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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 사이에서 찾아보는 영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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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

사이에서 찾아보는 영도의 미래

김철우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대표이사 ([email protected])

근현대 역사의 굴곡을 간직한 영도

영도는 부산의 남서쪽에 위치한 면적 14.15㎢, 인구 약 11만 6000명(영도구청, 2020년 2 월 기준)의 섬이다. 19세기 개항과 더불어 부산항의 진출입로이자 배후단지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이 점차 드나들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정책으로 계획적인 매립과 도 로 준설이 시작되면서 조선, 항만, 제염, 도기 등의 본격적인 산업시설이 들어섰다. 1930 년대에는 약 4500세대, 약 2만 명으로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1934년 육지와 연결되는 영도 다리가, 1935년에는 옛날 시청까지 이어지는 전차가 개통되었다.

한국전쟁 때에는 피난민 수용소라는 이유에서, 산업화 시기에는 조선소의 일자리를 찾 기 위해서 전국 각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되었고, 한때 그 수가 약 22만 2천 명(영도와 봉래동 봉산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이르렀다. 특히 1937년 설립된 조선중공업 주식회사 (대한조선공사, 현 한진중공업)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조선업은 영도의 중심 산 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침체기를 맞으면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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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작, ‘돌아와요 부산항에’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수도권이 만든 삶의 표준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 표준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이것은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연결된다. 우리는 이 문 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의 끝에서 ‘각 지역에 맞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만들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면 각자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고 나아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우리가 살고 일하는 부산, 영도에서 이 생각을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각자의 가치를 주변에서 쉽게 누릴 수 있 다면 수도권의 삶을 좇아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Busan Port)’의 영문 이니셜과 연합(alliance)을 조합해서 RTBP alliance라는 회사명으로 2015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변에 잊혀지거나 버 려지는 공간과 이야기를 최대한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를 찾는다’라는 슬로건을 회사의 미션으로 정했고 그 역설을 정설로 만들기 위해 인문학적인 관찰과 과학적인 솔루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의 불균형 요소를 해결하기 이전에 알티비피얼라이언스가 해야 할 일은 영도가 어 떤 곳인지 확인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영도에 대한 애정과 자 부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변화의 원동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도의 역사, 이

<그림 1> 부산 영도와 ‘끄티’가 있는 영도 청학동 일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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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 사람들에 대해서 조사하고 무엇이 우리와 함께 공존해왔는지 들여다보았다. 주로 역 사와 생활문화, 식생, 사람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고, 학술적인 조사나 과학적인 탐구보 다는 주변에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아주 소소하고 미세한 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또,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이나 디자인할 때에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최 대한 활용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과 함께 어우러져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결과물은 공간이나 상품이 되기도 하고 프로그램이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했는 데, 이러한 원칙과 노력으로 얻은 것은 물리적 형태의 결과물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와 함 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 한 자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의미 있는 성과였다.

우리는 이런 활동을 통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찬찬히 깊게 대상을 들여다보는 시선 들이 얼마나 유의미하게 대규모 정책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는지, 나아가서 다음 정책 방 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효용성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도시 문제의 가설 검증과 해결방안

도시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변 상황에 대한 현황 분석이다.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곰곰이 파헤쳐보면,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방법을 토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계획해 나가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나면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인 방법을 고안하고, 그것 이 실제로 원활하게 작동할 것인지 사용자의 입장으로 그 경험을 도식화해서 다 같이 상상 해본다. 도면과 모델링,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서 아이디어를 가시적으로 구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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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여가-주거 실험

우리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먼저 불황으로 비어있는 공간을 되살리 는 일에 집중했다. 조성된 공간은 메이커스페이스 ‘플랫폼 135’, 복합문화공간 ‘끄티’, 마을 리조트 리셉션 ‘비탈’ 등 총 세 곳으로, 각 공간은 영도 전역에서 아카이빙한 지역의 환경, 역사, 사람, 이야기 등 영도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창업, 전시, 공연, 파티, 워 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곳이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크리에이터들과 얼라이언스를 결성, 현재 50여 개 팀, 약 100명의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서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항만도시, 그리고 세계의 항만도시로 거점을 넓혀가려고 한다. 거점에서의 주된 활동은 그 지역의 일상을 콘텐츠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현재 일, 여가, 주거의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역의 음식, 관광, 상품,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고, 제품뿐만 아니라 워크숍, 강연, 공연, 축제의 개최, 지역 가이드북 ‘영도다’, ‘봉산 아 카이빙’ 등의 출판과 지역 브랜딩 미디어 배급 등을 진행해 왔다.

