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ENERGY ECONOMICS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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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법제적 기반 및 정책수단 체계화 연구
2 0 1 5
수시 15-06
KOREA ENERGY ECONOMICS INSTITUTE
정책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법제적 기반 및
정책수단 체계화 연구
수시 연구 보고서
15-06
www.keei.re.kr
김 지 효 심 성 희
참여연구진
연구책임자 : 부연구위원 김지효
연 구 위 원 심성희
연구참여자 : 부연구위원 김종익
요 약
1. 연구배경 및 목적
범지구적 기후변화의 우려 속에,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에너지수요관리는 여러 온실가스 저감수단 중 가장 비용효과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증진 및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 최근 미국, EU 등 주요국은 에너지수요관 리 정책 강화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에너지수요관리 분야에서 기술혁신 및 新산업 태동이 활발하게 이루 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 정부는 2014년 12월「제2차 에 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여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의 에너 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천명하였다. 정부는 기존의 정부재정 및 규제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기조를 변화시키고자 노 력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절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에너지 新산 업을 육성하여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뿐만 아니라 新성장동 력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그 기조 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책변화를 꾀하기 전에 앞서 “에너 지수요관리 정책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현행 에너지수요관리 정 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먼저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이론적 및 법제적 체계를 고찰하여 전술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
는 데 있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우리나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목표, 주요 정책수단, 관련 법제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정책 맵(map) 을 작성하여 제시한다. 본 연구 결과는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수립자 및 정책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기대된다. 특히, 본 연구에서 제시된 정책 맵은 정책변화 시 중복성과 일관성, 요구되 는 법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을 체계 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내용 및 결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은 기술적, 물리적, 경제적 에너지효율을 제고 하기 위한 정책으로 정의될 수 있다. 에너지이용의 비효율성은 시장 완전성, 느린 기술 확산속도, 인간의 행동특성에 기인한다.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 가격체계 조정, 인센티브, 거래기반 조성 등의 세 금 및 인센티브 정책수단, 총량규제, 효율기준제 등의 명령 및 통제 정책수단, 정보공개 정책수단, 자발적 협약, 거버넌스 구축 등 기타 정 책수단을 적용할 수 있다.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수단들은 비용효과성 (cost-effectiveness), 신축성(flexibility), 반등효과(rebound effect) 유발 가능성, 무임승차(free-riding) 방지, 형평성의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은 우선적으로 기반조성, 산업, 건물, 수송, 기기 등 부문별로 분류될 수 있다.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주된 법제적 기반으로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에너지법」, 「에너지이 용 합리화법」,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등을 들 수 있다. 「저탄소 녹 색성장 기본법」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기본이 되며, 「에너지법」은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중요한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수립・실행
의 근거가 된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은 산업, 수송, 기기 부문의 효 율기준제, 정보공개, 인센티브 정책의 근거를 제시하며,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은 건물 부문의 효율기준제, 정보공개, 인센티브 정책의 근거를 제시한다. 주요 관할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 부, 지방자치단체 등이며, 때로는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정책을 추진 하기도 한다.
본 연구는 현행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을 부문별로 분류하여 구체적 목표, 정책수단, 관할부처, 관련 법제를 보여주는 정책 맵을 작성하였 다. 정책 맵을 토대로 도출한 정책적 시사점은 시장 기반의 정책수단 확충, 정보공개 정책의 정교화, 부처 간 정책의 일관성 제고로 요약될 수 있다. 현행 정책은 주로 명령과 통제, 정보공개 및 인센티브 방식 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 중심의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체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가격체계 개선, 수요자원 거래시장 활성화를 비롯한 전방위 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현행 인증, 등급 위주의 정 보공개 정책을 ICT 기반 피드백과의 연계 등을 통해 정교화하여 에너 지사용 행동 변화를 유인하는 정보공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에 여러 정부부처가 관련되어 정책의 효율 성이 악화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범부처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일관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겠다.
ABSTRACT
1. Research Background and Purpose
Energy efficiency has an increasing role in the area of energy policy because of the risks of global climate change. Increasing energy efficiency has been considered as one of the most cost-effective measures for reducing greenhouse gas emissions. It also contributes to enhancing energy security and strengthening industrial competitiveness.
Recently, leading countries, such as U.S. and member countries of EU, have reinforced energy efficiency policy for reducing greenhouse gas emissions. In those countries, moreover, technology innovations and new businesses have been brought about in the field of energy efficiency. Keeping pace with this change, the Korean government demonstrated 「The 2nd National Energy Master Plan」, which stated the paradigm shift from supply-oriented policy to demand-oriented policy. With this Master Plan, the government has tried to move the policy focus from regulation and financial support toward market-based reforms. Also, the government has been strategically supporting “New Energy Businesses”, which creates profits from energy savings, for the purpose of finding new growth engines as well as coping with climate change.
In sum, we live in the times when energy efficiency policy has grown in importance with its focus shifted. Under this circumstance,
we need to ask these fundamental questions. “What is energy efficiency policy?”, “What is the current status of energy efficiency policy in Korea?” In order to provide possible answers to these questions, this study investigates the theoretical and legal background of energy efficiency policy. In addition, this study provides a policy map which systematically demonstrates the target, main instrument, and relative legislation of each energy efficiency policy. Our results are expected to help check consistency and redundancy and to figure out requested changes of legislation in case of energy efficiency policy changes. They also contribute to systematize various energy efficiency policies in Korea.
2. Key Results
Energy efficiency policy is defined as policy for enhance energy efficiency from the technical, physical, and economic perspectives.
Inefficiency in energy use, which is the background of government intervention, is caused by imperfect energy market, slow diffusion rate of energy efficiency technology, and human behavior factors which are hardly explained by the approach of neoclassical economics.
Economic instruments, such as tax, price and market reforms and financial supports, and command and control instruments, such as regulation of total quantity(emission) and efficiency codes(standards) are generally used instruments for energy efficiency policy. In addition, information discloser, voluntary agreement, and governance
system are frequently used instruments. These instruments can be assessed by cost-effectiveness, flexibility, rebound effect, free-riding, and equity.
Energy efficiency policies in Korea are currently classified into sectoral categories, i.e., infrastructure development, industry, building, transportation and equipment. The primary legal bases for those policies are the Framework Act on Low Carbon Green Growth, Energy Act, Energy Use Rationalization Act and Green Buildings Construction Support Act. The Framework Act on Low Carbon Green Growth provides a legal basis for greenhouse gas policies, which are inseparable from energy efficiency policies. The Energy Act allows local governments, important agents of energy efficiency policies, to establish and implement energy efficiency policies The Energy Use Rationalization Act supports energy efficiency policies for the sectors of industry, transportation and equipment whereas the Green Buildings Construction Support Act does for the buildings sector. The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MOTIE), the 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MOLIT), The Ministry of Environment (ME) and local governments are important agents of energy efficiency policies in Korea, and some energy efficiency policies are inter- departmental.
