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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연구론총 16집> 한문소설 <승호상송기> 해제, 역주, 원문 - 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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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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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문소설 <僧虎相訟記> 해제 역주‧ ․ 원문

정병호1)

해제 1. <僧虎相訟記>

김광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1-84 에는474종에 이르는 고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희귀본이나 유.

일본 등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고소 설을 선정하여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 소설 100선 이라 하였다. <僧虎相訟記>

는 그 중 하나로 유일본이다.

는 김광순 소장 필사본

<僧虎相訟記>

한국고소설전집 77권에 수록되어 있는 한문소설이다 겉표지와 속표지에 모두. 로 표기되어 있으며 한지에

僧虎相訟記 , 정자체를 중심으로 略字를 섞어 필사하 였다 한글로. 懸吐되어 있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총. 23면으로 각 면 행 각 행7 ,

자 내외로 이루어져 있다

12 . <僧虎相訟 의 창작연대와 작자는 미상이다

> .

과 호랑이의 를 다룬 작품이다 인칭 주인공 나

<僧虎相訟記> 山僧 訟事 . 1 는 옛이야기와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의 집에. 놀러온 손님도 주인공과 취향이 같은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 공이 손님에게 이야기를 청하자 손님이 자신이 금강산 암자에서 어떤 노승에

경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승호상송기

< >

(2)

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 셈. 이다 손님이 전해준 이야기의 내용이 바로 산승과 호랑이의. 爭訟이다.

스님이 손님에게 말해주고 손님이 주인공에게 전해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 다 스님이 충청도를 지나가는데 함정 속에 빠진 호랑이가 이웃의 도리를 거. 론하며 구원을 요청하자 함정에서 호랑이를

구출해준다 그런데 호랑이는 굶주림을 이유. 로 스님을 잡아먹으려 하자 스님은 厚顔無 한 행위를 꾸짖으며 살아나기 위해 호랑

이에게 송사를 제안한다 이후 세 차례에 걸. 쳐 송사가 진행된다.

첫 번째로 이 둘의 송사를 맡은 자는 古 이다 고목은.

천하에 은덕을 잊은 자도 사람만한 것이 없고 은혜를 저버린 자도 사 람만한 것이 없다 고 하면서 호랑이에게 산.”

승을 빨리 잡아먹기를 재촉한다 호랑이가. 승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산승은 사람의 목. 숨은 매우 중한 것으로 한번만에 결정하기

에는 부족하니 다른 곳에 한번 더 물어보기를 호랑이에게 제안한다 승소를. 확신한 호랑이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두 번째로 송사를 맡는 자는 늙은 소이다 늙은 소는 산승이 여러 가지 죄. 를 열거하면서 그 폐해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염려하여 호랑이의 손을 들어 준다 특히 늙은 소는 농민들이 불공에 재물을 탕진하는 점을 들어 불교의. , 폐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궁지에 몰린 산승은. 三思三頌을 거론하며 마지막으 로 송사를 호랑이에게 제안한다.

세 번째로 송사를 맡은 자는 늙은 토끼이다 토끼는 자신을 호랑이의 숙부. 라고 하면서 함께 함정 속으로 들어가서 살펴보기를 제안한다 토끼는 함정. 속으로 호랑이를 유인한 뒤 호랑이와 산승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산승을 데 리고 밖으로 나와 버린다 다시 함정에 빠진 호랑이는. 구원을 요청하지만 토끼와 산승은 그곳을 떠나버린다 호랑이의 울부짖음으로 송사는 마무.

승호상송기

< >

(3)

리된다 산승이 결국 최종적으로 승소한 것이다. .

이와 같이 손님이 전해준 이야기를 주인공이 기록한 것이 바로 <僧虎相訟

>

記 이다 주인공은 작품의 말미에서 이 송사의 뜻을. 背恩忘德하는 자를 크게 경계시키는 데 두고 있다 호랑이는 바로 은덕을 저버리는 자의 비유로 설정. 된 것이다 은덕을 저버리는 자를. 懲治한 것이다 그 징치는 토끼에 의해 이. 루어진다 작품에서 토끼는 붓을 만들 때 필요한 자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 토끼는直筆을 상징하는 바 토끼를 최후의 심판자로 설정한 이유로 보인다.

