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18.10.10 심사기간_2018.11.01-18 게재확정일_2018.11.28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의 작품 비교를 통한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가치 연구
Value of Expressive Typography through comparison between works of Marinetti and David Carson
길상희, 한성대학교 대학원 미디어디자인학과 / 김지현,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Gil, Sang Hee_Graduate School of Hansung University / Kim, Jee Hyun_Division of ICT Design, Hansung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이론적 배경 2.1. 미래파
2.2.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
3. 필리포 마리네티의 타이포그래피
3.1. 낱 활자를 활용한 소리와 리듬의 시각화 3.2. 역동적 레이아웃
3.3. 언어의 유희
4. 데이비드 카슨의 타이포그래피 4.1. 매체의 스타일화
4.2. 형태의 해체를 통한 의미의 재구조화 4.3. 활자의 이미지화
4.4. 호기심 유발
5.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가치 5.1. 고정된 형식 탈피를 통한 새로운 표현
5.2. 활자의 역할 확장을 통한 새로운 시각언어 5.3. 공감각적 접근을 통한 시각적 유희
6. 결론
참고문헌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의 작품 비교를 통한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가치 연구
Value of Expressive Typography through comparison between works of Marinetti and David Carson
길상희, 한성대학교 대학원 미디어디자인학과 / 김지현,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Gil, Sang Hee_Graduate School of Hansung University / Kim, Jee Hyun_Division of ICT Design, Hansung University
요약 본 연구는 과거의 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미래주의의 탄생을 알린 시인 필리포 마리네티(Filippo T. Marinetti)와 매킨토시의 출현과 함께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하여 자신만 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한 그래픽디자이너 데이비드 카슨(David Carson)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를 비교함으로 써 서로 다른 분야지만 시대적 환경 및 문화의 변화 속에서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디자인의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디자인 방향에 활용될 자료로 삼기 위함이다. 연구 방법은 지금까지의 관련 서적 및 논문 및 사이트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조사, 분석하였다.
그들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기에 앞서 필리포 마리네티의 디자인 개념이었던 미래주의와 데이비드 카슨의 표현 방법론으로서의 역할을 한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특징을 비교해 보았다. 필리포 마리네티의 시는 텍스트로써가 아닌 텍스트의 시각화, 이미지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였다. 또한 낱 활자를 형태화하여 그림을 그리듯 작업하였으며 콜라주 기법과 동적 레이아웃에 대 한 실험을 통해 시의 운율과 소리를 시각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였다. 반면 데이비드 카슨의 경우, 수작업 에서 벗어나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었는데, 자신이 느끼고 체험했던 경험을 바탕으 로 즉흥적인 영감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기존의 정형화된 인쇄물에서 벗어나 현란한 레이아웃, 가독성을 무시한 폰트의 혼합사용, 규칙 없는 조판 방식 등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지키고자 하였다. 시대를 초월한 두 작가 임에도 그들이 글자라는 재료로 표현했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가치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고정 된 형식에서의 탈피를 통한 새로운 표현방법의 발견이다. 각기 시의 형식과 잡지라고 하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 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둘째, 활자의 역할 확장을 통한 새로운 시각언어의 발견이다. 읽히는 글자에서 벗어나 활자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해석한다. 셋째, 공감각적 접근을 통한 시각적 유희이다. 그들은 시각적 재 료를 단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공감각적 표현 방식으로 독 자와 지면 안에서 더욱 풍부하게 소통한다.
In this study, we identified Filippo T. Marinetti, a poet who boldly abdicated the form of the past, actively accepted new civilizations, and announced the birth of futurism and David Carson, graphic designer who actively utilizes technology in the era of computer generalization with the emergence of Macintosh. By comparing the expressive typography of Filippo Marinetti and David Carson, the research was conducted to understand the value of the design they were trying to say in the changing environment and culture of the times and to use it as an indicator for future design progress.
Before looking at the characteristics of their works, we looked at the futurism, which was the design concept of Filippo Marinetti, and the postmodernism and deconstruction that played David Carson's expression methodology, and compared the values. The poetry of Filippo Marinetti conveys what it wants to convey through visualize and imaging of text, not by text. They also worked as if they were painting a word type and looked for new ways to visualize the rhythm and sounds of a poem through experiments with collage techniques and dynamic layout. David Carson, on the other hand, showed a variety of experiments in which he actively used computers, and expressed his impromptu inspiration based on his experiences and experiences.
He wanted to move away from conventional, stylized prints and preserve his own design style, including using a mix of fonts, flashy layout ignored readability, and ruleless typography. The expressive typography that these timeless creators described as types, can be summed up into three values.