This study suggests an organized map which comprehensively shows the target, agent, instrument and relative legislation of each energy efficiency policy. The policy implications derived from this policy map are summarized as strengthening market mechanism,
elaborating information discloser and enhancing policy consistency.
First, market and price reforms and demand response activations should be proceeded aggressively because current policies are highly dependent on the instruments of command and control, information discloser and financial incentives. Second, the government needs to develop information discloser programs that mach changes in technological innovation, for example, real-time feedback based on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ICT). Third, it is necessary to develop a way of enhancing consistency of inter-departmental policies.
제목 차례
제1장 서론 ··· 1
제2장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이론적 기반 ··· 5
1.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정의 ··· 5
2.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필요성 ··· 7
1) 시장 불완전성 ··· 9
2) 기술확산 특성 ··· 12
3) 행동특성 ··· 16
3.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수단 ··· 25
1) 정책수단 ··· 27
2) 정책수단 평가 및 비교 ··· 44
4.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분류체계 ··· 47
1) 에너지경제연구원 ··· 47
2) UNECE ··· 48
3) IEA ··· 51
4) 본 연구의 정책 분류체계 ··· 53
제3장 우리나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현황 ··· 55
1. 기반조성 ··· 55
2. 산업 부문 ··· 66
3. 건물 부문 ··· 72
4. 수송 부문 ··· 80
5. 기기 부문 ··· 85
제4장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법제적 기반 ··· 91
1.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 92
2. 에너지법 ··· 93
3.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 97
4.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 117
1) 인센티브(재정보조) ··· 117
2) 총량규제 ··· 118
3) 효율기준제 ··· 120
4) 정보제공 ··· 121
5) 거버넌스 구축 ··· 123
5. 그 외의 법률 ··· 127
1)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 127
2) 전기사업법 ··· 127
3)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 129
4)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 130
5)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 ··· 131
6)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 131
제5장 수요관리 정책 맵 ··· 135
1. 수요관리 정책 맵 ··· 135
2. 정책적 시사점 ··· 154
제6장 결론 ··· 157
참고문헌 ··· 159
표 차례
<표 Ⅱ-1> 에너지효율 격차의 원인 ··· 9
<표 Ⅱ-2>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수단 ··· 26
<표 Ⅱ-3> 에너지효율 격차 원인별 적용가능 정책수단 ··· 47
<표 Ⅱ-4> UNECE의 세부정책 구분 ··· 50
<표 Ⅱ-5> IEA의 정책수단 상세분류 ··· 52
<표 Ⅱ-6>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분류체계(본 연구) ··· 53
<표 Ⅲ-1> 에너지수요관리 관련 기본계획 ··· 56
<표 Ⅲ-2>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이행기관의 주요업무 ··· 58
<표 Ⅲ-3> 수요관리 요금제 도입연혁 ··· 62
<표 Ⅲ-4> 유형별 수요관리 요금제 ··· 63
<표 Ⅲ-5> 기반조성 부문 수요관리 정책목표 및 정책수단 ··· 65
<표 Ⅲ-6>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관리업체 지정기준 ··· 67
<표 Ⅲ-7>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목표 및 정책수단(산업) ··· 72
<표 Ⅲ-8> 에너지소비증명제 대상 건축물 ··· 74
<표 Ⅲ-9>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목표 및 정책수단(건물) ··· 79
<표 Ⅲ-10>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부여 기준 ··· 80
<표 Ⅲ-11>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목표 및 정책수단(수송) ··· 84
<표 Ⅲ-12> 전력효율향상사업 담당기관(기기유형별) ··· 89
<표 Ⅲ-13>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목표 및 정책수단(기기) ··· 90
<표 Ⅳ-1>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 93
<표 Ⅳ-2> 에너지법(거버넌스 구축) ··· 96
<표 Ⅳ-3>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인센티브) ··· 101
<표 Ⅳ-4> 에너지이용합리화법(효율기준) ··· 105
<표 Ⅳ-5> 에너지이용합리화법(정보제공) ··· 111
<표 Ⅳ-6> 에너지이용합리화법(정보획득) ··· 114
<표 Ⅳ-7> 에너지이용합리화법(자발적 협약) ··· 114
<표 Ⅳ-8> 에너지이용합리화법(거버넌스 구축) ··· 116
<표 Ⅳ-9>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인센티브) ··· 118
<표 Ⅳ-10>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총량규제) ··· 120
<표 Ⅳ-11>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효율기준제) ··· 121
<표 Ⅳ-12>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정보제공) ··· 123
<표 Ⅳ-13>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거버넌스 구축) ··· 126
<표 Ⅳ-14> 기타 수요관리 관련 법제 ··· 132
<표 Ⅴ-1> 수요관리 정책 맵(기반조성) ··· 138
<표 Ⅴ-2> 수요관리 정책 맵(산업) ··· 143
<표 Ⅴ-3> 수요관리 정책 맵(건물) ··· 146
<표 Ⅴ-4> 수요관리 정책 맵(수송) ··· 149
<표 Ⅴ-5> 수요관리 정책 맵(기기) ··· 152
그림 차례
[그림 Ⅱ-1] 기술확산의 S-곡선··· 14
[그림 Ⅱ-2] 손실회피적 성향과 에너지효율 투자··· 19
[그림 Ⅱ-3] 세금 부과가 에너지소비에 미치는 영향··· 27
[그림 Ⅱ-4] 수요반응형 요금제의 영향··· 30
[그림 Ⅱ-5] 재정보조(수요자 측)··· 32
[그림 Ⅱ-6] 수요자원 거래 메커니즘··· 36
[그림 Ⅱ-7] 현행 정책 분류체계··· 48
[그림 Ⅱ-8] UNECE의 정책 분류체계··· 49
[그림 Ⅱ-9] IEA의 정책 분류체계··· 51
[그림 Ⅲ-1]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예시··· 73
[그림 Ⅲ-2] 녹색건축인증··· 75
[그림 Ⅲ-3]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 85
[그림 Ⅲ-4] 에너지소비효율 라벨··· 86
[그림 Ⅲ-5] 대기전력 인증 및 경고 표시··· 87
제1장 서 론
2015년 12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체결됨에 따라 2021년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195개 당사국의 온실가스 감축 실천이 의무화되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 실가스 배출량을 기준 전망(Business As Usual: BAU) 대비 37% 감 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발표한 바 있다. 전 세계적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기조 강화에 따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중요성은 커지 고 있다. 에너지효율은 “첫 번째 연료(first fuel)”라고 명명될 정도로 에너지서비스의 핵심적 요인으로 간주되며(IEA, 2014), 전문가들은 여러 온실가스 저감 수단 중 가장 비용효과성이 우수한 수단으로 에 너지효율 제고를 들고 있다. 최근 미국, EU 등 주요국은 에너지수요 관리 정책 강화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에너지수요관리 분야에서 기술혁신 및 新산업 태동이 활발하게 이루 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효율 투자액은 3,1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나 화석연료 발전 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IEA, 2015).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 정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천명하였 다. 이후 「제5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新산업 및 기술개발 전략」을 발표하여, 정부 재정투입 및 규제 중심 수요관리체계에서 시장기반 수요관리체계로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을 통해 수익을 창 출하는 에너지 新산업을 육성하여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뿐
만 아니라 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 해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강화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이 강화되는 동시에 그 기조가 변화하는 과정 에서, 구체적인 정책변화를 꾀하기 전에 앞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이 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현행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은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가 있다. 또 한, 현행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이 에너지이용의 시장실패 문제를 효과 적으로 교정하고 있는지, 에너지효율 신기술 확산속도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전통경제학에서 설명하고 있지 못하는 인간행동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시장 중심 수요관리체계로의 정책기조 변화를 논하기 이전에 기존 정책들 이 어떠한 수단들을 주로 사용하였는지, 이들 수단이 시장 중심 수요 관리체계로의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하여야 한다.
