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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퀴어’정치

문서에서 '퀴어'정치의 가능성 (페이지 57-68)

Ⅲ. 한국 퀴어운동의 양상

2) 제주의 ‘퀴어’정치

(1) 제주도 퀴어운동의 전개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시발점은 2017년 4월 13일 군 인권센터에서 “육군 참모총장이 동성애 군인 색출 및 처벌을 지시했다”는 폭로가 있은 뒤였다. 이후 관련 이슈들이 쏟아졌으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성소수자 이슈가 크게 주목받 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2017년 5월 25일에 군형법 92조 의 6항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군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찬반 논의가 거셌 다. 제주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 내의 모 활동가가 이 개정안 발의에 문제를 제 기함과 동시에 동성애 혐오발언을 했고 이 발언이 퍼져 제주도내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었다.

제주 정의당의 한 활동가는 사건을 지켜보면서 퀴어문화축제 개최 의사를 밝 혔다.

지인을 통해 몇 번 눈인사 한 분이 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어서 좋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최근 동성애 관련하 여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글을 SNS에 올리고 있어 마음이 착찹 합니다. 그분의 그 사명감에 찬 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입니다.

다만, 다시금 분명하게 깨닫는 것은, 정의당이 이번 대선을 변곡점 삼아 퀴어 운동, 퀴어정치를 꼭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운동이 그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8. 위의 약속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대처하며 모든 상황은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공식 블로그, 2017.09.28.)

행사시 발생할 수 있는 성소수자의 아우팅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부터 심혈을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포괄적으로 차이의 인정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약 속문을 통해 활인할 수 있었다. 다름이 외부로부터 평가되고 고정되는 것으로부 터 자유로운 축제를 만들고자한 조직위원회의 취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양성을 강조하며 열린 제1회 축제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진행되었다. 우려가 무색하게 축제는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큰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이후 2018년 3월에는 제주대학교 교내 첫 퀴어동아리 ‘퀴어움QUTE’이 생겼다.

자체적으로 교내 성소수자들의 요구에 의해 탄생했지만 교내활동은 물론 제주지 역의 퀴어운동과 연대하여 활동을 계획 중이다. 퀴어움의 회장 D는 “2019년 동 아리의 목표는 제주 전역으로 퀴어운동을 확장해 가는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퀴어움은 가장 먼저 제주퀴어문화축제와 연대하여 2018년 5월 제주대학교 학 생회관 앞 도로를 중심으로 제주대 퀴어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바닥에 적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여 제주대 내 퀴어인들의 존재를 알리고 퀴어 인식 확대에 힘 을 모았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혐오 말고’,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연대는 혐오보다 강 하다’, ‘다름≠틀림’, ‘성소수자가 제대에도 있다’ 등 다양했다. 특히 당시 학교 축 제인 대동제 진행 기간과 맞물려 축제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차별적 발 언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날짜 사업 내용 2017.10 ~ 성소수자 관련 날에 가시화를 위한 홍보 활동

2018.01.30. 제1기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해단 및 2기 준비 선언 기자회견, 제주 성소수자 인권 간담회

<표 11>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사업 내용

<그림 9> 제주대학교 퀴어동아리 퀴어움QUTE 교내 퍼포먼스 (출처: 직접 촬영, 2018.05.29.)

청소년의 퀴어문화축제 참여도가 높았던 제주퀴어문화축제를 계기로 축제 이전 부터 존재하던 비공식 청소년 퀴어모임들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청 소년이 중심이 된 제주지역 청소년 퀴어 모임 ‘가람 실기’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공식적으로는 제주도내 첫 번째 청소년 퀴어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도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제주 지역에서 꾸준히 성소수자 가시화 와 인권 향상에 힘쓰고 있다.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 행해 오고 있으며 지역사회 및 각종 연대 활동으로 다양한 집단과 활발한 교류 를 진행하고 있다.

2018.02 ~ 제주도청의 인권 담당자와 함께 제주지역 인권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2018.03.31. Jeju V-Day 캠페인 참석

4․3, 세월호, 노동계, 사회 이슈 등 사회 전반 연대 활동

(성소수자 인권을 의제화하는 것은) 녹색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해요. 성소수 자 때문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의제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모든 녹색당이 공유하는 생각이에요. 꼭 선거기 때문에 퀴어 를 의제로 가져갔다고 하기보다 (녹색당이) 쭉 해오던 맥락에서 (이번 지방선거 가) 가능했다고 봐요(안재홍 인터뷰, 2018.12.04.)

