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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격 정책

문서에서 알코올 규제 정책, (페이지 35-56)

3. 알코올 규제, 무엇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3.2.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규제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가?

3.2.2. 비가격 정책

l 물리적 가용성에 대한 규제

w 생산 측면: 주류 면허 제도

주세법 제 3조는 주정 (희석하여 음료로 할 수 있는 에틸알코올)과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를 주류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주류 제조와 관련하여 원료의 사용 량과 여과방법, 주류의 규격, 알코올 분 등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2장 에서는 주류의 제조와 판매에 대해서 상세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류는 제조면 허를 가진 업체만이 제조할 수 있으며 (주세법 제6조, 시행령 제4조), 이는 일종의 시장 진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w 유통 및 판매 ① : 도/소매 판매점 면허

주류 소비통제를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독점 형태로 전매를 하는 국 가도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주세법에 근거하여 도소매 면허 제도를 시행하 고 있을 뿐이다 (표 8). 주류 판매업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요건을 갖추어 관할 세무서장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식당 등 영업장에서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만 하면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은 것으로 본다. 시장 진입에 거의 아무런 제약이 없는 셈이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매하여 실내외에 비치된 테이블에서 이 를 마시는 것도 우리 사회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사실상 주점 (on-premise)과 판매점 (off-premise)의 구분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지역 내 판매점의 밀집도 규제 같은 보완적 장치도 전혀 없다.

구분 종류 내용 주세법

도매

종합주류 도매 면허

일반탁주와 주정을 제외한 전 주류를 주류 제조자 또 는 외국산 주류를 직접 수입한 자로부터 구입하여 도 매할 수 있는 면허

시행령 제9조

특정주류 도매업 면허

주세법 시행령 제9조 2항에서 규정하는 주류(탁주, 약 주, 청주, 민속주, 농민·생산자 단체 주류)를 주류 제 조자로부터 구입하여 도매할 수 있는 면허

시행령 제9조 주정 도매업

면허 주정(공업용 포함)만을 도매할 수 있는 면허 시행령

제9조 주류 수출입

도매업 면허

국산주류를 수출하거나 외국산 주류를 수입하여 도매 할 수 있는 면허(겸업불가)

시행령 제9조 주류 중개업

면허

주류의 수출입만을 중개하거나 국내에게 주류를 중개 할 수 있는 슈퍼연쇄점 본·지부 등에 대한 면허

시행령 제9조

소매

주류 소매업 면허

주정 이외의 주류를 허가장소에서 소매만을 할 수 있 는 면허

시행령 제9조

의제판매 면허

아래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에게 사업범위를 소매로 지정해주고 사업자등록증에 주류판매신고 확인을 하 여 면허를 부여하는 것 - 1) 식품위생법에 의한 영업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 주류 판매업을 하는 자, 2) 주 류판매업을 주업으로 하지 않고, 주류를 제조장으로 부터 직접 구입하지 않은 자로서 식료잡화점·일용잡 화점 또는 유사한 상점에서 주류를 소매하는 자. 다 만 탁주 또는 약주의 경우에는 제조장으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자를 포함함

시행령 제10조 표 8 주류 판매 면허 제도

w 유통 및 판매 ② : 구매 및 소비 연령 규제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시행 중인 유일한 물리적 가용성 제한 정책이다. 주류, 담배, 마약류, 환각물질 등은 청소년 유해약물로 규정되어 있으며, 청소년, 즉 만 19세 미만의 자에게 판매할 수 없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 4호). 또한 주류 판매 업 소에서 청소년을 고용할 수 없으며, 종업원 고용 시 반드시 연령을 확인해야 한다

(청소년보호법 제28조, 개정 2013.3.22, 식품위생법 제44조). 고용 뿐 아니라 주류 판매 업소에의 청소년 출입도 제한된다. 업소의 주인과 종사자는 반드시 연령을 확 인해야 한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29조, 식품위생법 제44조). 또한 식품위생법 (제 44조)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또한 금지하고 있다. 만일 미성년 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 다 (청소년보호법 제59조 제8호).