이론적 기반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을 규정하 는 법제들을 종합적・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부주체 가 기반조성, 산업, 건물, 수송, 기기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다주체-다 부문 정책이다. 그리고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에는 에너지수요관리 정 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외에도 여러 부처에 서 관장하는 다양한 법제들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정책변 화・개발 시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제 검토가 필수 적이나,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관련 법제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 한 자료가 미흡하여 검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에너지수요관리 의 지속적인 강화가 예상되므로, 정책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법제 체계화 연구가 시급하다고 사료된다.
전술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 연구는 우리나라 에너지수요관 리 정책의 법제적 기반 및 정책수단을 체계화하고자 한다. 에너지이용 의 비효율성을 유발하는 원인과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고찰 하여 정책 체계화의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우리나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현황과 관련 법제들을 조사하여 정책별 법제를 체계화한다. 마 지막으로 정책수단 및 법제 조사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우리나라 에너 지수요관리 정책목표, 수단, 관련 법제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정책 맵(map)을 작성한다. 이 정책 맵은 정책변화 시 중복성과 일관성, 요 구되는 법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본 연구는 에너지수요 관리 정책의 법제적 기반 및 정책수단 체계화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 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보고서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은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이론적 기반을 고찰하고, 정책 분류체계를 도출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에너 지수요관리 정책을 정의하고, 에너지이용의 비효율성을 유발하는 원 인들들 도출하며, 이를 토대로 각종 정책수단을 고찰한다. 또한, 선행 연구의 수요관리 정책 분류체계를 조사하여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분류체계를 도출한다. 3장은 현재 우리나라 에 너지수요관리 정책을 기반조성, 산업, 건물, 수송, 기기 등 부문별로 제시하고, 각 정책의 주요 목표 및 수단을 파악한다. 4장은 우리나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을 관장하는 각종 법제들을 소개하고, 정책별로 어떤 법제들이 연관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5장은 2~4장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맵을 제시한다. 마지막으 로 6장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 연구를 마무리한다.
제2장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이론적 기반
1.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정의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은 에너지효율 정책(energy efficiency policy) 이나 에너지절약 정책(energy conservation policy)으로 지칭되기도 한 다. 에너지효율과 에너지절약의 개념이 다소 상이한 만큼, 에너지수요 관리 정책을 정의하기에 앞서 이들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난방, 조명, 동력 등 에너지 서비스(energy service) 생산의 투입요소이다(Gillingham et al., 2009). 에너지효율은 동일한 에너지 서비스 생산에 에너지를 더 적게 투입하는 능력으로, 에너지투입량 대 비 산출물로 정의된다. 에너지효율의 정의는 기술적, 물리적, 경제적 관점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이성인・이지연, 2013). 기술적 관점에서 에너지효율은 에너지서비스의 양 대비 에너지투입의 비율로 정의될 수 있으며, 자동차 연비 등의 개념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술적 에너지 효율은 주로 제품 수준에서 정의되고(Jaffe et al., 2004), 그 개선은 자 본의 에너지 대체를 통해 이루어진다(Kim and Heo, 2013). 물리적 관 점에서 에너지효율은 재화 및 서비스 생산량 대비 에너지투입의 비율 로 정의될 수 있으며, 물량 에너지원단위(energy intensity)가 여기에 해당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에너지효율은 재화 및 서비스 생산액 대비 에너지투입의 비율로 정의될 수 있으며, 부가가치 에너지원단위가 여 기에 해당된다.
에너지절약은 기준 대비 에너지소비량의 절대적 감소로 정의된다 (Linares and Labandeira, 2010). 에너지절약은 기술적 에너지효율과 관련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에너지절약이 기술적 에너지효 율과 관련되는 경우는 설비1) 개체를 통해 동일한 에너지서비스를 누 리는데 소요되는 에너지투입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등효과 (rebound effect)2)로 인해 기술적 에너지효율 개선이 반드시 에너지절 약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한편, 에너지절약은 기술적 에 너지효율이 없더라도 달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소비 행동 변 화만으로도 에너지절약이 달성될 수 있다. 이 경우는 기술적 에너지효 율은 개선되지 않았지만 물리적, 경제적 에너지효율은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술한 논의에 근거할 때,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은 기술적, 물리적, 경제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에너지효율을 개선하여 효율적 자원배분 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는 IEA(2010) 및 「에 너지이용 합리화법」에서 제시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정의 또는 목 적에 일치한다. IEA(2010)에서는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을 에너지사용 자로 하여금 에너지소비 행동과 에너지효율 투자 행동을 바꾸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우리나라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은 “에너지의 수급(需給)을 안정키시고 에 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증진하며 에너지소비로 인한 환경피해를 줄임”
이라고 그 목적을 제시한 바 있다.
1) 본 보고서에서 “설비”는 기기, 건물, 차량 등 에너지 투입에 관련된 모든 유형의 자본재를 의미한다.
2) 기술적 에너지효율의 개선은 에너지서비스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에 너지서비스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투입이 효율개선을 통 한 절감 기대치만큼 감소하지 않거나 효율개선 이전보다 증가하는 효과를 통틀 어 반등효과라고 정의한다(Greening et al., 2000).