First, it is a destruction from a fixed rule. Each offers a new direction away from the form of poetry and the frame of a magazine. Secondly, it is an extension of the range of type.
Reinterpret the type in its own unique style, away from the characters being read. Third, it is visual fun through a synesthesia approach. They not only express visual materials visually, but communicate more richly with the reader on the ground in a synesthesia mode that can be delivered through various senses.
중심어
표현적 타이포그래피 필리포 마리네티 데이비드 카슨 디자인의 가치
ABSTRACT Keyword
expressive typography Filippo T. Marinetti David Carson value of design
본 연구는 한성대학교 교내학술연구비 지원과제임.
1. 서론
인류 문화 중 가장 훌륭한 창작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글자’는 세계의 오천 종 이상의 언어를 표현하고 있다. 글자를 이용하여 글을 창작하는 사람이나 새로운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모색하는 디자이너들은 그 시대와 사회, 문화, 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형태를 만들어 내는데 수많은 노력을 지속해 왔다. 타이포그래피의 역할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 그 의미를 시각적인 형태를 통해 그 내용을 기억시키고 기록하는 것이라 한다면 오늘날의 글자들이 명확 한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다양화되는 매체까지 글자 표현의 영역 확장을 가속시키고 있는데, 본 연구는 디자인에서 이러한 글자의 이미지성을 강조한 표현적 타이포그래피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되었다.
각기 다른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필리포 마리네티(Filippo T. Marinetti, 1876~1944)1)와 데이비드 카슨(David Carson, 1952~)2)의 작업은 유사한 디자인 배경을 공유한다. 필리포 마리네티가 활동하던 20세기 초는 산업화가 시작되는 유럽의 전통과 근대화 사이의 혼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산업화로 인한 대량생산, 그로 인한 단순화된 기능적 형태에 대한 새로운 미적 개념, 이에 맞서는 장식에 대한 새로운 모색으로 당시 예술은 오히려 다양한 표현양식과 방법을 가능하게 했다. 반면, 1984년 매킨토시의 출현 이후 디지털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초현실적 환경에서 타이포그래피는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진화하였다. 디자 인 프로그램의 개발은 가속화되고 보편화되었는데 이로 인해 폰트는 더 이상 지면 위에 가지런 히 조판된 활자나 사진식자로 변형되는 글자의 범위에 머물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형태의 폰트가 등장하고 이 폰트들은 수많은 디자인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변형되었다.
더욱이 데이비드 카슨이 활동하던 1990년대 초반, 지면 위에 그래픽은 전통적 모더니스트들 과의 논쟁거리가 될 만큼 테크놀로지의 힘을 톡톡히 누렸다. 예견을 뛰어넘는 극한의 실험적 그래픽은 전통적 교육을 받은 디자이너들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디자인 영역의 한계에 의문 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 언어로 ‘표현적 타이포그래피’를 구사했 던 19세기의 시인 마리네티와 21세기의 그래픽디자이너 데이비드 카슨의 실험성 넘치는 디자 인을 비교함으로써 글자가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난 이미지적 표현이 디자인에서 갖는 가치를 파악해 보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은 지금까지 의 관련 서적 및 논문 및 사이트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조사, 분석하였다.
2. 이론적 배경 2.1. 미래파(Futurism)
미래파는 19세기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예술, 건축, 음악, 시, 영화, 패션, 물리학 및 기술을 포함한 삶의 모든 측면에서 속도와 기계를 포용하는 것이었다. 그 변화는 비행기, 영화관, 전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동차의 등장이었고 전쟁, 기계, 속도, 그리고 현대적 삶 등의 열정을 표명한 미래파는 1909년에 발표한 '미래파 선언문'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이탈리아의 순수 미술운동이었으며, 의도적으로 대중을 지향한 20세기 최초의 문화운동이었다.3) 그들은 ‘세계
1) 이탈리아의 시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 1876~1944)는 편집자, 예술 이론가이자 미래파 운동의 창시자이다. 그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이집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예술 생산 방식 및 예 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였을 뿐 아니라 예술이 더 이상 학원이나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틀에 맞춰진 것이 아닌 새롭고 창조적인 일임을 알렸다.
