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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정신건강 및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1) 자기 인식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그러한 변화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 다. 그러나 그것을 ‘조현병’, ‘우울증’과 같은 객관화된 진단명으로 인식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what)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였다. 당사자들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것으로 인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는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였고 당사자들은 힘겹게 그 무게를 버텨나가려고 했다.

가) 오랜 기간 지속된 심리적 어려움

정신질환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당사자들은 이미 다양한 심리적 어

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던 당사자는 자신은 원래 이런 사람, 약한 사람, 아픈 사람이라고 인 식하기도 하였다. 스스로를 ‘이 병을 갖고 태어난’ 사람으로 묘사하였다.

청소년기 이후에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참여자도 환청, 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어린 나이부터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였으며 그러한 어려움에 대해 본인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만 4살 때부터 기억이 나는데 (…) 그 어린 나이에 밤잠을 못 잤습니다.

(...) 체질적인 병이고, (…) 형제, 남매 지간에는 나 혼자만 이 병을 갖고 태어난 거고 - 당사자 3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습장애가 와서 책도 잘 못 보고 그랬거든요.

(…) 제가 겪은 걸 제가 알잖아요. - 당사자2

중학교 2학년 때예요. (…) 그때는 간질이 먼저 왔어요. 간질이 오고 우울 증이 왔어요. - 당사자4

사실은 증상이 조금 더 일찍 나왔을 텐데 너무 악화되어서 정말 강제로 병원에 끌려가다시피 했거든요. – 보호자 I

나) 증상 발현과 내가 모르는 나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실제로 환청, 망 상 등 증상이 나타나면서 ‘모르겠다’는 표현을 통해 당사자들은 이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의 나와 다른,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또 다른 나를 자기라는 하나의 개체 안 에서 경험하면서 스스로에게 ‘내가 왜?’, ‘내가 무엇 때문에?’, ‘이건 무슨 병이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혼란을 경험하였다.

제가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되니까 이건 무슨 병이지? (…) - 당사자1

대인관계가 원만히 안 되잖아요. 1학년 2학기 다니고 휴학계를 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