2.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필요성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은 1970년대 유가파동(oil shock)을 계기로 추 진되기 시작하였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으로 인한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기후변화 등의 환경문제 대응 필요성은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하는 또 다른 동력이 되었다.
IEA(2010)는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추진의 근거로 에너지안보 제고, 경제성장 및 경쟁력 확보, 기후변화 대응, 공중보건 개선의 4개 요인 을 제시하였다.3) 먼저,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추진을 통해 에너지수입 (輸入)을 감소시키고 에너지수급을 안정화하여 에너지안보를 제고할 수 있다.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은 에너지원단위를 개선하고, 산업 경쟁 력을 증진하며, 생산비를 줄여 경제성장 및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비용을 낮추고, 국제 의무감축 기준 달성에 기여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을 저감시켜 공중보건을 개선할 수 있다.
IEA(2010)가 제시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추진의 근거는 지금까지 의 에너지이용이 기술적・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 발한다.4) 이는 “에너지효율 격차(energy efficiency gap)”이라는 용어 로 지칭되기도 한다. 에너지효율을 기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에너 지효율 격차는 에너지효율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여 설비 에너지효율
3) 해당 문단은 WEC(2008)을 인용하여 작성된 IEA(2010)의 Table 1.1을 참조하여 작성되었다.
4) Sutherland(1996)는 에너지시장이 효율적인 한 에너지이용은 효율적이라는 의견 을 개진한 바 있으나, 최근 연구들은 에너지시장의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인간행 동(human behavior) 특성도 에너지의 비효율적 이용을 초래한다고 의견을 모으 고 있다. 본 연구는 에너지이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전제 하에 논의를 진행한다.
이 최적 수준5)보다 낮은 현상을 가리킨다. 에너지효율을 물리적・경제 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에너지효율 격차는 최적 물리적・경제적 에너 지효율 수준보다 현재의 물리적・경제적 에너지효율 수준이 낮음을 의 미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에너지효율 격차는 기술적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이용하는 모든 행위의 비효율성과 연관된다.
에너지효율 격차의 원인 및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개입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Hirst and Brown(1990)로부터 출발한다. Hirst and Brown(1990)은 에너지효율 격차의 원인을 구조적 장애요인(structural barrier)과 행동적 장애요인(behavioral barrier)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 다. 구조적 장애요인은 개별 최종소비자가 제어할 수 없는 요인과 관 련되며, 행동적 장애요인은 최종소비자의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특 성과 관련된다. Hirst and Brown(1990)이 제시한 장애요인 중 일부는 시장실패나 행동특성과 무관하여 정부개입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비 판을 받기도 하였으며(Sutherland, 1996), 이들의 연구는 에너지효율 기술개발과 확산에 관련된 영역을 논외로 하였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후, 여러 학자들은 에너지효율 격차의 원인이 무엇이며, 에너지효 율 격차가 정부개입을 통해서 해소될 수 있는지, 어떠한 정책수단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Levine et al., 1995; Jaffe et al., 2004; Gillingham et al., 2009; IEA, 2010; Linares and Labandeira, 2010; Pollitt et al., 2011). 이들 연구를 종합하면, 에 너지효율 격차의 원인은 시장 불완전성(market imperfections), 기술 확산(technology diffusion) 특성6),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bounded
5) 기술적 관점에서의 최적 에너지효율(technologist’s optimum)과 사회적 관점에서 최적 에너지효율(social optimum)은 달라질 수 있다(Jaffe et al., 2004). 본 연구 는 사회적 관점으로 최적 에너지효율을 정의한다.
rationality)에서 기인한 행동특성(behavioral aspect)으로 분류될 수 있 다(<표 Ⅱ-1>). 본 연구는 전술한 선행연구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시장 불완전성, 기술확산 특성과 행동특성에 해당하는 에너지효율 격 차의 원인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상위요인 하위요인
시장 불완전성
① 에너지가격 왜곡
② 정보 부족
③ 주인-대리인 문제
④ 자본시장의 불완전성
기술확산 특성
① 편익 불확실성 및 투자 비가역성
② Learning-by-using
③ Learning-by-doing
행동특성
① 손실회피적 의사결정 오류
② 쌍곡할인율
③ 현상유지 편향
④ 휴리스틱 기반 의사결정
⑤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
<표 Ⅱ-1> 에너지효율 격차의 원인
1) 시장 불완전성
① 에너지가격 왜곡(energy price distortions)
에너지가격 왜곡은 크게 두 가지 경우를 지칭한다. 첫 번째 경우는 에너지가격이 환경, 안보 등의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지 않거 나,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에너지공급의 사회적 한계비용보다 낮게 유
6) 기술혁신 및 확산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성 중 일부는 시장 불완전성과 연계해서 이해할 수 있으나, 일부는 시장 불완전성과 무관하기도 하다(Jaffe et al., 2004).
이는 뒤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어진다.
지되는 것이다(IEA, 2010).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에너지가격 하에서는 다른 정책적 개입이 없다면 최적 수준보다 에너지를 과다 소비할 가능성이 있다. 낮은 에너지가격은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의 수 익성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는 초기에 비용을 지 출한 이후에 장기간에 걸친 에너지소비 절감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이 므로, 낮은 에너지가격은 기대 수익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 경우는 에너지가격이 한계생산비용보다는 평균생산비용에 근거해 책정되어, 생산량 변화에 따른 한계비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 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러한 특성은 주로 수요가 증가함에 따 라 한계생산비용도 더불어 증가하는 전력시장에서 주로 나타난다. 일 반적으로 전력시장은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가 참여하는 도매시장 (wholesale market)과 판매사업자와 수용가가 참여하는 소매시장(retail market)이 분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매시장에서는 한계생산 비용 변화가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되었으나, 소매시장에서는 한계생 산비용 변화가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편이었다. 도매시장 가격 신호와 분리된 소매시장 가격체계는 소비자들의 수요반응을 유도하지 못하여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근대・이유수, 2010).
② 정보 부족(information limitation)
설비 에너지효율과 최적 에너지이용 행동에 대한 정보, 즉 에너지효 율 개선에 대한 정보는 공공재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이러한 정보가 생성되면 다수의 사람들이 추가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비경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다(Jaffe
et al., 2004). 따라서 정부개입이 없다면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정 보는 최적수준보다 과소 생산된다.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정보가 과 소 생산될 경우, 고효율 설비 및 최적 에너지이용 행동에 대한 탐색비 용이 커져 에너지효율 개선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결국 에너 지효율 격차의 증가로 이어진다.