2) 1952년 미국 태생의 타이포그래퍼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인 데이비드 카슨(David Carson, 1952~)은 고등학교 사회 교사이면서 프 로 서핑 선수였다.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잡지디자인 일을 자신의 직업으로 바꾼 독특한 이력을 가졌으며 『트랜스월드스케이 트보딩(Transworld Skateboarding, 1983-1987)』 『뮤지션(Musician, 1988)』 『비치컬처(Beach Culture, 1989-1991)』 『서퍼 (Surfer, 1991-1992)』 『레이건(Ray Gun, 1992-1996)』 잡지의 디자이너와 아트디렉터, 2004년 찰스턴의 깁스아트뮤지엄 (Gibbes Museum of Art)의 프리랜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 해 『서핑매거진(Surfing Magazine)』의 특별 "탐험"에디션을 디자 인했다. 또한 2011년 보스코퍼레이션(Bose Corporation)의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고 지금도 꾸준히 자신만의 스타 일을 구축해가고 있다.
와 문화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 시장, 기계 그리고 전 세계적인 역동적인 의사소통의 힘을 세상에 공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형적인 미래파의 이미지는 동작 또는 움직 임의 진동을 재현하기 위해 기하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4) 그들은 작품 속에서 움직임, 에 너지, 그리고 영화와 같은 하나의 연속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하나의 작품 안에 여러 시점을 제시하고 동시적인 존재 혹은 사건들을 표시하기 위해 시각 예술 분야에서 ‘동시성’이란 말을 처음 사용하였다.5) 미래주의 화가들에게 글자와 이미지는 기계의 부속품과 같이 연결되기도, 또는 해체되기도 하며 기존의 수직 수평의 디자인에서 탈피하여 발광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 되었고 마치 오락의 형태로 다양한 실험적 결과가 생산되었다.
2.2.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과 해체주의(Deconstruction)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포스트(post-)’라는 접두어는 여러 개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중 하 나는 ‘이후’라는 의미 또는 탈(脫), 반(反)을 의미하며 다른 하나는 상투적인 것에 대한 끊임없 는 투쟁, 아방가르드의 ‘연속적인 혁명’을 뜻한다.6)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적 문화와 정 형화된 사고방식의 틀을 거부하고 소통이 불가능한 정치, 문화, 전문화의 영역, 삶과 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더니즘의 밀폐된 사유형식을 비판, 해체하고 대중 문화와의 접맥을 시도하고자 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등장하였다.7) 전기 포스트모더니즘 은 팝아트(Pop Art), 대항문화(Counter Culture), 모방의 문제, 추상표현주의의 환상적, 연극 적, 장식적, 문화적 등의 단어 부활, 페미니즘 등 특징적인 형태들도 다양하게 변화하며 발전해 왔다. 후기 포스트모더니즘은 패턴 페인팅과 새로운 장식주의가 등장하였고 뉴 이미지(New Image) 회화, 뉴웨이브(New Wave)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표현으로 발전하였다. 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신표현주의의 특징을 가지는데 설치미술과의 결합, 미술의 상업화에 대한 반대와 당시 급부상한 환경운동에 대한 지지 등 실험성이 강한 형태로 나타난다.
해체주의 또한 포스트모더니즘과 마찬가지로 기존 모더니즘의 통합성이나 규범을 이탈하고 새로운 긴장감을 주는 형태를 추구하는데, 그 결과 파괴적이고 미완성적 표현이 되기도 한다.
해체주의의 특징은 분해되었다가 비논리적이거나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재조립되는 요소를 강 조한다.8) 80년대 후반 고도의 발달된 디지털 기술의 진보로 기능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자 인을 추구하게 되었다. 규격화된 공간과 재료에서 탈피하여 콜라주 기법, 복잡성, 복고성, 모방 성, 장식적 패턴의 사용, 리얼리즘9), 지면의 입체화, 질감 표현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의 대중적 인 작품들이 탄생한다.
글자는 그 의미를 교육받아 소리로 읽혀지는 경우는 글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한다. 즉, 우리는 글자의 의미와 글자의 소릿값을 아는 글자는 글자로 인식하고, 의미나 그 소리를 알지 못하는 글자는 텍스트적인 성질보다 형태적 성질이 강해진다.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를 의미와 소리의 결합으로 이해하였는데, 소리를 표현한 이미지는 또다 른 시각 형태가 될 수 있다. 즉, 글자는 본래의 의미가 전달되지 못하더라도 형태가 지닌 이미 지가 존재하고, 그 이미지로부터 또 다른 의미가 생겨난다. 이러한 타이포그래피에서 의미가 아닌 시각적 형태만으로 표현된 이미지에 의미가 부여된 계기는 자크 데리다(Jarque Derrida) 의 해체주의가 미국에 소개되고 다양한 해석이 시작되면서이다. 소쉬르의 구조주의에 반하여
3) 박지나/김지현, 「19세기말-20세기초 전환기에 나타난 시대정신과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7권3호, 한국기초조 형학회, 2010, p.319.
