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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인구 위기에 대한 인구지리적 접근

제 2 장 이론적 배경

2. 지방인구 위기에 대한 인구지리적 접근

2000년대 이전까지도 지방의 인구위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처 는 본격적으로 구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방의 인구위기는 매우 오래전부터 주요한 연구주제였다. 지방쇠퇴, 지방 인구축소, 지역불균형, 축소도시(shrinking city), 지역의 주변화(peripherization) 그리고 최근 에는 ‘지방소멸’ 등의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은 지방의 인구위기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다양한 출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의 인구위기에 대한 인구 요인의 이해에 근거한 접 근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물론 과거에도 인구는 지방의 위기(쇠퇴)에 있어 매우 주요한 요인으로 인식되었지만 지방위기 의 한 단면으로 이해되면서, 여러 연구들에서 인구학적 요인들이 다른 요 인들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분석되는 경향이 존재하였다. 예를 들어 지역 의 ‘쇠퇴’를 강조하는 접근에서는 삶의 질이나 빈곤수준 등을 주요 변인 으로 설정하였는데, 인구감소 지역의 분석에서도 핵심적 관심은 인구변

9) 사실 당시 적극적이고, 총체적으로 지역 인구문제를 다루고자 하였는가에 대해서는 회의 적으로 판단된다. 당시 행정자치부의 논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구체적으로 논 의되지 않은 부처의 개별 안에 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행 정부의 '안전'과 '인사' 기능이 분리되어 조직이 축소된 가운데, 조직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존재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24 지역 인구변동의 요인별 지수화 및 정책 이슈의 유형화

동(인구감소, 인구유출이나 고령화) 자체라기보다는 지역의 소득, 산업 등 삶의 질과 요인 분석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박병호, 한상욱, 인병철, 2010; 기정훈, 2012). 또는 인구적 요인을 강조한 연구에서도 인구감소 를 도시 쇠퇴의 결과적 측면으로 강조하거나(김광중, 2010), 도시 축소를 도시 인구의 감소라는 측면보다는 사회·물리적 환경의 악화로 접근하기 도 한다(성은영, 임유경, 심경미, 윤주선, 2015).

한편 인구과소지역의 개념에서 접근한 변필성, 김동근, 차은혜, 이효란 (2015)의 연구에서는 인구과소지역의 공공시설이나 정책 동향과 같은 정 책적 대응의 측면에서 지방의 인구위기를 살펴보았다. 박진경과 김상민의 연구(2017)에서는 지역을 자연증가와 사회적 증가(순이동)의 양상에 따라 구분하여 지역 특성에 따른 지역발전 전략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지방의 위기가 본질적으로 다른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구성된 사회변화라는 인구학적 결과, 특히 인구이동(유출)을 통해 나타난다 는 사실로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이상림, 이지혜, Bernhard Köppen, 임소정, 성백선, 2018; 장인수, 우해봉, 임지혜, 손호성, 박종 훈, 2020)은 지역의 인구감소가 자연성장이 아닌 인구이동에 의해 결정 된다는 점을 제시하였고, 특히 이상림(2020)은 인구이동 중에서도 청년 인구의 인구이동이 지방 인구감소 및 인구불균형의 핵심적 요인임을 강 조하였다.

지방의 인구위기 또는 쇠퇴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른 것은 이해의 진전 이나 이해의 수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기본적 시각 의 차이를 반영한다. 여기에 더불어 사회·정책적 상황에 따라 주요 관심 이나 관점이 영향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방의 위기 현상에 대한 인구적 요인이 강조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지방의 위기를 ‘지방소멸’이라 는 용어로 일컫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이러한 상징적 예라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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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와 함께 지역의 위기는 발전의 문제와 함께 인구정책의 맥락에서 정책적 대응이 마련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지역 들에서 지방의 위기 문제에 대한 주요 정책 방안으로 인구유입을 유도하 는 ‘귀촌귀농’ 정책이나, 기초 지자체 차원의 인구종합계획이 제정되어 추진되고 있다.

〔그림 2-2〕 지역 인구위기에 대한 비인구학 분야의 설명 프레임

경제적 원인

Ÿ 일자리 감소

Ÿ 지역 생산 및 소비 축소

Ÿ 지역 경제 침체

사회적 원인

Ÿ 지역 활력 쇠퇴

Ÿ 생활 인프라 악화

Ÿ 교육 및 양육 여건 악화 도시축소

지역쇠퇴

환경적 원인

Ÿ 주거 및 생활 여건 악화

Ÿ 지역 슬럼화 및 범죄 증가

Ÿ 사회적 유대망 약화

인구적 원인

Ÿ 인구유출

Ÿ 출산감소(인구 자연감소)

Ÿ 인구고령화

자료: 이상림, 이지혜, Bernhard Köppen, 임소정, 성백선. (2018). 지역 인구공동화 전망과 정책적 함의. 세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p.24.

26 지역 인구변동의 요인별 지수화 및 정책 이슈의 유형화

〔그림 2-3〕 지역 인구위기에 대한 인구이동 관점에서의 설명 프레임

경제적 원인

Ÿ 일자리 감소

Ÿ 지역 생산 및 소비 축소

Ÿ 지역 경제 침체

사회적 원인

인구이동 지역인구위기

(‘지방소멸’)

Ÿ 지역 활력 쇠퇴

Ÿ 생활 인프라 악화

Ÿ 교육 및 양육 여건 악화

환경적 원인

Ÿ 주거 및 생활 여건 악화

Ÿ 지역 슬럼화 및 범죄 증가

Ÿ 사회적 유대망 약화

자료: 이상림, 이지혜, Bernhard Köppen, 임소정, 성백선. (2018). 지역 인구공동화 전망과 정책적 함의. 세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p.26을 수정.

지역(지방)이 당면하고 있는 쇠퇴의 위기를 인구학적 문제로 인식한다 는 것은 그만큼 인구적 요인에 주목하고, 인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 책을 주요 현안으로 부각시키게 한다. 그리고 인구지표의 생산과 심층적 분석은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지역 단위의 인구지 표는 합계출산율, 인구증가율, 노인인구 비율 등의 결과지표들을 제시하 고, 이를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현상 기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구학적 요인에 대한 결과지표 나열 이상의 심층적 이해가 필요한 것 은 각 인구지표들이 상호 독립된 결과들이 아니라, 하나의 인구현상이 다 른 부문의 인구현상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년 의 유출은 지역의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지역인구의 고령화 수준을 심화 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청년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지 역에서는 비록 출산율(fertility rate – 주로 합계출산율로 표현)이 높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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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인구의 감소로 인하여 지역에 출산이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출생률(birth rate – 주로 조출생률로 표현)은 낮아질 수 있다. 심지어 청년의 유출과 유입은 그 자체로 출산율 계산의 분모에 영향을 미쳐 지역의 출산율 수준에 수리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인구학적 현상들의 상호 연계성과 지역인구의 구조 및 구성에 미치는 영향들을 바르게 인식할 때, 인구지표들로 표현되는 지역의 인구 현상들을 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 예로 지역의 자녀 양육 가족 의 유출에 대한 이해 없이 출산장려금과 같은 출산지원 정책을 펼친다면, 지역의 출산율 수준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 출산이 지역의 인구를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합계출산율이 높은 지방 지역들에서는 출산 이후 수년 내 출생아들의 대 규모 유출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인구지표들에 대한 인구학적 또는 지역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에는 지역의 인구현상을 왜 곡하는 지표들을 양산할 위험성마저 안게 된다.

다음으로 이 연구에서는 인구지표가 갖는 인구지리적 맥락 이해의 중 요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실제 지표 활용의 사례들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