일: 도착점이자 시작점, 플랫폼135

플랫폼135는 조선기자재 공장을 개조한 메이커스페이스로, 2004년 서울에서 활동하다 가 부산으로 돌아와서 창업했던 선박관련 디자인회사가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2014년 조 선업의 침체가 길어져 건물주가 운영하던 회사의 인원과 일이 줄어들었고 사무실과 창고

<그림 3> ‘플랫폼135’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교육 부산’ 프로그램(좌)과 ‘제주문화기획학교’ 워크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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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점점 빈 공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 빈 공간들을 알티비피얼라이언스가 아주 저렴하게 임대하고 손수 고쳐서 조선소에서 해고되거나 퇴직한 기술자들에게 창업이나 다른 분야 의 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했다.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사무실과 책상 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의 기간 동안 같이 생활하였다. 그 기 간 동안 협업이 가능한 팀들을 연결하기도 하고 팀을 구성해 정부지원사업이나 대기업의 R&D 사업을 수주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을 이어나갔다.

플랫폼135는 공간의 쓸모와 사람들의 역할을 되찾고 공간, 설비를 공유하면서 서로 시 너지를 낼 수 있는 일종의 기술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었는데, 현재 자발적으로 연간 5~10여 개의 팀이 구성되어 조선폐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가구, 가변식 태양광 발전시스템, 옥상 농장, 자율주행 시스템 등 도시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를 공유하며 더 나은 도시를 위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 다. 현재는 알티비피얼라이언스를 포함, 4개의 팀이 협업하고 있다.

여가: 바다와 마주 보는 땅의 끝에 위치한 ‘끄티’

<그림 4> ‘끄티’에서 진행된 ‘프로젝트合 - 대지와 불꽃’ 공연(좌)과 ‘카바레시월’ 행사 모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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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것이 다시 주변의 엔지니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도록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지금까지 총 32회의 공연과 전시, 워크숍을 진행했고 다수의 영화와 뮤직비디오의 스튜 디오 역할도 하고 있다.

주거: 봉래동 산동네 마을, 봉산마을의 ‘비탈’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봉산마을에 위치한 마을 리빙랩, ‘비탈’은 알티비피얼 라이언스 소유의 건물이다. 각층마다 각기 다른 주체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구성된 4층 건 물로, 봉산마을의 주민과 영도, 외부에서 온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지역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리조트 프론트 센터 역할을 한다.

1층의 ‘스쳐’는 지역 기반 식음료 카페테리어로 알티비피얼라이언스가 운영한다. 다양한 가설을 실험해보기 위한 정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로컬 푸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로컬 푸드를 활용한 전통주와 전통차 만들기, 해산물 조리법, 브랜딩 등을 경험해 보는 ‘주인공(酒人工)’, ‘차세대(茶世代)’, ‘영도의 맛’, ‘해녀의 식탁’, ‘환대’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2층 ‘올라서당’은 마을 리조트의 리셉션이자 라운지로 운영된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과 지역성을 느낄 수 있는 도시, 공간, 환경 관련 책과 정보를 큐레이션 하고 있으며 마을 을 찬찬히 살펴보고 생각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마을을 보고 각자 느 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다른 시선을 모아 지도를 만들어보는 ‘각각’, 1인 여성가구를 위한 주택 수리 워크숍 ‘뚝딱’, 버려지는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재사용하는 ‘찰나의 기록, 마

<그림 5> ‘비탈’의 ‘스쳐’에서 진행된 ‘차세대 로컬티브랜딩’ 프로그램(좌)과 ‘숙성의 맛’ 프로그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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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찾는 ‘마을팔레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층 ‘봉산마을 현장지원센터’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현장지원센터를 영도구 청에서 운영 중이며, 4층 ‘머물’은 로컬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들의 단기 체류 프로그램을 마을협동조합과 알티비피얼라이언스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여가-주거의 연결: 영도물산장려회관

알티비피얼라이언스가 창업 당시부터 목표로 했던 일-여가-주거의 연결을 실험하는 영 도의 라이프 스타일 센터는 2021년 겨울 완공 예정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을 포함한 알티비피얼라이언스 자기자본 약 50억 원과 주택보증기금의 보증 대여금 약 50억 원을 활용한 프로젝트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위한 코리빙, 코워킹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의 활

<그림 6> 봉산마을 주민들의 참여 속에 열린 마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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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지역의 숨은 자산 데이터베이스가 모여있고, 로컬 크리에이터 에이전시의 기능이 있는 지역의 앵커 플랫폼이 될 것이다. 알티비피얼라이언스의 활동에 공감하고 지역 문화와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한 아지트인 ‘영도물산장려회 관’을 통해 각 지역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브랜드를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확장해나 갈 예정이다.

영도의 가능성

최근 영도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항구 도시의 근대생활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 태종대와 영도다리, 흰여울문화 마을과 깡깡이예술마을, 그리고 봉산마을을 찾아오고 있다. 봉래산 산복도로와 항구 옆 보 세창고 주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카페와 식당도 들어서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특히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를 마주 보고 있는 바닷가 조선소 주변에서는 영화와 광고를 촬 영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영도의 재발견이라는 키워드가 부산연구원에서 조사한 부산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유명세와 함께 반대급부로 상업적인 이미지 소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으로 인한 둥지 내몰림 등 예측가능한 이슈는 고민과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세월과 이야기에서 감동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생겨나는 힘으로 공간, 제품, 프로그 램을 만들어내며, 이것으로 누구든 자기 주변 문제의 실마리를 찾거나 자신의 삶에 가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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