4) 가이 줄리어, 김양수역, 『디자인 디자이너사전』, 시공아트, 2004, p.107.
5) 구동조, 「20세기초 현대 미술이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Visual Communication Design)에 끼친 영향에 관한 연구 –입체파, 미래파,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구성주의, 데스틸을 중심으로-」,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1, p.38.
6) 반선신, 「포스트모더니즘적 요소를 응용한 작품제작 연구: 해체주의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p.3.
7) 가이 줄리어, 김양수역, 『디자인 디자이너사전』, 시공아트, 2004, p.6.
8) 김윤전, 「20세기 타이포그라피에 나타난 네오모더니즘적 현상에 관한 연구 -네빌 브로디의 Arena잡지 후기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4, p.5.
9) 독고윤선, 「해체주의 관점에서 본 David Carson의 시각커뮤니케이션 특성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석사학위논 문, 2009, p.42.
규칙과 명료성을 거부하는 해체주의 디자인은 독자들로 하여금 일방적 정보전달이 아니라 다 양한 해석을 하게 하였고 타이포그래피를 하나의 시각적 요소로 확장시켰다.10)
3. 필리포 마리네티의 타이포그래피
필리포 마리네티는 이탈리아 시인이자 문인이며 미래파의 선두주자이다. 그는 1908년 예상치 못한 자동차 사고를 겪으며 ‘속도’에 심취하게 된다. 이후 1909년 2월 20일 『라 피가로(La Figaro)』지에서 확고한 어조를 사용하여 근대성(modernity)과 전쟁, 기계, 스피드, 문명 시 대에 대한 열정을 표명하였고 이것은 미래파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미래파를 모든 예술이 과학과 산업 사회의 새로운 현실을 배경으로 자체의 관념 및 형식들을 시험하기 위한 혁명적 운동으로 확립시켰다.11) 그는 규율과 제도로부터 자유롭고 창조적인 작업을 계속 해서 실험하였는데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3.1. 낱 활자를 활용한 소리와 리듬의 시각화
그의 타이포그래피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소리와 리 듬의 시각화이다. 낱 활자들로 구성된 시어들은 시각적 도 구로 사용되어 지면 위에 확대되고 쪼개지며 무질서하고 어지럽게 흩뜨려졌다. 이는 스스로 음향적인 자질을 갖지 못하는 시어에 소리를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언어의 음향적 시각화는 본래 글자가 품고 있는 소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리포 마리네티의 작품 <스크라브르르르라아아앙 (SC ABrrRrraaNNG)>은 작품 자체로 낭독자의 역할 없이도 지면 위에서 기관총, 대포 소리 등 작품의 상황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실험적 작품은 알파벳의 부호, 숫자, 기호 등을 활용하는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회화적 요소로 도입되어 각기 상이한 활자의 배열, 조형적 구도12) 등으로 발전해 나갔다. 필리포 마리네티는 여러 가 지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여 전통적 조판 방법에서 벗어나 활자 자체를 이미지로 해석하였고, 활자가 갖는 회색도로 강약, 경중, 완급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실험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다.
3.2. 역동적 레이아웃
“미래파 작가는 전력과 증기기관이 지배하는 지상, 해상, 공중에서의 속력으로 격앙된 오늘날 우리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 영상과 음향의 변화무쌍한 편성인 ‘자유시’를 사용해
야 한다.”13)라고 말한 필리포 마리네티는 기술의 발전, 그에 따른 사회 및 사상의 발전은 새로움과 대담함의 예술형식을 요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자유로운 언어의 첫 기록’에서 자동차 경주에서 느낀 속력, 힘, 역동성을 표현하였고 수평적 시행으로부 터 벗어나 자유로운 활자들로 시어를 표현하였다. 1919년 필리포 마리네티의 작품 <떠들썩한 모임(Tumultuos Meeting)>에서는 정확한 구문론과 문법을 무시한 채 단어 및 활자들을 동적 이고 비선적인 구성으로 지면에 배치하였는데 단순한 레이아웃의 해체가 아닌 형상의 움직임
10) 이세헌, 김지현, 「타이포그래피에 있어서 텍스트성과 이미지성의 관계에 관한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8권 1호, 한국기초조형학회, p.460.
11) 이현영, 「기욤 아폴리네르와 필리포 마리네티의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연구」, 한성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8, p.43.