③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
주인-대리인 문제는 에너지효율 투자의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와 투 자의 수혜를 입는 대상이 불일치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인-대리 인 문제는 주로 건물의 임대인(landlord)과 임차인(tenant) 간 상이한 이해관계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임차인이 주인, 임대 인이 대리인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상이한 이해관계는 임대인이 에너 지효율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반면, 임차인은 에너지비용을 적게 내고자할 때 발생한다(김창훈・이지연, 2014). Sutherland(1996)는 건물의 임대인과 임차인 간 관계에서 나타나는 주인-대리인 문제와 에너지효율 격차 간 관계를 “occupancy hypothesis”로 표현하기도 하 였다.
건물 에너지효율 투자로 인한 편익이 명백하고, 이를 임대료(rent)에 반영할 수 있다면, 주인-대리인 문제로 인한 에너지효율 격차는 심각 하지 않을 수 있다(Sutherland, 1996). 반면, 투자의 편익이 크지 않거 나 불확실할 경우를 비롯하여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가 이해할 수 있 는 에너지효율에 대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인-대리인 문제는 에너지효율 격차의 원인이 된다. 에너지효율 개선 편익이 해당 편익의 임대료 반영을 위한 재협상에 소요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보다 크지 않다면, 에너지효율 투자의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Sutherland, 1996).
④ 자본시장 불완전성(capital market imperfections)
자본시장 불완전성은 저소득층이나 자금유동성이 부족한 사업체가 에너지효율에 투자하기 어려운 현상과 관련된다. 자본시장의 불완전 성에 대해서는 두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저소득층(영세 사업체)의 경우 신용과 자금유동성이 부족하므로 투자의 내재적 할인 율이 더 높아져, 에너지효율 격차가 확대된다는 견해이다(Train, 1985).
두 번째는 에너지효율 투자는 설비 투자에 있어 최소한의 부분과 관 련되므로, 에너지효율 투자 할인율이 저소득층(영세사업체)의 자금유 동성 부족과는 무관하다는 견해이다(Metcalf, 1994). 전자의 경우 시 장 불완전성과 관련되지만, 후자의 경우 시장 불완전성과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다(Linares and Labandeira, 2010). 단, 에너지가격에 외부성 이 온전히 반영되어 있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불완전성은 에너지효율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Sutherland, 1996).
2) 기술확산 특성
에너지효율 격차는 기술확산(technology diffusion)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Mulder et al., 2003; Jaffe et al., 2004). 에너지효율 격차가 기 술적 관점에서 최적 효율과 현재 효율 간 격차를 의미함을 고려할 때7), 최적 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확산의 정도와 속도는 에너지
7) 에너지효율 격차는 달성 가능한 효율 수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본 연구는 기술혁신은 논외로 하고 기술확산에 초점을 맞춘다.
효율 격차 해소 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종홍 (2011)은 “기술의 사회후생에 대한 효과는 기술혁신이 잠재적 생산자 와 사용자들에 의해 이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확산의 정도와 속도에 좌우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에너지효율 격차는 특히 기술확산 초기단계의 느린 확산속도와 관 련된다. Jaffe et al.(2004)은 기술확산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기술채택, 급격한 기술채택, 포화수준 도달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하였다([그림 Ⅱ-1]).8) 에너지효율 신기술이 개발된 다 하더라도 점진적 기술채택 단계를 거친 이후에야 빠른 속도로 확 산될 수 있다. 점진적 기술채택 단계를 거치게 되는 이유는 기술확산 이 설비 대체・추가 등 자본스톡 전환(capital stock turnover)과 연관되 기 때문이다(Jaffe et al., 2004). 실제 상황에 적합한 적정가격의 에너 지효율 기술이 부재하거나, 에너지효율 기술을 구현하고 사용할 인력 이 부족하거나,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역량이 부족할 경우, 자본스 톡 전환은 느리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IEA, 2010). 에너지효율 기술 확산의 느린 속도는 편익 불확실성 및 투자 비가역성, Learning-by-using, Learning-by-doing의 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8) 수용자의 관점에서 기술확산의 단계를 기술혁신가(Innovator: I), 초기채택자 (Early Adopters: EA), 초기다수자(Early Majority: EM), 후기다수자(Late Majority:
LM), 후발자(Laggard: L)의 5단계로 나누기도 한다(김종홍, 2011). 이러한 5단계 구분도 누적기술채택 비율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림 Ⅱ-1]의 S-곡선과 동일하게 표현된다.
[그림 Ⅱ-1] 기술확산의 S-곡선 자료: Jaffe et al.(2004), p. 80
① 편익 불확실성 및 투자 비가역성
에너지효율 투자의 편익은 불확실하며, 한 번 투자를 하면 이를 되 돌리기 어렵다. 이는 에너지효율 투자 편익의 유효 할인율을 일반적 할인율에 비해 더 높게 만들어 에너지효율 투자 의사결정을 지연시킨 다(Jaffe et al., 2004). 에너지효율 투자 연기옵션(option-to-wait)의 크 기는 에너지가격의 변동성, 투자비용의 불확실성, 에너지효율 기술가 격의 하락추세와 관련된다(Jaffe et al., 2004). 이 때, 기술확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에너지효율 기술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에 너지효율 투자 연기옵션의 가치는 기술확산 속도에 비례할 수 있다 (van Soest and Bulte, 2001). 기업 관점에서는 더 나은 기술(better technology)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된다면 현재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 보하는 것이 경제적이라 하더라도, 더 나은 기술이 출현하기를 기다리 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van Soest and Bulte, 2001). 편익 불확실성
과 투자의 비가역성은 에너지효율 기술확산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원 인이 될 수 있으나 시장 불완전성과 연관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특성이 정부개입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② Learning-by-using
에너지효율 신기술이 시장에 소개된다 하더라도, 이 기술을 시도해 보고, 사용환경에 맞게 적응시키고, 기술의 우수성을 확신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Jaffe et al., 2004). 이 과정에서 선도자(이웃 또는 경 쟁기업)가 신기술을 체득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면, 후발자는 더 편안하게,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Mulder et al.(2003)은 후발자가 선행자를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얻는 효과를 Learning-by-using이라고 정의하였다. Learning-by-using 효과의 축적은 신기술 생산성을 증가 시키므로(Mulder et al., 2003),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선도자가 되는 것보다 후발자가 되어 선도자의 기술체득 경험을 관찰하는 것이 이득 이 된다.
