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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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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범죄화의 법경제학적 분석: 공정거래분야를 중심으로-요약>

1. 문제의 제기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필자는 다음과 같은 현상에 주목하였다. 한국에서는 매우 빠른 속 도로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고, 여전히 창궐하는 행정규제 그물망 속에서 매년 75만 명 이상 의 규제위반자(즉 행정범죄자)가 형사기소를 당해왔고, 한편 일반시민에게 직접적 위협을 주 는 형법상의 전통적 일반범죄(특히 강력흉악범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눈에 띄는 경험적 관찰을 좀 더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10년 한국의 전과자 수는 약 1,100만 명에 근접하여 인구대비 전과자 비중은 약 22%로서 수준과 증가속도가 심히 우려될만한 수치이다. 둘째, 한국에서 각종 행정규제를 위 반했을 때 부과되는 매우 다양한 제재수단 중 형벌의 비중은 무려 44%에 달하고 이른다.

2010년 한국의 전체범죄는 약 192만 건을 초과하였고 그 중 행정범죄는 약 51%나 차지하 고 있다. 1982년 일반범죄건수를 추월한 이후 약 20년간 증가세가 매우 가팔랐으며 일반범 죄건수의 2배가 넘는 해도 많았다. 비록 최근에 그 증가추세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한국의 범죄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정규제가 많다는 의미이다. 셋째, 그 이전에도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00년대에 들어와 일반범죄 증가추세는 매우 빠르다. 특히 시민들의 공공안전에 가장 큰 위협적 범죄로서 인지 되는 강력흉악범죄의 발생추세는 우려할만하다. 증가율 평균이 2000년대 전체로는 4.6%이 지만, 최근 4년간은 7%대를 훌쩍 넘어 갔다.

특별히 일반범죄발생의 가파른 증가현상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작 업은 매우 중요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경제이론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으로 범 죄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범죄억지 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주요 원인은 역시 ‘과잉범죄화’, 특히 무수한 행정규제 위반행위 들에 대한 무분별한 형사처벌 입법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기본시각이었다. 왜냐하면 현재 법 집행은 심각한 자원제약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검찰의 법집행이 이 행정범 죄자들의 기소에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현재 체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법 원에서의 유죄판결인원이나 궁극적으로 매년 양산되고 있는 전과자의 절대숫자는 국제적으 로 매우 높은 편이고, 더욱이 (대략적으로) 7할이나 되는 높은 비율로써 행정규제위반자로 채워지고 있다. 이는 정책입안가는 물론 학자도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수치이다.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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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행정규제위반에 대한 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과잉범죄화에 대한 상식적 수준에서의 정의는 다른 제제수단으로써 통제해왔거나 통제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현상이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형벌조항 의 사회적 한계편익이 없거나 그 한계비용이 더 높을 때 한 사회는 과잉범죄화 상태에 이르 렀다고 정의할 수 있다. 모든 사회에는 도저히 허용할 수 없기에 형벌이라는 강력 제재수단 을 사용하여 금지시켜야 하는 행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은 숫자의 형벌 조항이 존재해도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통상의 ‘도덕적 비난가능성(moral blameworthiness)’과는 무관한 행위에 형벌이 가해지므로 극단적으로 경제주체들의 모든 행 위에는 형벌위험이 뒤따른다. 경제주체는 그 위험 여부를 판별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과잉범죄화의 극단적 상황에서는 사실상 시민들의 거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경찰 은 검거할 수 있게 되고 검찰은 기소할 수 있게 된다. 법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법집 행기관의 지나친 법집행에 대하여 법원도 어찌 할 수 없게 된다.

형벌 사용이 용이한 사회에서 모든 경제주체는 형벌을 오히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형벌은 가령 경쟁자를 축출하여 지 대(rent)를 창출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지대를 확보하고자 모 든 형사절차를 포획하려는 이른바 특수이익집단들의 유인 또한 지극히 자연스럽게 예측된다.

