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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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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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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짧다. 전제왕조가 끝난 것이 100년이 조금 넘었고 그 전제 왕조를 끝낸 외세의 또 다른 전제적 지배가 끝난 것이 68년 전이다. 68년의 역사 가운 데에도 3년의 미국 군정이 있었고 짧지 않은 기간 독재가 있었다. 지금과 같은 민주주 의를 간단없이 행사하게 된 것은 길어야 25년?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것은 지금 누리 고 있는 민주주의가 매우 오래된 무엇이 아닌가 하는 지나친 친근감이다. 친근하면서 도 무언가 불안한 그 무엇이다. 몸에 아직 잘 안 맞는 옷 같기도 하고 딱히 고장 난 것도 아닌데 고장 난 것으로 느껴지는 마차 같기도 하다. 왼쪽이 삐걱거리는 것 같아 들여다보면 그것도 아니고 오른쪽이 그런 것 같아 세우고 보면 또 그것도 아니고 말이 문제인 것 같아 내려서 보면 역시 멀쩡해 보인다.

그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는 매우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설익은 그 무엇이다. 민 주주의를 담아내는 우리의 체제가 아직은 너무나 불완전하고 불안하기까지 한 그 무엇 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느낌의 핵에는 이 나라의 정치가 있다. 정치가 권력을 중 심으로, 또 그것을 쟁취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보면 너무나 쉽게 이 해할 수 있다. 대권에 실패한 집단의 상실감과 대권을 놓친 집단의 금단현상을 이 나 라에서만큼 극명하게 그것도 너무 자연스럽게 달리 보면 천박하기까지 한 방법으로 드 러내는 경우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집단에서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시사철 우리의 정치는 너나할 것 없이 대권투쟁이고 이념투쟁이다. 하루도 누군가가 누군가에 게 욕설을 퍼붓지 않는 날이 없다. 또 누군가는 누군가를 나쁜 인간으로 덧씌우기 위 해서 일반 국민이 한 평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용어와 자귀로 우리를 놀라 게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 그들은 매우 유식해 보이지만 지금 그들이 행사하는 대한민국 의 정치는 국민의 행복에 전혀 봉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집권하고 있는 세력이나 집권을 노리는 세력 모두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행복에 봉사하지 못하는 세력들이 민 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한편으로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을 유 지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는 것이다. 대권을 위해서는 나라가 찢겨도 좋고 망해도 좋고 후진국으로 다시 전락해도 좋다는 투다. 왜 대한민국에는 국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한가?

조장옥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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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행복에 봉사하고자 노력하는 아니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정치인이 이렇게도 없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놀음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정치와 정책이 대한민국의 저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어

민주주의가 규율을 잃고 비틀거리는 사이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단계로 진입하였고 저성장의 덫은 이미 이 땅의 고단한 보통사람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저성 장은 장기적으로 추세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정치와 정책이 그것을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음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 말기에 집값을 잡겠다고 박은 부동 산 시장의 못들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것이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보다 독재적 인 조치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시장을 폐쇄할 정도의 조 치를 취하는 것이 무슨 경제정책인가? 시장을 폐쇄하면 경제현상과 함께 경제 자체가 소멸한다는 이치조차 모른다는 말인가? 지금 운위되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 그리고 소위「하우스 푸어」의 문제는 시장을 경시한 경제정책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폐쇄는 대한민국 경제의 저성장 진입에 크게 공헌하였다고 본다.

아직 부동산시장에 취하여야만 할 정책들이 없지 않고 양도세 영구인하와 같은 법안 은 세월을 잊은 채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 아마도 혹자는 물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못은 이미 대부분 뺐다고. 그런데 왜 시장이 이 모양이냐고? 이와 같은 물음 역시 시 장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장을 하루아침에 폐쇄할 수는 있지만 하루아 침에 세울 수는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을 폐쇄하고 나면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변하고 그와 같은 기대가 시장폐쇄이전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새로이 등장하 는 시장이 다시 폐쇄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값진 경험을 한 셈이지만 대가를 치르는 주체는 정치인이 아니지 않은 가. 힘없고 서러운 일반 대중이고 어찌할 바 모르는「하우스 푸어」인 것이다.

여기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싸잡아 참여정부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참여정부에서 잘한 정책이 왜 없겠는가. 경제위기를 잘 넘겼다고 자 화자찬을 하면서 물러났지만 이명박 정부, 참여정부보다 얼마나 나은 정책을 펼쳤는지 의문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정치와 정책이 얼마나 무책임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만 한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으로 돌아가 보자.

후보들마다 내건 무책임하고 이룰 수 없는 공약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경제민주화와 복지, 재정개혁과 지하경제 양성화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공약한 바와 같이 실천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고 잦은 인사실패로 이제는 개혁과 행정의 동력까지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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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실천할 수 없는 공허한 공약, 나아가 정치적 허세는 결국 정치적인 사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기가 비일비재한 것은 우리 국민이 너무 너그럽기 때문이 다. 우리는 왜 심판할 줄을 모르는가? 캐나다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다. 1993년 12월 31일에 귀국하였는데 그 바로 전에 선거가 있었다. 수상은 브라이언 멀루니였고 보수 당이었다. 선거 전에 보수당의 의석은 160석 이상으로 과반의석이 훨씬 넘었다. 그러 나 그 선거에서 보수당이 얻은 의석은 불과 3석이었다. 경이롭지 않은가? 어떻게 160 이 넘는 의석의 집권여당이 겨우 3석의 의석을 얻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세월은 무상하여 지금 보수당은 다시 집권당이 되었다. 심판도 하지만 용서도 하는 것이다.

그 해 눈 폭풍 때문에 눈이 1미터 이상 쌓인 캐나다의 아름다운 설경보다 비행기 안 에서 생각하고 느낀 것은 그 국민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정치인은 심판의 가능성이 상 존하지 않을 때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같이 된다. 무책임하 고, 나라보다는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이고, 이념에 충성하고, 타의 의견과 국민을 무 시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정치와 정책으로 눈뜨고 사기치고, 시장까지 폐쇄할 수 있다는 발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불안하다. 정 치인들은 모두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 는 그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불안하다. 불안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말 한 사람이 있었던가? 우리 모두 반성하자. 지역정서 때문에, 이념 때문에, 이런저런 인 연 때문에 심판하지 못한 과거를. 국민이 심판의 능력을 확보하기 전에 민주주의는 완 성되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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