Learning-by-using은 에너지효율 신기술의 성과를 해당 기술을 채택 한 사용자만 전유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즉, 기술채택 경험에 긍 정적인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 또는 파급효과(spillover)가 존재 하므로, 사회적 최적수준보다 기술채택의 경험이 과소 생산될 수 있다 (Jaffe et al., 2004). 따라서 Learning-by-using은 시장 불완전성과 관 련될 수 있으며, Learning-by-using으로 인한 선도자의 기술체득 비용 을 보상해주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③ Learning-by-doing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술 및 생산과정에 숙련됨에 따라, 기술변화 없이도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 Learning-by-doing은 이러한 유형의 기술공학적 변화를 통해 사용자가 얻는 효과를 가리킨 다(김종홍, 2011). Learning-by-doing은 에너지효율 기술확산에 두 가 지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첫째, Learning-by-doing 효과의 축적 은 에너지효율 투자 연기옵션의 가치를 증가시켜, 사용자로 하여금 신 기술 채택에 더욱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Mulder et al., 2003). 둘째, 사용자의 Learning-by-doing 효과는 선도 자에게만 전유되는 것이 아니라, 후발자에게도 파급된다. 따라서 사용 자의 Learning-by-doing 효과는 관찰자의 Learning-by-using 효과로 이어진다(Jaffe et al., 2004).
3) 행동특성(behavioral aspect)
경제주체들이 합리적(rational)이라면, 모든 정보가 주어진 상황에서 는 사회적으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다.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은 오랫동안 신고전학파(neoclassical economics) 이론의 핵심가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경제 주체들의 합리성은 매우 제한 된 범위 내에서 발휘되며 결국 효용극대화적 행동이 아닌 자기만족적 인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Simon(1955; 1979)의 주장 이후, 신고전학 파의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가정은 비판을 받기 시작하였다.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과 여기에서 비롯된 행동특 성은 Kahneman과 Smith의 실험을 통해 규명되기 시작하면서 행동경 제학(behavioral economics)라는 독창적 영역으로 발전하였다. 이제
행동경제학은 신고전학파의 대안적 이론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 며, 공공정책 분야에서의 유용성을 인정받아 널리 활용되고 있다.9)
경제주체들의 제한적 합리성으로 인한 행동특성은 시장 불완전성, 기술확산 특성을 보완하여 에너지효율 격차를 설명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제한된 합리성이란 인간의 의사결정은 나름대로 합리 적인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지만, 그 합리성이 완벽한 상태가 아닌 제 한된 상태로 작용되어 그 선택의 결과 역시 최적 수준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의미한다.10) Kastenr and Stern(2010)이 언급하였다시피, 에너 지소비 및 에너지효율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므로, 에너지사용 의 기저에는 ‘human factor’가 존재한다. 만약 ‘human factor’, 즉, 제 한적 합리성으로 인한 행동특성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면, 에너지효율 격차 문제는 부분적으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본 장은 에너지효율 격차를 초래하는 행동특성으로 손실회피적 성향, 쌍곡할인율, 현상유 지 성향, 휴리스틱 기반 의사결정,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을 제시한다.
① 손실회피적 성향(loss aversion)
손실회피적 성향이라는 개념은 Kahneman과 Tversky가 1979년에 발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 제시되었다(Kahneman and Tversky, 1979). 전망이론에 따르면 확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세계에서 의 의사결정은 기대효용(expected utility)에 근거한 절대적인 최종가치
9) 美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9월 정책설계 시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활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내린 바 있으며, 영국정부는 행동경제학을 활 용한 공공정책 수립을 위해 BIT(Behavioral Insights Team)을 운영 중이다.
10) 인간의 인지시스템은 비합리적 인지시스템인 지각(perception) 및 직관(intuition) 과 합리적 인지시스템인 추론(reasoning)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종 비합리적 인지시스템이 합리적 인지시스템을 지배(dominant)하기도 한다(Kahneman, 2003).
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 전망이론은 확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세계에서의 의사결정을 다 음의 세 가지 특징으로 설명한다. 첫째, 최종가치는 개개인의 중립적 이며 상대적인 기준점(reference point)에 따라 결정되며, 기준점보다 높은 결과는 이득으로 낮은 결과는 손실로 인지된다. 둘째, 기준점의 크기가 커질수록 손실과 이득에 대한 주관적 가치는 감소하는 민감도 체감(diminishing sensitivity)의 특성을 갖는다. 셋째, 사람들은 동일한 가치에 대한 선택사항에 놓일 경우, 이득보다 손실에 대한 가치를 더 크게 인지하는 손실회피적 성향11)을 보인다.
[그림 Ⅱ-2]는 손실회피적 의사결정자의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가 설가치(hypothetical value)를 보여준다. 에너지효율 투자는 투자비용 이라는 손실로 인한 불만족감을 야기하는 동시에, 에너지비용 절감이 라는 편익으로 인한 만족감도 발생시킨다.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의 사결정은 에너지가격의 변동성과 투자의 비가역성으로 인해 비용과 편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Hirst and Brown, 1990). 이 때, 에너지효율 투자의 예상되는 비용과 편익의 크기가 a로 동일할지 라도, 손실회피적 의사결정자의 비용으로 인한 불만족감의 크기(L)은 편익으로 인한 만족감의 크기(K)보다 크게 된다. 이러한 손실회피적 성향을 상쇄할 정도로 에너지효율 투자의 편익이 충분히 크지 않다면, 에너지효율 투자는 회피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손실회피적 성향은 사 회적으로 요구되는 적정 수준의 에너지효율 투자와 실제 에너지효율 투자 간 괴리를 초래하여 에너지효율 격차를 야기한다.
11) 전망이론에서의 손실회피적 성향은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em)에 서의 위험기피적 태도와 구분된다. 기대효용이론에서의 위험기피적 태도는 불 확실성이 존재하는 재화의 기대효용은 해당 재화의 기대치가 주는 효용보다 더 작은 경우, 즉, 효용함수의 强오목성(strict concavity)과 관련된다(이준구, 2002).
[그림 Ⅱ-2] 손실회피적 성향과 에너지효율 투자 자료: Kahnemann and Tversky(1979)의 가설가치함수를 본
연구의 취지에 맞추어 변형
Anderson and Newell(2004), Farsi(2010), Ameli and Brandt(2014) 등의 선행연구는 실증분석을 통해 에너지효율 투자에서 손실회피적 성향이 나타남을 보였다. Anderson and Newell(2004)은 기업들이 에 너지절약으로 인한 이득보다 에너지절약 시설 투자의 비용에 대하여 약 40%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고 추정하였다. Farsi(2010)은 스위스 아파트 세입자들의 에너지절약 시스템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을 추정하여 에너지절약 투자에 대한 손실회피적 성향을 입 증하였다. Ameli and Brandt(2014)는 OECD에서 수행한 가계의 환경에 대한 행동 및 태도 설문조사(OECD Survey on Household Environmental Behavior and Attitude) 자료를 활용하여 가계의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손실회피적 성향을 논하였다.