그림 3 EBS 다큐프라임 2013년 3월 26일 <술의 경고: 알코올에 사로잡힌 아이들>

규제 자체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현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2012년 청 소년 건강 온라인행태조사에 의하면 최근 30일 동안의 음주 경험 비율이 특성화고 교 남학생의 45.2%, 여학생의 35.1%, 일반계고교 남학생의 29.8%, 여학생의 18.6%나 된다 (보건복지부, 2014). 2013년 3월에 EBS에서 방영한 <다큐프라임:

술의 경고>는 청소년들이 술을 얼마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 보여주 었다. 어른스러운 복장이나 외모를 한 청소년이 또래들의 대표로 판매점을 방문한 경우 별 의심없이 술을 구매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노숙인에게 대가를 일부 지 불하고 구매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노래방이나 유흥가 골목길의 소위

그림 4 지역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 안내 포스터

‘뚫린 방’6) 등 청소년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도 많았다. 즉 많은 청소년들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술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림 3).

w 유통 및 판매 ③ : 배달 금지

현재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통신 및 온라인 판매는 금지되어 있다 (주류의 통 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국세청고시 제2012-68호, 일부개정 2012.10.1, 제2 조, 제5조). 이는 주류 구매와 소비에서의 연령 제한과 관련된 규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 사회에서 음식과 함께 주류를 배달시키는 것 은 흔한 일이다. 이를테면 닭튀김은 가장 인기 있는 배달음식 중 하나인데, 대부분 의 음식점에서 콜라 같은 청량음료 뿐 아니라 맥주도 배달 해준다. 닭튀김과 맥주는 함께 먹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소위 ‘치맥’이라는 단어는 이미 일상어 가 되었다. 중국 요 리나 한식 요리점에 서 음식과 함께 도수가 높은 고량주, 소주를 주문 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 우, 배달 주문을 하는 사람, 혹은 술을 마시게 될 사람이 청소년인지 아닌지를 확인 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6) ‘뚫린 방’, ‘잘 뚫린다’는 말은 미성년자 출입이 자유롭다는 청소년들의 은어이다. 다큐멘터리 내 용에 의하면, 이들은 어느 가게에서 담배, 술이 잘 뚫리는지, 즉 미성년자에게 담배나 술을 판매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w 유통 및 판매 ④ : 소매 판매점 밀집도, 판매시간, 판매일, 판매지역 제한 판매점의 밀집도 증가는 알코올 관련 문제, 특히 폭력 증가와 연관이 있으며 청 년들의 과다음주 에피소드와도 관계있다. 또한 판매 시간이 늘어날수록 알코올 소 비량,관련된 문제도 늘어나며 특히 야간 판매는 중요한 영향요인이다. 판매 시간 을 규제하면 경미한 음주자 뿐 아니라 과다 음주자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 10시 이후 주류 판매를 제한한다거나, 주류 판매 월 영업일 수를 제한하 는 규제정책의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글상자 5 참조). 선진국들 중에서 이러한 정 책들을 전혀 시행하지 않는 곳은 드물다 (Babor et al., 2010).

스위스에서는 430여 만 명이 포함된 국가 코호트 자료를 이용하여 2000년부터 2008년 동안 알코올 관련 사망률과 지역사회 주점 밀집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밀집도’는 개인 거주지를 중심으로 1Km 반경 내에 있는 주점의 수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는 매우 직관적이다. 주점의 밀집도가 높을수록 알코올 관련 사망률이 높았 다. 성, 연령, 사회경제적 변수들의 영향을 모두 보정한 상태에서 알코올 관련 사망률 을 발생 위험비를 추정한 결과, 거주지 중심 1Km 이내 주점이 17개소 이상인 경우, 주점이 없는 경우에 비해 남성 1.67배, 여성 2.56배 사망률이 높았다. 말하자면 알코올

‘접근성’이 높을수록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출처: Spoem et al., 2012

글상자 5 주점 밀집도와 알코올 관련 사망률의 연관성 연구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소매판매점의 밀집도, 판매시간, 판매일수를 제한하는 법 규는 전무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류 판매 면허제도 자체가 매우 허용적이라, 술을 파는 주점은 물론 크고 작은 식당, 수퍼마켓이나 편의점 등 생활 공간의 모든 곳에서, 심지어 24시간 주류를 접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대형매장에서 동일고객에 대하여 1일 또는 1회에 맥주 4상자 (1상자는 500