이 작품은 寓話小說이다 동물의 세계는 인간세계로 환치할 수 있다 인간. . 사회에서 배은망덕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은. 혜를 저버리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 난다고 모두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다운 품격을 잃어버리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가 없다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 의이자 인간의 조건이다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배은망덕에 대한 처절한 반성. 의 소리로 들었으면 한다 서로 배려하고 그런 마음을 서로 기억하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僧虎相訟記>를 통해 굳게 다져지기를 기대해본다.

현대어역 2. <僧虎相訟記>

나는 나이 들어 공산公山1) 아래 달성達城 남쪽에 우거寓居하여 옛이야기 와 기이한 말을 매우 좋아하였다 지난 달 보름에 영북. 嶺北사람이 여기에 왔 는데 그 모습을 살펴보니 또한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붙잡아 유. 留宿토록 하였는데 날이 저물었다 저녁 먹은 뒤 주인과 손님이 한숨 자고. 나서 방문을 열어보니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로부터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버릇이 이내 도졌다 네가 손님에게 물었다. .

산과 바다를 두루 유람하였으니 필시 보고 들은 게 많을 터이니 들은 게

없는 이 사람을 위하여 한 자루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1) 공산公山:대구大邱의 진산鎭山인 팔공산八公山.부악父岳으로 불리기도 하였음.

(4)

손님이 말하였다.

저는 들은 게 없습니다

.”

나는 말하였다.

겸손하지 마세요 겸손하지 마세요

. .”

손님이 말하였다.

지금의 이야기도 옛날의 이야기와 같을까요

?”

나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

손님이 말하였다.

지난번에 금강산의 한 작은 암자에 투숙했을 때 암자에 어떤 노승이 있었

는데 고요한 밤에 저를 보고 웃으며 말하였다 예전에 소승에게 기이하고 기. ‘ 이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깥사람들에게 말한 적이 없었는데 유람을 좋아하는. 귀한 손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원컨대 이 일을 들어보시겠습니까?’

손님이 말하였다.

스님 무슨 일이 그러합니까

! ?”

스님이 말하였다.

소승이 나이 서른 살이 지나 곡식을 구걸하러 손에 작은 목탁과 한 길

의 석장

[ ] 錫杖2)을 잡고 충청도 상선동上禪洞을 지나갈 때 길가에 큰 함정 이 있었다 그 함정 안에서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저를 보고 울면서 말하였다. .

저는 스님과 산중에 같이 살았으니 교린의 정의가 있고 제가 들으니 목숨

을 구해주는 것은 이웃의 도리라고 하였습니다 원컨대 스님은 저를 살려 주. 십시오 저를 살려 주십시오. .”

소승이 그 정상을 불쌍히 여겨 함정을 파고 호랑이를 구출해주었는데 호

랑이가 말하기를 나는 여러 날 함정 안에 있어 굶주림이 심했는데 마침 스, ‘ 님을 얻었으니 요기하기에 좋다 고 하였습니다 .”

스님이 말하였다.

만약 속인이라면 호랑이 너를 죽여 관아에 바쳐 큰 상을 받았을 것이다

.

나는 이익을 일삼지 않고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에 너를 살려준 마음이 있었

2) 석장錫杖:승려들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

(5)

는데 너는 비록 짐승이지만 어찌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단 말인가.”

호랑이가 말하였다.

나의 소행이 비록 박정함에 가깝긴 하지만 옛말에 이르기를 굶주리고 추움

, ‘

이 매우 심하면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 하였으니 먹지 않고 어찌 하리오.’ ?”

스님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송사 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訟事 .”

호랑이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

호랑이는 생각하기를 이것은 주머니 속의 물건이니 내가 굶주림을 약간, ‘ 참다가 먹는 것이 좋겠다 라고 하였다.’ .

곧 서로 송사하기 위해 가다가 큰 길을 지나갈 때 길가에 큰 고목이 있기 에 스님이 곧 하소연하였다.

