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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서 법인세 인하정책을 ‘부자감세’라는 틀 속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고 속 에는 법인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 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은 부자이므로 법인세의 누진인세 정책방향에 대해 혼선을 가진다. 개방화 시대에 법인세 인하추이는 국제규범 수준으로 나가고 있으 나, 우리의 법인세 인하정책은 ‘부자감세’라는 틀 속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개방화 국가인 한
법인세에 관한 여섯 가지 미신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jkhyun@keri.org)
KERI Brief
1. 배경
□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증세논의가 제기됨에 따 라 법인세 인상에 대한 정책안이 정치권에서 간간 히 나오고 있음. 또한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법인 세 인하정책을 ‘부자감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법 인세 인하정책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임. 법 인세 부담이 높아야 좋은 정책이란 인식에는 법인 에 대한 잘못된 미신들이 깔려있으며 대표적으로 다음을 들 수 있음.
- 법인은 부자이며, 특히 재벌가와 동일시하는 경향 이 있으므로, 법인세는 재벌가들이 부담하는 것으 로 생각함.
- 따라서 법인, 특히 재벌가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높 이는 것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정책방향이라 생각하 므로, 법인세율 체계가 누진구조를 가지는 것을 당 연한 것으로 생각함.
- 또한 누진구조에서 최고한계세율은 높이는 것이 좋 은 정책으로 생각함에 따라, 과거 두 단계의 누진구 조였던 것을, 2012년에 세 단계의 누진구조로 바꾸 었음.
□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배경에는 ‘법인세는 실제로 누가 부담하는가?’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 고 있기 때문임.
- 재정학에서 조세귀착(tax incidence) 이론은 ‘법인세는 경제적으로 누가 부담하는가?’에 대해 연구하는 분 야로서 1960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이론 및 실증 연구 결과들이 있음. 50여 년 동안 연구된 법인세의 귀착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치하는 결론을 제시 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 로 잡을 필요가 있음.
□ 본고는 법인세 귀착 연구결과에서 보여준 재정학 적 진실을 토대로 한국에서 만연하고 있는 법인세 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에서 상대적으로 심각하다 고 생각되는 여섯 가지를 지적함.
2. 법인세에 대한 잘못된 미신들 [미신 1] 법인은 부자다?
□ 법인(法人) 정의로 위키사전에 의하면, ‘자연인 이외 의 것으로서 법률에 의하여 권리능력이 인정된 단 체 또는 재산을 말한다’임. 따라서 법인은 생명체가 아니며, 법률에서 존재하는 임의 단체일 뿐임.
- 법인이 존재하는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코즈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가능함. 즉 개인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노동을 언제 든지 고용 및 해고가능하면, 법인이 필요 없으나, 노 동고용에는 거래비용이 따르므로, 법인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거래비용을 줄이므로, 훨씬 효율적임.
□ 법인을 재벌가계와 혼동한다고 해도, 법인의 주인 은 전체 주주이며, 재벌가계의 지분은 전체 주식에 서 차지하는 일부분일 뿐이므로, ‘법인=재벌가계’
란 등식은 성립할 수 없음.
- 국내 최고법인의 경우에도 회장을 포함한 가계지분 은 전체의 2% 이내임.
[미신 2]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한다?
□ 법인세를 실제로 부담하는 주체를 규명하는 이론 및 실증연구는 50여 년 동안 재정학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었음.
- 모든 사람들은 세금을 싫어하므로 세금을 부과하면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고 하며, 이를 ‘조 세전가(tax shifting)’라고 함. 조세전가를 통해 합법적 으로 가능한 타인에게 전가하게 된 결과, 즉 최종적 으로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느냐에 대한 연구분야를
‘조세귀착(tax incidence)’이라고 함.
□ 법인세를 부과하면, 여러 명의 경제주체들에게 전 가될 것이며, 그 논리는 다음과 같음.
- 법인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주주에게 일정부분 부 담함.
- 법인은 종업원들의 임금 혹은 복지혜택을 줄임으로 써, 결과적으로 법인세의 일정부분을 종업원들에게 전가함.
- 법인은 생산한 재화 혹은 서비스의 가격을 조금 올 림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전가 가능함.
□ 법인세 전가(shifting)로 인해 궁극적으로 세금을 부 담하는 경제주체들은 주주, 종업원, 소비자, 자본 가임.
- 결국 법인세는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보 는 게 타당함.
▶ 법인세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부담한다.
[미신 3] 법인세를 통해 소득재분배가 가능하다?
□ 세금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는 세율체계가 누진구조를 가져야 함. 우리의 법인 세율 체계도 과표구간 2억 원과 200억 원을 기준 으로 10%, 20%, 22%의 세 단계 누진구조임.
- 법인세제가 누진구조인 것은 법인세를 통해 소득재 분배 기능을 달성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있기 때문.
- 그러나 앞의 법인세 귀착이론에서 살펴보았듯이, 법인세는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므로, 누진구조를 가진다고 해서, 소득계층별로 세부담이 누진형태로 나타날 수 없음.
- 선진국들의 법인세율 구조를 보면,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은 단일세율 체계를 가지고 있음. 이는 법인세제를 통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달 성하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음을 의미함.
▶ 법인세로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달성할 수 없다.
[미신 4] 법인세를 인하하면 부자만 혜택 본다?
즉 ‘부자감세’다?
□ 정치권에선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는 용어로 정책방향을 비판하고 있음. 그러나 법인세 귀착이 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법인세 인하정책 과 부자감세와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개념임.