㎖ 12병 기준), 소주 2상자 (1상자는 360㎖ 20병 기준), 위스키 및 브랜디 1상자 (1 상자는 500㎖ 6병 기준)를 초과하여 판매하는 경우 주류판매기록부에 구매자의 신 분사항을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주류의 양도·양수 방법, 상대방 및 기타에 관한 명

령위임 고시, 국세청 고시 제2011-17호). 그러나 이는 개인소비자가 아닌 주류 판 매업자에게 대량판매하여 조세체계를 어지럽히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 의 주류 소비를 제한하는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판매장 내에서 주류를 진열하거나 판촉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제한도 없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대형할인점 내 주류 진열대를 구석에 따로 설치하도록 하는 등

‘대형마트 주류 접근성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 다.

그나마 판매지역을 제한하는 정책은 일부 존재한다. 학교보건법 제6조는 학교환 경위생 정화구역에서의 금지행위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학교출입문으 로부터 직선거리로 50m 이내는 절대정화구역,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이내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지역이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된다. 절 대정화구역에서는 음주가무가 허용되는 유흥업소 등이 전면 금지되며, 상대정화구 역에서는 심의 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직선거리 상’이라는 규정의 허 점 때문에 학생들은 등하교길에 유흥업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정책은 주점을 제한할 뿐, 수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의 주류 판매에는 전혀 제한을 두지 않는다.

알코올의 물리적 가용성 제한은 알코올 규제 정책 중에서도 효과가 강력한 것으 로 증명되었으며, 시행에 드는 비용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 국에서의 규제 노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l 음주 상황 개입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이지만 알코올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술을 판매했던 주점이나 행사 주최자에게 책임을 묻는 규제 방안도 있다. 주점 내에서 담당 서버

가 1인당 적정량 이상의 술을 팔지 않거나 이미 취한 사람에게 판매를 중단하는 담 당서버 책임제도 있다. 알코올 관련 폭력이나 음주운전 등을 예방하는데 상당히 효 과가 있는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것이 실효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주점이 정책을 만들고 판매원을 교육해야 한다. 또한 이를 단속하거나 위반 시 법적 책임 을 묻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며, 지속적인 판매원 교육과 단속활동이 중요하 다 (Babor et al., 2010) (글상자 6 참조).

스웨덴 스톡홀름 시는 알코올 관련 문제를 감소시키기 위해 ‘Stockholm Prevents Alcohol and Drug Problems (STAD)’라는 10년 장기사업을 벌였다. 이는 지역 의회, 주 류 판매 면허관리국, 경찰, 보건 분야, 주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지역사회 프로젝트였 다. 주점 직원, 안전요원, 주점 소유주를 대상으로 한 ‘책임 있는 음주판매 서비스’ 교 육 (2일), 면허관리국과 경찰의 규제 강화가 중요 요소였다. 사업 시행 결과, 대조 지 역에 비해 사업 지역에서 폭력범죄가 29% 감소했고, 취객에 대한 알코올 판매 거부율 도 1996년 5%에서 2001년 70%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주점 직원이 자주 바뀌는 지역 에서는 효과가 적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감소하기도 했다.

호주 퀸즈랜드 지역에서 시행된 비슷한 프로그램 ‘Surfers Paradise’의 경우, 프로젝트 시행 중 관찰 100시간 당 사고 건 수가 9.8건에서 4.7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프로젝 트 종료 2년 후에는 다시 8.3으로 재상승했다.

호주에서 9년 동안 지속된 ‘Alcohol Linking Project’는 경찰이 음주 관련 사고로 입건 된 사람에게 ‘마지막’ 음주 장소를 질문해서 그 주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 주점 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수시로 방문해 주점의 상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 시행 지역의 음주 관련 사고 감소율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

출처: Barbor et al., 2010 p.147-163 글상자 6 음주 상황 개입사업 사례

한국에서는 술을 파는 곳이 매우 다양하고 면허제도가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이 러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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