일상의 경제행위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형벌의 대상(예: 살인, 역모, 강도, 강간, 폭행, 횡령 등)에 사용되던 수식어들(예: ‘잔인’, ‘파렴치’, ‘사회파괴적’, ‘비도덕적’, ‘문란’ 등)을 동일하 게 적용하여 범죄화시키려 하고, 또는 설사 이미 형벌의 대상으로 된 행위에 대해서도 그 처 벌강도를 한껏 높이려는 각종 입법화 노력을 한다. 이렇게 법에 의해 무장된 법집행기관은 무소불위의 모습을 띠게 된다. 경찰과 검찰은 물론 각종 행정규제를 관장하는 기구의 관료들 역시 규제위반자에 대하여 무거운 형사처벌이 수반될수록 법집행 과정에서 점점 높은 수준 의 재량권(discretionary power)을 갖게 된다. 역사가 잘 증명하듯이 지나친 재량권은 금전 적 및 비금전적 편익으로 연결되므로 부패의 근원이 된다.

물론 과잉범죄화 현상에는 입법자의 사적 이해관계 또한 큰 기여를 했다. 공공선택이론에 따르면 입법자들은 항상 경쟁적인 입법수요에 직면해 있다. 결국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정 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익집단의 요구가 거세지면 입법자들은 이를 더욱 들어주게 된다는 명제는 자명하다. 따라서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가치나 선호에 어긋나는 타인들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요구하면 정치인들은 그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 20세기 에 관찰할 수 있는 과잉범죄화 현상 중에는 이렇게 특수이익집단들의 지대추구를 위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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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입법자 스스로의 선호 때문에 발생한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었 다.

이렇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전 분야에서 진행되는 과잉범죄화 속에서 살아가는 일반 경제주체들은 늘 불안하고, 억울하고, 그래서 납득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는 법체계 전반을 불신하게 된다. 주지하듯 위해행위에 대한 ‘최후수단 또는 후방방어벽(last resort or as back-stop)’이라고도 불리는 형벌(criminal punishment)은 가장 강력하고 낙인효과까지 동 반하므로 ‘예방적 질서(preventive order)’를 위해서 가급적 비형벌적 제재수단을 동원한 후 불가피할 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학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출현했던 무수한 종류의 범죄들은 사실상 형사처벌의 대상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 다. 특히 ‘각종 규제위반 및 민사소송대상 행위들에 대한 형벌의 확장’을 꾀하면서 발생한 범죄유형이 급팽창하였다. 대략 20세기 중반부터 갑자기 ‘규제범죄(regulatory crimes)’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것이다. 말하자면 행정범죄의 창궐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과잉범죄화는 한 경제 내에서 무수한 부작용을 초래하였다는 주장과 연구는 축적된 지 오래되었다.

이상 한국사회의 ‘과잉범죄화’에 대한 우려는 (학계는 물론) 정부부문 내에서도 이미 오 래전부터 인지되었던 듯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탈범죄화 또는 비형벌화 (decriminalization)가 필요한 부문이 무수하게 존재하며, 지나치게 많은 숫자의 형사처벌 법 제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을 필자는 강하게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나 정책입안가들 사이에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서 탈범죄화 작업에 임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수없이 자문해본다. 그리고 이내 그 답은 “아니다” 쪽으로 기운다. 아 직까지는 다분히 거대담론적 경향이 크다는 판단이다.

일례로서 현재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3조의2]), 기업결합의 제한([7조 ①]), 경제력집중억제([8조의2 ②~⑤], [9조], [10조의2 ①] 등), 부당한 공동행 위의 금지([19조 ①]),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23조 ①]),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26조

①]),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29조 ①]), 부당한 국제계약의 체결제한([32조 ①])의 법 이 규정한 총 8가지 유형의 규제 모두에 대하여 형사벌칙을 부과할 수 있다. 나아가 기업결 합제한을 제외한 나머지 규제위반유형에 7개 모두에 대해서 과징금 또한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국가로부터의 제재 강도와 폭이 매우 넓다.

특히 이렇게 광범위한 행정형벌 관례는 우리 공정거래법의 형성에 큰 기초가 되었던 미 국이나 EU의 법제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통계연 보』에 근거하여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공정거래법상 형벌의 대상이 되는 위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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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유형별로 심결수와 고발횟수를 검토하면 사뭇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부당공동행위 의 고발사건은 법제정 이후 약 20년간 한 해 평균 0.5건도 되지 않다가 표본기간인 2003년 에 갑자기 5건으로 늘어났다. 세부수치를 살펴보면, 10년 동안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2 건, 경제력집중억제규제 2건, 부당공동행위 43건, 사업자단체금지행위 15건, 불공정거래행위 7건으로서 총 69건이다. 이는 동 기간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를 취한 심결수의 2.4%에 지 나지 않는다. 10년간의 고발 중에서도 6할 이상은 부당공동행위에 집중되어 있었고, 사업자 단체금지행위까지 포함하면 8할을 훌쩍 넘는다.