12) 이현영, p.49.
13) 이현영, p.47.
<그림 1> 필리포 마리네티,
<스크라브르르르라아아앙>, 1919년 (Alan Bartram, 『Futurist typography and the liberated text』, 2005, Yale University press, p.30)
을 관찰하고 낱 활자의 새로운 조형 요소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마리네티는 여러 실험과 작품을 통해 전통적 수평 체계에서 벗어나 지면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유로운 타이 포그래피로 문장 해체와 언어 해방을 이루었다.14)
3.3. 언어의 유희
그는 디자인에서 독자를 설득하고 소통하기 위 해 자연스럽게 유머적 표현들을 사용하였다.
단어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표현함으로써 그 의미를 강조하거나 증대시키기에 언어의 유희 는 중요한 요소로 쓰인다. 글자를 이미지나 사 물의 형태로 바꾸거나 같은 음으로 읽히거나 의미가 다른 동음이의어를 사용하는 것 등 다 양한 언어의 유희적 표현이 있다. 그의 타이포 그래피의 특징인 언어의 시각화와 동적인 레이 아웃 또한 언어의 유희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마 리네티의 작품 <산+골짜기+거리×조르프(M ontagne+Vallate+Strade×Joffre)>에서 산은 M자로, 거리는 S자로 실제 형상과 비슷한 낱자 를 활용하여 그림 그리듯 재치 있게 글자를 배 치하였고, 다양한 기호를 사용하여 자동차의 소음, 사람들의 소리를 표현하였다. 그는 여러 알파벳을 이미지처럼 압축하여 보여주는데 이런 은유적 유희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긴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알파벳 활자를 반복하거나 굵기 의 변화로 시각적 유희를 보여주었고, +, -, ×와 같은 수학 기호들을 사용하여 새로운 형식의 방정식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언어의 문법적 틀로부터도 해방되어 자신만의 새로운 위트와 유 희를 보여주었다.
4. 데이비드 카슨의 타이포그래피
데이비드 카슨은 전 유럽이 해체주의 디자인으로 뒤덮여 있을 때, 미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디자이너이다. ‘혜성’이라는 표현처럼 그의 이력은 상당히 독특한데, 그는 평범한 중학교 사회
14) 이현영, p.52.
<그림 2> 필리포 마리네티,
<자유로운 언어의 첫 기록>,
1902년 (이현영, 「기욤 아폴리네르와 필 리포 마리네티의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연 구」, 한성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8)
<그림 3> 필리포 마리네티, <떠들썩한 모임>, 1919년
(Philip B. Meggs, Alston W. Purvis, 『History of Graphic Design』, 2016.
Wiley, p.272)
<그림 4> 필리포 마리네티, <산+계곡+거리×조프르>, 1915년 (Philip B. Meggs, Alston W. Purvis, 『History of Graphic Design』, 2016. Wiley, p.272)
교사에서 1980년 돌연 그래픽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그 후 과감한 레이아웃과 상식의 틀을 깬 디자인 화법으로 디자인계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세계 그래픽디자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 너15) 중 한 명으로 부상하였다. 그가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보여주고 있는 자유를 부여한 실험 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4.1. 매체의 스타일화
그는 디자인이 언제나 주변 환경과 자신의 체험에 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다른 사람 의 작품이나 디자인보다도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깨닫고 경험한 일들을 마치 글을 쓰듯이16) 자신의 디자인에 담아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있는 그 대로의 일상을 담아내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성한 데이비드 카슨은 회화적 자유를 추구하는 스타일의 극대화 방식을 컴퓨터에서 찾았다. 『비치 컬쳐 (Beach Culture)』 잡지에서는 디지털 서체를 사진 이미지와 동격화 하였는데 서핑 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을 담은 역동적인 사진과 어울리는 타이포그래 피의 인상은 서퍼의 모습을 더욱 강력하게 전달해 준다. 그의 디자인은 기존 타이포그래피의 원칙에 대한 해체 작업이라기보다는 정보의 수가 계속 증 가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리얼리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모두가 따라가는 디지털 시 대의 컴퓨터 활용에서 자신만의 형식을 찾아 자신 만의 생각과 시선을 오롯이 작업에 담은 것이다. 디 자이너가 자기주장이 없다면 그 존재 자체가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카슨은 인간이 저마다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으니 디자인 결과물에서도 이러한 독자성이 나타나야 한다고 하였다.