② 쌍곡할인율(hyperbolic discount rate)
Samuelson의 할인효용모형에서 일정한 시간할인율을 가정한 이후,
‘지수형 할인(exponential discount)’12)은 미래가치의 현재가치 환산에 일반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반면, Thaler, Loewenstein 등의 행동경제 학자들은 경제주체의 성향에 따라 시간할인율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 음에 주목하였다. Thaler(1981)는 사람들이 미래보다 현재의 경제행위 에 더 높은 선호도를 가진다는 것을 보였다. Loewenstein and Prelec (1992)은 단기적으로는 동일한 가치의 자산이라도 미래보다 현재에 더욱 높은 가치를 부여하려는 이례성(anomalies)이 존재한다고 주장하 였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경제주 체들은 의사결정 시 미래보다는 현재에 지나친 편향성을 가지고 있으 며, 이러한 편향성을 반영한 시간할인율의 형태는 ‘지수형 할인’이 아 닌 ‘쌍곡형 할인(hyperbolic discount)’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경제주체의 시간할인율이 ‘쌍곡형 할인’의 특성을 가진다면, 에너지 효율 투자는 ‘지수형 할인’의 특성을 가정할 때보다 적게 이루어질 것 이다. 에너지효율 투자는 일반적으로 초반에 단기간에 걸쳐 비용을 지
12) 일정한 시간할인율 을 가정할 때, t기에 발생하는 미래가치 의 현재가치는
로 지수형 할인된다.
불한 이후 장기간에 걸친 에너지비용 절감액으로 이득을 얻는 비용- 편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쌍곡형 할인의 특성을 가진 경제주체는 현 재(단기)의 에너지효율 투자비를 미래(장기)의 에너지비용 절감액보다 더 크게 인식하게 되어, 지금 당장에는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필요 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효율 투자의 할인율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서는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Greene(2011) 은 ‘쌍곡형 할인’이 경제주체가 인식하는 에너지효율 투자의 할인율이 통상적 할인율보다 과도하게 높은 현상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쌍곡형 할인’은 효율 투자의 수명주기 동안의 평균 할인율을 상승시 키는 요인이 된다. 영국 DEFRA(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s가 2010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연 구에서 추정된 새로운 에너지 설비・제품에 대한 할인율은 2%~300%
수준으로, 대개의 경우 당대 평균 시장이자율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으 로 나타났다(DEFRA, 2010).
③ 현상유지 편향(status-quo bias)
현상유지 편향은 사람들이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대신 그것을 고수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심리적 경향을 가리킨다. 현상유지 편향은 합리적 의사결정자는 언제나 최고의 효용을 가져다주는 선택 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신고전학파의 합리적 선택이론과 분명히 배 치된다. 현상유지 편향이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하거나 혹은 현재나 과거의 결정을 지속시키는”13) 선택을 하게 된다. 현상유
13) Samuleson and Zeckhauser(1988), pp. 8.
지 편향의 원인으로는 전술한 손실회피(loss aversion)와 더불어 후회 회피(regret aversion)라는 개념이 제시되었다. 후회회피는 행동을 변화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후회보다 행동을 변화시킨 상태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큰 후회를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Gilovich and Medveck, 1995). 현상유지 편향은 이득이나 손실의 개념 없이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망이론과 구분된다(Samuelson and Zeckhauser, 1988).
현상유지 편향은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 의사결정을 지연하거나, 현 재의 에너지사용 습관을 고수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합리적 의사결정 자라면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큰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에너지효 율 투자나 에너지사용 습관 변화의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현상유지에 편향된 의사결정자라면 변화로 인한 이득이 충분히 크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사결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있다. 현상유지 편향은 기술확산 초기단계에서 확산속도를 느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존 설비사용의 Learning-by-doing 효과가 존재할 경우, 경제주체들 은 더욱 현상유지 편향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④ 휴리스틱(heuristic) 기반 의사결정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경제주체는 기대효용이론 대신 ‘그럴 듯한’ 혹 은 ‘은연중의 단순한’ 판단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휴리스틱은 사람들이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을 매우 단순한 판 단과정으로 환원시키는 소수의 한정된 원리를 가리킨다(Tversky and Kahneman, 1983). 휴리스틱 성향에 있어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 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에 의해 확률적
사실을 무시하는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다 (Tversky and Kahneman, 1983). 둘째는 객관적 정보 대신 자신의 주 관적 경험에 의해 그 사례를 얼마나 떠올리기 쉬운가에 따라 사건의 빈도나 확률을 판단하는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다 (Schwarz et al., 1996). 셋째는 처음 인지한 현상을 중심으로 최종판 단을 하는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anchoring and adjustment heuristic) 이다(Northcraft & Neale, 1987).
휴리스틱 기반 의사결정은 사람들이 에너지사용 기기의 효율을 제 대로 판단하지 못하거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에너지사용 습관을 형성하지 못하게 한다. 연비환상 실험(Sunstein and Thaler, 2008)에서 는 MPG(mile per gallon)가 높을수록 더 높은 연비와 더 많은 연료절 약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일상적 판단이 선입견을 만들어 소비 행동의 비합리성을 귀결한다는 것을 보인 바 있다. 연비환상 실험은 사람들이 MPG를 GPM(gallon per mile)으로 변환시켜 정확한 연료절약분을 계 산하기 보다는, MPG에 근거해 어림짐작으로 연비절약을 계산하는 과 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지적하였다. Allcott(2011)은 전력가격에 대한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면 오히려 소비자가 가장 쉽게 기억하고 익숙하게 생각하는 가격정보(혹은 가격탄력성)에 반응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⑤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decision-maker dispositions)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은 환경에 대한 태도, 에너지효율 투자 관련 지식, 기술친숙도 등의 요인을 가리킨다(Kastner and Stern, 2015). 내 적성향에는 Ajzen(1991)의 계획행동 이론(theory of planned behavior)
과 Schwartz(1977)의 규범 활성화 모형(norm activation model)에서 제시한 인간행동 결정요인을 비롯하여, 인간의 고유동기(intrinsic motiva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Pollitt and Shaorshadze, 2011)들이 포함된다.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은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의사결 정보다는 주로 에너지절약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14)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Ÿ 태도(attitudes): 어떤 행동을 취함으로 인해 예상되는 개인적 차 원의 결과(에너지절약, 에너지효율 개선 등) 및 사회적 차원의 결과(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에 대한 태도
Ÿ 주관적/사회적 규범(subjective/social norm): 특정 방식으로 행동 하게끔 유도하는 주관적/사회적 압력. 이 압력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회적 비판을 받을 수 있음.