저는 함정 속에 있는 호랑이를 구해주었는데 도리어 재앙을 당하였으니

이를 장차 어찌 한단 말입니까 저는 오자서? 伍子胥3)가 어부漁父를 죽였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어부에게 자신의 칼을 주어 보답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또한 범수. 范睢4)가 문지기를 해쳤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 다 그는 문지기에서 후한 상금을 주어 보답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 호랑이의 경우에는 보답을 받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잡아먹히는 재앙에 이르 게 되었으니 엎드려 생각하건대 고목의 신께서는 밝게 살펴주십시오.”

호랑이도 또한 하소연하였다.

저의 소행이 비록 박정함에 가깝지만 또한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대저 백

.

이伯夷5)는 성인聖人이라 의리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首陽山

3) 오자서伍子胥:춘추春秋시대 초 나라 사람 이름은 운 . ,자는 자서子胥.오자서는 장 長江에서 배를 태워준 어부에게 자신이 차고 있던 칼을 주었다고 한다. [史記66

참조]

伍子胥列傳

4) 범수范睢: 전국시대 진 나라의 정치가 수가 . 須賈의 참소에 의해 위나라 승상 위제 에게 매를 맞아 갈빗대와 이빨이 부러졌다 이때 위제는 범수가 죽은 줄 알고 그를.

갈대자리에 싸서 측간에다 버리게 하였는데 범수는 문지기를 통하여 그곳을 빠져나와, 성명을 장록張祿이라 바꾸고 진 나라로 망명하여 소왕 昭王을 섬겨 진나라의 승상이 되었다 이때 범수는 자신을 구해준 문지기에게 후한 상금을 주었다고 한다. .[史記79

참조]

范睢蔡澤列傳

5) 백이伯夷:은 나라 때 고죽군 孤竹君의 아들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를 치자 이를 간. 하였고 무왕이 천하를 차지함에 아우 숙제, 叔齊와 함께 의리상 주나라 곡식을 먹을 수

(6)

서 굶어죽었지만 도리어 여상呂尙6)이 주나라를 속여 부귀해진 것만 못합니 다 더구나 저와 같은 미물로 끝까지 배은망덕하지 않고 죽더라도 어찌 청사. 靑史7)에 이름을 드리우고 단각丹閣8)에 몸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생? 각하건대 고목의 신께서는 저를 살리는 음식을 먹도록 해주소서.”

고목의 신은 양쪽의 말을 듣고 한참 뒤에 말하였다.

대저 천하에 은덕을 잊은 자도 사람만한 것이 없고 은혜를 저버린 자도

사람만한 것이 없다 내가 이곳에 서 있은 지 거의 천여 년에 이르러 수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끝내 의로운 사람은 한두 명도 없었다 바야흐로 여름날 삼. 복 때 말을 타거나 걸어가는 자는 고목 아래서 쉬고 짐을 지거나 이고 가는, 자는 그늘에서 쉬면서 흠뻑 젖은 땀을 말리고 무더운 더위를 씻어내었다 급. 기야 일상생활에서는 좌우에서 나를 돌아보면서 윗가지는 마룻대로 삼을 만 하다 고 하여 도끼로 찍어가고 아랫가지는 채찍으로 삼을 만하다 고 하여 꺾 어가니 지금 탁탁濯濯9)하여 그늘이 없는 것이 어찌 나의 본성이겠는가 또한. 깊은 산속의 초목이 꼴 베는 아이와 목동牧童의 재앙을 입지 않으면 빽빽하

없다 하여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만 캐어먹다가 굶어죽어 은나라에 대한 절 의를 끝까지 지켰다 맹자 만장. 萬章하 에 백이는 성인의 맑은 자이고 이윤은 성인 , “ , 의 책임있는 자이고 유하혜는 성인의 화 한 자이다, (伯夷 聖之淸者也 伊尹 聖之任者也

라 하였다 ).” . 柳下惠 聖之和者也

6) 여상呂尙: 강태공姜太公.그는 위수渭水 가의 반계磻溪에서 낚시질하다가 문왕文王 처음 만나 사부師傅로 추대되었다 뒤에 문왕의 아들인 무왕. 武王을 도와서 은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평정하였다.

7) 청사靑史:역사를 말함 옛날 대쪽에 문자를 기록할 때 대나무의 푸른 빛을 빼내고 나. 서 썼기 때문에 살청殺靑한청汗靑에서 어원이 생겼음.

