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건설기술개발과 지원방안
전문건설업체의 기술혁신 필요성과 R&D 지원방안
기계설비건설업계의 기술개발과 발전방안
1. 국내 건설환경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
최근 우리 건설산업에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 한 에너지가 느껴지고 있다. 그 변화의 에너지는 2016년의 한국 건설산업이 정말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국가재 정운영계획의 중·장기적 추세를 볼 때 더 이상 건설산업이 SOC 투자에 의존해 발전하기를 기 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다, 2007년 이후 우리 건설산업의 큰 버팀목이 되어 주던 해외건 설 수주가 지난해 2014년 대비 30% 가량 감소한 461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다시 2008년 이전 수 준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건설산업 내·외부적으 로 많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반짝 좋았던 주택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유가 하락,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2016 년의 우리 건설산업은 최악의 국면을 맞을 것이 라는 우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건설산업은 오랜 경험(know-how)과 숨은(unknown) 기술 들이 건설산업 내부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 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에너지가 사실상 충분하다 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인식하고 있다. 다만 오 랜 시간 잠자고 있는 이러한 에너지를 작동시키 기 위해서는 우리 건설산업에 ‘혁신’이라는 첨가제
(additives)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혁신이 시작되어 야 할지가 중요한 문제인데, 혁신의 시작점을 찾 기 위해서는 우리 건설산업이 직면한 내면적 현황 과 문제점을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내 건설산업 내면을 문제제기 적인 관점에서 진단하자면 첫째, 그 동안 건설산 업이 공동주택과 대규모 SOC 사업(도로, 교량, 철도 등) 중심으로 물량 위주의 성장을 해왔다 는 것이다. 물량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고, 수 요가 또 다른 공급을 만들어내는 순환을 거치면 서 부족하지 않은 물량 탓에 건설산업을 창조적 으로 변화시킬 에너지를 사용할 겨를이 없었다 고 진단할 수 있다. 둘째, 건설업체들이 너무 많 이 증가했다. 종합건설업, 전문건설업, 설비건설 업, 시설물 유지관리업 등 국내에 6만여 건설업 체들이 존재한다. 건설업 면허제의 등록제 전환 및 그다지 어렵지 않은 등록요건 탓에 수주 영 업력만 갖춘다면 건설업체의 설립·운영은 특별 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이와 같 은 양적 성장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는 매우 크 다. 셋째, 근래 들어 해외사업 의존도가 매우 심 화된 바 있다. 국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건 설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일부 대기업 건설사 를 중심으로 늘어난 해외수주는 국내 건설업체 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을 더욱
전문건설업체의 기술혁신 필요성과 R&D 지원방안
유일한 |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
부추기고 있다. 넷째, 어려워진 건설산업 환경이 건설업체간의 과당경쟁을 만들어낸다. 양적 성 장에 익숙해져 있는 업체들이 최근 줄어든 수주 물량으로 인해 우선 사업만 따고 보자는 식의 과 당경쟁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저가수주 관 행이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저가 수주는 결국 수익성의 저하로 이어진다. 최근 전 체 건설업체들의 평균 수익률이 제로(0)에 가까 운 수준이다. 이 얘기는 전체의 절반 가까운 업 체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것으로도 받 아들일 수 있다. 건설기업의 구조조정과 부도가 끊임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다. 게다가 해외공사의 수익성까지 크게 의심받 고 있는 상황이다. 여섯째, 건설시장에 수많은 잠재인력이 존재한다. 관리직, 기술직 구분 없 이 많은 인력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계속되는 수 주 한파와 부도·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취업상태 를 유지하거나 새롭게 취업해야 할 인력이 넘쳐 난다. 그 뿐만 아니라 건설관련 학과에서 매년 새로운 인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배출하고 있다.
일곱째, 우리 건설시장은 내부적으로 불법 또는 불공정거래가 만연되어 있다. 하도급을 주로 담 당하는 전문건설업체는 이렇게 관행화 되어 있 는 불법·불공정거래 탓에 미래에 대한 대비보 다는 과거와 현재를 바로잡는데 에너지를 집중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건 설산업 내부적으로는 비생산적인 소송과 불신을 불러일으켰고, 외부적으로는 이미지 추락이라는 큰 상처만을 남겼다. 여덟째, 양적인 성장을 하 며 현실적 문제에만 치중하다 보니 건설산업은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이 타 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건설산업이라는 나무는 지면 아래에 혁신의 뿌리를 내리지 못함으로 인해 고목이 되
