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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기준 및 효율성 판단기준의 개선방향 검토

1. 후생기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국의 경쟁당국은 각기 나름대로의 후 생기준에 기초하여 특정 기업결합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 다. 지금까지 적용되어 왔거나 논의된 적이 있는 후생기준은 가격기 준Price Standard, 소비자잉여기준Consumer Surplus Standard, 총잉여기 준Total Surplus Standard, 힐스다운기준Hillsdown Standard, 가중잉여기 준Weighted Surplus Standards, 공익기준Public Interest Standard 등이 다.66) 본 절에서는 이들 기준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장단점을 비 교하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1) 후생기준 비교

1) 가격기준

가격기준하에서 기업결합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가격이 상승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하에서는 효율성 증대효과가 긍정적인 요소로서 고려되기는 하나 최소한 그 효과의 일부가 반드시 소비자 에게 이전되어 가격이 하락하거나 적어도 상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만 고려된다. 그만큼 효율성 증대효과에 대한 고려가 소극적 이고 제한적이며, 효율성 이득의 소비자이전Pass-on을 중시한다. 그 러나 Pitofsky(1992)가 지적한 바와 같이 효율성 이득의 소비자이 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장구조가 거의 완전경쟁시장이어야 하 는데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처음부터 합병을 추진할 유인이

66) 공익기준은 경제학적인 의미의 후생기준과는 다른 차원의 개념으로서 종합적인 비 용-편익분석의 개념과 유사하나 본 연구에서는 편의상 후생기준의 범주에 포함시 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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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67)

엄밀한 의미의 가격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사실 없지만 미 국과 일본의 후생기준이 대체로 이에 가까운 편이다. 이러한 가격기 준하에서는 제2장의 <그림 1>에서와 같이 가격상승을 유발하는 기 업결합은 효율성 증대효과의 크기에 관계없이 허용되지 않는다.

2) 소비자잉여기준

소비자잉여기준은 전술한 가격기준과 매우 유사하나 소비자후생 에 영향을 주는 가격 이외의 요소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 다. 소비자후생과 관련된 비가격 요소에는 신제품, 품질, 상품 다양 성Variety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기업결합으로 인해 가격이 인하되 더라도 품질이나 제품 다양성이 크게 감소하는 경우 동 기업결합은 가격기준을 만족하지만 소비자잉여기준을 만족시키지는 못하며, 반 대로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품질이나 제품다양성이 크게 증대되면 동 기업결합은 가격기준을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소비자잉여기준 을 만족시킬 수 있다. 상품 및 서비스의 호환성 여부도 소비자후생 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비가격 요소이다. 예를 들어, 호환성이 없는 두 통신망이 합병하여 호환성을 갖게 되는 경우 이용자들은 가격이 다소 상승하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통신할 수 있게 됨으로써 후생이 증대될 수 있다. 이 경우 동 합병은 가격기준을 만족시키지 는 못하지만 소비자잉여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제 2장의 <그림 1>에서 수요곡선의 우상향 이동으로 나타낼 수 있다.

현재 기업결합심사의 후생기준으로서 소비자잉여기준을 채택하 고 있는 국가 또는 지역으로는 미국, 일본, EU, 영국 등을 들 수 있

67) Pitofsky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비자이전 조건을 “살인조건(killer qualification)”

이라고 불렀다.

다. 단, 미국의 후생기준은 엄밀하게는 소비자잉여기준이지만 전술 한 바와 같이 가격기준에 가까운 편이고, EU에서는 소비자후생을 기준으로 하되 기술 및 경제의 진보를 추가로 고려하며, 영국에서는 고객편익 외에도 공익(국가안보)을 고려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 특히 후술하는 총잉여기준의 옹호자들은 소비 자잉여기준이 전통적인 후생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즉 전통적인 후생이론에서는 사회후생을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 의 합으로 나타내지만, 소비자잉여기준은 생산자잉여를 전혀 고려 하지 않음으로써 가치기준이 소비자이익에 편향되고 사회전체의 후 생극대화를 도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캐나다 경쟁법원

Competition Tribunal은 전술한 Superior Propane 사건에 대한 재심결 정Redetermination Decision에서 “소비자잉여기준을 채택할 경우 효율 성 항변Efficiency Defense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이유로 소비자 잉여기준의 채택을 단호히 거부한 바 있다.68)

3) 총잉여기준

총잉여기준하에서 기업결합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 즉 총잉여를 증가시키는 경우 허용된다. 이는 제2장의 <그림 1>에서 합병으로 인해 가격이 P1에서 P2로 상승하고 평균비용이 AC1에서 AC2로 감소할 때 효율성 증대효과(사각형 BHGF)가 사중손실(삼각 형 EHC)보다 큰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총잉여기준하에서 가격상 승에 따른 소비자와 생산자간 부의 이전(사각형 P1P2EH)은 총잉여 를 변화시키지 않으며,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총잉여기준 은 후생경제학적 관점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Williamson(1968)도 이 후생기준을 제안하였다.

68) Commissioner of Competition v. Superior Propane, Inc.(2001), D.L.R.(4th) 130.

