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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공동체(Epistemic Community)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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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공외교-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공외교 접근

3. 지식 공동체(Epistemic Community)의 역할

수행되는 ‘통합외교(integrative diplomacy)’를 의미한다. 담론의 소통이 실천적 역할로 뒷받침되지 못할 때 말과 행동 간의 괴리가 생기며 이는 곧 외교정책의 신뢰성의 문제에 직결되는 것이다.

사례로서 주목할 만하다. 1950~60년대에 미국의 일단의 학자, 과학자, 전문가 집단이 지식 공동체로서 군비증강론(핵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소련에 대한 군사적 우위 확보/유지를 주장)을 주장한 데 반하여 핵 군비통제론 (군비통제를 통한 상호 억지)을 주장하였고, 핵억지의 불안정성 및 적의 의 도와 상관없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여, 소련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시험과 위성(Sputnik) 발사 등의 와중에서 전쟁과 안보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이론적 논거를 개발하였다. 동 지식 공동체 는 일련의 군비통제 가정, 예상, 가치 하에 군비통제가 국익과 안보를 저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핵무기 수를 제한하는 협상의 개념적 기틀을 제공하고 핵군축의 출발점이 되었다. 지식 공동체는 관료, 의회 정치인들로 반(反)ABM 연합을 형성하고 미국 언론과 대중에 이러한 논리를 확산하였으며, 1960년대 말 경에는 군비통제가 국가 안보의 지배적 해석이자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72년 소련과의 ABM 조약 체결은 미국 내의 군비통제 아이디어가 10여 년에 걸쳐 소련으로 확산된 과정의 결과, 즉 미국과 소련에 걸친 국제적 지식 공동체의 역할에 기인하는 바가 컸던 것이다.

인지적 구조의 관점에서, 북핵 문제-한반도 평화-지역 평화·안보(비핵화, 군비통제, 평화체제, 제도적 안전보장 등)에 대한 다자적 접근을 추동하기 위한 지식 공동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그 핵심 역할은 다음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주변국의 전문가, 전략가들로 지식 공동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연구 보고서(concept paper 및 policy report)를 작성하며, 여기에는 금세기 평화와 안보, 갈등과 협력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중도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여 한반도 및 역내 평화의 개념, 이론적 전제, 다자적 접근법, 담론 및 정책 어젠다를 설정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동북아의 군사 및 안보 분야의 신뢰구축방안(CBM)은 지식 공 동체가 탐구하여 제시할 수 있는 실천적 어젠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지식 공동체는 국내 차원에서 ‘공유하는 의미’의 확립과 확산에 노력하고,

▲초(超)국가적 지식 공동체는 지역/글로벌 차원에서 공유하는 의미의 확산과 학습, 내재화에 역할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지역 차원에서 ‘공유하는 의미와

이해,’ 공동의 정체성과 이익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지역 내 국가들 간에는 적지 않은 양자 또는 다자 회의체가 존재하지만, 주로 자국의 입장을 표명하고 전달하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듣는 자리로서 많은 경우 상대방과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상호 간 차이의 확인과 인정도 물론 중요 하지만, 공유하는 이해나 의미 추구에는 미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공유하는 이해/의미 생성을 목표로 하는 지식 공동체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이러한 논의와 주장을 보다 공식적인 접근과 제도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평화공공외교는 무엇보다도 지속적 회의체의 한 형태로 다자 차원의 초(超)국가적 지식 공동체를 구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미중 경쟁의 심화와 더불어 자유주의와 반(反)자유주의 간 “가치의 진영화(blocization of values)”10)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적 맥락에서, 적극적 평화와 인간안보와 같은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하는 담론의 구성과 확산이 필요 하다. 적극적 평화는 무엇보다도 ‘중도적(middle-of-the-road) 가치와 규범 으로서 어느 일방에 치우침이 없이 양자 간에 ’가치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분단된 한반도의 절실한 당면 문제로서 한반도와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다자외교를 연계시켜줄 수 있는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가치와 규범을 반영하는 상호구성형·협력형 다자 공공외교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 공공외교 프로그램들은 상호 작용과 협력에 초점을 맞추며,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적 학습과 실천 과정에서 집단적 정체성의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 또한 미중 간의 경쟁에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국가들, 국제기구, 그리고 국제적 NGO 및 주창그룹(Transnational Advocacy Networks)과 같은 비(非)국가행위자들과의 중도적 연대를 구축

10) ‘가치의 진영화’에 대해서는 김태환, “가치외교의 부상과 가치의 ‘진영화’: 강대국 및 중견국 사례와 함의,” <IFANS 주요 국제문제분석> 2018-35 (2018).

하고 이를 통한 초국가적 규범을 주창할 때 이는 국제법이나 제도로 보다 공식화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제 규범질서를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평화공공외교가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고, 국가 및 비(非)국가행위자와의 연대를 통해서 협력적인 국제 규범질서 형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때, 강대국들의 ‘힘의 정치’에 대한 대항력으로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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