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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한국의 소득주도성장 논의 및 가계지출 경감 정책

한국은 1990년대 이후 복지국가의 틀을 갖추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이후 소득의 불평등도는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 소득 50%를 기준으로 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2003년 11.1%에서 2018년 1/4분기에 13.7%로 증가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는 2003년 0.275에서 2018년 1/4분기에 0.328까지 뛰어올랐 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한국 경제성장률은 1997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10년 동안 연평균 8%

를 넘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성장은

국내 소비와 점차 더 무관해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민간소비의 국내총생 산(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노태우 정부 때 6.06%에서 이명박 정 부 시기 1.70%로 급감했다(한국은행, 2018; 윤홍식, 2018 재인용).

이와 같은 상황은 과거의 대기업 및 수출주도성장이 일정한 한계에 도 달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2018). 즉, 대기 업이 주도하는 수출 증대가 투자를 끌어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낙 수효과가 약화하면서 전통적인 정책 기조가 기업과 가계 사이의, 대기업 과 중소기업 사이의, 그리고 노동자 사이의 격차를 크게 벌리는 ‘3중의 불 균형’을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김태일(2018)은 소득주도성장론이 제시하는 가계소득의 증가를 통한 성장의 경로를 정리하면서, 노동소득분배율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 고, 소비 증가가 다시 총수요 증대, 그리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설 명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분배정책이 단기간 내에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국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불평등 심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장기적인 성 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시장경제의 공정성을 높이는 정책 은 넓게 보면 소득주도성장론의 처방에 해당된다. 셋째,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수요 증대도 필요하다. 노동소득분배율 을 높이는 정책은 수요 부족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가 될 것이다. 가계의 소득 증대는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국정 운영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 다. 여기서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 증대, 가계지출 경감과 복지 강화 를 기반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소득분배 를 개선하는 경제성장”(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2018)으로 정의된다.

〔그림 2-1〕 한국 소득주도성장의 3대 축

자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누리집(http://www.ilg.go.kr/html/sub2_1.do에서 2019. 10.

31. 인출.

정부에서 제시하는 소득주도성장의 3대 축 가운데 주목을 끄는 지점은

‘가계지출 경감 정책’ 부분이다([그림 2-1] 참조). 소득주도성장은 주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가계소득 증대 정책으로 상징되지만, 이 부분은 소득 주도성장의 세 가지 기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가계지출 경감 대책이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주요한 축이 되는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가계소득 을 시장을 통해서 증대시켜도, 공공서비스의 부재로 인해 가계의 지출 부 담이 크다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 문이다.

정부의 문제의식도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특 별위원회(2018)는 현재 가계지출의 35%가 주거, 의료, 교육, 통신, 교통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점을 지적하며 가구의 핵심생계비를 경감하기 위 한 정책이 실시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핵심생계비가 줄어들면 여가·

문화·자기계발 등에 쓸 수 있는 여분이 늘고, 그에 따라 관련 산업에 대한 수요를 늘려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 라 정부에서 제시하는 지출 비용 경감 정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뤄 지고 있다(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2018).

첫째는 의료비 부담 경감 정책이다. 세부적으로는 건강보험 역할 강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치매국가책임제 등이 제시됐다. 둘째는 보육과 양육의 국가 책임 강화다. 국공립어린이집과 유치원 확충 등을 뼈대로 하 는 보육 공공성 강화 및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 지원 등이 세부적인 정책이다. 셋째로 주거비 부담 완화 정책 은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100만 호 공급, 주택 수요자별 맞춤형 금 융 지원,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는 가계의 지출 부담을 줄여 가계의 소비 여력을 증대하고 생활 수준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를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점에서 정책 평가를 하기 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구에서 필수적인 생활비를 제외한 소득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가 요구된다. 다음 장에서 가구의 소득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