Ÿ 온정(warm glow): 내재화된 규범의식 또는 개인적인 선행에 대 한 규범의식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자기제재가 초래하는 만족감 (Meyerhoff and Liebe, 2006). 주관적/사회적 규범과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함.
Ÿ 지식(knowledge): 에너지절약,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지식수준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은 경우에 따라서 에너지효율 격차를 심화시 키기도 하며 완화시키기도 한다. 에너지절약 및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 한 지식수준이 낮거나 기후변화 대응 등의 환경문제에 별 관심이 없
14)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보다는 경제성(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주관적 판단)이 에 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Kastner and Stern, 2015).
는 사람은 에너지절약 프로그램 참여나 에너지효율 투자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반대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사회문제를 해 결하는데 적극적이며, 에너지절약 및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해 지식수 준이 높은 사람은 에너지절약 프로그램 참여나 에너지효율 투자에 적 극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선행연구들은 의사결정자의 내적성향이 소비자들의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전력 등의 친환경적 재화 채택에 유 의한 영향을 미침을 보인 바 있다(Hirdue et al., 2011; Kim et al., 2013).
3.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수단
정책수단(policy instrument or policy option)은 “정책목표를 달성하 기 위한 수단”으로 정의된다(권기헌, 2014).15) 에너지시장이 완전경쟁 시장이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상황이라면, 경제적 유인을 통해 에너지 소비의 외부성을 내부화시키는 정책수단이 가장 효율적이며16), 여타 의 정책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Sutherland, 1996). 그러나 이 러한 상황은 현실세계에서는 매우 달성되기 어려운 이상적인 상황에 가깝다. 따라서 명령과 통제 기반의 정책수단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교 정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이 병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15) 권기헌(2014)에 따르면 정책수단은 실질적 정책수단과 보조적 정책수단으로 구 분할 수 있다. 실질적 정책수단은 정책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구체적인 정책의 실질적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 보조적 정책수단은 실질적 정책수단을 현실적으 로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으로, 정책집행의 거버넌스(governance)와 관련된다. 본 연구는 실질적 정책수단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한다.
16) 에너지소비의 외부성을 내부화하는 정책수단으로 세금부과(피구세 등)와 총량규제 기반 거래제(cap-and-trade 등)를 들 수 있다. 이들 정책수단은 완전경쟁 에너지 시장 및 합리적 소비자의 전제 하에 first-best-policy로 분류된다(Gillingham et al., 2009).
본 장은 에너지효율 격차를 해소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 과 그 장・단점을 고찰한다. 정책수단은 크게 경제적 유인을 활용하는 세금 및 인센티브(tax and incentive) 방식, 정부규제를 활용하는 명령 및 통제(command and control) 방식, 정보 공개(information discloser), 그리고 기타 방식으로 분류될 수 있다(<표 Ⅱ-2>). 그리고 이러한 고 찰에 근거해서 에너지의 비효율적 이용을 야기하는 각각의 원인요인 들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또 한, 정책수단 평가에 사용되는 기준에 근거하여 이들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수단을 비교・평가한다.
대분류 세분류
세금 및 인센티브 (tax and incentive)
① 세금
② 가격체계 조정
③ 인센티브
④ 거래기반 조성 명령 및 통제
(command and control)
⑤ 총량규제
⑥ 효율기준제 정보 공개
(information discloser)
⑦ 정보제공
⑧ 정보획득
기타 ⑨ 자발적 협약
⑩ 거버넌스 구축
<표 Ⅱ-2>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수단
1) 정책수단
① 세금
세금 부과는 에너지소비의 외부성을 에너지가격에 직접적으로 반영 시켜 에너지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17) 이는 피구(A. Pigou)가 제시 한 아이디어에 입각한 것이라는 이유에서 피구세(Pigouvian tax)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금의 대표적인 예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세금을 부 과하는 탄소세(carbon tax)를 들 수 있다.
[그림 Ⅱ-3] 세금 부과가 에너지소비에 미치는 영향 자료: Bye and Bruvoll(2008), Fig. 1
17) 기금도 세금과 동일한 효과가 있으나, 세금의 경우 부과금이 정부세원으로 편입 되지만, 기금의 경우 부과금이 특정 목적을 위해 적립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 다(UNECE, 2015).
[그림 Ⅱ-3]은 세금부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18) 청정 기술(green technology)을 사용하는 에너지공급자 g와 오염기술(black technology)을 사용하는 에너지공급자 b를 상정하자. 생산자 g의 한계 생산비용은 Sg, 생산자 b의 한계생산비용은 Sb이고, 세금부과 이전의 시장균형은 (x0, p0)이다. 만약 생산자 b에게 에너지공급의 한계외부 생산비용(marginal external production cost)만큼의 세금을 부과한다 면, 생산자 b의 에너지공급 곡선은 좌상향한다(S0b→S1b). 그 결과, 전체 에너지공급 곡선은 좌상향하여(S0→S1), 수량은 감소하되 가격 은 상승하는 새로운 균형(x1*, p1*)으로 이동한다. 새 균형에서 공급 자 g의 공급은 x0g에서 x1g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자 b의 공급은 x0b 에서 x1b로 감소한다. 이 때, 공급자 b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균형가격 (p1*)에서 에서의 공급자 b의 공급가격(p1b) 간 차이와 같다.19)
세금은 동일한 에너지소비 절감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명령 및 통제 방식에 비해 비용효과적이다(권오상, 2013). 세금부과를 통한 에 너지가격 인상은 단기적인 반등효과를 야기하지 않는다(Linares and Labandeira, 2010).20) 그리고 세금은 에너지효율 기술혁신을 유인하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Newell et al., 1999). 에너지가격 인상은 자 발적으로 효율을 개선할 유인을 제공하며, 비가역성으로 인한 효율투 자 의사결정 지연을 일부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임 승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수단이다. 세금수입은 에너지효율 정책 추
18) [그림 Ⅱ-3]에 대한 설명은 Bye and Bruvoll(2008), p. 5를 참조하였다.
19) 한계외부생산비용만큼의 세금부과를 통해 공급자 b가 x1b만큼 에너지공급을 할 경우, 공급자 b는 자신이 사회에 입한 피해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된 다(권오상, 2013). 이 경우, 2단계 부과(two-part charge) 등의 방식을 취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부과방식별 차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20)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에너지가격 인상은 에너지효율을 개선시켜 반등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반등효과의 직접적 원인은 가격인상이라기보다는 효율개선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