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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활동에 의해 야기되는 절멸과 진화적 압력(Human-induced evolution)

보전유전학의 목표인 야생생물들의 절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활동이 야기한 결과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에 의해 야기된 변화는 야생 집단에 크게 세 가지 영향을 미친다. 첫째는 그 집단의 절멸을 초래하는 방향의 영향, 둘째는 오히려 그 집단의 번성을 돕는 방향의 영향, 마지막은 야생 집단에 어떠한 이득도 손실도 없는 것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멸종 위기종들은 인간에 의해 야기된 다양한 위협 요인에 미처 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절멸되었으며, 이들 종들에게 인간의 활동은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해왔다. 한편, 인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어떤 생물들은 집단 크기의 감소 없이 생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전보다 더욱 번성하기도 한다. 살충제를 수십 년 넘게 사용해왔음에도 모기와 바퀴벌레는 멸종하지 않았으며, 일부 재래종들은 치명적인 외래종이 도입되었음에도 멸종되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환경변화에 생물들이 적응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은 어떤 변화가 집단의 존립에 위협적인지 평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 별로 생존에 직결되는 핵심적인 환경 변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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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포획에 의한 진화(Harvesting-induced evolution)

인위적 교란들 중 가장 극적이고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을 꼽으라면 포획 혹은 밀렵을 꼽을 수 있다. 상아가 잘려 나가 죽어있는 코끼리, 지느러미가 잘린 채 해저에 침전해

죽어가는 상어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그래서 포획은 가장 주목받는 인위적 교란 중 하나이다. 많은 연구들은 밀렵이 멸종 위기종에 있어 유효 집단 크기의 감소를 촉진하는 것을 보여준다 [134]. 이런 이유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종의 포획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보전유전학은 밀렵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방지하는데도 활용된다. 많은 멸종 위기종의 밀렵은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는 거래가 발생한다. 만약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거래를 추적하고 엄단한다면 밀렵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종의 형체를 변형시키는 가공이 이루어지면 밀렵과 그로 인한 거래를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때 DNA 바코딩 기법을 활용하면 거래되는 가공품이 어떤 멸종 위기종에서 유래했는지 어느 지역의 집단에서 밀렵되어 어떤 경로로 유통되어 왔는지 추적이 가능해진다 [135]. 따라서, 멸종 위기종의 밀렵과 거래를 처벌하고 방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136].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포획이 빠른 속도의 진화적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137, 138]. 포획에 의한 진화적 변화는 몇 세대 만에 대립 유전자의 빈도를 변화시키고, 그와 관련된 생태적 형태적 형질의 변화를 초래한다. 이런 진화적 변화를 고려해 집단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포획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평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4.2. 인위적 서식지 변화와 그에 따른 진화

인간에 의해 야기되는 변화는 생물의 서식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며, 급격하게 변화된 서식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개체들은 집단에서 급속도로 감소될 수 있다. 인간에 의해

발생되는 화학적, 물리적인 교란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물의 서식을 위협할 수 있다. 댐, 도로건설, 간척 사업과 같은 광범위한 환경 변화를 초래하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집단의 감소 혹은 절멸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139, 140].

일례로 댐의 건설은 물속 생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킨다. 부영양화로 인해 발생되는 탁수는 아가미로 호흡하는 생물들의 생존에 위협적일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배우자를 찾는 종들에게는 시각적 신호를 무력화시켜 종간 교잡을 일으킬 수 있다 [141]. 또한, 산란하는 장소가 격리된 종들의 산란 장소를 중복 시켜 종의 교잡을 유도하여 종 다양성의 소실을 불러올 수 있다 [141].

