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생명론은 과학이냐 철학이냐를 놓고 어떤 이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쩌면 온생명론은 과학이론과 철학이론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 러다보니 과학자들이 보기엔 온생명론이 철학이론에 가깝고,철학자들이 보기엔 과학이론에 가깝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이에 대해서 김재영은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온생명론 그 자체는 전통적 과학철학에서 논의되던 방법에 따라 구성되어 있지 않 다.즉 온생명론은 생명에 대한 열역학적 이해,체계이론,이론 생물학의 생명모형 등과 같은 기왕의 과학지식들을 활용하여 전개하고 있지만,온생명론의 결론에 이르 는 과정은 과학적 방법에 대한 가설연역모형이나 귀납통계모형이나 귀추모형 등 중 어느 것과도 걸맞지 않아 보인다.이것은 기존의 과학적 방법에 대한 과학철학적 논 의가 대부분 엄밀함을 추구하는 물리학을 모범으로 삼아 전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온생명론의 논리전개는 오히려 생명과학이나 의학에서 볼 수 있는 모형을 더 닮아 있다.그렇다면 온생명론이 바탕에 두고 있는 전제는 무엇인가? 온생명론은 일종의 과학이론인가?과학이론이라면,물리과학적 이론에 더 가까울 것인가,혹은 생명과학 적 이론에 더 가까울 것인가? 철학적 사유로서 온생명론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인 77)진교훈,앞의 책,28쪽.
가?78)
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이러한 의구심들에 대해서 장회익은 다음 과 같이 답변을 하고 있다.
나는 다른 많은 곳에서 온생명 개념이 내 과학적 사고의 소산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 해 왔다.그러나 섭섭하게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특히 몇몇 분들은 비슷하게 과학성 여부로 논란을 겪었던 가이아 이론과 비교하여 이것이 과학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내가 강조하려는 것은 온생명이라는 개념은 과 학적 물음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며,여기에 내용을 담고 그 성격을 논하는 것은 과학 적 논의의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그리고 굳이 확인 가능한 예측을 하나 제시하자면 우주 내에 다른 어떤 생물이 존재한다면 이들 또한 또 하나의 온생명에 속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80)
온생명론은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해준다.다시 말해서 온생명론은 생 명에 대한 이해,인간과 다른 생명들 간의 이해,온생명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 치와 역할에 대한 이해 등을 통해 새로운 환경이념의 근거를 제공해준다는 의의 가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생명론에 대한 지속적인 철학적 논의가 미진한 것 은 사실이다.
온생명 개념은 우리 학계에서 드문 흥미로운 철학적 개념이다.그것이 배경으로 하 는 과학적 지식,그것이 그려주는 우주의 새로운 모습 등은 흥미진진하다.그럼에도 불 구하고 온생명의 개념은 아직까지 지적 동조자를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온생명 개 념이 제안하는 통찰에는 많이 공감하면서도 그 개념을 발전시키고 풍부히 해가는 과학 적—철학적 작업에 동참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 듯하다.왜 그럴까?내 생각에 그것은 온생명 개념이 스스로 자신의 생산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새로운 경험 과의 연관이 모호하며,기존의 유사 개념과 비교할 때,어떤 새로운 철학적—형이상학 적 통찰을 담고 있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81)
온생명론을 주창한 장회익은 물리학자에서 생명사상가로,과학철학자에서 문명 비평가로 지적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그러면서도 그는 직관주의나 신비주의를
80)같은 곳.
81)같은 곳.
배격하면서 철저하게 과학자로서의 기본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고 있다.코페르니 쿠스가 주창한 지동설이 많은 비판을 거치면서 후배 과학자들에 의해 보완되어 오늘날 정설로 정착되었듯이 온생명론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