8) 단각丹閣: 붉은 칠을 한 전각殿閣으로공신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움 예를 들면. , 한나 라 선제宣帝때 곽광霍光,장안세張安世,소무蘇武등 공신功臣11인의 초상을 그려서 걸어둔 기린각麒麟閣이나 한나라의 명제明帝가 전대前代의 공신들을 추모하여 등우 등 장수 28명의 화상을 그리고 이것을 보관하기 위하여 세운 운대 등과 같은

雲臺

공신각을 말한다.

9) 탁탁濯濯 : 소와 양이 초목을 해쳐서 온 산이 반질반질한 모양. 맹자》〈고자告子 상 에 우산 牛山의 나무가 일찍이 아름다웠는데 대국, 大國의 교외郊外이기 때문에 도 끼와 자귀로 매일 나무를 베어 가니 아름답게 될 수 있겠는가 그 밤낮으로 자라나는, . 바와 우로雨露가 적셔 주는 바에 싹이 나오는 것이 없지 않건마는 소와 양이 또 따라, 서 방목되므로 이 때문에 저와 같이 탁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탁탁한 것만을 보고. 는 일찍이 훌륭한 재목이 있은 적이 없다고 여기니 이것이 어찌 산의 본성이겠는가, . (牛山之木 嘗美矣 以其郊於大國也 斧斤伐之 可以爲美乎 是其日夜之所息 雨露之所潤 非 無萌蘖之生焉 牛羊又從而牧之 是以若彼濯濯也 人見其濯濯也 以爲未嘗有材焉 此豈山之 라고 하였는데 이는 사람의 성품이 본래 선하지만 물욕에 침해당하는 것을 비

)” ,

性也哉 유한 말.

(7)

고 울창한 데 이르게 될 터인데 산승의 무리가 부목한負木漢10)으로 하여금 빽빽하고 울창한 데 도끼를 넣도록 하여 고목의 신이 울부짖게 하니 차마 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 가운데 어찌 이보다 심한 것이 있겠는가 이로부터 살펴. 보건대 조금도 너그럽게 하지 말고 원컨대 산군山君11)은 속히 산승을 먹을 지어다.”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며 곧장 앞으로 나오며 말하였다.

이렇게 한 이후에도 어찌 탈이 있겠는가

.”

스님이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매우 중한 것이니 한번만에 결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다른

.

곳에 한번 더 물어보는 게 어떠한가?”

호랑이가 말하였다.

좋다 한번 더 송사해보는 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 .”

곧장 두 번째로 심판을 받기 위해 큰 들판을 지나가다가 들판 가운데 늙은 소가 있었다 소승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소는 인가에서 기르는 동물이니 반. , 드시 사람을 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곧 소에게 하소연하였다.

내가 함정 속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었다가 도리어 재앙을 입게 되었으

니 소여 소여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소도 또한 생각하기를 스님을 살려주! ! . , 면 그 재앙이 자신에게 미칠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말하였다.

원컨대 산군께서는 빨리 산승 을 먹으시오 송사를 번거롭게 하다가 이

山僧 .

기지 못한다면 산승을 먹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산승의 죄를 열거해 보겠. 습니다 임금을 버리고 직분을 벗어났으니 이것은 임금 없는 백성으로 세상에. 살아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버지를 버리고 머리를 깎았으니 이것은. 아비 없는 자식으로 세상에 살아간들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또한 아이 때 절. 에 올라간 날에 넉넉하고 부유한 스승을 택하여 반평생을 의탁하다가 스승 이 늙자 재물을 빼앗아 속세로 내려왔으니 이것은 스승 없는 제자로 세상에 살아간들 무엇을 볼 수 있겠습니까 또한 우리 주인은 요승. 妖僧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약간의 농사지은 것으로 몇개월 동안 불공을 드리다가 재물을

10) 부목한負木漢:절에서 밥을 짓고 물을 긷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

11) 산군山君:산짐승의 왕이라는 뜻에서 호랑이를 말함, .