이 수치들에 근거하여 한국의 공정거래법제 역시 미국이나 EU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형사고발은 사실상 별로 하고 있지 않으며 하더라도 부당공동행위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공정거래법상의 행정범죄화가 국제기준상 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논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 집행이 부당공동행위 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모든 위반행위에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제를 갖고 있다”는 점은 사실 상당 수준 무관한 주장이다. 형사처벌 법제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 제주체들은 물론 법집행자의 유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치만을 놓고 본다면, 입법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른 위반행위들에 대하여 지나치게 관대해왔 다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반대로 부당공동행위를 제외한 다른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형 사책임을 묻기 힘들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확히 판단해왔다면, 그 다른 위반행위들에 대 한 비형벌화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10년간 다른 위반행위들에 대한 고발 빈도 가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를 취한 심결수의 1% 및 (사업자단체금지행위까지 제외하면) 0.5%에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제 자체는 형벌화 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쳐 있 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벌조항들에 관하여 그동안 국내에서도 여러 논쟁이 있었다. 형벌화 반대론자들 의 주장만 요약해보면, 첫 번째는 전술한대로의 ‘낮은 실효성’이다. 즉, 대부분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들은 시정조치나 과징금과 같은 행정제재로써 처리될 뿐 형벌규정들의 실효성은 낮 다고 주장되고 있다. 『통계연보』 상의 낮은 고발비중을 볼 때 이 주장은 옳을 가능성이 높 아 보인다. 가령 기업결합제한 관련 위반행위에는 위 10년 동안 단 한 건의 형사고발도 부 과되지 않았다. 두 번째 논거는 (부당공동행위를 제외하고) 여타 위반행위들은 ‘낮은 비난가 능성(blameworthiness) 내지는 고의성(mens rea)’을 갖는다는 논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논거 모두 비형벌화의 충분조건이 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첫째에 대한 반론으로서, 전술한대로 만약 공정거래위원회가 명백히 형벌의 과소집행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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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비형벌화보다는 정상집행을 해야 한다는 반대의 주장도 가능하다. 둘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지배력의 남용행위, 사업자단체의 가격결정행위, 또는 주주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는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이 갖는 비난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도 없 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타 위반행위들의 소위 ‘죄책성(culpability)’을 검토하지 않고서는 비 형벌화 여부를 쉽게 논할 수 없을 것이다.

거듭 법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 할 수 있는 형사처벌은 거듭

‘피해규모’와 ‘고의성’이 커서 죄책성이 매우 높은 위해행위에만 선별적으로 사용되어야 한 다. 따라서 한국 공정거래법상에 규정되어 있는 특히 형벌조항들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하 여, 실제 집행되고 있는 사건들의 피해규모와 고의성의 정도를 실증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은 매우 유익해 보인다. 그래야만 현재 행정형벌의 대상이 되는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규제위반 관련 비형벌화 논의가 비로소 의미를 가질 것이다.

2. 연구의 목적, 방법론, 및 주요결과

필자가 수 년동안 갖게 되었던 이상의 경험적 관찰과 그에 관한 해석, 진단, 그리고 막연하 게나마 떠오른 처방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본 연구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 다. 첫째, 행정형벌의 과잉성 문제를 법경제학적으로 검토하였고, 그 유형과 피해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살펴보았다. ‘과잉범죄화’의 부정적 측면과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탈범죄화 혹은 비형벌화 필요성은 전술한대로 국내에서 간간이 인지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과잉범죄 화의 정의, 원인, 유형, 부작용 등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기존 주장들을 보완하며, 향 후 법집행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정책제언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물론 과잉범죄화의 ‘과 잉’을 논하기 위해서 적정 수준의 범죄화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필요로 하였다. 둘 째, 과잉범죄화 논란이 많은 법제들 중 하나를 선별하여 그 실체적 측면과 법집행과정을 검 토한 후, 앞서 논의된 과잉범죄화 관련 법경제학적 이론을 적용시켜 보았다. 구체적으로, 공 정거래법을 대상으로 행정형벌 부과에 관한 정당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후, 향후 바람직한 제재방식을 숙고하였다. 셋째, 과잉범죄화의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적 수준에서 의 정책함의를 탐구해보았다. 다만, 이 작업은 입법․행정․사법의 정부 3부가 모두 참여해야 하는 매우 광범위하고 복잡한 성격을 띠므로, 본 연구에서는 매우 기초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해결방안을 생각해볼수록 여기에는 학계와 정부부문의 전문가들의 엄청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해보인다.

