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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제도적 변화와 위기현상

거시사회의 변화가 가족변화를 유도하기도 하고 가족의 변화가 가족을 둘러싼 사회 제도의 변화를 부르기도 하는 등 가족과 사회 간 연관성은 상호적이다. 개인이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완벽히 보호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오늘, 가족은 여전히 과중한 역할 기대와 이를 충족하기 힘든 현 실 사이의 부적합성으로 인해 갈등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에 가족이 떠맡았던 역할 부담 중 어느 정도를 사회가 분담해야 하는가에 대

4) 2015년 6월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

한 논란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과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사이에서 법과 관료조직의 매개를 통해 개인과 가족 그리 고 사회 간 역할 범위를 제도화하고 수정하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있어져 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의 가족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는데, 이는 법과 제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 하나의 커다란 축이 가족관 계와 관련된 제도의 폐지와 제정이고, 또 하나의 축은 고령사회에 대응하 기 위한 제도적 변화이다.

1. 가족관계 관련 제도의 폐지와 제정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호주제와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호주제 폐지는 가부장적 구속의 완화를 의미하고 가족 및 친족관계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리를 회복하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는 가족성원 간의 평등성에 기초하여 가족관계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것 으로 생각된다. 한편 간통죄 폐지로 인해, 간통은 더 이상 형사 처벌 대상 은 아니고 민법상 위자료 지급 사유 즉 민사상의 이슈로만 남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규제의 폐지는 한편으로는 가족관계의 평등성 및 성적 자 기결정권 등 프라이버시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적 추세에 동참하 는 의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 관계 안에서의 가부장성이 약화되고 결혼의 구속성이 약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법적 규 제가 지닌 상징성조차 제거됨으로 인해, 가족 안에서의 개인화가 더욱 가 속화되고 부부관계의 배타성이 약화되며 가족의 틀이 불안정해질 가능성 이 더 높아졌다. 그래서 전통적 가족주의 규범과 여성의 부양역할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이어지는 과도기 동안, 가족은 수시로 관계상의 위기에 직 면할 것이다.

한편, 2005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건강가정기본법은 현 상태의 가족 구성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가족들을 상담이나 실질적 서비 스 등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위기에 처하지 않게 하려는 사업들을 망라하 고 있다. 이는 가족이 불안정해진 시대에 오히려 가족의 안정성을 도모하 려는 제도적 노력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한편에서는 가족의 불안정성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평등과 개인권의 가치를 보호하는 추세로 나아가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 는 가능한 한 가족의 건강성을 지켜서 가족 울타리를 유지하도록 지원하 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두 방향은 얼핏 모순된 것처럼 보 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오늘날의 가족에 바라는 바가 단순히 가족의 울타리를 유지하고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 라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수용하면서도 가능한 한 정서적 안정감을 친밀한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가족을 보호하려는 차원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상기 두 방향으로의 변화는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수렴한다고 볼 수도 있다.

2.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제도적 변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가 고령사회로의 진입이고, 앞 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유병장수 시대에 만성질환이나 만성장애를 갖는 가족성원에 대한 보호와 부양은 가족을 여러 차원에서 위협한다.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맞벌이가 보편화하고 있는 오늘날, 가족은 구성원에 대한 부양 능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한 반면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로부터 자유롭

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간에 걸친 부양 요구는 경제적·정서적으로 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심한 경우 가족위기로 치닫게 한다.

따라서 이에 대처하는 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고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노인층을 부양하기 위한 지원 방안이 그 한 축이라면, 현재 의 중년층으로 하여금 다가올 노년기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 로써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의 미래 부담을 완화하려는 방안이 다른 한 축이 될 수 있다. 전자의 예로서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가족에게만 지워져 왔던 노인부양의 짐을 사회가 나누어진다는 사회적 연대 원리에 의해 제 공되는 사회보험이다. 즉 소득과 상관없이 연령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의 제약성이라는 잣대만으로 지원 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보 편적인 지원 제도라고 평가된다. 한편 후자의 예로서, 노인준비지원법을 들 수 있다. 이는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개인이 재무ㆍ건강 ㆍ생애 경력ㆍ여가ㆍ대인관계 등의 제반 사항에 대하여 스스로 노후 준비 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다. 즉 노후 준비를 개인뿐 아니라 기업, 민간, 정부 등의 다자 간 역할 분 담으로 시각의 전환을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부양으로 인한 가족위기를 지원하고 사회적 부양 대란을 막아 보려는 시도이다. 제도적 성패에 관한 평가를 떠나서, 이러 한 시도는 노인부양을 가족에게 떠맡기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진 상 황을 인지하고, 사회적 부양 대란을 막기 위해 사회 구성원의 부양을 개 인과 민간과 정부가 공조해야 하는 사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