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면서 네트 워크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쉽게 쓰는 일상용어로 자리잡았다. 네트워크 에는 울타리도 경계선도 없다. 지구촌에 거대한 정보통신망이 형성되어 네트워크는 필요할 때 언제라도 쓸 수 있게 어디에나 널려 있다.
그런데 잠깐만 깊이 생각해 보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관계없이, 본래부
터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네트워크 구조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존재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나 사물 그 리고 환경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거꾸로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맺어진 연결망을 비롯하여 사회생활 속에서의 관계망, 경제활동에서 생산과 소비 그리고 분배 의 그물망,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태계 구성망, 몸속의 물질과 신경들 사이에 짜인 정보망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들에 이중삼중으로 둘러싸여 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네트워크 개념은 단연 우주 속에 존재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다. 글자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삼라만상은 모든 사물들과 온갖 현상들, 즉 만상(萬象)이 촘촘한(森) 네트워크(羅)로 연계 되어 있다는 뜻이다. 만상 사이에 서로 얽히고 설킨 시공간상의 씨줄과 날줄은 때로는 인연(因緣)으로, 때 로는 인과(因果)로 나타나면서 만상은 인연의 그물망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한 관계 를 아함경(阿含經)에서는“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으며, 이것이 태어남 으로 저것이 태어나고, 이것이 사라짐으로 저것이 사라지게 마련이다(此有故彼有 此無故彼無 此生故彼 生 此滅故彼滅)”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삼라만상 중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서로서로 관계를 가지면서 존재한다.
인연현상은 구체적으로 인(因)과 연(緣)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어떤 결과에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인이라 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원인을 연이라 하며, 그러한 직접원 인과 간접원인을 두루 합쳐 인연이라 한다. 또한 모든 사물과 현상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원인과 결과를 합쳐 인과(因果)라 하고, 원인과 결과를 잇는 네트워크를 인 과관계라 한다.
우주와 자연 그리고 지구환경과 인간세상은 거대하면서도 촘촘한 관계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관 계구조를 깊이 깨달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을 내몸 같이 사랑하고 아끼는 지혜의 눈도 절로 얻게 될 것이다.
김영표|국토연구원 연구혁신본부장
삼라만상과 네트워크
짧 은 글 긴 생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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