4.2. 형태의 해체를 통한 의미의 재구조화
데이비드 카슨의 작업이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 그는 마치 기존의 디자인의 한계를 실험하는 듯했다. 그의 대담한 작품들은 읽는 디자인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디자인으로 당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의 흐름을 선도했다.17) 그가 추구하는 표현 방법은 수직과 수평 구조를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그리드 방식을 탈피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의 형태이다.
특히 그가 1990년대 디자인했던 대중음악 잡지 『레이건(Raygun)』의 표지들을 보면 매호
15) 독고윤선, 「해체주의 관점에서 본 David Carson의 시각커뮤니케이션 특성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석사학위논 문, 2009, p.73.
16) 홍승표, 『나는, 디자인이다』, 다빈치, 2003, p.27.
17) 독고윤선, 「해체주의 관점에서 본 David Carson의 시각커뮤니케이션 특성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석사학위논 문, 2009, p.74.
<그림 6> 데이비드 카슨, 『레이건』 잡지 표지들, 맨 왼쪽표지가 창간호이며 맨 오른쪽이 마지막 호이다. (www.davidcarsondesign.com)
<그림 5> 데이비드 카슨, 잡지 『비치 컬쳐(Beach Culture)』 목차, 1990년
(Lewis Blackwell. David Carson, 『The end of grafik design of Davis Carson』, 2000, Chronicle Books)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 제호와 일정한 틀 없이 해체된 글자와 사진들에서 음악으로부터의 감흥 과 실험적 도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2001년 그의 첫 웹사이트 디자인이었던 <MGM스튜디오 사이트>에서도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제목이고 본문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여러 겹의 충위를 발견할 수 있는데, 불투명한 종이에 표현된 여러 겹의 정보들이 잘리고 서로 겹쳐져 마치 암호를 읽는 듯하다. 그는 활자가 뒤섞여 거의 읽히지 않을 정도로 현란하게 변주함으로 써, 커뮤니케이션의 의미 구조를 전복시켰다.
특히, 또한 자간과 행간의 자유로운 변화 를 통한 이러한 층위는 지면에 공간감과 깊이를 부여하고 의미의 재구조화를 만들 어낸다. 형태와 의미 사이의 일대일 대응 관계가 연쇄되고 치환되는 사슬과 같이 해 체된 것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 출해 내는데 이러한 그의 새로운 접근법은 기존 디자이너들로부터 전통적인 규범을 무시한다는 비난받았으나 새로움을 갈망 하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18)
4.3. 활자의 이미지화
그의 타이포그래피는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닌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한 독립된 상징 혹은 이미지의 역할을 했다. 그는 가독성과 소통을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텍스트에 관심과 흥미가 유발되지 않으면 어차피 읽히지 않을 것이고 읽고 싶은 텍스트라면 아무리 읽기 불편해
도 가독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의 주장이다. 그가 조판한 활자는 같은 문장에서라도 그 크기가 제각기 다르고, 읽기를 방해하는 시각요소가 있다 하더 라도 결과적으로는 ‘소통’이 가능하다.
그는 “가독성이란 상대적인 것으로써 잡 지를 펼쳤을 때 흥미를 느끼는 주제면 서 체의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집중해서 기 사를 읽는다. 가독성이 있다고 반드시 원 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19)라고 말했다. 그 는 일정한 형식과 틀 대신 활자 이미지의 움직임과 지면 속의 균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또한 그는 활자를 단지 ‘활자’로만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닌 회화적으로 운용하여 ‘정보’보다는 ‘인상’을 주고자 하는, ‘활자의 이미지화’를 추구하고 있다.
4.4. 호기심 유발
그의 디자인은 불완전한 조형적 형태를 통해 독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것은 그만의 독특한 시선 유도 방법이다. 그의 텍스트는 단순히 읽히는 것이 아니라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독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끌어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사진 또는 디지털을 이용해 변형시킨 여러 재료를 자유롭게 배치하거나
18) 신의철,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모션그래픽 영상 디자인의 미학』, 길벗, 2013, p.197.
19) 박우혁 「타이포그라피의 새로운 배열을 가능케 하는 동인으로서의 불확정성 시각과 그 태도로서 메타모르시스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 p.48.