- 법인세 귀착이론에 따르면 법인세는 국민이 부담하 는 세금이므로, 법인세를 인하하면 국민들의 세부 담이 낮아지는 것임.
□ 법인세 인하정책은 경제주체들의 세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법인세 인하를 통해 자본투자 에 대한 수익률을 높여서 기업투자를 촉진하려는 정책의도임.
- 재정학에서 1960년대부터 조세와 기업투자 간의 관계 를 연구하였으며, ‘신고전투자이론(neoclassical investment theory)’으로 잘 정립되어 있음. 이 이론에 의하면 법인 세 인하는 기업이 투자하는 자본비용을 낮추므로 자 본투자를 늘리게 된다는 것이며, 많은 국가들에서 이 이론을 실증적으로 검증한 결과, 이 이론이 옳음을 전 세계적으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음.
□ 국가경제의 성장은 기업의 투자수준과 밀접한 관 계를 가지므로, 신고전투자이론에 의하면 법인세 인하는 국가경제 성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음.
- 따라서 법인세 감세정책은 부자의 세부담을 낮추는
‘부자감세’가 아니고, 법인세를 인하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부자되자는 ‘감세부자’가 옳은 표현임.
▶ 법인세 인하정책은 ‘부자감세’가 아니고, ‘감세부 자’이다.
[미신 5] 법인세 인하해도 법인은 투자하지 않는다?
□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현금 보 유만 높이므로, 법인세를 인하해서는 안된다는 논 리도 있음.
- 그러나 이는 정책효과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기 때 문임.
□ 법인세 인하는 기업이 투자하는 자본비용(혹은 자본
에 대한 가격)을 낮추므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
학 원론에 나오는 수요이론과 같은 논리임.
- 수요이론은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량이 늘어난다는 법칙으로, 상식적인 지식임. 그러나 이 이론은 총체 적 개념이지 모든 개인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 는 논리가 아님. 즉 특정 재화에 대한 가격이 떨어져 도 이 재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가격인하와 관계없 이 수요량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 그러나 이 재화의 가격인하로 인한 효과를 전부 합한 시장수요를 살 펴보면,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량은 늘어나는 것임.
따라서 가격인하의 수요량 증가효과는 모든 개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이 아니고, 시장전체의 수요에서 나타남.
- 법인세 인하로 인해 기업의 자본비용이 떨어졌다 해도, 개별 기업에 모두 적용되지는 않음. 특정 기업 의 경우에는 법인세를 인하해도 노사문제 등 다른 요인으로 투자를 늘리지 않을 수 있음. 그러나 법인 세 인하로 인한 모든 기업의 투자총액의 변화량을 살펴보면, 대체로 투자수준이 증가할 것임.
- 결론적으로 법인세 인하의 기업투자 효과는 개별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고, 모든 기업 투자 수준을 합한 총체적 투자량의 변화를 의미함.
▶ 법인세 인하로 인해 모든 기업의 투자수준이 높아 지는 것이 아니다.
[미신 6] 법인의 세부담은 명목 법인세율에 의해 결정된다?
□ 법인세 수준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가
‘명목 법인세율’이며, 국제 간 비교에서, 한국은 중 간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므로(전체 34개 OECD 국가 중
에서 21위), 높여야 한다는 논리를 많이 사용함.
- 법인세 부담은 ‘명목세율’과 ‘과세기반’에 의해 결정 되므로, 명목세율만을 지표로 사용해서 법인세 부 담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음. 과세기반을 결 정하는 정책인 감가상각제도, 비용공제 제도 등도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 수준을 결정하므로, 이를 동 시에 고려해서 접근해야 함.
□ 법인세 수준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경제 력임.
- 자본이동이 활발한 개방화된 세계경제 속에서 국가 의 경제력이 중요한 고려사항임. 즉 소규모 개방경 제를 가진 한국 같은 국가는 세계경제의 리더격인 미국, 일본에 비해 법인세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음.
- 이런 시각에서 조사해 보면, 2012년 전체 OECD 평
□ 법인세 수준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는 ‘법인세수/
GDP’이며 한국은 3.5% 수준임.
- 이는 전체 OECD 국가들 중에서 4위이며, 한국의 조 세부담율은 하위권이지만, 법인세 부담만이 유독 높은 수준임을 보여줌. 조세부담율이 한국의 2배 가 까운 스웨덴의 법인세 수준과 같은 수준임.
□ 법인세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선, 명목세율과 과세 기반을 동시에 고려한 ‘유효세율’ 혹은 ‘유효한계세 율’을 사용해야 함.
- 그러나 간간히 이를 추정한 연구는 있지만, 국제적 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구들에서 주기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므로, 유효세율을 통한 비교가 필요 는 하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
▶ 명목 법인세율을 단순비교해서 법인세 정책을 평 가해선 안 된다.
3. 교훈
□ 법인세는 국가의 미래의 경제수준을 결정하는 중 요한 정책이나, 한국에선 법인세 인하정책을 ‘부자 감세’라는 틀 속에서 비판하는 경향이 있음.
- 법인이 부자이므로, 소득재분배 관점에서 누진구조 를 지지하는 계층이 많을수록, 법인세 정책을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음.
- 세계는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조세경쟁’하고 있으므 로, 세계 흐름에 동참하는 선도적 법인세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법인세에 대한 잘못된 미신을 바꾸 어야 함.
- 법인은 부자가 아니며, 모든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 금이므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실현할 수 없으므로, 성장 친화적인 정책방향으로 가야 함.
-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고, 감세해서 한국 이 부자되자는 ‘감세부자’가 옳은 표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