 나 아니야!

준, 연과 상을 보며 희열에 휩싸여 어떤 절정에 달한 듯한 표정으로 격렬히 박수를 친다. 살짝 치켜든 고개.

준(NAR.): (격정적으로) 앙코르!

2층 책방에서 큰 볼륨으로 틀어 놓은 「4분 33초」가 들려온다. 이와 함께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박수 소리, 멈추지 않고 들려온다.

S#9. 2층 중앙/낮

삼각대에 고정된 카메라, 2층 중앙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준을 익스트림 클로즈 업. 2층 중앙 너머의 바깥쪽 사무실에서 연과 묘희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선명하지는 않다. 그들의 대화 소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뭉개어져 있다.

묘희: (다소 사납게) 뭐요?

연: 준이가, 준이가 당신 사랑했을 것 같아요? 그거 다 가짜야! 그냥 좀 성숙한 사람이 와서 보듬어주 니까, 잠깐 헷갈린 거라구요! 준이가 원래 약한 사람이라 잘 흔들려서 그래. 당신… 그냥 가짜야!

준, 번쩍 눈을 뜬다. 얼굴과 목에는 땀이 조금 흐른다. 준의 숨은 다소 가쁘다. 카메라 서서히 줌 아 웃. 준 앞의 작은 테이블에는 액자 위에 펼쳐진 가죽노트와 만년필이 놓여있다. 가죽노트의 펼쳐진 페이 지에는 무언가 휘갈겨 쓰여 있다. 준의 시선은 잠시 헤맨다. 연과 묘희의 대화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선명하지는 않다.

(12)

『사냥꾼 연』 12 묘희: 연씨, 적당히 해요. 그리고 준이 안 오니까, 이만 나가줘요. 여기 일하는 곳이예요.

연: 준이가 왜 안 와요? 아까 온다면서요!

묘희: 안 와요.

연: 왜 안 오냐고! 당신 알고 있지? 당신 준이한테 무슨 얘기했어?

준은 기력을 잃은 얼굴이다. 준은 가죽노트를 덮고 만년필을 셔츠 주머니에 넣는다. 가죽노트를 들고 일어나 1층과 이어지는 계단으로 향한다. 카메라는 준을 쫓아 천천히 패닝.

준(NAR.): 민경환. 괄호 안으로 들어가서 괄호 안으로 나오기.

준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할 때 카메라는 멈춘다. 준,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준(NAR.): 코트 안으로 들어가서 코트 안으로 나오기.

이내 카메라의 시야를 벗어나 준은 보이지 않는다. 바깥쪽 사무실에서의 대화 소리는 여전히 선명하지 않은 채로 계속 들려온다.

연: 개새끼… 너니까 얘기한 거야. 너니까 믿고 말한 거라고!

혁: 연아, 그게 아니야…

연: 뭐가 아니야? 얘기했잖아.

혁: 연아, 일단 진정하고…

연: 뭘 진정해! 준이 어딨어?

카메라는 계속 빈 계단을 촬영한다.

준(NAR.): 받을 수 없는 공을 던져주세요.

카메라는 계속 빈 계단을 촬영한다.

S#10. 2층 바깥쪽 사무실/낮

화면 디졸브. 카메라, 핸드헬즈로 묘희의 얼굴 익스트림 클로즈업. 다소 분노에 찬 표정이다. 차가운 눈빛.

묘희: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짧은 침묵이 흐른다.

묘희: 정말 몰랐어요?

불안과 혼란에 휩싸인 연의 얼굴 익스트림 클로즈업. 묘희의 눈빛을 마주한 연의 눈빛은 격렬히 흔들 린다. 연의 숨은 가쁘다. 그녀는 애써 고개를 젓는다.

연: 아니요, 아니요… 정말.

연을 바라보는 묘희의 얼굴 익스트림 클로즈업. 그녀의 눈빛 또한 흔들린다.

묘희: 연씨… 대체 여기 왜 온 거예요?

(13)

『사냥꾼 연』 13 연의 얼굴 익스트림 클로즈업. 묘희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묘희: 뭘 쫓아서 여기 온 거죠?

연의 숨은 여전히 가쁘다. 긴 침묵 속에서 그녀는 사무실을 둘러본다. 연은 비틀거리며 도망치듯 사무 실을 나간다. 카메라, 거친 움직임으로 사무실을 나가는 그녀를 향해 방향을 돌린다. 초점은 다소 나가 있다. 멀리, 사무실 입구 너머로 2층 중앙 쪽에 누군가 의자에 앉은 채로 꾸벅거리며 졸고 있다. 준인 듯하지만, 카메라의 초점이 나가 있어 확실치는 않다.

S#11. 스페이스빔 1층/낮

카메라, 삼각대에 고정된 채로 액자가 걸려있던 벽 클로즈업. 상이 철제 구조물에 깨지지 않은 액자를 걸고 있다. 카메라 서서히 줌 아웃. 상, 걸음을 옮겨 액자에서 조금 멀어진다. 화면 양쪽에 녹색 미닫이 문이 살짝 걸쳐 보인다. 액자 왼편에는 준이, 오른편에는 상이 서서 액자를 바라보고 있다. 둘의 뒷모습 이 보인다.

상은 천천히 액자로 다가간다. 준은 액자를 향해 다가가는 상을 바라보다 작은 정원 쪽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내 준은 보이지 않는다.