집단의 파편화(fragmentation)는 기존의 거대한 집단의 규모를 다수의 소형 집단으로

단절시키고, 단절된 집단은 유효 집단 크기가 감소되어 절멸의 소용돌이를 가속화시킨다. 이는 결국 집단의 절멸을 야기할 수 있다 [2, 142]. 따라서, 집단의 파편화의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몇 가지 대책이 제시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은 유전적 구제와 생태통로이다 [2]. 인간의 생존을 위해 야생생물 집단의 파편화는 어쩌면 필연적이기 때문에 인간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활동이 자연 집단의 유효 집단 크기의 감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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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토목공사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법적으로 강제하지만, 그 평가의 항목에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한 평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인간의 생존과 야생생물 집단의 존립 사이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는 유효 집단 크기의 심각한 감소와 집단의 절멸을 초래하지 않는 역치 수준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인위적 교란의 종류 그리고 규모가 각 생물들의 유효 집단 크기 감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그 임계치를 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인간에 의한 인위적 환경변화는 일부 생물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Human-induced evolution의 대표적인 사례는 도시화(urbanization)에 대해 적응하는 클로버(white clover)가 있다 [143]. 인간에 의해 건설된 도시 환경은 많은 생물들에게 전에는 없던 서식환경을 제공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생물들은 이미 교외로 서식지가 밀려났지만, 일부 생물들은 도시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143, 144]. 클로버는 도시의 흙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성공적인 적응자인데, 도시가 제공하는 환경에 대한 클로버의 적응 진화의 증거가 최근 시민 과학(citizen science)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143]. 클로버가 생성하는 시안 화합물은 초식동물들을 방어하는 수단이지만, 역으로 추운 기후에 대한 저항성을 감소시킨다.

도시환경은 클로버를 위협할 초식동물은 적지만, 난방으로 인해 따뜻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도시 중심부로 갈수록 클로버는 시안 화합물을 생성하는데 관련된 변이들을 소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3].

한편, 보다 적극적으로 인간이 제공하는 환경에 생물이 적응하는 사례는

가축화(domestication)에 따른 진화가 알려져 있다 [108, 145]. 인간의 편의를 위해 오랜 세대 동안 선발 육종(selective breeding) 되어온 생물들은 매우 빠른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145]. 이러한 가축화된 생물들이 자연에 풀려나갔을 때 벌어지는 현상들도 보전유전학에서 주목하고 있는 현상 중 하나다. 특히 대량 방류되는 양식산 연어과(salmonids) 물고기들은 인간에 의해 인위 선택(artificial selection)된 유전형을 야생에 유입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161].

2.4.3. 생물의 인위적 이주에 의한 진화

인간은 고의 혹은 비고의적으로 생물들을 옮기는 중요한 매개자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많은 종들이 기존에 살고 있던 지역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래 살고 있던 지역에서 벗어난 종은 재래종 집단과 포식, 기생, 경쟁, 잡종화 등을 통해 집단의 규모를 감소시키고 심각한 경우 재래종 집단을 절멸시키기도 한다 [128, 146, 147]. 외래종은 재래종과 경쟁할 수도 있고, 포식하여 개체수의 직접적인 감소를 초래하기도 하고, 앞서 언급한 잡종화와 유전자 이입을 통해 본래 지역에 지역 적응(local adaptation)이 된 유전적 변이를 소실 시켜 집단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128, 146]. 일단 새로운 지역에 유입된 종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많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외래종 집단이 확장되기 전인 초기 단계에 외래종을 탐지하기 위해 환경 DNA가 활용되고 있다 [148, 149, 150]. 또한 이미 이입된 종의 기원을 추적하는 데에도 분자 정보를 활용한 계통 지리적 분석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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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종의 무분별한 방생에 의해 형성된 잡종은 본래 살고 있던 종의 소실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점몰개(Squalidus multimaculatus) 라는 민물고기는 동해안으로 흐르는 일부 하천에 살고 있는데, 근연종인 긴몰개(S. gracilis majimae)라는 종이 유입되는 바람에 높은 빈도로 교잡 개체가 출현하고 있다 [152]. 분자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점몰개와 긴몰개의 이식에 의한 잡종 현상은 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점몰개가 서식하는 모든 하천에 긴몰개가 이식된다면, 머지않아 점몰개의 고유한 특성을 갖는 개체를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를 방지하고자 한다면, 생물을 이주하는 것에 대한 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이다.

생물의 무분별한 방생은 병원체를 다른 지역에 이주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번 하천에서 사용한 기구를 다른 하천에서 사용하기 전 반드시 소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규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 로키산맥 자락에 위치한 캐나다의 앨버타 주에서는

생물의 무분별한 방생은 병원체를 다른 지역에 이주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번 하천에서 사용한 기구를 다른 하천에서 사용하기 전 반드시 소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규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 로키산맥 자락에 위치한 캐나다의 앨버타 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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