이상의 목적을 위하여 본 연구는 다음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우선 제I장의 마지막 부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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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형사처벌에 관한 전통적 학설이었던 응보론과 억지론, 그리고 궁극적으로 법경제학적 논 의 및 그에 근거한 과잉범죄화 이론에 들어가기 이전, 오랜 기간 법학계에서 축적되어 왔던 처벌의 큰 두 가지 목적에 포함된 다섯 가지 세부목표들을 간략히 개관하였다. 이는 경제학 계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전문용어들은 물론 각 이론들의 핵심을 이해함으로써 제II장 이후 의 본격적인 논의에 유익할 것으로 사료되었기 때문이다.

제II장은 죄책성, 범죄, 형사처벌 등에 관한 다분히 서베이 성격을 갖는 이론․법제적 논의 를 하였다. 먼저 모든 논의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범죄의 정의’를 기존 학계에서 어떻게 다 루어 왔는지 개관해보았다. 이렇게 형벌대상을 탐구하는 작업은 ‘과잉범죄화’를 논하기 위해 서 필수적이다. 그 정의상, ‘과잉’을 따지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을 먼저 알아야만 하기 때문 이다. 이 과정을 통해 ‘범죄 = 형벌대상행위’ 식의 순환적 정의가 기존 법학 또는 범죄학계 에서는 의외로 많이 그리고 오랜 기간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나아가 ‘형벌의 목적’에 관한 기존 학계의 방대한 논쟁과 그 역사를 정리해보았다. 즉, 크 게 보아 ‘응보론’과 ‘억지론’에 관한 논쟁인데, 전통적인 법학에서는 전자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주류이론의 위치를 차지해왔다. ‘법학계와 경제학계의 사이의(inter)’ 상이한 형벌이론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 앞서, 우선 이 ‘법학계 내에서(intra)’ 존재했던 이론과 주장의 차이를 검 토하였다. 다음으로 ‘형벌의 목적’에 관하여 이제 법경제학 시각을 좀 더 포괄적으로 개관하 였다. 형사처벌에 대하여 법경제학자들은 지극히 고의적이고 강제적인 부의 이전과 같은 행 위, 즉 ‘죄책성’을 성립시키는 행위들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믿음으로부터 그 목적을 도출한 다. 따라서 죄책성 있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취지가 깔려 있으므로 처벌의 목적은 어디까지 나 ‘억지론’이다. 이 가치의 훼손은 강도의 피해당사자나 그 소식을 접한 이웃사람들을 넘어 서는 ‘범사회적이고 동태적인 피해’라고 간주할 수 있다. 환언하면 ‘확장된(extended) 피해’

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에 근거하여 처벌의 정도를 결정함으로써 사전적으로 그 행위 를 억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법경제학적 시각이 갖는 비교우위를 논리 및 사례로써 도덕철학적 입장과 비교하였고, 이렇게 ‘형벌의 목적’과 ‘죄책성 결정요인’ 하에서 ‘범죄영역’