상은 철제 구조물에서 액자를 빼낸다. 그리고 액자를 바닥에 내리치려는 듯, 액자를 든 양손을 높이 들어올린다. 카메라, 다소 빠르게 왼쪽으로 패닝. 1층 중앙에 연이 서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 을 바라보고 있다. 이내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날카로운 소리에 연은 깜짝 놀란다.

카메라, 천천히 오른쪽으로 패닝.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 상은 보이지 않는다. 깨진 액자가 다 시 벽에 걸려있다. 연은 액자 앞으로 다가와 깨진 액자를 바라본다. 이내 그녀는 깨진 유리를 헤집고 사 진을 빼낸다.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연은 무언가 떠오른 듯 작은 정원으로 향한다. 곧 그녀는 보이 지 않는다.

S#12. 1층 작은 정원/낮

준, 원형 테이블을 앞에 두고 다리를 꼰 채 작은 원형 의자에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는 가죽노트가 놓 여있다. 테이블 한쪽에는 담배와 보라색 일회용 라이터가 놓여있다. 테이블 중앙에는 넓은 유리 재떨이 가 놓여있다. 준은 다소 구겨진 서류를 읽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 카메라, 핸드헬즈이기에 조금씩 흔들 린다.

글을 모두 읽은 준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 녹색 벤치에 앉은 연을 바라본다. 카메라는 준만을 촬영하기 에, 연은 보이지 않는다.

준(NAR.): 언젠가 연이 내게 물었던 적이 있다.

연은 담배를 태우다 말고 준을 향해 말한다. 하지만 연은 보이지 않는다.

연: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나를, 사랑했어?

준, 결연한 눈빛으로 연을 바라본다.

준(NAR.): 그녀의 눈을 마주하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증오하고, 사랑한다고.

연, 손을 뻗어 넓은 유리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다. 카메라, 빠르게 움직여 연을 촬영한다. 혼란스 러운 표정. 울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은 테이블에 놓인 보라색 라이터를 집어 한 손에 들고 있던 사진에 불을 붙인다. 카메라, 빠르게 움직여 준을 촬영한다.

(14)

『사냥꾼 연』 14 준, 공허한 눈빛으로 연이 사진을 태우는 것을 지켜본다. 이내 재떨이에 놓인 사진이 작은 불길에 휩 싸이자 준은 서류를 든 손을 뻗어 재떨이의 불길에 서류가 닿도록 한다. 서류의 한쪽 끝에 불이 붙는다.

서류의 표지 중앙에 쓰인 문구, 『사냥꾼 연』. 표지 우측 상단에 쓰인 숫자 1.

준(NAR.): 연, 나는 너를 더욱 증오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준,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연에게 향한다.

준(NAR.):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사죄해야 한다.

카메라, 준을 쫓으면서 조금씩 준과 연에게서 멀어진다. 곧 준과 연이 모두 보인다. 연, 공허한 눈빛 으로 재떨이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준은 연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무릎 부근에 얼굴을 묻는다.

준(NAR.): 연, 이 글을 쓰면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카메라, 천천히 연에게 다가가 연의 상반신 클로즈업. 이제 연의 무릎 부근에 얼굴을 묻은 준은 보이 지 않는다.

준(NAR.): 연, 이 글을 보면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카메라는 여전히 연을 클로즈업. 연의 표정이 서서히 변한다.

준(NAR.): 끝없는 질문이다.

연, 점차 어떤 절정에 도달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점점 그녀의 숨이 가빠진 다.

준(NAR.): 연, 함께 나아가자. 끝없는 미로로.

연의 숨이 더욱 가빠진다. 이내 그녀는 헐떡거린다. 그녀의 표정은 「성 테레사의 법열」을 떠올리게 한다.

준(NAR.): 그곳에서, 함께 간신히 살아있자.

그때 마침 작은 정원 너머의 철로로 전철이 지나간다. 화면 암전. 암전과 동시에 「4분 33초」가 흘러 나오고, 검은 화면 위로 엔딩 크레딧 올라온다.

전철 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드문드문 연의 숨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작은 정원의 소리가 계속 들려 온다. ■

2019.06.25

참조

관련 문서

모든 카메라는 카메라 출력 신호가 TV 규격에 의해 규정된 실제 적인 비디오 레벨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제한하는 회로가 있다.. 블랙 클립이라고 하는데, 블랙

카세트 메모리 기능이 있는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녹화기로 녹화된 테이프에 녹화할 때, 카세트 메모리 기 능이 없는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녹화기를 사용하면

전원과 영상, 제어 신호까지 UTP 케이블 하나에 전송하는 삼성테크윈 UTP 솔루션은 시큐리티 시스템 공사의 복잡함을 깨끗하게 해결해

우리나라도

• 결과적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대부분의 여성이 산후에도 여전히 근로.. • 그러나 그 이후에도 여성의 단시간

9 세계적인 지진의 분포는 주로 판의 경계부에서 발생.. 3) 지진의 발생원인.. 지체구조적인 힘이 가해짐

In this study, in order to improve the precision and reliability of the WPIS for maintenance and inspection of railway vehicle wheels, the researchers improved the

Borrowing from employees 개념이 고용인 외에까지 확장되는가.. 이슬람권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