(8)

탕진하고 끝내 봄을 보낼 계책이 없어지고 도리어 나의 연명할 방책마저 잘 라버렸습니다 이로부터 살펴보건대 산승의 폐해가 도리어 죄없는 저에게 미. 칠 것입니다 저는 누군가를 미워하면 한번 떠받을 마음이 일어나니 외나무다. 리에서 만날 날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습니까 원컨대 산군께. 서는 한편으로는 여러 날 굶주림에 배불리 먹고 한편으로는 저의 지극한 원 통함을 풀어주소서.”

호랑이가 말하였다.

좋구나 좋을시고 비록 소를 탄 관원이라 하더라도 결정이 여기에서 벗어

. .

날 수 없을 것이다.”

호랑이가 곧장 다시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나오면서 말하였다.

이와 같이 한 이후에도 다시 어찌 탈이 있겠는가

.”

스님이 말하였다.

옛말에 이르기를 우이독경

, ‘ 牛耳讀經12)이라 하였으니 함정에 들어가 보지 않고 송사를 어찌 밝게 처결할 수 있겠는가 공자가 말하기를 세 번 생각하. 고 세 번 송사한다[三思三訟]’고 하였으니 다시 밥 먹을 정도의 시간을 청하 여 다른 곳에 물어보는 게 어떠한가.”

호랑이가 좋다 고 하였다 .

세 번째로 송사하기 위해 어떤 산모퉁이를 지나갔는데 산중에 늙은 토끼가 있었다 소승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토끼는 붓을 만들 때 필요한 동물이고. , , 붓은 곧으니 반드시 곧게 말해줄 것으로 여기고 하소연하였다.

내가 호랑이를 살려주었는데도 도리어 재앙을 받았으니 이 무슨 일인가

,

이 무슨 일인가.”

토끼가 말하였다.

호랑이는 우리 집안의 조카이다 송사를 처결함에 혐의스러운 점이 있는 듯

.

하니 함께 그곳에 가서 그 땅의 형세로 이해利害를 검토한 연후에 처결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호랑이는 토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토끼와 스님과 함께 함정에 가니

12) 우이독경牛耳讀經:쇠귀에 경 읽기라는 뜻으로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알아듣, 지 못함을 이르는 말.

(9)

토끼가 말하였다.

호랑이 조카야 너의 머리는 어디에 너의 발은 어디에 있었기에 어떤 상

! ,

황이었느냐?”

호랑이가 함정에 들어가 말하였다.

숙부님 숙부님 이러저러 했습니다

! ! .”

토끼가 말하였다.

스님 어떤 상황에서 보고 있다가 도리어 재앙을 받았습니까

! ?”

스님은 곧장 조금 물러나면서 이러저러 했습니다 하였다 .” . 토끼가 말하였다.

스님 가세요 스님 가세요 옛말에 이르기를 지척

! . ! . 咫尺13)이 천 리와 같다 하였으니 어찌 감히 해칠 리가 있겠습니까.”

토끼와 스님이 모두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자 호랑이가 곧장 크게 울부짖 으며 말하였다.

숙부님 숙부님 저를 살려주세요 저를 살려주세요

! ! . .”

토끼와 스님은 끝내 돌아보지 않고 떠나자 호랑이가 곧 크게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내가 두 번의 송사에서 해준 말을 듣지 않다가 도리어 해로움을 맛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이른바 한신韓信이 여후呂后14)에게 속임을 당해 죽은 것15)이다.”

손님이 말하였다.

이리하여 스님은 목숨을 구하여 오래도록 살았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는

.

다만 이것뿐입니다.”

13) 지척咫尺:아주 가까운 거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4) 여후呂后:한나라 고조高祖의 황후로 고조가 죽은 뒤에 여주, 女主로 집권하여 여씨 일족을 왕으로 봉하고 유씨 의 한나라를 위태롭게 한 여씨의 난 을 일으켰다 수 .

劉氏

백 년 뒤에 광무제가 후한後漢을 일으켜 한나라의 사직을 회복한 뒤에 여후를 폐하였 다.

15) 한신이죽은 것 :여후呂后는 한신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변보를 듣고 한신을 소환 하려 했다 그러나 사세가 여의치 않자 소하와 모의 끝에 진희. , , 陳豨가 이미 죽은 일에 대해 신하들을 모두 축하하게 하고 소하가 한신에게 아무리 몸이 아프더라도 들어가, 축하하라 고 속여 한신이 들어가니 여후는 무사.” , , 武士들을 시켜 한신을 포박해 죽였 .[漢書34韓信傳참조]

(10)

나는 말하기를 좋도다 좋도다 이것은 등불의 심지를 자르는 가운데 새, “ ! ! 어나온 이야기로다.”