은 자연스럽게 획정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제III장에서는 형사적 제재수단에 관한 법경제학 이론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였다. 범죄에 대한 법경제학 연구는 1960년대 말 시작되었으나 “범죄란 무엇인가?”(즉, “형벌의 대상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탐구는 1980년대 중반에야 시작되었다. 따라서 이 ‘범죄의 (최적)영 역’에 관한 그간의 논의를 종합하였다. 우선 그간의 핵심 연구들을 바탕으로 ‘범죄와 형사처 벌’에 관한 법경제학 이론을 정립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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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이론들에 깔린 핵심적인 시각들을 우선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종의 함수관계로 서, 형벌의 대상을 결정할 때 ‘형벌목적’과 ‘죄책성’이 두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다. 법경제학 에서 형벌의 목적은 억지에 있으므로 응보나 기타 목적과는 당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다음에 는 죄책성 또는 그 정도를 결정하는 요소들이 중요한데, 법경제학적 접근방식에서는 해당 행 위가 야기한 총피해(직접피해+확장피해), 고의성, 자산불충분성 등이 죄책성을 결정하는 대 표적 요소들이다. 결론적으로, 법경제학에서의 형벌의 대상, 즉, 범죄는 그러한 ‘죄책성이 커 서 다른 제재수단보다 형벌로 더욱 효율적으로 억지할 수 있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전술한 ‘확장피해’는 형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 다. 부 또는 후생의 손실이 때로는 행위의 피해당사자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동시에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끝으 로 ‘총피해’와 ‘고의성’을 기준으로 총 아홉 가지에 해당하는 범죄유형을 파악해보았다. 추상 적으로 또는 외생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비난가능성’과 같은 기준보다는 특정 유형의 행위 및 그 피해가 갖는 경제학적 속성에 기초하여 구분작업을 한만큼 이들에 바탕을 둔 ‘범죄화’

내지는 ‘범죄경계선’에 규범적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향후 신종 위해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IV장에서는 과잉범죄화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였다. 먼저 과잉범죄화의 원인을 개 관하였다. 특히 경제학적 시각에서 과잉범죄화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검토하였다. 요컨 대 정치권, 법집행기관, 그리고 각종 이익집단에 연루된 유인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과소범 죄화보다는) 과잉범죄화 쪽으로의 편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 하여 가령 ‘예비범죄’, ‘소지범죄’, ‘위협범죄’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범죄들이 큰 숙고 없이 도입되었다는 주장을 소개하였다. 특별히 행정규제와 과잉범죄화는 밀접한 인과관계를 갖는 다는 명제를 강조하였다. 행정규제의 급증은 일면 범세계적 현상으로서, 위반을 막기 위한 제재수단들이 다양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고유목적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 은 채 형벌에 거의 무차별적으로 의존해왔다는 사실을 보였다. 요컨대 ‘행정규제 ⇒ 형사처 벌 ⇒ 과잉범죄화’의 연계(nexus)에 관하여 검토하였다.

이어 과잉범죄화를 좀 더 심도 있게 논하기 위하여 그 유형의 구분 작업을 시도하였다.

이미 제III장에서 총피해와 고의성을 기준으로 여러 가지 범죄유형을 파악한 후, 최종적으로 필자는 법경제학적 근거에서 합당한 사회최적 ‘범죄경계선’을 도출하였다. 그런데 매우 흥미 롭게도, 과잉범죄화에 관한 기존 법학계 연구에서 주로 지적된 범죄유형들은 이 범죄경계선 을 활용하여 매우 효과적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또한 이 범죄경계선을 통하여 각 유형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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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되어 있는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구체적으로, ‘엄격책 임범죄의 무리한 확장’, ‘각종 규제위반 및 민사소송대상행위들에 대한 형벌의 확장’, ‘피해 가 낮은 위해행위로의 형벌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성립된 범죄유형의 세 가지 유형을 파악하 였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유형 모두 궁극적으로는 넓게 보아 행정규제위반에 대한 형벌부과 현상으로 귀속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절에서는 “제한된 검찰자원 하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행정규제위반자에 대한 형 사기소가 집중될수록 매우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일반범죄 발생비가 추가적으로 증가한다” 는 가설을 검증했던 필자의 연구를 소개하였다. 요컨대 법집행이 행정범죄로의 쏠림현상을 보일 때 발생하는 사회적 기회비용의 ‘존재’와 ‘정도’를 추정하였다. 추정 결과, 가령 특정 연도 특정 지역에서는 행정범죄기소인원의 증가분만으로써 그해 해당 지역 일반범죄발생 총 수의 5%를 상회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행정범죄로의 쏠림현상에는 상충효과가 존 재한다는 본 연구의 주요 가설을 실험적이지만 비교적 명백하게 입증한 실증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제V장과 제VI장은 본 연구의 사례분석이다. 제IV장에서 과잉범죄화의 원인에 관한 일반 론, 세 가지 유형을 구분하는 작업, 및 파생되는 각종 부작용을 검토하였으므로 이들 두 장 에서는 특히 과잉범죄화의 위험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두 번째 유형(즉, 행정규제 위반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에 관련된 법제를 하나 선택하여 사례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사실 과잉범죄화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규제법들은 그야말로 무수히 많다고 판단되지만, 형사 처벌 사용에 대한 논란이 국내외 할 것 없이 매우 많았던 공정거래법에 관하여 검토하였다.