어가고 있고, 교육현장(대학 뿐 아니라 젊은 엔 지니어를 양성하는 산업현장도 해당)에서는 산 업 혁신의 뿌리를 이끌어낼 사고 위주의 교육이 매우 부족했다. 이러한 문제들의 결론은 건설뿌 리산업으로부터의 혁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산업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전문건설 업체들의 기술혁신, 사업혁신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2. 전문건설업의 중요성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이 중요하다는 말이 많이 나돌곤 한 다. 특히 최근에 건설산업이 내적·외적으로 여 러 가지 위기에 직면하면서 중소·전문건설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역 사와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 건설산업이 최근 왜 더 큰 위기를 맞고 있으며, 왜 중소·전문건설업 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 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75년 전문건설업 면허제도 도 입 이래 법적으로 건설산업의 분업화와 전문화 를 추구하고 있으며, 현재 5개의 종합건설업종과 29개의 전문건설업종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종 합적인 계획·관리·조정의 역할을 하며 해외건 설 수주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 왔던 종합건설 업이 건설산업이라는 나무의 5개 가지라면, 29 개 전문건설업은 그 나무의 뿌리라고 할 수 있 다. 이 뿌리를 채우고 있는 핵심 영양분이 바로 기술력인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외형 확장을 위해 가지 늘리기에 주력했던 반면,
뿌리를 견고히 하는 데는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 실이다. 결과적으로 해외건설 수주와 매출 등에 서 그 동안 많은 성과를 보였으나, 수익성은 크 게 위험한 상태를 보이는 등 내실이 없는 상황이 다. 뿌리가 부실했기 때문에 해외에 우리의 전문 건설업체들과 엔지니어들이 동반진출하지 못하 고 현지(local) 또는 외국의 업체와 인력들이 실 제 수주의 많은 부분을 하도급, 자재·장비, 컨 설팅과 엔지니어링 등의 명분으로 가져가는 현 상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우리 건설산업은 오랜 시간동안 양적 성장 의 시기를 거쳐 오면서 질적 성장의 절실함이 부 족했었고, 수주영업 위주의 활동에 치중하면서 산업의 뿌리가 되는 전문건설업과 중소기업의 육성에 소홀했던 탓에 견고한 supply chain을 구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산업의 성장과 함 께 부가가치의 성장을 이루어 놨어야 하는데 여 전히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어놓지 못 하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
문에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중국 등 저가수주를 앞세운 신흥세력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건 설산업 supply chain의 핵심을 구성하는 우리 전문건설업체들이 다양한 기술상품(product of technology)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강 소기업으로 육성되도록 하며, 전문건설업체들의 시공기술을 고부가가치 기술로 변화시키는 혁신 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건설업의 혁신 에너지 를 생성하고 응집시키기 위한 방안은 우선 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이라고 생각된다.
3. 건설 R&D 투자의 현재와 미래
최근 R&D 사업들의 주된 특성은 차세대 성 장동력 창출 및 기술의 고부가가치화이며, 융·
복합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그림 1> 연차별 정부 및 국토교통 R&D 투자 규모
자료 : 국토교통부·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2015.12), 2016년도 국토교통기술 연구개발사업 시행계획
R&D 투자 규모도 지속 성장 중인 가운데 국토교 통 R&D 예산은 이미 연간 4,000억 원을 훨씬 상 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추진 중인 국토교 통 R&D 15개 사업 중 전문건설업을 포함한 중 소기업이 참여할 만한 사업으로는 기반구축 부 문의 ‘국토교통기술사업화지원사업’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건설 중소기업들의 참여는 매우 미 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관련법(건설산업기 본법)에 의해 29개 업종으로 분업화·전문화되 어 있는 전문공사 업종별 기술육성 및 R&D 지원 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건 설 R&D 투자의 현실이다.
구분 R&D 사업목적 주요 추진내용
건설 기술 부문
건설기술연구 SOC 시설의 전주기적 안전성, 고부가 가치화, 첨단화를 통한 기술력 제고
첨단재료 개발, 교량·터널 등 설 계·시공 등
물관리연구 국가 물관리 위기상황 대응 및 국민의 고른 물복지 실현
물재해 저감, 안정적 수자원 확보기술 등 플랜트연구 플랜트 핵심공정, 기본설계 및 실증연구를 통한
국제경쟁력 제고
해수담수화 플랜트, 가스·자원 플랜트 등 도시건축연구 국민행복 증진·도시활력 제고를 위한
新건축문화, 도시재생 연구
도시재생, 건축 BIM 설계기술, 녹색건축기술 등 주거환경연구 국민체감을 위한 쾌적·장수명·안전성 등
건강한 주거공간 구현
주택성능 개선, 제로 에너지·
조립식 주택기술 등 국토공간정보
연구
국토공간정보 생산, 가공, 유통, 활용 및 융·복합 시스템 구축
공간정보 빅데이터 구축·분석·활용기술 등
교통 기술 부문
교통물류연구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 보장과 편리한 교통체계·서비스 연구
미래형 교통시스템 및 물류시스템 개발 철도기술연구 최첨단 미래 철도시스템 및
독자적 핵심·원천기술 확보
철도 수송용량 확대 및 안전·편의성 제고기술 항공안전기술
개발
미래 항공교통 수요 선제적 대응 및 항공기·항행·공항 안전연구
항공기 안전관리 및 인증 기술, 항행안전기술 등
기반 구축 부문
국토교통기술 촉진연구
창의·혁신적 기초·원천기술, 국제연구 및 연구 인프라 강화
창의도전연구, 실험시설 인프라 구축, 국제협력 국토교통기술
사업화지원
기술가치 실현을 위한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위한 중소기업 역량 강화
중소기업 기술·아이디어 사업화, 구매조건부 R&D 국토교통기술
지역특성화
지역현안 및 특화기술 연구를 위한 지역밀착형 지역거점센터 구축
지역거점센터 중심으로 지역현안 기술개발 지원 국토교통연구
기획
新가치 창조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미래 핵심기술 발굴·기획
사업별 기술개발과제의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국토교통연구
성과활용지원
기술 신뢰성 검증, 공공기술 이전, 홍보 등 연구성과 활용을 지원
기술시험·기술가치평가, 연구성과 시장진출 지원 등 정책연구개발 환경변화에 따른 정책현안의 수시·단기
해결을 위한 연구 일반 정책연구 등
자료 : 국토교통부·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R&D 중장기 전략(2014.7)” 및 “2016년 연구개발사업 시행계획(2015.12)”을 참고하여 작성
<표 1> 추진 중인 15개 국토교통 R&D 사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