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컴퓨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 고용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암울한 비관 론들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간 중심적 자동화 방향으로 인지 컴퓨팅 기술을 개발해간다면, 인간 고용을 유지하며 획기적 생산성 증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발전 방향에서 업무의 주역은 인간이고, 인공 지능은 배후에서 인간 근로자들의 직무에 대한 몰입도 증대와 소명의식 추구를 조 용히 돕는 조력자(Silent Helper) 역할을 맡게 된다.
인공지능에게 더 많은 업무 통제권을 부여하면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없는 자투리 일만 부여받는 현상을 ‘기계 중심의 자동화(technology-centered automation)’라고 부른다(Carr, 2014: 238-239). Carr(2014: 90-94)는 비행기 조 종사의 경우 자율운항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역할이 수동적인 관찰자로 전락해 버리 며 비행조종술의 탈숙련화 현상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막상 자율운항 시스템을 대 신해 수동 조종을 해야 하는 경우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컴퓨터 지원 시스템을 활용한 진단 전문의들의 경우도 자칫 놓칠 뻔했던 암 발병 가능성을 찾는데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컴퓨터가 비정상적인 징후들을 인지하 지 못하고 정상으로 판독한 경우에는 의사들도 건성으로 보며 이상을 간과해 버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판독능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Carr, 2014: 113-114). 과제의 난이도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지 않고 적정할 때, 즉 도전 욕구를 느끼지만 압도당
15) 워크퓨전 홈페이지, https://www.workfusion.com/(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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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수행하는 기계에 맞추어 일했어야 하지만, 자율적인 상황 판단이 가능해지 며 이제는 기계와 컴퓨터가 인간의 행동양식에 맞추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컴퓨터는 개별 사용자의 선호 및 신체적·사회적 제약을 이해하여 가장 적절하게 대 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히타치의 중앙연구소장 야노 가즈오(2015: 192-197)는 히타치가 개발한 인공지 능 소프트웨어(“Hitachi Online Learning Machine for Elastic Society”)를 이용해 대형 슈퍼마켓의 매출을 증대한 사례를 소개한다. 전통적인 판매 및 재고 데이터 수집은 물론 매장 진열대와 통로에 2~3m 간격으로 고정형 센서를 설치하고 점원과 고객들에게 웨어러블 센서를 착용케 하여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과 상호 작용을 측정하였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이렇게 모은 대량의 데이터를 일단 작 은 요소들도 분해한 후 다시 다양한 조합으로 합성해서 방대한 수(약 6천개)의 요인 군을 생성하고, 각 요인과 실적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인공지능 은 뜻밖의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그림 3-3]처럼 매장 내 특정 장소에 점원들이 의 식적으로 조금 더 머무르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점원들이 그 장소에 머무른 시간이 1.7배 더 증가했을 뿐인데, 매장 전체의 매출이 15%나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2배 가량 증가했다.
[그림 3-3] 히타치의 인공지능 활용 유통매장 매출 개선 사례
주 : Hay(2013). 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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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해결책이 왜 매출 증가를 가져왔는지 인간이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좀 더 데이터를 살펴보니 그 장소에 점원이 좀 더 머물면서 점원과 고객의 상호작용 이 증가하면서 매장 내 고객의 흐름이 바뀌어 그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고가 상품 진열대 쪽에 고객들이 더 오래 머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막상 점원과 상대한 고객의 구매 금액은 늘지 않았지만, 주위에서 이를 살펴 본 다른 고객들이 이 매장 이 성황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구매 금액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복잡한 연쇄반응 효과를 인간으로서는 미리 제시하기는커녕 사후에 이해하기에도 벅찬 일 로서 인지컴퓨팅은 이미 인간을 뛰어넘는 가설 수립 능력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야 노 가즈오, 홍주영 역, 2015, p. 197).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점원의 적극성과 고객의 활발도가 증가했고 결 국 양자 모두 행복 수준이 증가했다. 행복이란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상호 공감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의 솔루션은 매장의 수익성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점원 과 고객의 행복감도 증가시킨 것이다. 야노 가즈오(2015: 222-225)는 이처럼 경제 성과 인간성이 반드시 상반되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의 보이지 않 는 손이 경제성과 휴머니즘의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