이튿날 아침에 손님은 떠나고 나는 이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이 송사의 큰. 뜻은 지금의 배은망덕背恩忘德하는 자를 크게 경계시키고 후학들로 하여금 호랑이를 그리다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지경 화호불성[ 畵虎不成]16)에 이르지 않도록 함에 있을 뿐이다.

원문 3. <僧虎相訟記>

1

하야 러니

予以年老 寓居於公山之下達城之南 頗好古談及奇語 昨月望 有嶺

어늘 하니

北人 來到 覌其狀貌 亦好弃17)人也 挽以留宿하니 時則日暮矣

主客

2

俱罷 一榻睡하고開戶而視之하니 星月 皎潔 尙奇之癖 因玆以發이라

하야 리니 하야

予問客曰 遨遊山海之間 必多聞見矣 可爲此無聞之人 作一柄話 客曰 予未有聞也로라予曰 無謙無謙

3

하라 客曰 今之說 猶古之說乎 予曰 諾 客曰 曩者 投宿於金剛山中一

할 하야

小庵 庵中 有一老僧 因靜夜對我笑曰 昔者 小僧 有怪怪之事

曾不向外人言이러니今得侍好遊之尊

16) 화호불성畵虎不成:뜻만 높을 뿐 성취하는 바가 없어서 남의 조롱만 받는 미천한 재 주라는 뜻 후한. 後漢마원馬援이 호협, 豪俠하여 의리를 중시하는 두보杜保를 애지중지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제대로 본받지 못할 경우에는 그지없이 경박한 사내가 되고 말, 것이니 이는 이른바 범을 그리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도리어 개같이 되고 마는 것, 이다.畫虎不成反類狗라고 조카들을 경계시키면서 아예 그를 본받지 말라고 훈계한 고사가 있다. [後漢書24馬援列傳참조]

17) 의 오기.

(11)

4

하니 호리라

願以此事 聞之 客曰 僧乎 何事乃爾 僧曰 小僧 年過三

하고 할

十有餘 以乞穀次 手執一小木鐸 一丈錫杖 過忠淸道上禪洞 路傍 有一大陷穽하고穽中

5

有一大虎하야 对我泣曰 吾與和尙으로 同居山中하니 曾有交隣之誼하고

라 하니 하소셔

聞救活 有隣里之道 願和尙 活我活我 小僧 憐其情牀18) 開穽而出之러니虎曰 吾累日 在穽中

6

하야 飢而甚矣라가 適得和尙호니 好頓点心이로다 僧曰 若俗人 則殺汝而納之

하야 이어늘 하고 이러늘

受其重賞 吾不以利爲事 以恩爲事 故 有活汝之心

汝雖禽獸 寧不顔厚乎 虎曰 吾之所爲

7

이나

雖近於薄情 古語 云 飢寒 至甚 不顧廉恥 不食而何 僧曰 然則

이타

訟決而行之 可也 虎曰 諾 囊中之物也 吾小忍飢腸而食之 可也 타 하고乃相訟次 過一大道할路傍有一大古木이어늘

8

라가 하니

僧乃陳辞曰 吾活穽中之虎 反受其禍 此將奈何 吾未聞子胥之殺漁父

하고 어늘

而有與劒之報 亦未聞范睢之害守者 而有贈金之報 今虎則見報 姑舍 하고反致噉食之禍하니伏惟古木之神洞

9

하소셔 이나

察焉 虎亦陳辞曰 吾之所爲 雖近於薄情 亦無可奈何 大抵 伯夷

18) 의 오기.

