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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산업의 주요 논거와 접근 전략

문서에서 알코올 규제 정책, (페이지 107-111)

4. 주류 산업의 규제 대응

4.3. 주류산업의 주요 논거와 접근 전략

전세계 주류산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ICAP은 그들의 전략을 망라하여 Blue Book (2013)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에서 ICAP은 알코올 정책에서 가장 중 요한 원칙은 ‘편익과 위해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알코올 정책의 구성요소로 ① 접근성과 가용성의 자유, ② 광고와 판촉을 둘러싼 반응성 있는 실천, ③ 포괄적인 정보와 교육, ④ 보건의료서비스와 공급자 교육, ⑤ 책임감 있는 알코올 음료 제공, ⑥ 제품의 질과 충실성 보장 등을 들었다. 그리고는

① (총 알코올 소비량이 아니라) 음주 유형을 결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삼아야 하며, ② 특정한 ‘위험’ 집단과 잠재적으로 유해한 상황을 다루는 표적화된 중재를 시행해야 하고, ③ 공통의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는 모든 공공과 민간 부문, 지역사 회,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핵심 논거 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 개인의 선택, 쾌락의 허용’ (McCreanor et al., 2000)이 라 할 수 있다. 예컨대 Bond 등(2010)은 담배와 주류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기업 체12)의 내부문건을 분석하여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 기업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기업은 담배와 술의 광고 제한, 라벨 규제, 공 급과 소매 규제 등에서 비슷한 규제에 직면해 왔는데, 이에 대한 공통된 대응 논리 가 상업적 표현의 자유 옹호, 개인의 책임 강조, 차별금지였다고 했다.

이러한 논리는 전형적으로 알코올이라는 상품이 아니라 책임감 없는 일부 음주 자들을 문제로 삼는 것이다. 알코올이라는 상품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며, 대다 수의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알코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소비 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알코올 규제 방향이라는 것 이다. 더구나 강제적 조치보다는 주류기업까지 참여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함으로써 공공 정책 의제나 사업에 이해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12) 필립 모리스가 1970년 밀러를 매입한 것처럼, 글로벌 주류회사가 담배회사를 공동 소유하는 사 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한국 주류업계의 주장은 이러한 ICAP의 전략과 정확하게 일치 한다. 여기에 한국의 경제 상황, 술에 대한 문화적 수용성을 강조하는 논리가 일부 덧붙여졌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주류기업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술은 담배와 다르다.

․술은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담배와 달리 사회적 관계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매개 물이다.

․담배는 악영향만 끼치는 데 비해, 적정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술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② 음주는 문화적․사회적 관습이다.

․음주문화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관혼상제의 필수 요소이다.

․특히 저렴한 대중주 (소주, 맥주)는 서민의 벗이다.

․따라서 술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③ 술로 인한 문제는 개인 책임이다.

․과다한 음주로 건강,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 주자는 그렇게 마시지 않는다.

․따라서 건강증진기금 부과나 주세인상, 판매규제 등 음주자 전원에게 부담을 주 는 정책은 일부의 일탈 책임을 모두에게 전가시키는 불공정한 조치이다.

④ 술은 국민 생활경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소주와 맥주는 서민의 기호품이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하면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농산물 소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며 농업기반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따 라서 알코올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면 농가경제에 타격이 된다.

․주정이나 주류 생산이 지역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주세도 지방균형 발전에 쓰이

고 있다. 술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요소이다.

․유통업과 음식업, 광고업 같은 연관 산업의 규모가 크다. 따라서 알코올에 대한 규제 조치는 연관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13)

․따라서 술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림 22 남아공 정부의 주류광고 전면 금지에 대해 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비즈니스 언론 기사 (출처: http://goo.gl/BVlCUJ)

⑤ 홍보와 교육을 통한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따라서 가격정책이나 물 리적 가용성 제한 같은 규제는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⑥ 자율규제와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중요한 이해당사자이면서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류업계가 정책 과 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WHO가 일괄적으로 규제를 강화해도 실효를 발 휘하기 어렵다. 현지 사정에 맞는 주류기업들의 자율 규제가 가장 바람직하다

13) 알코올 산업은 유흥업이나 향응관련 사업과의 관련성도 매우 크다. 예컨대, 주류산업협회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과 접대비 실명제가 제정되어 시행되자 (주세징수가) 전년대비 15%가 감소 했다”고 지적했다 (KALIA, 2011. p.323)

이러한 논리들은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여 효과적인 규제정책들을 약화시키면서 주류기업의 이해를 보호하는 데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적정음주가 건강에 일부 도 움이 된다는 증거가 있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은 제 2장에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총 소비모형에 기초할 때, 술과 관련된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알 코올이라는 대량소비상품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 2장에서 강조했다. 그리고 주류기업들이 애써 강조하고 있는 자율규제나 홍보/캠페인은 전형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규제 방식들이다. 특 히나 정책과정에 주류기업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규 제의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피해야 할 상황이다. 담배규제 기본협약이 담배기업들의 정책과정 참여를 금지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 ‘산업’ 정책에서 ‘건강증진’ 정책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알코올 규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알코올 규제 정책은 인구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 되 고위험 집단에 대한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둘째, 알코올 규제정책은 형성과 집 행, 평가의 모든 단계에서 기업의 영향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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