이를 위하여 제V장에서는 우선 공정거래법의 등장배경, 미국과 EU의 공정거래법제를 간 략히 개관하였다. 1980년 도입 이후 공정거래법은 거의 20차례의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규제위반자에게 고 발, 과징금, 시정명령 등 9가지 종류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물론 본 연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발과 과징금이다. 제정된 후 1990년까지 십 년간 23건에 불과했던 고발건 수가 1991년부터는 매년 평균 10건 정도씩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고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결코 힘들다. 공정거래법상 실체적 위반행위 대부분은 형사벌 칙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통계연보』(공정거래위원회, 2012, p. 32)의 ‘조치유형별 사건 처리 실적’을 보면, 1981년부터 2012년까지 처리한 공정거래법 전체 사건 12,587건 중 1.5%인 192건만이 고발되어 낮은 고발비중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절에서는 한국 공정거래법에 포함되어 있는 형사벌칙조항들에 대하여 법경제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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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들을 적용해보았다. 제III장에서 검토한 형사처벌 정당화의 기준이 되는 ‘죄책성’ 요건들 을 위주로 점검하였다. 즉, 총피해(직접피해+확장피해), 고의성, 자산불충분성 등의 세부요소 들을 해당 규제조항에 적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관련 문헌들의 주장도 관련 위반행위별로 소 개하였으며, 대부분의 법경제학 문헌들은 부당공동행위와 (부분적으로) 시장지배력남용행위 를 제외하고는 다른 위반행위들에 대한 형사처벌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 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VI장에서는 공정거래법상의 행정형벌 부과의 정당성에 관한 본격적인 실증분석을 수행 하였다. 거듭 형사처벌 부과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히 ‘피해규모’와 ‘고의성’을 잘 반영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정량적으로 쉽게 계측할 수 있다면, 이제까지 본 연구에 서 다루어 온 과잉범죄화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초기 필자를 가 장 당혹케 만든 것은 특히 피해규모의 측정작업이었다. 그런데 다음의 세 가지 사실을 깨닫 게 되었다. 첫째, 미국은 물론 OECD에서 벌금 또는 민사금전벌을 부과할 때 피해의 대리변 수로서 활용해 온 ‘관련시장의 일정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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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리였다. 둘째, 그들 미국과 OECD의 경쟁법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아 온 한국의 현행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정확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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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외국의 민사금전벌에 해당하는) 기본과징금 산정공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이었다. 셋째, 2007년 316건을 위시하여 2000년대 들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연평균 100건 이상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어서 표본크기를 확보하는데 충분한 숫자를 갖고 있었다.

한편 공정위에서는 2004년에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로 기본과징금을 유형별로 ‘관련매출 액(혹은 그에 상응하는 특정금액)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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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큼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산정하고 있 다. 과징금의 목적과 관련해서는 부당이득의 환수를 그 목적으로 한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최근으로 올수록 사회적 손실과 동일(독점이윤 + 사중손실)한 정도로 법적제재를 부과함으 로써 내부화를 지향해야한다는 주장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 점을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밝 힌 적은 없지만 2004년 시행령 개정안, 보도자료, 언론기사 등에 미루어 보건대, OECD기준 과 미국법제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공정위를 포함하여 국내학계에서 대체로 공유되고 있 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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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는 앞서 OECD 및 미국에서 피해규모를 구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애초 의도와는 별개로 한국에서 의 관련매출액도 사실상은 피해의 대리변수로 사용되고 있다는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실증분석에 임하였다. 전술한대로 ‘피해규모’와 ‘고의성’을 잘 반 영하여 제재를 적절히 부과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첫째, 피해의 대리변수로는 앞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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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와 같이 피해규모의 대리변수로서 개연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된 ‘관련매출액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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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사용하였다. 이를 근거로 한 법적조치는 바로 ‘기본과징금’인데, 현재 거의 모 든 위반행위들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940건의 과징금 부 과대상 사건들을 대상으로 분석을 시도하였다. 둘째, 고의성을 잠정적으로 설명한다고 판단 된 요인들(위반기간, 시장점유율)의 위반행위별 ‘순위의 합’에 일종의 가중치를 주기 위한

‘고발지침 기준점수’를 곱하여 고의성의 정도를 규명해보았다. 표본추출기간 동안의 심결자 료를 통해 수집한 기초통계로부터 도출된 변수들의 실제 집행수치와 현행 법제에서 규정한 기준점수를 통해 해당 위반행위 사건들의 ‘실제 특성’과 해당 위반행위에 대한 선험적 ‘입법 취지’를 모두 반영한 고의성 지수를 만들고자 했던 필자의 시도였다.

