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

논의의 시작점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병의원 등 의료 서비스 이용에 한정되기보다 장애인이 처한 지역사회 환경, 보조기기 등 을 포함하여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국외 사 례 보고 중 영국의 경우 장애인의 건강에 의료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비 율을 약 30% 선이라고 한다면, 지역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약 70% 정도로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연계점을 통해 신체와 정신을 건강 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장애인 건강 권의 기반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

「장애인 건강권법」의 시행령이 논의되는 현 시점에서 장애인의 건강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의 설계에 의료계와 장애계의 의견을 균형적으로 반 영한 후 진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한 내 용은 ‘장애인의 건강을 어느 범위까지로 볼 것인가’, 혹은 ‘장애인과 환자 의 구분에 대한 내용’ 등 일정 부분 원론적 논의와 공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의료적 지원 과정과 내용에서 장애 민감성을 보완하고 구 체화하는 노력뿐 아니라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아직 필요하 지 않은 시기 혹은 대상)에 대한 시민사회적(비의료적) 접근 방식의 모색 과 실현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장애계는 주장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현재 시행령을 논의 중인 「장애인 건강권법」

이 장애계 등이 기대하는 바와 달리 의료서비스 이용에서의 장애물 제거, 미충족 의료를 낮추는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접근 방식도 공

급자 중심이라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비용 효과 측면이 강조되는 의료 시스템에서 중증장애인에 대한 의료는 소외될 우려가 있으며 이를 위해 장애인에 대한 진료 및 검진 수가를 올리는 등 공급자에게 인센티브를 제 공하는 내용은 일면 필요한 조치이지만 다른 접근과 동반되어야 할 필요 가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를테면 장애인에 대한 예방사업인 건강관리 사업은 구체적 지원 내용이 필요하고, 지정 병의원에 배치되는 이동‧편의 인력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장애인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력으로 확보해야 하며, 병의원에 오기까지의 이동 지원을 특장차로 명 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장차의 확대에 대한 논의가 더해져야 현실적으 로 실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체감할 수 있는 밀착형 지원 의 확대를 통해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이 의료서비스 이용 중심, 공급자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건강 지원을 위한 시범 사업의 경 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건강을 위해 코디네이터를 두고 건강관리 프 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운동이 필요하면 지역사회에 체육 관련 시설 의 안내와 체육 관련 프로그램의 안내와 지도를 하고, 병의원의 이용이 필요한 경우 접근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안내하는 등 개별 맞춤형 코디 서 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지원(조성)하여 병의원 이용 가능성을 낮추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으 로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라는 의견이었다.

나. 장애인의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에서의 ‘장애’ 경험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은 의료서비스 이용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장애물 을 제거하는 데에서 시작하며, 의료서비스 소외(차별) 집단 혹은 의료서

비스 이용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에 적극 개입하고 지원 하는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 장애인이 병의원 등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장애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병의원에서 의료 행위, 검사 등을 하는 과정에서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시설, 의료장비 등 으로 인해 접근성이 낮아지는 경우이다.

병원에 몸이 안 좋아서 갔었는데, 소변을 받아오라고 해요. 제가 목발 을 짚고 있어서, 소변을 받아서 들고 갈 수가 없어요. 당시에 종이컵에 받 아 오라고 해서, ‘제가 들지를 못하는데요.’ 라고 말을 했는데도 그냥 받 아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소변을 받은 그 종이컵을 입에 물고 가져다 줬어요. (여성 장애인 B)

CT를 찍는데 옷을 갈아입어야 했는데, 옷 갈아입는 공간이 정말 협소 한 공간이어서 목발을 짚고 있는 제가 옷을 갈아입기에는 비좁은 공간이 었어요. 그런데 척수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휠체어가 들어가지를 못 해요. 이런 것에 대한 인식이 안 되어 있더라구요. (여성 장애인 B)

둘째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의 문제로 물리적인 것 과 다른 심리적 접근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장애인을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제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그게 동네 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저를 봐야 하잖아요. 간호사가 됐던, 의사가 됐던, ‘보호자 분이랑 같이 안 오셨어 요?’하고 물으세요. 제가 병원에 가기가 싫은 거예요. (여성 장애인 C)

세 번째는 의료서비스 이용 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낮은 접근 성 문제로, 시‧청각 및 언어장애, 지적 및 자폐성 장애의 발달장애인, 고령 장애인의 경우 의료서비스 이용에서 의료시설 종사자와의 의사소통에 어 려움을 경험하였다.

중증청각장애인이자 수화를 사용하는 분에게 안 들린다는 제스처를 하 거나 말소리를 더 크게 하라고 한다든지.

처음부터 이러이러하게 치료가 진행이 될 거라고 고지를 하고 치료를 진행하면 좋은데 그런 소통과 노력을 하는 곳이 적었습니다. (장애인 단 체 실무자 E)

청각장애인 분들이 직접 통화하기 어려워서 통역사를 통해서 예약을 하거나 변경을 하는데, 예약 변경을 하려면 또 어려움이 있구요. (장애인 단체 실무자 E)

청각장애인이 수화통역사와 함께 동행을 했는데, 통역사에게 잠깐 밖 에서 기다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통역사를 보호자처럼 생각하시 는 경우도 있고요. (장애인 단체 실무자 E)

예방 교육이나 다양한 질병에 대한 관리, 예방 교육에 청각장애인 등에 게 적합한 의사소통 지원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애인 단체 실무자 E)

일반내시경 검사에서 수화통역사의 입회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 면, 수면내시경 검사에서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거부당하는 사례들이

있고....

엑스레이 촬영할 때는 호흡조절 이런 안내에서 많이 불편하지요. 숨쉬 어라 뱉어라 하는 소통을 하지 못하니까요. 이럴 경우 시각적인 신호기를 설치한다던지, 아니면 기본적인 수신호를... 사전에 의료인들이 인식하고 있으면 좋을 텐데. (장애인 단체 실무자 E)

약물이나 주사 투입할 때도,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설명 자체를 안 하고 주사를 놓는다던지. 사실은 이게 소통과 관련해서 부당하다고 느끼 는 사례가 굉장히 많은 거죠. (장애인 단체 실무자 E)

시각장애인의 경우 약 처방을 받아서 약국에서 약을 타 오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 약 배달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단체 관리자 A)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과정이 사적인 영역임을 고려하지 못한 지원은 오히려 거부감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여성 수화통역사가 아니라, 남성이 들어오셔서 수 화통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 성 장애인 B)

병의원 이용을 위한 이동 지원에서 지체, 뇌병변 등 이동장애 이외에 신장장애인의 경우도 투석 후 이동 지원이 필요함을 제기하였다.

신장장애의 경우 투석 전후의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동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장애인 단체 실무자 F)

병의원 등 의료서비스 이용에서 비단 장애뿐 아니라 직장생활, 육아 등 개인의 상황이 장애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리‧물리적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됨을 지적하였다.

직장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병원에 가기가 너무 힘듭니다. 눈치 도 보이고... 병의원에 가려면 교통 등 바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 서 기다리는 시간은 오래지만 진료 보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니....

의료서비스 이용을 안 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방문(혹은 이동) 물리치료라든지... 이런 효율적인 접근이 고려되면 좋 겠습니다. (장애인 단체 관리자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