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생태위기는 편협한 인간중심주의에 입각해서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 한데서 비롯되었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생태중심 주의는 인간을 환경과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아감으로써 다분히 인간혐오적 인 생태파시즘 경향을 띠는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인간혐오적인 생태파시즘을 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일 이는 거의 없다.따라서 생태위기 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편협한 인간중심주의와 인간혐오적인 생태중심주의를 지 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협한 인간중심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생명종의 존립과 관계없이 인간은 건재한 것 같아 보인다.그러나 인간이 건강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생명종들이 건 강해야 하며,지구상에 풍부하게 생명종 다양성이 유지될 때 인간의 삶도 풍요로 울 수 있다.88)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편협한 인간 중심주의는 극복해야 한다.온생명론의 입장에서 볼 때,오늘날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는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인간의 ‘보생명’으로 보지 않고,단순히 인 간을 위한 ‘환경’으로만 생각해서 무분별하게 파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그것을 감안한다면 온생명론은 편협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온생명론은 인간혐오적인 생태파시즘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아니면 그것을 넘어서고 있는가?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왜냐하면 장회익의 주장 속에 인간혐오적인 부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온생명의 일부인 인간이 온생명을 파괴하면서도 스스로 번영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마치 우리 몸의 일부인 암세포가 우리 몸을 파괴하면서 자기증식을 멈추지 않 는 것과 같다.암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이 아니다.엄연히 신체에 속하는 자 체 세포로서 오직 그 어떤 연유로 신체 안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망각함으로써 자신
88)윤용택,「환경철학에서 확장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고찰」,『범한철학』제38집,범한 철학회,2005년 가을,103쪽.
이 지닌 생존 기술을 무분별하게 활용하여 자신의 번영과 번식만을 꾀하는 세포들이 다.오늘날 온생명의 일부인 인간이 온생명을 파괴하는 모습은 우리 몸에서 암세포 의 역할과 닮았다.그러한 인간은 온생명에서 암적 존재나 다름없다.89)
이 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온생명론이 인간혐오적인 생태파시즘 경향을 지닌다는 비판이 가능하다.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 온생명과 인구의 관 계를 논하는 장회익의 또 다른 주장을 들어보자.
온생명은 이미 35억년을 생존해 왔고,앞으로 우리 태양계 안에서만도 50억년을 더 생존할 수 있는 존재이니 (…)그렇다면 이 지구상에 도대체 몇 사람이 살아야 하는가? 이것을 생각하기 위해 우리는 몇 명의 사람이 사는 것이 우리 온생명으로 하여금 앞으로 50억 년간 건강하게 그리고 놀라운 창조력을 발휘하며 생존해 나가게 할 수 있는가하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이미 보아왔듯이 사람이란 소중한 것이 다.그런데 더욱 소중한 것은 온생명 안에서 온생명의 의식과 정신을 이루며 살아가 는 존재라는 점이다.그렇기 때문에 한 때 몇 십억,몇 백억이 되었다가 몇 세대 만 에 생태계를 완전히 소진시키고 없어지는 것보다,온생명의 현명한 두뇌가 되기에 충분한 수자로서 온생명의 자연스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생존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이것이 결과적으로 낱생명으로서의 인간으로 보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더 보람되게 사는 길이 되는 것이다.90)
이 글에서 볼 때 앞에서 장회익이 “인간은 온생명에서 암적 존재나 다름없다.” 고 표현한 것은 인간혐오적인 생태파시즘의 입장에 섰기 때문이 아니라 온생명 과 함께 인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편협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이는 다음의 주장에서 보다 분 명해진다.
온생명의 관점에 서면 ‘온생명’의 생존과 성장이라는 근원적 당위를 바탕으로 각각 의 개체생명들이 지녀야 할 당위적 생존 양식이 매우 자연스럽게 도출된다.그러나
89)장회익, 삶과 온생명 ,솔,1998,249-250쪽 참조.
90)장회익,「가장 적정한 지구 인구는 몇 명일까」,송상용 외, 생명에 대한 예의 ,환경 과생명,2002,222쪽.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상위 개체를 위해 하위 개체의 희생을 강조하는 전체주 의에 빠지거나,모든 것을 자연 그 자체로 맡겨 두어야 한다는 방임주의에 빠지는 일은 옳지 못하다.온생명적 관점이라 함은 ‘온생명’안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에 대 해 그 본말을 분명히 가려 최적의 판단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91)
온생명론에 따르면,인간은 온생명의 중추신경계에 해당한다.마치 인간이 온 생명에서 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온생명을 의식할 수 있는 것은 온생 명 구성원 중에서 인간밖에 없다.인간은 온생명 가운데 온생명을 인식할 수 있 는 유일한 존재이다.아무리 온생명론적 관점임을 강조하더라도,온생명의 인식 주체가 인간인 이상 인간을 떠나서 온생명을 이야기할 수 없다. 온생명론에 따 르면,‘온생명’은 ‘보다 큰 나’이며,‘온생명’의 안위가 곧 ‘나’의 안위이며,‘나’의 안위는 곧 ‘온생명’의 안위에 달려 있다.그렇기 때문에 온생명을 위해서 인간을 희생하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으며,온생명론이 인간혐오적인 생태파시즘이라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인간은 생태계에서 하나의 구성원에 불과다.하지만 인간은 다른 어떤 구성원 보다도 생태계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생태계 내에서 반성적 사고를 하며,생태계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이성능력은 다른 종에 대한 인간 우월성의 근거였고,인간이 자 연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의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그러나 오늘날 환경과 생태 계가 지배적 합리주의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인류의 지속가 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자연과 생태계의 훼손이 심각하다면,인간을 위해서라도 자연과 생태계가 복원되어야 한다.그러한 사실을 감안한다면,인간의 이성능력 은 자연과 생태계를 되살리는 생태적 합리주의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92)
생태계에서 볼 때 인간은 최상위에 속하는 존재이지만 가장 취약한 존재이기 도 하다.인간은 다른 생명종들에 비해 공기,물,토양이 훨씬 더 청정해야 살아
91)장회익, 삶과 온생명 ,솔,1998,192쪽.
92)윤용택,「생태적 합리주의의 철학적 기초」, 철학사상문화 제11호,동국대학교 동서 사상연구소,2011,95-96쪽.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낱생명들보다 훨씬 더 온생명에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온생명론은 편협한 인간중심주의와 인간혐오적인 생태파시 즘을 지양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