<그림 7> 데이비드 카슨, <MGM 스튜디오>의 웹사이트 페이지, 2001년 (www.davidcarsondesign.com)
<그림 9> 데이비드 카슨, 『매거진팩토리(Magazine Factory)』, 2013년 (www.davidcarsondesign.com)
<그림 8> 데이비드 카슨,
<방콕국제타입심포지움 (Bangkok International Type Symposium> 포스터, 2014년
(www.davidcarsondesign.com)
역동적으로 구성한 그의 디자인은 반유 미주의적 표현 방식으로도 보이는데 다 소 무겁고 진지하게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무관한 낙서와 같은 흥미 로운 요소들을 등장시켜 재미로움(fun) 이 표현되고 무게가 느껴지지 않도록 표 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생소하기 도 하고 거부감마저 들 수도 있지만 이는 강력한 호기심을 유발시켜 그의 작업 안 에 독자들이 스스로 들어오도록 유도한 다. 예컨대 일자나 장소 등 정보가 우선 시되는 포스터에서도 여지없이 그의 성 향이 드러난다. 제목과 장소, 날짜와 중요한 정보 텍스트에서도 구겨지고 가려지거나 여러 폰트가 혼합되어 읽기 어렵게 만든 디자인은 오히려 보는 사람이 더 그 정보를 찾게 만들며,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이러한 그의 극적인 표현은 가수 브라이언 페리의 인터뷰 기사본문을 모두 딩뱃(dingbat)폰트로 바꾸어버린 『레이건』의 한 내지디자인에서 명백히 나타난다.
5.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가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특징에 서 추출할 수 있는 공통적 가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5.1. 고정된 형식 탈피를 통한 새로운 표현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은 각각 ‘시’의 형식, ‘잡지’나 ‘포스터’의 고정된 형식과 규칙 으로부터 탈피를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시는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통합된 언어의 울림, 운율, 조화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대한 이미지 등 회화적 요소에 의해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 작품의 한 형식20)이 지만 미래파 이전 기존의 시들은 이러한 운율을 가진 시의 특성과 상관없이 수평, 수직의 경직 된 구조 안에서 조판 되어왔다. 그러나 글자를 그림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필리 포 마리네티의 회화적 표현 방법은 단순히 읽는 시가 아닌 보고 느끼고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로 만들었다. 텍스트나 글자의 가독성에 앞서, 글자가 이미지와 결합되었을 때 떠오르 는 영감과 글자의 형태가 갖는 특성 그리고 그것들을 배열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글자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 글자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의미의 전달로 새롭게 표현하였다.
데이비드 카슨의 새로운 접근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가 활동하기 이전 시대엔 제목과 본문,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관관계 등 책 또는 인쇄 매체라고 하는 분야의 양식은 꾸준히 학습되고 계승되어왔다. 그러나 카슨의 디자인은 기존의 수작업 방식에서 지켜져 온 미덕이 더 이상 유효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실험적이었으며,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자신의 것으로 잘 활용하여 이전까지 전혀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인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철저 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조판 방식과는 달리 영감과 감성에 의존하여 즉흥성이 강한 그의 디자 인은 젊은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21) 제목과 본문의 경계, 이미지와 텍스트의 경계가 무너지고 텍스트가 이미지가 되기도 하고 제목과 본문의 차이가 없어지기도 하며 지면을 벗어 난 텍스트들은 가독성에 대한 논란과 부정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스타일로 표현되었고,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20) https://namu.wiki/w/시(문학)
21) 독고윤선, 「해체주의 관점에서 본 David Carson의 시각커뮤니케이션 특성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석사학위논 문, 2009, p.71.
<그림 11> 데이비드 카슨, 『레이건』의 내지, 1994년
(Lewis Blackwell. David Carson, 『The end of grafik design of Davis Carson』, 2000, Chronicle Books)
<그림 10> 데이비드 카슨,
『그라피크((Graphik)』의 표지, 2015년
(www.davidcarsondesign.com)
5.2. 활자의 역할 확장을 통한 새로운 시각언어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의 타이포그래피의 가장 큰 공통점은 활자의 이미지화이다.