132 기업결합심사의 후생기준과 효율성 증대효과의 판단

총잉여기준은 1991년 이후 캐나다에서 채택되어 왔는데, 최근 캐 나다 경쟁국Competition Bureau은 총잉여기준이 가격상승을 초래하는 합병의 방어를 용이하게 하므로 보다 엄격한 소비자잉여기준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총잉여기준 옹호자인 McFetridge(2002)는 소비자잉여기준이 경제전체에 바람직한 합병 을 금지시키고, 부Wealth의 이전을 부의 파괴로 간주하며, 후생경제 학적 기반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4) 힐스다운기준

힐스다운기준Hillsdown Standard은 제3장 제2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힐스다운 합병사건에서 경쟁법원이 경쟁법 제96조에 대해 내 린 법률해석에서 유래한다. 즉 캐나다 경쟁법원은 이 사건에서 경쟁 법 제96조 제1항(효율성 항변규정)이 총잉여 대신 소비자잉여를 기 준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합병 이후 가격상승에 따른 부Wealth의 이 전(<그림 1>에서 사각형 P1P2EH) 또는 소비자후생손실은 가치중 립적인 것이 아니라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 장하였다. 이는 <그림 1>에서 효율성 증대효과(사각형 BHGF)가 사중손실(삼각형 EHC)과 부의 이전효과(사각형 P1P2EH)의 합(사 각형 P1P2EC)보다 커야만 해당 합병이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기준은 가격기준 또는 소비자잉여기준보다는 느슨하지만 총잉여기준보다는 훨씬 엄격하다.

5) 가중잉여기준

가중잉여기준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를 모두 고려한다는 점 에서는 총잉여기준과 같다. 그러나 총잉여기준하에서는 소비자잉여 와 생산자잉여에 대해 동일한 가중치가 적용되지만, 가중잉여기준

하에서는 두 잉여에 서로 다른 가중치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에 각각 1과 0.5의 가중치를 부여할 경우 소비자잉여 1억원은 생산자잉여(이윤) 2억원에 해당되 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중잉여기준은 소비자와 생산자간 부의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 경쟁국의 경제자문관이었던 Townley 교수 에 의해 제안되었고, Superior Propane 사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 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기준은 적절한 가중치Balancing Weights를 결 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적절한 가중치에 대한 결정은 기업결 합이 소비자 및 생산자(주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치판단과 사 회경제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이 가중잉여기준을 채택한 나라의 예는 아직 없지만 실제로는 많은 나라에서 기업결합 분석과정에서 생산자잉여보다는 소비자잉여를 더 중시함으로써 암묵적으로 가중잉여기준을 많이 적 용하고 있다.

6) 공익기준

앞에서 살펴본 다섯 가지 후생기준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만을 고려하되 두 잉여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한 것 이다. 그러나 공익기준하에서는 이 두 가지 잉여의 범주를 넘어 기 술진보, 경제발전, 국제경쟁력, 고용, 지역경제, 환경, 국가안보 등 공익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며, 공익의 크기가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효과 등 사회적 폐해보다 클 때 동 기업결합은 허용 된다. 이러한 공익기준하에서 사회적 폐해는 대체로 경쟁제한효과 에 초점이 주어지지만 이에 대비되는 공익은 생산적 효율성, 동태적 효율성 등 경제적인 효율성뿐만 아니라 경제 외적인 사회적 편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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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하게 고려되기 때문에 어떤 기준하에서보다 경쟁제한적인 기 업결합이 허용될 가능성이 높고, 자의적인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 지가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결합의 비용과 편익을 경쟁 또는 경제영역에 국한하여 판단하지 않고 사회전체적인 비용편익 분석에 입각한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이 인정되기도 한다.

현재 공익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로는 우리나라와 호주 등을 들 수 있으며, 기업법이 발효된 2003년 6월 이전에는 영국이 이의 대표적인 국가였다. 호주의 경우에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실질적인 경 쟁제한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된 기업결합의 당사회사가 재심을 요청한 경우 호주의 경쟁당국인 ACCC는 공공편익을 감안하여 기 업결합의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감안되는 공공편익은 지침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천연자원 개발, 국제경쟁력, 고용, 노사화합, 중소기업 지원, 환경보호 등 매우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실제의 심결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진지하게 고려된다. 반면, 우 리나라에서는 시장점유율 조사에 의거 경쟁제한성이 의심되는 기업 결합사건에 대하여 경쟁제한효과와 함께 다양한 공익적 요소들이 한꺼번에 검토되는 체제를 이루고 있으며, 실제의 심결과정에서는 지침에 열거된 다양한 공익적 요소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전술한 바와 같이 2002년의 기업법이 발효되기 이전에는 공익기준을 채택하여,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여부와 관계없이, 설 정된 공익기준에 비추어 기업결합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였다. 따라 서 경쟁제한성이 없는 기업결합도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경우 에는 불허되며, 반대로 경쟁제한성이 있는 기업결합도 공익을 이유 로 허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은 (i) EU의 관련규정과의 조화를 도모하고, (ii) 기업결합심사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의 여지를 축소하 기 위해 기존의 공정거래법을 대체하는 기업법을 제정하였으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