분석결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해규모가 높은 위반행위가 고의성 수준도 높다는 실증 적 발견이었다. 대표적 예로서 비난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예측되었던 부당공동행위와 시장지 배적지위남용행위가 대부분의 변수들에서 피해규모 혹은 고의성의 정도가 높게 측정되었다.

특히 부당공동행위는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게 나왔다. 반대로 불공정거 래행위, 경제력집중억제행위, 사업자단체금지행위는 피해규모와 고의성 모두 낮게 산출되었 다. 마지막으로 사업자단체금지행위의 피해규모는 가장 낮음에도 불구하고 부당공동행위와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와 버금갈 정도의 높은 고의성 지수가 산정되었다.

종합하면, 범죄와 형사처벌에 관한 법학과 범죄학의 기존 이론을 개관한 후, 이제까지의 법경제학 논리들을 집합화시키고 일부 확장하는 작업은 한국경제에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적범죄화의 개념을 도출함으로써 비로소 과잉범죄화의 논의 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 사례분석에 해당하는 한국 공정거래법상 형벌조항들의 정당성을 확인해보았던 실험적 작업은 여러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피해규모’와 ‘고의성’을 잘 반영하여 제재를 적절히 부과하는 것 이 모든 실정법 분야에서 으뜸가는 원칙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실제 집행되고 있는 사건 들의 피해규모와 고의성의 정도를 실증적으로 파악해봄으로써, 현재 행정형벌의 대상이 되는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규제위반 관련 비형벌화 논의에 기초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방법론이 다른 실정법에서도 원칙적으로는 활용가능할 것이지만, 고의성과 피해규모가 갖는 상대성이나 주관성으로 인하여 시급한 일반화보다는 아무래도 과잉범죄화가 강하게 의심되 는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수행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 과정에서 더욱 창의적인 기법들 이 출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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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직스런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함의

과잉범죄화의 폐해를 줄이고 향후 그 심화를 억제하는 정책방향에 관한 간략한 논의를 일반 적 수준에서 전개하기 이전 본 연구에서 사례분석으로 다루었던 공정거래법제와 직결된 함 의를 제시한다. 제VI장의 분석결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총 다섯 가지 유형의 위반행위를 분석하였다. 피해규모의 대리변수로 사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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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경우 부당공동행 위는 사건 당 평균 약 296억 원, 시장지배적남용행위는 121억 원의 평균값을 보여 다른 유 형들에 비하여 훨씬 높았다. 편의상 이들을 ‘제1그룹’으로 칭한다. 반대로 불공정거래행위와 경제력집중억제행위(이상 ‘제2그룹’), 그리고 사업자단체금지행위는 사건 당 평균 10억 원 미만의 매우 낮은 수치가 산정되었다. 또한 고의성 지수는 부당공동행위와 시장지배적지위남 용행위에서 거의 비슷한 값을 보였는데, 경제력집중억제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보다 각각 약 2.2배와 2.7배 높게 도출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상 상호 뚜렷이 구분되는 네 위반행위들과는 달리 사업자단체금지행위의 피해규모는 평균 1억 원으로 가장 낮음에도 불구하고 부당공동 행위와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와 유사한 정도의 고의성 지수가 산정되었다.

따라서 위반행위별 ‘죄책성’의 정도는 크게 보아 두 그룹으로 대분되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다만 사업자단체금지행위의 고의성 부분은 분류가 단정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 렇게 극단적 분포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에서는 공정거래법상 대부분의 위반행위에 거의 유사한 정도의 형사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 본 연구의 분석기법에 따르 면 현행 공정거래법상 형사벌칙은 전반적으로 보아 ‘과잉범죄화’ 상태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 듯하다.

