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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정치의 이론적 부상/맥락

문서에서 '퀴어'정치의 가능성 (페이지 27-33)

Ⅱ. 새로운 정치로서 ‘퀴어’에 대한 이론적 논의

1) 퀴어정치의 이론적 부상/맥락

퀴어는 1990년대 초기에 대중화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상한’,

‘수상한’, ‘괴상한’이란 뜻을 지닌 형용사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서구 영어권 국가에서 이원적 성별 규범과 이성애 제도를 거스르는 사람을 경멸조로 가리키 는” 단어로 쓰였다(푸아, 2016:89). 반면 조지 천씨(George Chauncy)는 ”1910년 대와 1920년대까지 여자 같은 자신의 젠더 지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동성애적 측면에서 자신이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여겼던 남자들이 자신을 ‘퀴어’라고 불 렀다“고 본다(야고스, 2017:120). 퀴어의 연원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퀴어

가 사용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으며 몇몇 사료를 통해 유추해 보는 스, 2015:121). 특히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루이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이 론을 통해 ‘정체성’ 개념이 급진화 된 모습으로서 ‘퀴어’가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은 이데올로기로 의해 가능했다.

개인들이 하나의 사회로서의 사회에 대해 맺고 있는 구체적, 의식적 또는 무 의식적 관계를 구성하는 제 효과의 형태로 그것이 생산될 수 있을 정도로, 즉 사람들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그들의 생활, 사업, 행동, 태도, 기능 등을 사회적으로 그 속에서 수행하게 되는 이데올로기의 물신성의 효과에까지 도달 할 수 있어야만 한다(알튀세르, 1991:82).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에 주체를 구성하는 기능을 부여한다(진태원, 2011:94).

개인은 자유로운 주체로서 선재하지 않으며 그 반대로, 이데올로기에 의해 그와 같은 것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개인들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주체 들로서 ‘호명되거나’, ‘불러내’지며 호명은 강력하게 혼합된 인정과 동일시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야고스, 2015:127). 알튀세르에 따르면 주체들은 자의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힘들다. 이데올로기라는 사회적 통념 속에 자신을 형 성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는 권력 관계가 특정 유형의 정체성을 생산해 내는 방식 에 주목한다. 그가 말하는 통치기술은 규율권력, 생명권력이다. 권력관계가 주체 를 생산해 내는 방식에 주목한다. 권력의 작동을 국가 장치로 보는 알튀세르와는 다르게 개인도 권력의 작동에 공조한다고 보았다.

푸코는 정체성은 권력과 개인간의 타협과 상호 작용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권력이 오직 위계적 관계의 표식이 아니듯이 마찬가지로 담론은 단순히 어떤 것 을 위하거나 혹은 반대하지 않고 끊임없이 야기하며 다층요소적 성격을 갖는다 고 주장한다(야고스, 2012:131).

요컨대 성에 대해 행사되는 아주 미세한 온갖 폭력, 성을 수상쩍은 듯이 바라 보는 모든 시선, 성의 가능한 인식이 말소되는 모든 은닉 장소를 광범위한 권력 의 독특한 형태와 연관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성에 관한 담론의 풍부한 생산 을 다양하고 유동적인 권력관계의 장(場)속에 잠그는 것이 중요하다(푸코, 1990:114).

결과적으로 푸코는 권력을 특권의 행사가 아닌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발생

적인’, ‘불확실한’, ‘고정되어 있지 않은’과 같은 ‘해체하기’ 의미가 퀴어이론에서

제국주의적 퀴어이론의 경향에 대한 우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때 미셸 푸코가 성애의 기술 논의에서, 에드워드 사이드가 자신의 해체적 저술에서 원시적 해방, 고삐 풀린 죄악, 그리고 정체성이나 결과를 수반하지 않 는 행위들의 장소로 표현한 동양(오리엔트)은, 이제 억압과 도착이 동시에 존재 하는 장소를 상징하며, 서구식 정체성이 바로 자유의 새로운 현장이 되었다(푸 아, 2016:96).

서동진(2012)은 섹슈얼리티를 생산하고 분할하는데 작용하는 힘을 민족-국가라 는 현실적인 가상으로 보았다. 섹슈얼리티는 무엇보다 개인을 주체화하는 데 있 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어떤 민족의 성원이 아닌 개인이 없다는 것은 곧 성정체성에 분배되지 않은 개인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서동진, 2012:265-266).

따라서 퀴어이론이 보편적인 해방 이론을 지향함과 동시에 민족화함으로써만 섹슈얼리티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은 퀴어에 관한 이론 역시 민족-국가라는 지역적인 세계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서동진, 2012:266). 결과적으 로 축제를 지역 역사·문화의 관계 속에서 형성하고자 했던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실천을 한국형 퀴어이론 형성의 맥락에서 분석하려는 것은 이러한 시도의 일환 이다.

자스비르 푸어(Jasbir K. Puar, 2016)에 따르면 현재 퀴어이론과 섹슈얼리티 연 구는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봉착하였으며 그에 대한 대답이 요청된다. 즉 오늘날 의 죽음 정치적인 상황은 “신체, 욕망, 쾌락, 촉감, 리듬, 공명, 질감, 사망, 질병, 고문, 통증, 감각 그리고 처벌 등”에 역점을 두는 제국의 메타 이론에 기대고 있 으며 이러한 “현실 정치” 상황에서 퀴어이론과 섹슈얼리티 연구도 그 둘레를 벗 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양과 그 밖의 나라로 나누어진 퀴어이론 내 이분법은 또 다른 제국주를 양 산한다고 푸어는 말한다. 따라서 퀴어주체와 비퀴어 주체의 이항 대립이 지니는

특권적 지위를 박탈하고, 퀴어를 교차성과 동일성 패러다임에 저항하는 퀴어배치 의 하나로 재명료화하는 것이 퀴어이론과 운동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는 기존 퀴어의 지배적 대형과 공모성과 우발성을 확인하여 이의 제기, 저항, 대안으로서 의 의미를 재획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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