제주 녹색당의 사례에 앞서 전국동시지방선거 녹색당의 10대 공약을 살펴보 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녹색당 공약은 다음의 공동정책을 초석으로 삼고 있다.

하나. 더딘 정치개혁, 평등한 주민참여로 속도를 붙이겠습니다

하나. 탈핵, 핵발전소 감시와 정보공개, 지역에너지로 뒷받침 하겠습니다 하나.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공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하나.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지역에서부터 실현하겠습니다 하나. 살아있는 생명의 존엄을 보장하겠습니다

하나.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재난과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겠습니다 하나. 시민의 건강한 한끼를 보장하겠습니다

하나. 미세먼지 감축, 지역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하나. 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자를 위한 인권조례를 제정하겠습니다

하나.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고 녹지를 보존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겠습니다 하나.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겠습니다

하나.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습니다

(녹색당 온라인 홈페이지, 2018.05.18.)

녹색당은 제6회, 7회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성소수자를 위한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위의 공통 정책에 근거해 제6회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의 성소수 자 정책공약은 아래와 같았다.

주요정책 세부공약

대표 후보로 나온 김기홍 후보는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그리고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으로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성중립 화장실은 물론, 차별 금지 조례 제정, 성소수자종합지원센터 설치, HIV 신속 검사 및 성소수자 인권단 체와 연계한 출장검사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도지사 후보 고은영, 비례대표 후보 오수경, 김기홍은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로 활동하였으며 김기홍의 경우 현재도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렇지만 녹색당의 ‘퀴어’정치는 당사자를 성소수자에게 국한시키 지 않았다. 퀴어를 소수자성 또는 소수자를 억압하는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의미 짓고 선거 전반에 사용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제주도민들이 중앙 권력에 의 해 타자화 되어 온 역사에 대한 호소로 나타났으며 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를 대표했다.

제주의 위치는 소수자와 같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여느 약자와 다름없이 제 주의 정치적 역사적 위치는 실종되었고, 제주의 문화와 공동체는 강제로 깨어졌 습니다. 저처럼 존재만으로도 음란하다고 볼리는 성소수자처럼 존재만으로도 불 경하다거나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곳입니다.

- 2018.04.09. 김기홍 비례대표 후보 출마의 변 (출처: 고은영의 녹색정치 페이스북 2018.11.16.)

저희 부모님은 농민입니다. 저의 동생은 세입자입니다. 저의 이웃은 성산읍 (제2공항 예정부지) 주민이고, 저의 친구는 비혼 청년이고, 한 부모 가장이기도 하고, 성소수자이기도 합니다. 저의 남편은 노동자이고, 저의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 2018.04.09. 오수경 비례대표 후보 출마의 변 (출처: 고은영의 녹색정치 페이스북 2018.11.16.)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공약은 관위주로 진행되는 제주 개발 사업에 대한 시민 들의 불만과 도민을 타자화하는 기성정치에 대한 저항에 집중되었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어렵게 하는 기존의 선거정치 개편과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정치를 약속했다. 도민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개발에 반대 하

며 제주국제자유도시(Jeju Free International City Development Center, JDC) 해 체와 성산 제2공항 백지화를 외쳤다.

특히 강정 해군기지, 성산 제2공항 및 난개발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와해되었 던 현실과 무분별한 관광 개발로 인한 관광객의 포화 결과 발생하는 도민들의 삶의 질 하락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안했다. 선거 유세 기간 동안에도 제2공항 반대 촛불 집회에 참여하였고 선거유세 마지막 날은 하루 종일 제2공항 예정부 지인 성산 일대에서 선거유세를 진행했다.

<그림10> 제주 녹색당 지방선거 출마선언 모습 (출처: 제주일보, 2018.05.31.)

최종적으로 제주 녹색당은 4.87%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기 위해 필요한 정당득표율 5% 기준을 넘지 못해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도의회에 진출 을 목표로 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기념할만한 결과를 냈다. 도지사 후보 로 출마한 고은영 후보는 3.53%의 지지율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을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또한 제주 지역 진보정당의 득표율 전국 17개 광역자 치단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지역의 진보정당

최종적으로 제주 녹색당은 4.87%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기 위해 필요한 정당득표율 5% 기준을 넘지 못해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도의회에 진출 을 목표로 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기념할만한 결과를 냈다. 도지사 후보 로 출마한 고은영 후보는 3.53%의 지지율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을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또한 제주 지역 진보정당의 득표율 전국 17개 광역자 치단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지역의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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