예를 들어 ‘사과’라고 하는 글자 자체만 지면에 있을 땐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사과’ 의미하는 범위는 넓다. 하지만 사과의 형태를 가진 텍스트는 이미지화된 텍스트 속 ‘사과’만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좁혔다고도 말할 수도 있지만,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독자를 이끌 수 있다. 텍스트 자체가 전달하는 의미 전달과 더불어 활자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미지에서 창출될 수 있는 새로운 의미도 전달한다. 필리포 마리네티의 작품의 경우 그가 찬양하는 속도, 전쟁의 힘, 위험, 소리, 역동성 등 활자의 이미지화를 통해 구현하였다. 데이비드 카슨은 텍스트인 검정 부분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제외한 흰 여백까지도 디자인 영역으로 넣어 여백 또한 디자인함으로써 그의 텍스트는 읽으려 노력하지 않고 이미지 로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활자의 이미지성을 강조한 표현은 다른 언어문화권 안에서 도 새로운 공통 시각언어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오늘날의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 하여 음성언어와 글자언어의 상호 보완적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문화적, 사회적, 미학 등 여러 요소들과 혼합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시각언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다.22)
5.3. 공감각적 접근을 통한 시각적 유희
그들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텍스트를 소리, 형태, 질감 등으로 표현하여 독자가 작품을 다방면 으로 해석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필리포 마리네티는 전쟁, 파괴, 속도, 기계와 같은 무거 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호들을 통해 텍스트로 전달되는 이미지를 시각뿐 아니라 청각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데이비드 카슨 역시 내용과 가독성의 상관없이 텍스트 자체를 하나의 재료로 보고 디자인하였다.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의 공감각 적 접근을 통한 표현 방식의 차이점은 단지 기술의 차이로 볼 수 있다. 필리포 마리네티가 활동하던 시대는 서체의 형태, 크기와 도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소리 없는 괄호 부호나 수학기호, 반복활자 등 시어로는 사용하지 않았던 형태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었다. 데이비드 카슨이 활동할 당시는 디지털 기술이 보급화 되던 때이기 때문에 다양 한 디지털 서체와 그래픽 효과들로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만큼의 공감각적 표현을 구현하기 수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카슨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필터효과에 의존하는 것 이 아닌 자신만의 또 다른 형태로 연구하였고 자신과 스타일이 맞는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그 래퍼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더욱 과감하고 차별화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표현 방법을 통해 독자들은 평평한 지면을 입체적으로 보게 되는데 이는 독자를 시각적 감각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디자이너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과 의도를 확실히 표현할 수 있고 독자는 지면이라는 정해진 공간 안에서 여러 감각들로 풍부 한 느낌과 해석으로 디자이너와 소통할 수 있다.
6. 결론
타이포그래피의 목적은 ‘읽히기 위한 것(to read)’과 ‘보이기 위한 것(to see)’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읽힘’이 목적인 타이포그래피는 글자 본연의 기능으로 글자가 지니고 있는 약속된 의미를 명확하게 잘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보임’ 목적의 타이포그래피는 글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글자의 형태를 이용하여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으로 글자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글자의 배열로 그 의미를 그려낼 수도 있다. 이것은 마치 스위치를 껐다 켜듯 디자이 너의 의도에 따라 읽히게 할 것인지 보이게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필리포 마리네티와 데이비드 카슨은 텍스트의 읽히는 기능의 스위치를 끄고 표현적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함 으로써 텍스트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22) 이세헌, 김지현, 「타이포그래피에 있어서 텍스트성과 이미지성의 관계에 관한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8권 1호, 한국기초조형학회, p.465.
이 연구에서는 필리포 마리네티의 디자인 개념이었던 미래주의와 데이비드 카슨의 표현방법 론으로서의 역할을 한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의 표현적 타이포그 래피의 특징을 비교해 봄으로써 이 시대에 그들의 표현방법이 갖는 가치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필리포 마리네티는 시의 내용을 텍스트로써가 아닌 텍스트의 시각화, 이미지화를 통해 전달하 고자 하였으며, 낱 활자를 형태화하여 그림을 그리듯 작업하였다. 또한 콜라주 기법과 동적 레이아웃에 대한 실험을 통해 시의 운율과 소리를 시각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였다. 반면 데이비드 카슨은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었는데, 자신이 느끼고 체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즉흥적인 영감을 그대로 표현하였고, 기존의 정형화된 인쇄물에서 벗어나 현란한 레이아웃, 가독성을 무시한 폰트의 혼합사용, 규칙 없는 조판 방식 등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지키고자 하였다.
시대를 초월한 두 작가임에도 그들이 글자라는 재료로 표현했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의 가치 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 고정된 형식에서의 탈피를 통한 새로운 표현방법의 발견이다. 각기 시의 형식과 잡지라고 하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둘째, 활자의 역할 확장을 통한 새로운 시각언어의 발견이다. 읽히는 글자에서 벗어나 활자를 자신만 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해석한다. 셋째, 공감각적 접근을 통한 시각적 유희이다. 그들은 시각적 재료를 단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공감각 적 표현 방식으로 독자와 지면 안에서 더욱 풍부하게 소통한다. 글자의 텍스트성보다는 이미지 성에 초점을 맞추어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언어를 발견해 나가는 두 작가의 스타 일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유희적 표현방법이며 이는 세계 공통 언어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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