(12)

聖人이라 義不食周粟而餓死於首陽山이나 反不如呂尙之欺周而富貴 況乎

라도

如我微物 終不背恩忘德而死 寧有垂名

10

하라

於靑史 立身於丹閣乎 伏惟古木之神 活我再生之食 古木之神 聽兩

하고

隻之言 良久 曰 夫天下之忘德者 莫如人也 背恩者 莫如人也

로라

立於此地 幾至千有餘歲 而終無一二義士 閱人者多矣

11

終無一二義士로라 方夏三伏之際 騎步者 休於下하고 負戴者 息于陰 하야 透冲之汗 已乾하고 中蔽之暑 已澣하야 及其起居之際 左右顧覌予

이라 하야 하고 이라 하야

曰 上枝 可以爲棟 斫以去之 下枝 可以爲鞭

12

하니 리요

以去之 至于今濯濯無陰者 豈吾之本性也哉 且深山之艸木 不披19)

어늘 으로

牧之禍 至於森森㭗㭗者 山僧之類 使負木漢 斧入於森森㭗㭗之間 하야古木之神流之號泣하니不忍之人心 寧有甚於此哉리요由此

13

큰댄 이엇다 에도

覌之 少不寬恕而願山君 速食 虎乃咆哮而前曰 如此之後 有何

하니 이라

頉乎 僧曰 人命至重 一決不足 更一他處 如何 虎曰 諾 更一

리요 하니 어늘

應訟 何難之有 乃二審次 過一大野 野中 有一老牛

14

이라 이라 하고

小僧 自念 牛者 人家之所畜 必爲人 乃陳辞曰 吾活穽中之虎 라가 反受其禍하니 牛兮牛兮 奈若何 牛亦念活僧 則禍及己 曰 願山

어늘 이면

速食而已 何至煩訟而不得 寧不食乎 吾數山僧之罪

19) 의 오기.

(13)

15

호리라 棄君而避役하니 無君之民이라 生世何用이며 捐父而削髮하니 無父之子也 生世 生世何爲 且兒時 上寺之日 擇其饒富之師하야

라가 하니

其半世 及其師老之際 奪財下俗 無師之弟也 生世

16

하고 으로

何看 且吾家主人 信聽妖僧之言 以畧小所農 數月佛功 蕩盡錢財 하고 終無經春之計 則反生屠我延命之策하니 由此覌之큰山僧之害 反及於

러니

無罪之牛也 吾見憎 則有一番抵觸之意 何幸

17

리오 하고

有獨木橋相逢之日也 願山君 一以飽累日之飢腸 一以雪老物之至冤 虎曰 善哉善哉 雖騎牛官이라도 決之無過於此矣이라 하고 乃更哮而前曰

에도

如此之後 更有何執頉乎 僧曰 古語 云 牛耳

18

이라 하니 이어든 이라하니

讀經 於不可入 訟安敢明決乎 孔子曰 三思三訟

하야 다하고 할

乞一刻之食 更一他處 如何 虎曰 諾 三訟次 過一山山隅

어늘

山中 有一老兎 小僧 自念 兎者 作筆之物

19

筆者 直也必以直으로爲言하리라 하고乃陳辞曰 吾活虎而反受其禍 此何事此何事也 兎公曰 虎 乃吾家之侄也 聽訟 似有嫌疑之端하니

하야

如同往其處 以其地勢 点之利害然後 決之可

20

라한

虎乃信聽叔侄20)之言하고 乃與兎僧으로 同往陷穽處하니 兎公曰 虎

하야

汝頭在何邊而足在那邊 作何牀21) 虎入陷穽하야 叔主叔主

20) 의 오기.

(14)

로라

此如此 兎公曰 僧乎 作何牀22)而見之라가反受其禍也

21

僧乃小却曰 如此如此로라 兎公曰 僧去僧去엇다 古語 云 咫尺 如千里 라 하니 安敢有相害之理也리요 兎僧 共不顧而去한 虎乃大號曰 叔主叔主 活我活我하라兎僧終不顧而去한虎乃大號曰 吾不聽二訟之言라가

22

하니 로다

反致嘗害之地 此所謂韓信見欺於呂后而死者也 僧乃因此得活至老矣 소이다 吾所聞者 只此而已로라 予曰 善哉善哉 23)灯中一漏辞也 明朝客去하고予因述此旨하야已記之하노니此䟽之大

23

로라

最戒今世之背恩忘德者 而來後之學者 無至畵虎也不成云爾

21) 의 오기.

22) 의 오기.

23) 의 오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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