따라서 형사벌칙이 정당화되기 위해 필요한 ‘총피해’와 ‘고의성’이 현저히 낮은 수준인 제 2그룹의 위반행위 유형에 대해서는 형벌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즉 경제 력집중억제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그리고 기업결합제한행위)가 여기에 해당된다. 단 사업자 단체금지행위에 대해서는 피해규모는 작더라도 고의성이 높을 수 있는 [26조 ①] 1호의 경 우에만 예외적으로 형벌화를 규정하고, 피해규모와 고의성이 모두 낮은 2~4호에는 비형벌화 시키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나아가 과징금을 부과받은 총 940건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형사고발을 취한 것은 총 31건으로서 단지 3%에 지나지 않는 사실 또한 현재의 형벌화가 ‘과잉’일 수 있다는 심증을 강화시킨다. 물론 여러 차례 강조한 대로 실제 형벌부과 빈도가 낮다고 해서 곧바로 비형벌화의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하지만 분석 결과 실제로 죄책성이 현격히 낮게 나온 이상, ‘사실상 실효 없는 법조항’이라는 국내 학자들의 논리도 사후적으로는 비로소 설득력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법에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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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적 위반행위를 규정하는 6가지 조항이 있다. 숙고 결과 이들도 원칙적으로는 범죄경계선 안에 위치하되 정황에 따라 예외적용이 인정되도록 유연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본 연구 제VII장의 후반부에서는 이제 과잉범죄화의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더욱 일반 수준에서의 정책함의를 잠시 탐구해보았다. 과잉범죄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 장 기본적으로 무분별한 형사조항의 입법을 사전적으로 근절시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유권자들의 요구에 예민한 입법자들의 정치적 유인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런 맥 락에서 일부 논평자는 과잉범죄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올바르게 정립될 때 문제를 완화 시키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중(즉, 중간투표자)의 인식 변화’에는 무척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비범죄화 관련 기존 학자들의 주장과 필자의 생각을 ‘입법적(및 행정 적) 비범죄화’와 ‘사법적 비범죄화’로 대분하여 간략히 서술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다양한 정책옵션들을 논하였으나 특히 ‘비례성(proportionality)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사실 과잉범죄화에 대응하는 법경제학의 과제를 쉽게 한 마디로 요약 하면, 특정 위해행위를 사회효율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최적법제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그런 데 입법적 비범죄화 논의에서 볼 때 비례성 원칙의 추구는 이 법경제학적 과제를 법학적 관 점에서 바라 본 매우 주요한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울러 비례성 원칙의 엄격한 적용은 사법적 비범죄화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 또한 부각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 떻게 비례성을 적절히 따지는가”로 귀결되는데, 필자는 두 가지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범죄의 비난가능성을 고려하여 이를 반영한 ‘양형권한의 적정한 행사’이며, 둘째는 과잉을 야기할 수 있는 애매모호한 조항에 대한 이른바 ‘엄격해석 원칙의 관철’이다.

종합하면, 이상 제II장에서 요약된 형벌에 관한 전통적인 학설들, 제III장에서 총정리된 법 경제학이론, 그리고 제IV장의 과잉범죄화 관련 정의․유형․폐해 및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범죄 화된(criminalized) 상태에 이른 한국사회에 대한 경험적 진단들 모두 국내 학계에서는 거의 최초로 수행되는 작업들이라고 판단된다. 이어 제V장과 제VI장에서의 공정거래법의 형사처벌 관련 법제에 관한 실증분석 또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이 실증분석에 사용된 기법은 최초의 시도이므로 실험성을 다분히 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본 연구의 결과가 향 후 과잉범죄화 논의에서 실증적 기초를 제공하며 나아가 더욱 정교한 경험분석들을 촉발시 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작업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담론적 논의보다는 객관 적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정책형성이 더욱 절실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사료된다.

거듭 핵심문제는 우리의 정부 3부, 특히 사법부가 어떻게 비례성을 더욱 적절히 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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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례성을 따질 때 죄책성의 구성요소 에 대한 법경제학적 연구결과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본 연구에서 계속 주 장해왔던 것으로서, 특히 피해규모와 고의성을 중심으로 (거기에 자산불충분성까지 반영하 여) 법원 판단을 통해 비례성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면 서, 비례성이 과도하게 침해되어 과잉범죄화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법률규정에 대해서는 위 헌결정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강호제현의 심도있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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